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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검은 군단] 1부 5장: 복수하는 영혼 (1)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22 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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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복수하는 영혼



자신이 자칭한 전령이 아니라 포로로서, 우리는 아바돈에게 모리아나를 데려갔다. 그녀는 내 두 루브리카이 사이로 걸었다. 얼마나 준비되어 있었던 걸까, 그녀는 우리가 함교를 걷자 만난 소리의 벽에 여전히 움찔거렸다.

우리가 복수하는 영혼에 승선했을 때 함대는 집결하고 있었다. 우리가 성계 내부로 전이하는 중에도 다른 선박들은 엔진을 뜨겁게 달구고 우리의 신성한 성운을 깨며 우리의 기함 주변에 정박해 대열을 갖추었다.

내가 영혼에 발을 들이기 훨씬 이전에 아슈르-카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주변에서 거대한 불안이 느껴지는데. 그의 사이킥 음조는 대개 내 주인으로서의 이전 역할에 맞춰져 있었으나, 그때는 다급함과 근심으로 물들어 있었다. 설명해줘, 세칸두르. 그는 기초 고딕 어근에서 변형된 내 이름을 사용해 보냈다. 왜 운명의 물결이 네 영혼에 부딪치고 있는 거지?

또 호들갑떨지. 나는 우리가 성계 내로 들어오자마자 그가 모리아나의 존재를 느낄 거라는 걸 깨달았어야 했다. 멜레움에서 포로를 잡아왔어.

그래서 네 배 주변에서 워프가 혼란스러운 거였군.

우리의 귀환이 늦어진 것은 맞았다.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오긴 했지만, 나는 아슈르-카이와 달리 눈의 우주의 급변하는 물결에서 길을 찾는데 도저히 재능이 없었다.

기분이 안 좋은가봐, 형제여.

상황이 나빠, 세칸두르. 레오르빈하고 자이두는 타이라쿠스에서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상대한테 돌리면서 서로를 죽일 기세야. 발리카르, 세락시아와 보티건은 다라벡에게 맹세한 함대한테 깨져서 돌아왔어. 우리도 놈의 부하들 때문에 역경을 겪었어. 배 상태가 보이지 않아?

그렇네. 오큘러스로 보이는 복수하는 영혼은 뱃머리부터 선미까지 표면적인 피해를 입은 모습이었다. 그 크기는 괜찮았지만, 단순히 그것이 있다는 사실이 걱정스러웠다. 쉴드를 뚫을 정도로 강한 배들과 결투를 벌였다는 것이니.

전부 말해봐, 나는 보냈다.

지휘 갑판으로 오기나 해. 나는 지시를 내리는 내 나이 든 전 스승의 명령조를 들었다. 직접 보라고.

그리고 나는 그렇게 했다. 전투가 지나간 함교에서는 보통 축제가 벌어졌으며, 술을 마시거나 적 장군을 즐겁게 고문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그들의 시체―혹은 곧 시체가 될 자들―는 스트라타지움의 천장에 늘어진 군기 사이에 내걸렸고, 전사들은 요란하게 힘을 겨루거나, 형제애를 맹세하거나, 이 새로운 전리품을 가져다준 승리를 축하하며 과열된 기쁨을 폭력적으로 드러냈다.

나는 제국의 스페이스 마린들은 승리를 거두고도 침울하게 반성하며, 그들의 우상의 조각상 앞에 금욕적인 경외감을 담아 무릎을 꿇고 영웅을 숭배한다고 들었다. 자랑이 기술이고 전사의 명성이 전부인 우리의 구덩이 싸움, 승리를 축하하는 울부짖음과 환호성과는 다소 다른 아름다움이리라. 그러나 그날 내가 발을 디딘 함교는 평소보다 더 음침했고, 어째서인지 더욱 사납기까지 했다. 패배한 전사 수백 명의 좌절감이 그들의 감정과 뒤섞여 그들의 패배의 사이킥 메아리를 이루어 내게 장례식의 수의처럼 다가왔다.

토쿠그라가 첫 번째를 나를 맞이했다. 아슈르-카이의 악마-까마귀는 날개를 펄럭이며 내 어깨에 앉아, 별들의 탄생과 죽음을 보며 즐겁게 빛났던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얘야, 그것이 나에게 인사했다.

나는 수 세기 동안 아슈르-카이에게 ‘얘’가 아니었다. 청년기 도제 시절은 아주 오래전 일이었다. 그러나 토쿠그라는 나를 달리 부르지 않았다.

나구알은 까마귀에게 으르렁거렸다. 이 두 악마 사역마는 항상 서로를 짐승처럼 혐오하며 바라보았다. 까마귀는 날아올라서 자신과 워프-동족과의 거리를 벌렸다.

지휘 갑판은 괴로워하는 몸뚱어리들과 소리치는 목소리로 생생했다. 쓰이지 않는 아바돈의 옥좌가 놓인 높은 상단 주변이 가장 활발했다. 전사들은 서로를 큰 소리로 비난하고 반박하며 답을 요구하고 자신의 말을 들으라고 힐난했다.

“가까이 붙어 있어라.” 나는 모리아나에게 말했다. 그녀를 지키는 루브리카이들의 정신에도 같은 명령을 내렸다.

우리는 방의 심장부에 있는 울티오, 아남네시스 아래를 지나갔다. 그녀는 양막 수조의 창백한 하늘색 액체 속에서 우아하게 몸을 돌렸다. 그녀의 양막 안식처는 폭풍의 고요한 심장이요, 시끄러운 난장판 가운데서도 평온했다. 그녀의 머리와 생명-유지 감옥 위의 기계를 덩굴처럼 잇는 케이블들은 그녀의 생각을 배의 수용 시스템 전체에 전달하는 산업용 뱀들로 이루어진 관모를 이루어 인공자궁의 양수 속에서 천천히 흔들렸다. 양수는 깨끗하게 끝없이 걸러졌으며, 높다란 유리 수조의 기반에 설치된 진동하는 기계로 영양분을 공급받았다.

그녀는 앞을 응시했으나, 눈으로는 거의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녀의 시야는 복수하는 영혼의 흉벽을 따라 설치된 포-영상화장치(imagifiers)와 선체-상태계산장치(scryers) 전체에 퍼져 있었다. 그녀가 말하면 그녀의 입은 움직였으나 인공자궁의 양수 속에서 거품만을 만들었다. 그녀의 말은 생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목소리로 함교 전체에 울렸다.

동생아, 나는 그녀에게 보냈다.

“에제카일.” 그녀가 말했다. 방의 서까래에서 흑석 복스-가고일들이 군중 위로 외쳤다. “이스칸다르, 텔레마콘, 아무라엘이 돌아왔습니다.”

살아있을 적, 그녀는 티즈카의 젊은 여성, 이차라였다. 죽고 나서는 처음에는 아남네시스―전함 틀랄록의 심장에 자리한 기계령―이 되었고, 새로운 배와 융합하며 힘과 정체성을 얻고 나서는 복수하는 영혼의 심장, 울티오가 되었다. 그녀는 배 그 자체이니, 선체는 그녀의 확장된 몸이요, 장갑판은 피부였고, 플라즈마 반응로는 장기였다.

그녀는 무덤-요람의 액체 속에서 손을 휘저었다. 반가움을 표하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 그녀의 생각은 자신이 지휘하는 배의 궤도를 처리하고 피해를 계산했으며 영혼들의 의식으로 깊이 공명했다. 그런 정신에 너무 오랫동안 접촉하면 고통스러웠다. 너무 비인간적이었다.

아바돈은 자신의 옥좌가 놓인 높은 상단에서 지켜보았다. 그는 지휘 옥좌를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여겼으나, 다른 워밴드로부터 사절과 탄원자들을 받을 때에는 앉았다.

내가 옥좌에 도착하기 전에 사르곤이 나를 가로막았다. 그는 우리 모두가 입은 검어진 세라마이트를 입고 있었으나, 그의 것은 내가 읽고 싶지 않은 해진 두루마리들로 꾸며져 있었다. 그가 낡은 파워 아머 위에 걸친 수도승의 백의(surplice)는 전쟁으로 찢어지고 구멍이 나 있었으며, 거기에 정성스럽게 새겨진 경전은 그을리고 구멍이 나 망가졌다.

그는 젊어 보였다. 군단의 신입보다 약간 더 어린 것 같았다. 그의 부드러운 피부는 오래전 멸망한 사막 세계 콜키스의 회색 꽃의 도시(the City of Grey Flowers)에서 나고 자란 자답게 어두웠다. 그는 나와 그가 만나기 오래 전에 성대를 잃었는데, 황궁 공성전에서 목을 베였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몇 년 동안 레기오네스 아스타르테스 전투-신호 수어와, 근처 시체의 입으로 말하는 단순한 사이킥에만 의존했다.

시간은 필요성은 내버려두었으나, 방법은 바꾸었다. 그의 어깨 보호대는 워프로 형성된 무언가로서, 생체-세라마이트로 이루어져 갑옷 판금에서 피 섞인 침을 흘리고 곁눈질하다가 가끔씩 긴 혀를 허공에 휘두르는 뿔 달린 악마의 얼굴이었다. 그는 그 얼굴들로 말했다. 후두에서 나오는 듯한 두 목소리는 화성을 이루었다.

“이스칸다르.” 두 얼굴이 말했다. 둘 다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항상 여러 겹의 사슬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그것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핥으며 말하는 중에 몸을 떨었다.

“사르곤.” 나는 그에게 인사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원한이다.” 그는 나를 앞으로 이끌며 말했다. “이 광기에 판단할 거리가 있으면 신들께서는 재치가 있으신 거야. 우리 함대의 절반이 절뚝거리며 군집하고 있어. 중대장들과 장군들은 전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저항하는 군단.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군단 말이야. 타거스 다라벡은 네 가장 최근 공격을 몸소 받아냈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실패를 다시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너는 놈을 죽였어야 했다, 카욘.” 사르곤은 울부짖은 여성 비스트맨의 목덜미를 잡아 집어던져 치우면서도 젊은 이목구비로 상냥함을 유지했다. 우리가 나아가자 그녀의 가축-친족들이 흩어졌다. “더 안 좋은 건,” 사르곤은 계속했다. “놈이 전쟁 신의 아가리와 비명 지르는 가면무도회에 맹공을 퍼부었다는 거야. 레오르는 자이두를 탓하고, 자이두는 레오르를 탓하고 있지.”

나는 답할 기회가 없었다. 그는 보지 않고 다른 선원을 손등으로 쳐서 치워버렸다. 그 서비터는 근처의 이들에게 쓰러졌다. 우리는 한데 모인 군중을 뚫고 나아갔다. 에제카리온의 대부분이 십여 명의 전사와 함께 아바돈의 상단을 둘러싸고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기서, 방을 덮은 좌절감과 패배심이 절정에 달했다.

자이두는 짖어대는 부하들의 선두에서 레오르와 대면하고 있었다. 사슬에 걸린 해골들로 꾸며지고 도색이 벗겨진 갑옷을 입은 자이두는 새의 발톱이 달린 기형 인간이었다. 갈퀴 같은 발이 그 아래의 플라스틸 갑판을 긁어댔다. 그의 등에 달린 터빈은 그의 따가운 생각에 힘을 얻어 칭얼거렸다. 그는 매 움직임마다 급작스럽게 몸을 젖히거나 경련했고, 자신이 내뿜는 탐욕스러운 에너지에 힘을 더했다.

그의 매끄러운 투구에서 웃음소리가 스타카토로 음산하게 흘러나왔다.

“애새끼처럼 울면서 소리나 치는군, 불주먹.”

“날 불주먹으로 부르지 마.” 레오르의 검고 얼룩덜룩한 얼굴이 반짝거리는 강철 이빨을 드러냈다. 떨림이 그의 얼굴을 타고 흘렀다. 두려움이 아니라 생리적인 모욕감과 단순한 피-욕망의 신호였다. 대못이 그의 뇌를 깨물어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통제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같은 순간 자이두는 목에 변이가 일어났다는 걸 알리듯 억지로 새처럼 재잘대고 으르렁거렸다. “그러니까,” 그는 다시 말했다. “약골처럼 푸념하지 말라고.”

레오르는 포효했다. 그의 강철 이빨에서 침이 튀겼다. “이 겁쟁이 새끼 때문에 부하들을 잃었어.” 그는 체인액스로 자이두를 가리켰으나, 말은 아바돈을 향하고 있었다. “이 하피 놈 때문에 전투에서 졌다고. 놈을 죽이게 해줘, 에제카일.”

아바돈은 옥좌로 올라가는 계단 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도 더 수척해 보였다. 그의 누렇게 뜬 이목구비는 언제 묻었는지 모를 피가 튀어 있었다.

“진정해.” 우리의 군주는 피곤한 듯 비웃으며 명령했다. 그가 그렇게 지쳐 보였던 적이 없었다. “너 입에 거품 물고 있다, 레오르빈.”

“놈의 머리를 줘!”

자이두는 철판을 찢는 갈퀴의 아름다움과 인간성을 전부 담고 있는 날카로운 웃음소리로 답했다. “저희 가면무도회는 임무를 다했습니다, 아바돈 각하. 불주먹의 전사들은 전열을 유지하지 못했습죠. 전쟁 신의 아가리 놈들은 약해빠졌습니다.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다라벡의 부하들이 놈들을 죽였습니다.”

레오르는 손을 뒤로 빼들어, 도끼날로 갑판을 내려치려고 준비했다.

안 돼! 나는 사이킥 경고를 다급한 칼날처럼 보냈다. 무기를 형제 앞 땅에 내려치는 것은 피의 도전을 시작하겠다는 뜻이었다. 아바돈이 허락하고 장려하기까지 하며 우리의 워밴드에 퍼트린 크토니아 갱들의 의식이었다.

내 침묵의 목소리가 그의 정신을 원치 않게 압박해 그의 두개골 이식물이 뜨겁게 끓어오르자 레오르의 얼굴이 경련했다. 순간적인 망설임을 충분히 주었다. 그는 도끼날을 낮추었다. 지켜보던 군중이 실망감을 부르짖었다.

텔레마콘이 나를 밀치고 지나가더니 자이두의 곁으로 갔다. 조롱하던 자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군중은 이제 피 냄새를 맡고 있었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마, 형제여.” 텔레마콘은 부관에게 명령했다. “이제 사실만 놓고 말하자고, 응?”

자이두는 주군의 곁에서 말없이 순종하며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레오르는 그들 둘 사이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바돈의 바람이라는 목줄에 묶여 자신을 억제하고 있었다.

“라이라스.” 레오르는 비난하듯 으르렁거리며 이름을 말했다. “네 개새끼 때문에 타이라쿠스 확장지 전투에서 우리가 졌다.”

자이두는 과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소한 큰소리로는. 나는 텔레마콘과 그의 투구에서 복스-중계가 이루어지며 희미하게 딸깍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부사령관 보로라스는 부재한 나를 대신해 내 모든 권한을 지니고 투입되었다.” 텔레마콘은 차분하게 말했다. 그의 아우라는 처음에는 휘저어지는 흥분으로 물결쳤다가, 결국에는 희망으로 무르익었다.

레오르는 텔레마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우리는 픽트-피드, 포 영상화장치, 복스 기록과 언약된 맹세를 지니고 있다. 네 부사령관 새끼가 우리를 지원하지 못하고 내 선봉대를 죽게 놔뒀다는 증거지.”

아, 어찌나 익숙하던가. 나는 생각했다. 내 피가 차갑게 식었다. 나는 자이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얼얼한 즐거움이 싫었다. 젠체하는 만족감이 그의 아우라를 오줌 얼룩처럼 더럽히고 있었다. 이 불길한 장면은 사전에 계획했다는 냄새를 잔뜩 풍겼다.

“네 불만은 알겠다.” 텔레마콘은 답했다. 언제나 그랬듯 이성적이었다. “그리고 부사령관 보로라스의 설명은 너와 다를 것 같은데?”

자이두가 한쪽 어깨를 씰룩거리자 그의 머리가 경련으로 홱 젖혀졌다. “우리는 그들에게 닿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라이라스 각하. 어떻게 싸웠겠습니까! 하지만 전쟁 신의 아가리 놈들은 전술이라는 게 없더군요. 전투 계획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너무 멀리, 너무 빠르게 진군했죠. 우리가 도착했을 때 불주먹의 부하들은 이미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었습니다.”

레오르의 반응은, 그의 기준으로는 도리어 차분했다. 그는 자이두의 부츠 앞에 침을 뱉었다. 산이 강철 바닥을 파먹었다.

“거짓말하지 마라, 자이두.” 레오르는 더욱 비난하며 경멸을 더했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겁쟁이 새끼야. 네 말은 시발 들어줄 가치도 없어. 에제카리온의 레오르로서 말하는데, 너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는 도와달라며 아바돈을 쳐다보았지만, 아무런 답이 오지 않았다. 아바돈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주사위가 던져졌다. 레오르가 도끼를 던졌다. 그것은 자이두의 부츠 앞 갑판을 후려쳤다. 랩터는 추잡스럽게 변명하듯 웃음소리를 재잘거렸다.

텔레마콘의 아우라가 윤택하고 비열한 기쁨의 애무로 타올랐다. 그는 양손을 칼집에 넣은 두 검 위에 올리고 앞으로 나섰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형제여. 그리고 너처럼 나도 에제카리온이지. 부사령관 보로라스의 상관으로서, 나는 그를 대신해 도전을 받아들이겠다.”

레오르는 다시 침을 뱉었다. 그는 손등으로 입을 닦았다. “네 애완견한테 도전한 거야, 라이라스. 네가 아니라.”

“그래?” 텔레마콘은 자이두에게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들 둘의 투구가 극적으로 확인하며 돌아갔다. “갑판에 도끼가 보이지 않나, 부사령관 보로라스?”

자이두는 용기를 낸 듯 쉿쉿거리며 답했다. “보입니다, 라이라스 각하.” 그의 비열한 목소리가 연기하는 결백함은 단순히 불쾌한 수준을 뛰어넘었다.

“그렇다면 나는 부사령관 보로라스의 편에서 도전을 받아들이겠다.” 텔레마콘은 다시 말했다. “그의 주군으로서의 나의 권리다.”

명성에 부응하듯, ―아니면, 그의 열정을 생각하면 놀라울 게 없이― 레오르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둔부에서 가죽 벗기는 톱니-단검을 뽑고 앞으로 걸어갔다. 우리 워밴드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를 적나라하게 히죽 웃으며 마주했다.

“그게 네놈이 바라는 바냐? 나는 누구의 피가 흐르든 상관하지 않아, 라이라스. 너든 저 시끄러운 개새끼든, 나한테는 다 똑같아.”

나는 앞으로 몇 년 간 이 순간을 종종 떠올릴 터였다. 레오르는 우리 워밴드에서 가장 뛰어난 검사, 텔레마콘에게 다가가며 가죽 벗기는 단검 외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레오르는 지금으로부터 오래전 죽었다. 내가 전에 말했듯 마칸(Mackan)에서 전사했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남자였다. 단검 한 자루만 들고 완벽한 검사를 상대하며 자신만만하게 히죽 웃는 전사.

에제카일? 나는 내 주군에게 보냈다. 이 광기가 손쓸 수 없게 되기 전에 뭐라도 해봐.

아바돈은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터무니없이 지쳐 보였으나 나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필요한 신호가 내게 주어졌다. 나는 사크라멘툼을 뽑았다. 그녀는 스트라타지움의 병약한 빛을 받아 은빛으로 성스럽게 빛났다.

“그만.” 내 명령이 입으로 나오며 참석한 모든 이들의 정신에 박혔다. 비스트맨들은 복종의 뜻으로 흐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전사들은 앞으로 나서서 곧 벌어질 유혈사태를 막은 나에게 적의를 품으면서도 마지못해 복종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텔레마콘은 나를 보지 않았다. “너는 간섭할 권리가 없어, 레크잔두르.”

레오르도 같은 생각이었다. “내가 저놈을 죽이면, 저 예쁜 가면은 너 줄게, 카욘.”

나는 사크라멘툼의 빛나는 날로 그들 사이의 허공을 갈랐다.

“너,” 나는 텔레마콘을 불렀다. “너는 누군가를 대신해 결투할 수 없어. 이 투명한 장난질을 내가 모를 것 같아? 그리고 너,” 나는 검으로 자이두를 겨누었다. “나중에 내가 따로 부르지. 이 문제에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네 정신을 뜯어보겠다, 자이두 보로라스.”

나는 자이두와 레오르 사이를 보았다. “이제 너희 둘 다 물러서.”

자이두는 텔레마콘과 함께 물러나며 즉시 복종했다. 레오르는 그러지 않았다. 그의 턱에서 침이 반짝였다. 그는 핏발 선 눈으로 물러나는 그들의 형체를 지켜보았다. 체인액스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겁쟁이 새끼.” 그는 침을 흘리며 허튼 소리를 했다가 더 크게 내질렀다. 환호성의 합창이 또 한 번 일어났다. 나는 레오르의 견갑을 잡아 그를 옆으로 끌어당겼다.

이 멍청한 새끼야.

그는 내 날카로운 침묵의 목소리에 주춤하고는, 내게 욕설하며 쏘아붙였다. “내 머릿속에서 나가.”

“이 멍청한 새끼야.” 나는 이번에는 큰소리로 말했다.

우리 위에서, 울티오가 수조 속을 부유하고 있었다. 그녀의 알몸은 인공자궁의 양수 속에서 실루엣을 형성했다. 신타그마 몇 대가 근처에 서 있었다. 그녀가 지휘하는 이 전쟁 로봇들과 의식이 노예화된 사이보그들은 전신이 무기로 빼곡했다. 인간과 돌연변이 선원들은 그녀의 기계 집행관들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를 섬기는 비스트맨 씨족들에게 신타그마는 배의 영혼을 섬기는 기계 천사들이었다.

레오르는 강철 이빨을 드러냈다. 그의 얼굴은 경련하고 있었다. 특히 고통스러웠던 한 번의 경련에 심장이 두 번 뛸 동안 그의 한쪽 눈은 감겼고 입은 비뚤어졌다.

“나를 가르치는 거냐, 이 꼰대 새끼야? 비명 지르는 가면무도회는 내 전사들에게 네가 죽이지 못한 좆같은 다라벡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냈어. 자이두는 운이 좋은 거야. 내가 타이라쿠스에서 놈을 죽여버리는 대신 아바돈한테 호소했으니까.”

운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아바돈이 통합을 고무하는 방법 중에는 우두머리와 장군들 간의 언쟁과 결투를 지켜보며 그들이 기분에 따라 서로를 죽이도록 놔두지 않는 것도 있었다. 미세한 손길이었으나, 그가 혼란스러운 우리의 삶에 법칙을 강요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였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그의 군주다운 의도가 감탄스러웠다.

“자이두는 너를 낚은 거야.” 나는 레오르에게 말했다. “어떻게 그걸 못 알아챘는지 모르겠군.”

“알고 있었어.” 레오르는 이빨 사이로 침을 빨아들였다. “나는 장님이 아니야. 그 노스트라모 개새끼, 놈의 염통을 뽑아다가―”

“그 도전이 받아들여졌으면 어떻게 됐겠어?” 나는 끼어들었다. “텔레마콘이 자이두 대신 싸웠겠지. 에제카일이 내게 행동하라고 명령하지 않았으면 넌 지금 나한테 설교나 듣는 대신 가면 쓴 대공의 칼에 꽂혀 있었을 거야, 형제여.”

“차라리 결투가 낫겠군.” 레오르의 뺨에 고통스러운 경련이 또 다시 일자 그의 왼눈이 비뚤어지며 감겼다. 분노가 내 여섯 번째 감각에 불쾌한 숨결처럼 닿으며 여전히 그에게서 물결쳤으나, 이제는 빠져나가는 물살처럼 약해지고 있었다. “가면 쓴 대공.” 레오르는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하! 놈을 박살내겠어.”

나는 놀라서 몇 초 간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진심으로 자신의 말을 믿고 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자신이 텔레마콘을 이길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것이 분명했지만, 레오르는 진정하고 있었다. 좋았다. 지금은 그것이 필요한 전부였다. 나는 몸을 돌려 모리아나를 찾았다. 그녀는 내 루브리카이에게서 빠져나와 앞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 주변의 군중들에게 어두운 평온함이 퍼져나갔다.

이 홀로 증강받지 않은 인간은 돌연변이와 괴물과 전사들을 지나쳐 아바돈에게로 걸어갔다. 우리는 마법에 걸린 듯 그녀를 지켜보았다. 수많은 내 형제들의 얼굴에 놀라움이 역력했다. 더 우월한 자들이 흘리는 피를 보는 것보다 더 즐거운 오락이 없어서 주인들에게서 유혈사태가 터지길 열렬히 바라던 돌연변이들과 울부짖는 비스트맨들도 침묵에 빠졌다.

모리아나는 아바돈의 상단 토대로 걸어갔다. 괴물과 돌연변이와 유전-강화된 전사들의 군세 사이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꼿꼿하게 당당하게 섰다. 그들 중 가장 작은 자조차 여전히 그녀 위로 우뚝 서 있었다.

“에제카일 아바돈.” 그녀가 고개를 들어 아바돈과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얘기 좀 할 수 있겠소?”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등장에 전혀 놀라지 않은 그를 결코 잊지 못하리라. 그가 눈으로 추방되기 전부터 그녀를 알았는지, 그녀를 예상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그의 앞에 선 순간 그의 눈에는 놀라움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안다. 어쩌면 너무 지쳐서 반응하지 못한 것일지도 몰랐지만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그날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의 현자와 예언자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지껄여왔던 운명일지도 몰랐다.

“말해봐라.” 아바돈은 발톱을 흔들어 그녀에게 명령했다.

모리아나는 말했다. 이미 XVI군단의 묘지 세계에서 나와 아무라엘과 텔레마콘에게 했던 말을 한데 모인 내 형제자매들에게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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