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The First Heretic, 전장은 잠깐 침묵에 잠기고 -3-

리만러스(222.110) 2024.01.25 17:38:51
조회 303 추천 13 댓글 3
														

7ceb8372bc8b6df439ee98bf06d604031330f51aecd2c6ef5560


아르겔 탈은 소름이 끼쳤다.


공포라니요?”


+프라이마크께서 직접 말씀하신 단어네. 미리 말해두지만 내가 적은 것이 아니야+


에레부스는 옆에 있던 또 다른 시체를 발로 밀며 말했다. 미약한 숨결이 복스 그릴에서 새어나오자 채플린은 망설임 없이 칼을 꺼내 처형을 시작했다. 피가 칼날을 타고 질척한 진흙 위로 떨어져 스며들었다.


+군단은 새로운 신앙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했던 적이 없네. 우리는 전사이자 철학자이기도 하지. 다른 군단은 비웃겠지만 우리는 그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신들께서 그들의 숭배와 신앙을 우리의 고대 문화 속에 녹이셨고, 그 씨앗을 직접 심으셨다는 것은 명백하다네. 옛날 교단들이 답을 구하려 우러러 보았던 공허 속 별자리들이란 말일세. 우리가 옛 방식이라고 부르던 것이 바로 그 씨앗인 셈이지. 대다수는 이에 동의했지만, 몇몇은 진실에 저항했다네+


일부가 저항했다라...”


불편한 생각이 아르겔 탈의 척추를 타고 올라와 손끝을 간지럽혔다.


설마 숙청이 있었던 겁니까? 군단 내부에서 숙청 작업이 이루어진 건가요?”


에레부스는 답을 하기 전에 잠시 뜸을 들였다.


+군단의 모두가 제국에 등을 돌리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었네. 그들은 안정이 힘이라고 믿었어. 정체가 아니라 보존이라고 믿었지. 실상은 침체와 쇠퇴였다는 것을 모르고. 이제 군단 안에서 망설이는 자는 없네+


그랬구나. 결국 군단 내부에서도 동료들을 죽이는 일이 벌어졌군. 다른 군단이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랐다. 아르겔 탈은 무겁게 한 숨을 쉬었다. 물어보지 않으려 했지만 터져나온 의문을 참을 수 없었다.


몇이나 죽었습니까?”


+충분히 죽었지. 군단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만큼+


대답하는 에레부스의 목소리도 무거웠다.


+물론 신앙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다른 군단에 비하면 극소수지. 허나 충분히 많은 피를 흘린 것도 사실이네+


둘은 새까맣게 불타버린 선 오브 호루스 군단의 라이노 주변을 걸었다. 무엇에 피격되었는지 차체가 완전히 파괴되어 마치 주먹에 맞아 이빨이 모두 깨진 턱을 떠올리게 했다. 에레부스가 안쪽을 들여다보자 운전수의 시체가 보였다. 깨진 파편이 얼마나 강하게 덮쳤던지 연녹색 파워아머 곳곳이 파편에 꿰뚫려 있었다.


+내 착각이 아니라면 질문이 아직 남은 모양이군. 물어보게+


아르겔 탈은 턱을 긁었다. 그 행동은 지금 정신이 온전히 자기 것인지 확인해보려는 행동이기도 했다. 적어도 지금 자신의 몸은 온전히 아르겔 탈이 지배하고 있었다. 허나 그 시간은 길지 않을 터였다. 영혼 속에 똬리를 튼 악마는 언제고 다시 깨어날 것이다. 조금만 정신을 집중해도 악마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쿠스토데스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살려두려고 긴 시간 동안 떠돌아 다녀야 했습니다. 판의 의식 덕분에 여태까지 발을 묶어둘 수 있었습니다. 에레부스 경. 언제까지 더 살려둬야 합니까? 우리는 프라이마크와 함께 하지 못해 고통 받고 있단 말입니다.”


+그건 군단원들 모두가 느끼는 바가 아닌가. 자네뿐만이 아니네+


틀렸소. 우리는 갈 보르박이오. 우리는 스스로의 영혼을 바쳐 프라이마크께 진리를 가져다 드렸단 말입니다. 난 우리가 응당 받았어야 할 영광이나 명예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마크와 떨어져 유배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할 뿐이지요.”


에레부스는 라이노와 그 밑에 깔린 두 명의 살라맨더 군단원들을 지나쳐 계속 걸었다.


+자네는 코르 파에론과 내가 다시 프라이마크의 신념을 불태우기 전까지 그분께서 품고 계신 의심을 투영하는 역할이었네. 우리는 그 동안 군단이 점령했던 모든 행성들, 그러니까 그들의 옛 전통을 간직하도록 허락한 곳들을 방문했었네. 그 세계들을 여행하면서 로가께서는 마침내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열정을 새롭게 불태울 수 있게 되셨지+


그럼 우리는 왜 그 동안 복귀하지 못한 것입니까? 쿠스토데스를 침묵시키려는 자판의 의식은-.”


+그 의식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네. 몇 주 동안의 회담 끝에 내가 계획한 의식이었으니까. 판에게 알려준 것은 그 이후라네. 구절이 읊어지는 매 순간마다 계속 개선되고 있지+


구절을 읊는다느니, 마법 주문을 외운다느니. 결국 요술이 아닌가. 아르겔 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단어만 들어도 소름이 끼쳤다. 언덕 근처에 이르자 그 너머로 거대한 화로가 불꽃을 날름거렸다. 필시 사체들을 태우고 있는 것이리라. 그 옆으로는 선 오브 호루스 군단이 다른 하등한군단들을 깔보기 위해 세운 거대한 플랫폼이 자리를 잡았다. 아르겔 탈과 에레부스는 곧 관심을 끊었다.


+자네가 머뭇거리고 있음을 잘 아네. 내가 말해볼까? 자네는 그들을 딱히 죽일 생각이 없어. 어설픈 거짓말쯤은 손쉽게 알 수 있지+


맞소. 난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함께 전장을 누비며 가까워졌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다만 내가 그들과 친분이 생긴 것과 그들을 공식적으로 살려뒀어야 하는 사실은 다른 문제입니다. 난 그 이유를 알아야겠소.”


그의 대답에 마침내 채플린이 인정했다.


+내가 그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네+


어련하시겠소. 하지만 왜 그들이 필요하지요?”


아르겔 탈이 빈정거렸으나 에레부스는 개의치 않았다.


+왜냐면 그들의 존재 그 자체 때문이야. 다시 만들어질 수는 없으나 복제는 가능한 생명체를 떠올려보게. 세상에는 완전한 것이 없으므로 당연히 복제되는 과정 역시 그러할 테지. 그렇다면 그 생명체는 수많은 복제를 거치며 영생을 이어가겠으나 시간이 흐르고 세대를 거치며 점차 약해져 갈 것이야. 우리 인류가 바로 그러한 생명체라네. 황제가 20명의 프라이마크들을 빚었고 다시 그 프라이마크들로부터 우리 아스타르테스가 만들어졌지. 그러니 황제는 우리에게 단순한 창조자나 시조가 아니야. 우리의 할아버지이기도 하단 말이네+


아르겔 탈은 고개를 끄덕이며 에레부스가 말을 끝마치길 기다렸다. 이렇게 잠자코 설명을 듣고 있자니 예전 기억이 떠올라 미소를 참기 어려웠다. 과거, 그들이 아직 선생과 학생, 스승과 제자이던 시절의 날들이 생각났다.






그간 바빠서 못 왔다.


이제 마지막까지 달린다.

추천 비추천

13

고정닉 3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300286 일반 The First Heretic, 완역 후기 [17] 리만러스(222.110) 02.15 621 48
300284 번역 The First Heretic, 에필로그 [5] 리만러스(222.110) 02.15 476 19
300135 번역 The First Heretic, 끝내지 못한 편지 [3] 리만러스(222.110) 02.14 322 14
300116 번역 The First Heretic, 순례자의 종언 -6- [4] 리만러스(222.110) 02.14 188 11
300110 번역 The First Heretic, 순례자의 종언 -5- [2] 리만러스(222.110) 02.14 264 12
299868 번역 The First Heretic, 순례자의 종언 -4- [3] 리만러스(222.110) 02.12 253 13
299304 번역 The First Heretic, 순례자의 종언 -3- [3] 리만러스(222.110) 02.09 194 11
298602 번역 The First Heretic, 순례자의 종언 -2- [2] 리만러스(222.110) 02.06 152 11
297873 번역 The First Heretic, 순례자의 종언 -1- [2] 리만러스(222.110) 02.02 157 12
297663 번역 The First Heretic, 전장은 잠깐 침묵에 잠기고 -5- [2] 리만러스(222.110) 02.01 162 10
297381 번역 The First Heretic, 전장은 잠깐 침묵에 잠기고 -4- [2] 리만러스(222.110) 01.30 134 8
번역 The First Heretic, 전장은 잠깐 침묵에 잠기고 -3- [3] 리만러스(222.110) 01.25 303 13
292890 일반 스울 잡썰 [15] 리만러스(39.123) 01.07 1815 37

게시물은 1만 개 단위로 검색됩니다.

갤러리 내부 검색
글쓴이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