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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he First Heretic, 순례자의 종언 -4-

리만러스(222.110) 2024.02.12 16:49:21
조회 253 추천 1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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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을 다한 건쉽은 옆으로 누운 채였다. 불에 타고 포격에 찢겨나가 원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파편이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었고 하나 남은 엔진은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볼 수 없었을 검은 연기를 간헐적으로 내뿜었다. 전체적으로 라이징 썬은 지면에 추락한 뒤 약 100여미터를 미끄러지다가 파괴된 도시의 성벽에 부딪혀 멈춘 모양새였다.


역사에 묻혀 과거 속으로 사라진 문화를 보존하고 있던 그 성벽은 썬더호크와의 충돌로 산산히 무너져 내렸다. 돌 무더기들이 썬더호크의 기체를 때리며 그 모독에 대해 마지막으로 항의했다. 이스트반 V의 해가 떠오르며 점차 하늘이 밝아졌다. 특별할 것 없는 태양이 지평선 끝에서 노랗게 타올랐고, 대륙의 다른 한 쪽 끝에선 시체들을 태우는 화장터가 끊임없이 열기를 토해냈다.


전사는 입을 벌려 여명의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여전히 기름 타는 냄새가 났다. 그의 진홍빛 형제들은 기체 주변을 수색하여 사냥감이 빠져나간 흔적이 있는지 조사했다. 그들 뒤로는 타고 온 드랍 포드가 여전히 뜨거운 증기를 내뿜고 있었다. 자'펜이 주위를 둘러보다 말했다.


+멀리 가지 못했을 게야. 분명히 이 근처에 있을 것이다+


그의 옆에는 말노르가 몸을 꿈틀거렸다. 뾰족한 이빨이 난 그의 입에서는 맹독 침이 쉴 새 없이 떨어졌다. 변이한 토르갈은 마치 뒤틀린 영장류처럼 생겼다. 그는 뼈로 만들어진 낫처럼 바뀐 그의 손을 열심히 움직여 썬더호크 기체에 갈고리처럼 걸고 위로 올라갔다. 눈이 멀어버린 그가 기체에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았다.


아르겔 탈도 기체의 몸통 부분으로 재빨리 다가갔다. 날카로운 손톱들이 오므라들었고, 다시 펴졌을 땐 맹금류나 파충류의 것을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바뀌어 있었다.


11명의 갈 보르박 대원들은마치 사막을 누비는 승냥이 떼처럼 썬더호크를 둘러싸고는 코를 킁킁 거리며 자신들의 사냥감을 수색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의 추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침내 진홍의 군주께서 오셨군. 자기가 배신한 동료들에게 잘도 본모습을 드러냈어+


아퀼론의 목소리에는 한 조각의 진심도 담겨있지 않았다. 커스토디안 가드들은 부러진 날개로 그늘진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저마다 무기를 느슨하게 쥐고 있었다. 분명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여기서 승리한다고 해도 임무를 완수할 수 없을 텐데도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비록 아머 군데군데가 부서지고 금이 갔지만 그들의 걸음걸이며 당찬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갈 보르박이 거리를 좁혔다. 그 진홍색 포위망 중심에 선 세 명의 황금빛 전사들은 등을 맞대고 섰다. 쿠스토데스는 황제의 충복임을 상징하는 은빛 칼날과 황금색 갑옷 위에 새겨진 제국의 쌍독수리 문양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20개의 아스타르테스 군단 중 오직 엠페러스 칠드런 군단만이 자신들의 갑옷에 아퀼라 문양을 새겨 넣을 수 있는 영예를 얻었다. 그러나 한때 고결하며 끝 모를 영광을 차지했던 3군단은 이제 워마스터의 핵심 전력이 되어 있었다.


허나 같은 아퀼라 문양을 입었다고 해도, 커스토디안 가드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이들은 인류의 주인을 모시는 친위대이자 황제 말고는 다른 것을 따를 줄 모르는 이들이었다.쿠스토데스는 심지어 황제의 아들들이라는 프라이마크보다도 아퀼라 문양을 즐겨 사용했다.


쿠스토데스의 아퀼라 문양은 순은으로 제작되었으며 각각의 발톱은 번개 줄기를 꽉 잡고 있는 모양이었다. 일찍이 제국의 그 어떤 이도 이만한 영광을 얻은 적이 없었다. 황제의 문양을 두 개나 가진 집단이 제국 역사에 존재한 적이 있던가? 황제의 수족인 이들 쿠스토데스를 제외하면 단연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사냥꾼들이 천천히 다가왔다. 가장 앞에 서 있던 아르겔 탈은 쿠스토데스가 아직 사격하지 않았다는 점을 깨닫고는 잠시 멈췄다. 어쩌면 오토마톤과 싸우느라 탄약을 소진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들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이 싸움을 깔끔하고 명예롭게 마무리 짓고 싶을 수도 있겠지.


+네놈은 시레니를 죽였어+


아르겔 탈이 걸걸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입을 열 때마다 산성침이 이리저리 튀었다. 아퀼론이 조용히 검을 들어 아르겔 탈을 가리켰다.


+난 군단의 죄를 목격하고도 이를 숨긴 반역자를 처단했을 뿐이네. 그런데 황제폐하께 맹세코, 그대는 어떻게 된 건가? 인간이라기 보다는 악몽 속 괴물이 된 듯 하군+


+우리는 진리다! 우리는 갈 보르박, 신들께 선택 받은 전사들이다!+


자'펜이 소리쳤다. 대화하는 동안에도 갈 보르박들은 점점 거리를 좁혀왔다. 그들이 빠져나갈 구멍은 시시각각 줄어들었다. 아퀼론이 믿기지 않는다는 어조로 말했다.


+스스로를 돌아봐라. 너희는 황제 폐하가 꿈꾸셨던 인류의 이상향을 저버렸어. 그것도 모자라서 인간이라는 꼬리표마저 떼어냈단 말이더냐+


+우린 인간이 아니다!+


아르겔 탈이 입을 쫙 벌리며 포효했다.


+우린 결코 인간이었던 적이 없어! 단 한 순간도 인간이었던 적은 없었다! 녀석들은 우리를 수많은 거짓말로 가족들 품에서 떼어냈어. 그리고는 영원이 끝나지 않을 전쟁에 내던졌다. 이 진리가 감당하기 쉬운 줄 아나? 우리를 봐. 우리를 보란 말이다! 인류는 신들을 받아들여야 해. 아니면 무로 돌아가는 선택 밖에는 남지 않았어! 우리는 제국이 불타는 것을 목격했다. 수많은 종족이 멸망하는 것도 봤지. 우리가 본 것은 현재 진행 중이었지만 마치 과거에 일어났던 일처럼 명확해. 이 우주를 구성하는 삶의 순환은 목 마르고 웃음을 터뜨리는 신들의 소유물이 되어 버렸단 말이다+







다들 설 잘 보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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