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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파묻힌 단검 - 4장 (1)

톨루엔환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21 21:30:35
조회 238 추천 12 댓글 4
														

4장

월식

전령

잠에서 깨어난 자


테라의 최고봉을 짙게 드리운 깊은 밤, 황궁으로 돌아온 루비오는 자신이 타고 있던 왕복선을 멈춰 세워 수색을 하지도 않고 바로 내부로 진입시킨 아뎁투스 쿠스토데스를 보고 의심을 품게 되었다.


절차를 어긴 상황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나이트 에런트의 권한은 모두 정해진대로 올바르게 이루어지고, 선택받은 자일지라도 로갈 돈 프라이마크가 테라 전역에 도입한 삼엄한 보안 규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지금처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자는 거의 없으니, 이는 단 한가지만을 의미했다.


산성 열대우림의 끝자락에서 통신 없이 준궤도 비행으로 돌아와도, 인장관은 루비오의 귀한을 예상하고 길을 미리 비워둔 것이다. 


비좁은 조종석에 몸을 기댄 전사는 말없는 서비터 조종사의 어깨 너머로 글자가 흐르는 홀로리틱 모니터를 보니, 이들은 동부 제3 착륙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루비오는 자신의 의심이 확증되는 순간 미간을 찌뿌렸다. 그곳은 말카도르의 성탑으로 직접 연결되는 격리된 착륙장이다.


착륙 후 왕복선의 엔진의 꺼져가는 소리가 청원자의 도시와 황궁에 울려 퍼지자, 루비오는 작은 함선의 경사로를 내려와 회색 갑옷을 입은 선택받은 병사들의 무리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이들 사이에는 대화나 설명도, 루비오에게 길안내도 필요 없었다. 병사들은 그저 연결 복도를 건너 은은히 빛나는 보이드 쉴드 장막을 통과하는 군단병들과 발걸음을 맞추고 있었다. 


황궁의 견고한 방어막 아래에 자리잡은 말카도르의 사유 공간에도 단순한 에너지 무기와 물리적 충격을 능가한 힘을 막는 2차 보호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루비오는 자신의 감각 한구석에서 또 다른 힘을 느끼고, 탑의 장식 조각과 화려한 건축물에 은밀히 새겨진 반투명 룬을 보았다. 인장관이 아무도 이해 못하는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렇게나 가까이서 보니 그분의 힘에 바닥이 있을지 호기심이 샘솟는다.


현관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루비오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먹구름빛 파워 아머를 두른 형체를 보았다. 저 그림자 속에 숨겨진 음울한 상처투성이 얼굴. 나이트 에런트 단원인 건 확실하지만, 저 기운과 모습은 사이커에게 낯설었다.


'이곳에 기사단원이 몇명이나 있을까?' 루비오는 이 답을 알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병사들은 평소처럼 조용히 거대한 문 앞에 멈춰 섰다. 루비오는 속삭이는 전자파 소리를 내며 미끄러지듯 열린 문으로 커다란 장서관으로 들어갔다. 옆 문들이 기억술 태블릿, 데이텀 구슬, 두루마리, 무거운 고문서들이 꽂힌 책장으로 가득한 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기이하게도 수많은 책장들에는 물건을 치운 틈새가 있었고, 루비오는 검은 책들을 골라내는 인간 형태의 메카노이드를 보았다. 은빛 피부의 로봇은 책들을 하나씩 꺼내 등에 짊어진 운반통에 담고 있었다.


“내 수집품 몇개 정도를 옮기는 중이네.” 말카도르가 강연을 하듯 말했다. 루비오는 푹신한 긴 벤치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라갔다. 땅에 박힌 창처럼 단단히 서있는 지팡이 위에서 주변을 비추며 타오르는 플라즈마 불꽃 속에서 강철 독수리가 고고히 앉아있었다. 인장관은 고개를 들자, 들고 있던 데이터 슬레이트의 전원을 끄고 근처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더 안전한 곳으로 보내려고 한단다.”


“테라에 황궁보다 더 안전한 곳이 있단 말입니까?” 루비오는 책장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책등에 적힌 제목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을 찌뿌렸다. 모르는 언어라기 보다는 글자라는 인상만 겨우 드는 흐릿하고 일그러진 모형에 더욱 가까웠다.


“없지.” 말카도르는 동의하며 책을 가리켰다. “자세히 보지 말게나. 저 책에 걸린 주술은 무지한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니 말이네.” 인장관은 어렴풋이 잔혹한 기미가 담긴 미소를 지었다. “가장 큰 도서관에 온 사서인데도 읽지 못한다니, 이 어찌나 비극인가.”


짐을 한가득 짊어지고 작업을 마친 메카노이드는 발 밑에 숨겨진 바퀴를 작동시키고 두 사람만을 남겨둔 채 재빨리 달려나갔다. “금지된 지식이라, 독재자들이 늘 하는 말 아닙니까? 아랫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을 배워서 자신의 지배력에 저항하는 걸 막는 상투적인 것 말입니다.” 루비오가 말했다.


후드에 가려진 말카도르의 미소가 굳어갔다. “내 위치에 선다면 보통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 될 것도 있다는 걸 자네도 알게될게다.”


“그런 보통과 특별의 경계는 누가 정합니까?” 그러자 루비오는 자신의 정신을 억누르는 인장관의 잔잔한 텔레파식 탐침을 느꼈고, 이마저도 간신히 감당해낼 위력이었다.


“언젠간 자네가 하게 될거네.” 말카도르가 말하며 고개를 돌리자, 루비오는 이제서야 근처 탁자 위에 놓인 벨벳 가방을 알아챘다.


가방 위에는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은화 몇 닢이 놓여있었다. 루비오는 다가가서 동전을 집어 들고 싶은 갑작스러운 충동을 느꼈으나, 이 욕망을 무시했다.


“무슨 일로 왔느냐, 루비오?” 말카도르가 물었다. 인장관은 당연하게도 답을 알고 있었지만, 전사의 대답을 듣고 싶었다. 


루비오는 숨을 고르고는 말리다 지다시안과 가로의 명령에 의해 자신과 다른 기사단원들이 정글의 야영지로 가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그곳에서 발견한 것들과 구출한 생존자들, 그리고 요툰의 희생에 대해 말했다.


인장관은 마지막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그 이는 자네와 많이 닮았지.” 그가 루비오의 설명을 끊고 말했다. “쉽사리 굽히지 않는 자네.”


“그 사람은 저를 코이오스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느냐?”


“저는 그 이름을 모릅니다.”


말카도르는 동전을 내려다보았다. “아직은 모를걸세.” 루비오는 인장관의 모호한 화법에 지쳐 턱을 다물었지만, 후드를 쓴 노인이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기사단원들을 백산으로 보냈구나. 논리적인 결정이네. 자네가 내게 말했다면 나도 똑같은 명령을 내렸을테지.” 인장관은 루비오를 냉담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자네는 스스로의 뜻대로 움직였으니, 변명조차 할 수 없는 일이네.” 말카도르가 몸을 세워 얼굴을 후드의 그림자 속으로 감췄다. “나타니엘의 나쁜 버릇을 물려받은게야. 이를 용납하지 아니 하겠다.”


루비오는 인장관의 거대한 사이오닉 영혼에 위축되지 않았다. “당신께 제 행동을 설명하려 황궁으로 돌아온 겁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 여정이 헛된 짓인가 싶습니다. 납치된 침묵의 자매 분들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긴 합니까? 알아도 저희가 너무나 보통 사람들인지라 밝히지 않는 겁니까?”


“아니란다.” 말카도르는 가볍게 진심에서 우러나온 웃음소리를 내었다. “루비오야, 실은 나도 모르겠구나.” 그는 한숨을 쉬었다. “흥미로운 일이네.”


새근거리는 문 소리를 들은 루비오는 더욱 많은 책을 옮기려 들어오는 은색 메카노이드를 예상하고 고개를 돌렸으나, 말카도르와 비슷한 로브를 입은 모래빛 피부와 보라색 눈, 가는 팔다리를 지닌 너무나도 익숙한 사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새로 온 남자는 루비오를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그를 알아보는 기색은 없이 군단원의 눈빛에 대한 두려움만이 느껴졌다. “아마섹... 가져왔습니다.” 그가 멈칫거리며 말했다.


“고맙네, 엘.” 말카도르는 그를 가까이 부르자, 엘은 루비오에게 넓은 자리를 내어주며 우아한 병과 와인 잔 두개가 올려진 은색 쟁반을 들고 탁자로 다가왔다. “잠시 후에 계속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인장관이 덧붙였다.


루비오는 그 남자를 노려보았다. 군단원은 며칠 전 이 남자가 원초적인 공포에 휩싸여 찢겨 나간 순간을, 지금은 두 발로 멀쩡히 서있을지라도 똑같은 사람이 독수리의 길에서 몸을 던져 죽은 광경을 봤었다. “당신이 엘 윈터군요.” 루비오가 천천히 말했다.


남자는 쟁반을 내려놓고 말카도르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그렇습니다. 기사분을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그때 죽었지 않았습니까?' 루비오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려 했지만, 인장관이 고개를 미묘하게 젓자 그대로 침묵이 되었다.


“내게 줄 게 있으니 이 곳에 온게 아니겠느냐.” 말카도르가 간결히 말했다. “그럼 시작하자꾸나. 날이 갈수록, 워마스터가 가까워질수록 시간은 낭비해선 안 될 자원이니 말이네.”


루비오는 벨트 주머니에서 녹음용 철사를 꺼내 말카도르에게 건냈다. 인장관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철사 한 묶음을 살펴보더니, 방금까지 쓰고 있던 데이터 슬레이트에 연결해 재생했다. 


“호루스,” 혼란스러운듯한 숨 가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라, 말카도르. 위하여. 평화를 위하여.” 워마스터의 이름이 언급되자 윈터는 순간 몸을 움츠렸지만, 말카도르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그는 녹음 기록을 두 번 들은 후 마침내 철사를 꺼냈다.


“드디어.” 그가 중얼거렸다. “언젠간 이런 말이 나올 거라 예상했지만, 내용이...” 말카도르는 마른 웃음을 지으며 윈터를 힐끗 쳐다보았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엘? 걱정하지 말고 한번 말해보거라.”


“처음 떠오른 생각은 분명 어리석게 들리겠지만,” 그 사내가 후회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말해보겠습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마치... 휴전 협상처럼 들립니다.”


“평화를 위하여.” 말카도르가 되뇌었다. “그런 일들을 기억하려면 역사 깊이 파헤쳐야되지.”


“호루스 루퍼칼이 보낸 전갈이라면 확실한 점이 있습니다. 이건 일종의 함정입니다.” 루비오가 말했다.


“그럴수도 있네.” 말카도르가 손을 뻗자, 소리 없이 손아귀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검은 무쇠 지팡이에 몸을 기대며 일어섰다. “그러니깐 당연히 직접 가서 봐야 하느니라.”


루비오는 팔짱을 꼈다. “그럴려고 데이터를 가져온게 아니란 말입니다. 전-”


“경고하러 온거지. 고맙네.” 말카도르는 손사래를 치며 루비오의 말을 묵살했다. “대신 자네가 의도한 역을 해냈더구나. 톱니바퀴는 돌아가고...” 그는 손가락으로 원을 그렸다. “시계가 울릴지어다. 시간이 다가오고 있단다.” 그는 한숨을 쉬며 잠시 눈을 감고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시간이 더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이 모든 조짐들이 보이고 있구나. 반역자들이 행동을 취하고, 우리 가운데 독사들이 요동치고 있네.”


“황궁을 떠나시면 안 됩니다.” 루비오가 주장했다. “나가신다면 돈 전하께서 제 목을 칠 겁니다.”


“로갈에게는 이미 고민 거리가 많네.” 인장관이 윈터에게 말했다. “엘, 당장 떠날 수 있게 개인 왕복선을 준비해주게. 루비오와 나는 갈 곳이 있단다.”


윈터는 눈을 깜빡였다. “목적지는... 어디로 설정할까요?”


“백산으로.” 루비오는 마치 다른 사람이 자신의 입을 빌려 말하는 듯 대답했다.







말카도르의 대사가 이상하다면 죄송합니다! 권위가 살짝 느껴지면서도 옛스러운 할배 대사는 내 능지로는 못쓰기 때문이다!


모타리온의 Pale King이라는 호칭을 보고선 모타리온이 lord라고 불리는 건 죄다 전하로 퉁치고 말투도 살짝 권위적인 틀딱 느낌으로 번역하려고 했는데 말카도르와 너무 겹친다 내가 무식해서 차별화도 못하는 중임


그런데 워해머에서 아저씨와 틀딱 캐가 한둘이어야지 애에미~ 일단 말카도르는 파서낙스 생각하면서 번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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