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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10:i 너무 늦은 것은 없다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24 12:04:29
조회 1022 추천 39 댓글 10
														

10장 : 모든 것이 끝날 곳(HERE IS WHERE IT WILL END)


10:i 너무 늦음은 없다



마술사는 몇 번씩 거듭 카드를 정렬하지만, 똑같은 해석이 나올 뿐이다. 수집실 위에 드리운 어둠이 너무 짙어, 마치 지금 넷이서 탁자 위의 빛 하나로 밤을 밝히는 작은 천막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빛마저도 희미해진다. 수집실의 다른 공간들은 이제 어둠 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 수준이고, 아직 남아 있기는 한지도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모두가 탁자 주위에 모인 채 지켜본다. 아흐리만은 약탈자의 패를 뒤집은 이래 레오노멀(Leonormal, 피어포인트, 지커 스타일(Zeeker’s), 트리온티, 미탈리티, 로셰 엑세게시스(Roche Exegesis)까지 수많은 스프레드 방식을 분석했다. 또한, 알아볼 수 있는 대칭이나 패턴이 없고 전혀 의도적인 배열을 찾을 수 없는 추상적인 배열까지 수 차례에 걸쳐서 늘어놓았다.


매번 결과는 동일하다.


악마, 악마, 악마, 악마…


“왜 이런 반복이 거듭되는 것입니까?”


신더만이 묻는다. 유일하게 남은 의자를 끌어당겨 일단 임시로나마 아흐리만과 얼굴을 마주한 신더만은 뒤집히는 카드를 응시한다. 그 얼굴에는 아직 두려움이 엉겨 있다. 프로스페로의 주술사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그들이 지금 처한 총체적 상태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학술적인 호기심에 집중하면서 다소 완화된 채다.


“읽어낼 수 있는 결과가 그것뿐이기에 그렇지, 키릴 신더만.”


아흐리만은 부드럽게 쉿쉿거린다.


“그대가 하신 일은 아니겠지요?”

“물론 아닐세.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지금껏 카드를 통해 갖가지 술수를 보이는 모습을 보이셨지 않습니까.”


신더만은 대꾸하며 카드 중 하나에 손을 뻗는다.


“안 된다.”


아흐리만이 끊는다.


“해석에 방해가 되는 것인지요?”


불안한 듯 손을 빼며, 신더만은 아흐리만을 올려다본다.


“그걸 건드리면 죽게 될 것이다.”


아흐리만이 대꾸한다. 유령 같은 육신 아래, 그의 두개골이 번득인다.


신더만은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하지만, 만약에 저 해석 자체가 카드를 바꾸고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 것입니까?”


신더만이 묻는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벌어진 죽음과의 가벼운 접촉 앞에 몸이 떨린다.


“이 회로판은 분석을 위한 객관적인 도구지요. 그 해석 자체는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해석된 내용이 카드를 바꾸는 것인지요?”

“자네들의 문명이 그런 것을 배우기에는 좀 늦은 시간인 것 같군.”


아흐리만이 다시 카드를 섞으며 답한다.


“너무 늦은 것은 없지요.”


신더만이 강변한다.


아흐리만은 어깨를 으쓱인다. 그의 깊은 눈구멍에서 푸른 등불이 일렁인다.


“그러면 설명해 보도록 하지.”


아흐리만이 입을 연다.


“우리는 지금 워프 안에 있다. 그리고 워프 안에서는, 선형적인 구성이 무의미하지. 이전과 이후라는 개념은 없다. 결과가 원인을 빚어낼 수 있다는 거지. 무엇이 읽히고 있는지에 따라, 의미가 바뀔 수 있다는 거다.”


아흐리만이 다시 카드를 뽑아낸다.


“그러니까… 워프 안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입니까?”


마우어는 마치 그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묻는다.


다시 스프레드에 펼쳐진 악마를 내려다보며 아흐리만이 고개를 끄덕인다.


“조잡하게나마 설명하자면, 그렇다.”


아흐리만의 말이 이어진다.


“물질계와 선형적인 관점에서 설명하자면, 악마는 그것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죽을 수 있다. 일종의 되풀이지. 소용돌이이며, 스스로를 삼키는 우로보로스의 순환이다. 살아 있는 동시에, 살아 있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겠군.”

“악마는 어떻게 태어나는 것입니까?”


신더만이 묻는다.


“악마를 어-어떻게 주-죽일 것인지 물으실 줄 알았는데요?”


기록관이 어깨 너머로 웅얼거린다.


“그것도 궁금하긴 하지.”


신더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를 가로질러 마술사를 바라본다.


“답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자네들이 악마라고 부르는 것 말이네만, 키릴 신더만. 사실 그것은…”


아흐리만의 말이 끌린다.


“간단히 설명해 보지. 악마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아. 그저 놈들은 시작되고, 때로는 끝나버리네. 문외한 식으로 말하자면, 불생자들은 비물질계의 진동이라고 할 수 있다. 물질계에서 벌어진 부정적 사건에 반응해서 갑자기 초점이 맞춰지고 식별할 수 있는 형태를 갖게 된 존재들이지. 영원한 전체 속의 작은 부분이랄까. 부정적 사건의 예를 들면, 죽음이 있겠군. 종말. 타락. 학살. 슬픔. 고통… 격렬하고도 부정적인 감정적 진동을 발하는 사건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겠지.”

이곳에서의 살인 하나가 저곳에서의 악마를 하나 만드는 꼴이란 말입니까?”


신더만이 묻는다.


“뭐 우리는 모두 그 기준의 저곳에 있는 상태지만, 그렇다. 현실 공간에서 강력하고 폭력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워프 속에서는 거기 반응한 융합이 벌어지지. 녹아내린 덩어리를 자그마한 납제 플라스크로 떠내고, 그것을 빠르게 주형을 떠서 고형으로 식혀내는 것과 비슷하겠군. 그리고 벌어지는 범죄가 더욱 폭력적이고, 갑작스러우며, 가증스러울수록 그 응보는 더욱 강력하게 빚어지네. 그래서 가장 강력한 종류의 불생자들이 필요치 않음에도 행해졌던 일, 특히나 잔혹하거나 보복을 위한 행위로부터 태어나는 일이 잦지. 자네들이 예상치 못한 일이라 여겼거나, 혹은 충격적인 잘못이라고 여기는 행위가 가장 큰 메아리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군.”

“그러니까, 분노라고요? 잔혹 행위나?”


마우어가 속삭이듯 묻는다.


“그러하다.”

“그러면,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까?”


신더만은 회로판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가장 최근에 펼쳐진 카드 배열을 향해 손짓하며 묻는다.


“내 보기에는 말이네만.”


마술사가 답한다.


“무언가, 인간이 잴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난 사악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군.”





최종장, 시작.


이게 주말인데 올라왔다는 것은 내가 주말 당직 중이라는 뜻이지. 퇴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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