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룽니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대장간을 둘러보았다. 최초이자 마지막 대장간. 대장간은 천 년 전에 처음 불을 지폈지만, 단 한 번도 불이 꺼진 적이 없었다. 그가 이에 대해 어떤 말을 하더라도, 앞으로도 결코 꺼질 일 없을 것이다. 이 불꽃은 죽어가는 세계의 중심부에서 그가 최초의 지그마라이트 무기를 주조했던 불길 속에 있었다. 그는 미소 지으며 오랜 만족감을 만끽했다.

'내가 지그마를 어떻게 만났는지 말했던가, 발리?'

'수없이 말했지,' 발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룽니가 눈을 깜빡였다. '아. 음, 지그마는 좋은 녀석이야, 뭐가 됐든 간에. 조금 고집이 세고, 거칠긴 하지만, 지그마에겐 선한 면이 가득하지.'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잘나신 거미처럼 그런 곳의 중심부에 숨어 있는 그 녀석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 그놈의 내면에서조차 무언가 빛이 나고 있어. 난 그게 필멸자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필멸자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더라도 가능성에 짓눌려 있거든.'

발리가 침을 뱉었다. '세 눈의 왕은 오래 전에 필멸성에 관한 모든 권리를 잃었다. 이 렐름들이 존재하기도 전부터.' 그는 고개를 저으며 양손을 꽉 움켜쥐었다. '놈이 여기 모루 위에 머리를 박고 있고, 내 손엔 망치가 쥐어져 있다면 좋으련만.'

'그럼 그를 죽이겠나, 발리?'

'생각할 것도 없지.'

그룽니는 하인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며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발리의 친족이 태초의 종말이 오기 전 마지막 숙명의 날에 아카온에게 살해당했던 것을 떠올렸다. '만약 아카온도 새롭게 주조될 수 있다면? 그래도 그를 죽이겠나, 아니면 그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주겠나?'

발리는 고개를 저었다. '놈은 이미 녹슬었어. 놈도 놈의 동족들도 전부.'

'한참 녹슬었더라도, 가치가 있다고 하잖냐.'

발리가 코웃음 쳤다. '누가 그러는데?'

'그게, 나. 내가 말했지.' 그룽니가 한숨 쉬었다.

아쎄이 징집에 불가능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