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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후타바 워해머 공원 - 산불조심

꺼무트길리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5 09:55:24
조회 940 추천 23 댓글 7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24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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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워해머 공원의 북쪽에는 작은 뒷산이 하나 있다.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둘레길 산책코스로 이용하라고 있는 곳이다만,

본디 이 뒷산 주변에 부지를 세워 공원을 세운 것이기에 어쩌고보면 공원보다 더 오래 전에 존재하는 곳이다.

그 때문인지 자연환경이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던 것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라 더 자연스럽고, 산 특유의 풀내음도 상쾌하고, 나무들이 걸러주는 공기고 맑은지라 일반 시민들에게는 아침 산책로 코스로 애용되고있다.

특히 우거진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늘이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고 공기를 시원하게 만드는지라, 더운 날에 잠시 더위를 피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런 뒷산의 숲속에는 여러 작은 생물들이 살아간다.

나무들이 그늘로 가려주고 있기에 사람들이 잘 눈치채지 못할뿐,

그 녹색의 수풀과 나뭇가지 사이에서는 공원 조성 이전부터 존재해온 조그마한 생물들이 풀숲 사이를 거닐고 있을 것이다.

허나, 그런 뒷산의 나무들이 숨겨주는 것은 이제 그런 작은 원주민들뿐만이 아니니,

푸른 녹색의 나뭇잎들이 가려놓은 그 보이지 않는 사각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 그들 입장에서 거인들은 모르는,

다른 세상에서 온 침략자들이 벌이는,

끊임없는 정글(수풀) 속의 전쟁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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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제껴!! 싹다 조져버려!!!"
"Waaaaaaaagh!!!!"
"크르아아아아악!!!!"


북쪽 산맥(뒷산)의 삼림(수풀)의 한가운데에서 총성과 고함이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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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건이 빗발치는 소리와 다카와 대포의 폭음, 그리고 짐승들이 포효하는 소리,

거대식물들이 빽빽히 들어서있는 그 삼림의 한가운데에서는 격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글을 향해 오토캐논과 라스건을 끊임없이 쏴재끼는 웃통을 깐 마초적인 가드맨들,
그런 정글 사이에서 고함을 지르며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위장색을 칠한 오크들,
그리고 굶주린 채로 포효하며 곳곳에서 물밀듯이 밀려오는 키틴질 갑피의 괴수들,

지금 이 곳의 산맥의 삼림 한 구역의 재패권을 두고 카타찬 가드맨과 오크 코만도, 그리고 타이라니드 릭터 무리들간 삼파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말은 이랬다.

그들이 싸우고 있는 이 삼림(수풀)은 격전지(공원)의 북쪽 산맥(뒷산)의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차지해야 할 요충지 중 하나에 속했다.

일차적으로 일단 격전지(공원)를 돌아다니는 거대토착생물들이나 대괴수(일반인)들의 눈에 띄이지 않고 돌아다니기에 용이했고,
거대식물군이 과하게 빽빽하지 않아 물자 운송이나 병력 이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었는 데다가,
우거진 삼림 투성이인 산맥 곳곳과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있어 격전지의 북부 각지를 돌아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일 먼저 이 구역을 확보하기 위해 카타찬 정글 파이터 연대를 파견해 인류제국 원정군이었지만,

하필이면 굶주린 집단지성의 무리들 또한 활동 영역 확보를 위해 그곳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는게 문제였다.

무더운 기후와 끝없이 펼쳐진 정글로 악명높은 데스 월드에도 익숙해져 있는 카타찬들이었지만, 만만찮은 적응력과 위장능력을 가진 릭터들의 매복을 당해 교전을 시작,

그렇게 카타찬 연대와 타이라니드 릭터 무리의 대결구도로 가나 싶었더니, 어디서 또 마찬가지로 구역을 노리고 온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싸움의 냄새를 맡고 온 것인지 오크 코만도 무리까지 싸움에 끼어들어,

이렇게 제국vs타이라니드vs오크 삼파전으로까지 번져버린 것이었다.

그들이 발을 들이기 전까지만 해도 고요했던 삼림(수풀)은 폭음과 고함소리가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사방에서 나뭇가지조각과 그을린 나뭇잎이 날아다녔고, 선혈과 살점과 수풀 가지들에 튀었다.


"이런 씹-"
쿠당탕-


격전이 난무하는 삼림 한가운데에서 한 카타찬 가드맨이 튀어나온 오크 코만도의 기습에 중심을 못잡고 뒤로 넘어졌다.

가드맨과 오크 둘다 핏물 고인 흙탕물에 넘어졌고, 위에 올라탄 오크가 즉각 나이프를 들고 가드맨을 찌르려고 했다.


"뒈져라 휴미-?!"
푸욱-


허나 오크의 나이프가 가드맨의 심장에 닿는 일은 업었다.

가드맨의 나이프가 먼저 그린스킨의 목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니나 뒈져."
푸슉-


목에서 진균섞인 선혈을 뿜어내는 오크를 내치고 카타찬의 병사는 몸을 일으켜세우려고 했지만,


"키아아악-!!!"
"우왁-?!"


가드맨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은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엔 릭터 1마리가 기회를 노리고 뇌를 파먹으러 덮쳤기 때문이었다.


"키이이이-!!! 크르아아아악!!!!"
"끄아이씨!!! 쫌!!!!!!"


자신의 뇌를 빨아먹으려믄 촉수 가득한 아가리와 낫 형태의 발을 달랑 단검 하나와 양팔 힘만으로 겨우겨우 버텼다.

푸슛-
"끼잇-"

역겨운 제노 생명체의 촉수가 그의 머리를 찔러오기 직전에 어디선가 날아온 눈먼 총알 하나가 놈의 머리를 뚫어 힘없이 가드맨의 몸 위에 쓰러지고 나서야, 가드맨이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그 시체를 옆으로 치우며 힘싸움이 끝났다.


"전 분대! 상황은?!"


겨우 흙탕물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가드맨은 복스-통신으로 각 부대의 상황을 확인했다.


["그린스킨 새끼들 더럽게 많아요!!! 거기거거거 좌측좌측!!!!!"]
["씨바 사방에서 존나 갈겨대네!!!"]
["시도때도없이 벌레새끼들 튀어나옵니다!!!"]
["아씨 빌어먹을... 다리 찔렸어요... 아나..씨..."]


통신기 너머의 아군들의 상황도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싸움이라면 환장을 하는 야만적인 그린스킨과 끈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을 지닌 타이라니드,

하나만 상대해도 쉬운게 아닌데 둘이나 상대하고 있으니 어디 안버거울수가 있겠는가.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그 둘도 마찬가지로 서로 격렬히 싸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통신을 건 가드맨 바로 옆에서 오크 코만도 한놈이 폰라이언 리퍼인가 뭔가하는 여튼 신종 니드 한마리의 모가지를 잡고 나이프로 따버리는 모습을 얼핏 스쳐보기만 해도 충분히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모두가 이 삼림(수풀)의 구역을 노리고 있다. 요충지로서도, 길목으로서도, 점령지로서도 말이다.

원정군 수뇌부도, 그린스킨의 아둔한 집단지성도, 하이브 마인드도 그러한 사실은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이곳을 두고 서로 격렬히 싸울리 만무하지 않은가.


"짜식들아!! 끝까지 제대로 싸워보자!!! 여기서 우리가 밀리면 카타찬 가오가 살겠냐?! 가자!!!!!!"


가드맨이 복스-통신기에 외치고 무전을 끊으려고 하기도 잠시,


["전 부대에게 알린다!!! 현재 레이더에 식별 불명의 반응이 다수 접근 중!!!"]


갑작스레 울려퍼지는 통신음에 가드맨은 다시 통신기를 들며 귀기울일수 밖에 없었다.


"식별 불명?! 그건 또 뭔데?! 귀쟁이 새끼들이냐?!"
["이쪽으로 직행해오고 있다!! 수가 만만찮다!!"]


가드맨은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피섞인 가래침을 뱉었다.

안그대로 상황이 개판인데 여기서 또 뭐가 온단 말인가.

이 산맥(뒷산)에 들어선 거목(나무)들 위쪽에 귀쟁이 제노들끼리 싸우고 있다더니만 설마 이쪽으로 오고있나?

그렇게 생각하며 옥좌의 이름을 빌어 짧은 욕을 내뱉기도 잠시,

얼마지나지 않아 가드맨을 포함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지금 이 자리에 또 난입해온 무리들의 정체를 확인해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예상을 전혀 벗어난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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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과 파란빛의 촉수덩어리들이 수풀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광기섞인 재잘거림을 지껄이며 뛰쳐나온 그것들은 즉시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을 향해 들고 덮쳐들었다.

촉수팔에 달린 단검으로 오크들을 찌르고, 뒤틀린 이빨로 가득한 아가리로 타이라니드들을 물어뜯고, 손에서 왜곡염의 불꽃덩어리를 만들어내 가드맨들에게 던지고 있었다.

젠취의 호러들,
변화의 신의 악마들이 전장에 난입해온 것이었다.


"저건 또 뭔-"


어이를 상실한 가드맨이 욕지꺼리를 내뱉기도 잠시 더 많은 침입자들이 난입해왔다.

몸에 푸른 눈 문양을 새긴 컬티스트 무리와 부리 달린 새대가리 잔고어 비스트맨들,
그리고 뒤이어 나타난, 푸른바탕에 금박을 입힌 파워 아머의 뒤틀린 형태의 마린들,


["침입자 식별 확인!!! 반역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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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전드 선즈의 워밴드가 전장에 난입한 것이었다.

진영을 자리에 있던 기존의 모든 병력들이 난데없는 상황에 혼란에 빠졌을때, 워밴드의 대열 사이에서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계시에서 여기서 충성파 개들과 제노놈들이 한없이 치고박고 있다고 하더니만, 예상대로로구나."


워밴드의 지도자인 사우전드 선즈의 소서러였다.

자리에 난입한 카오스의 흑마법사는 자신의 예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격전지(공원)의 여느 세력이나 그러한 건 마찬가지지만, 혹성 알파로 넘어와 거점을 확보한 후 세력권을 넓힐 기회를 호심탐탐 엿보던 그였다.

그 중에서도 격전지뿐만 아니라 외곽 지역으로의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북쪽의 산맥을 넘보고 있던 그는 기회가 오기만을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사이킥 계시를 통해 예측한 미래,
그 계시가 보여준 온사방이 충성파들과 제노들이 서로 싸우다 불타죽는 가운데 그 중심에 우뚝 서있는 그의 모습,

이를 운명의 신이 내려준 기회라 여긴 그는 즉시 워밴드를 이끌고 산맥으로의 침입을 시도한 것이었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적들이 서로 싸우면서 서로 수가 줄어든 틈을 타 구역을 꿀꺽하러 온 것이었다.


"이제 이 곳은 우리의 진출을 위한 전초지가 될 것이니! 변화의 불길이 산맥 너머로 번지는 그 첫걸음이 되리라!"


소서러가 지팡이를 앞으로 향하자 병력이 삼림(수풀) 속에서 진격을 개시했다.

젠취 반역자들과 악마들의 난입으로 인해 안그대로 혼돈스럽기 그지없던 삼림의 싸움터는 더욱 큰 혼란에 빠졌다.


"중화기 가져와!!! 스톰볼터든 멜타든 갖고 쏴버려!!!!"
"먼진 또 몰겠지만 쏵다 조져!!! Waaaaaagh!!!"
"크아아아아악!!! 키야아아아악!!!!"
"모두 먼지로... 모두 먼지로..."


총알과 생체탄환에 이젠 왜곡염이 더해진 삼림은 그 전투의 열기가 더욱 격렬히 치솟고 있었다.

총탄이 몸을 꿰뚫고, 칼날이 살점을 찌르거나 베고, 나뭇가지와 거대한 나뭇잎들을 잘게 파편으로 부수고 피와 살점이 튀기는 격전이 지속되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런 아수라장이 곧 불러올 것이 어떤 재앙인지 그들이 몰랐던 것은.


"크와하하하아아아악-!!"


전투의 열기가 계속 뜨거워지던 그 때,

삼림(수풀)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살아움직이며 불타는 구름같은 형상의 악마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젠취의 플레이머들이 가세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재앙의 시작이었다.


"크와루라하하아아라라락-!!!"


젠취의 플레이머들은 광기섞인 웃음을 내뿜으며 악마의 본성대로 전장에 있는 적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왜곡염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제딴엔 변화의 신들에게 감히 대적하려는 자들을 왜곡염으로 변이시켜버려놓을 생각이었을 테지만,

문제는,
여기가 풀숲으로 가득한 삼림(수풀)이었다는 것이다.


"잠깐!!! 불 뿜으면 안ㄷ-"


소서러가 제지하기도 잠시 이미 불은 사방에 흩뜨려졌다.

그러자,

화르륵-

순식간에 불길이 주변에 붙어 퍼져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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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오늘도 공기 좋구마잉."
"아우 한씨~ 좀 같이 좀 가~ 헉헉..."


나무 그늘이 가려진 후타바 워해머 공원 뒷산의 마실길,

러닝 메이트인 한중섭(52세, 남) 씨와 박주한(50세, 남) 씨는 주말 아침을 맞아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비록 공원에 있는 조그마한 뒷산이라고는 하나,

나무도 많고 자연환경 조성도 잘되어있어 공기도 좋은지라 간단한 몸풀이 운동코스로는 좋은 장소였다.

더군다나 적당히 높은 곳이라 다른 큰 산처럼 크게 작정하고 올라야할 준비도 필요없이 간단하게 오르고 내리기만 하면 되는지라,
중섭 씨를 비롯해 아침 운동을 하러 나오는 부지런한 사람들에게는 추천되는 곳이다.


"아이고 사람이 뭘 이 정도도 못따라오고 그랴~ 거뜬히 따라 올라와야지!"
"헉헉... 이 양반아, 여그 공원까지 얼마나 걸어왔는지는 생각안허냐!"
"어허! 니만 그런줄아나! 나도 같이 왔잖여! 이거시 다 체력이 부족해서 그런거여! 평소에 힘을 키워놨어야지!"


가쁘게 숨쉬며 뒤쳐진 주한 씨를 보고 중섭 씨는 핀잔을 주었다.


"헉...헉... 어우... 빡시라..."


주한 씨가 잠시 숨을 돌리며 생수병의 물을 꿀꺽꿀꺽 들이키던 그때,


"킁킁, 응?"


무언가 냄새가 주한 씨의 코에 잡혔다.


"어이 한씨... 무슨 냄새 안나나?"
"응?"
"아니 저, 그..."


주한 씨는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거... 탄내 아니여?"


매캐한 냄새였다.

옛날에 어디서 연탄이나 장작 태울때나 나는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뭐 주변에서 뭐라도 태우나?"
"아니, 여기 뒷산이잖여. 그럴리 있겠어?"


냄새가 바람에 저멀리 실려왔나?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탄내가 선명했고, 주변에서 확연히 나는 듯 했다.


"킁킁, 킁킁,"


두 중년은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았다.

저 수풀 사이에서 뭔가가 보였다.

쥐나 고양이 같은 것은 아니다.
뭉게뭉게 시커먼게 일렁이는 것이 어찌 동물의 움직임이라 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수풀 사이 곳곳에서 빨갛게 반짝이는 것이 얼핏 얼핏 보였다.

뒷산을 오르던 두 중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저거...연기 아니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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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불이다!!!"
"앗뜨, 앗뜯뜨 쉬뿰-!!!"
"끼엥에엥-"
"이런 멍청이들-!"


불이 순식간에 퍼졌다.

가랑잎에 불붙듯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게,
한번 불붙기 시작한 삼림은 빠르게 주변으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바보같은 것들!!! 여기서 불길을 뿜으면 어쩌란 말이냐!!!"


카오스 소서러가 악마들의 우둔함을 비방하며 외쳤다.

이곳은 온갖 거대식물류가 빽빽히 들어서있는 삼림,
조그마한 불씨라도 하나 튀었다가는 순식간에 불길이 퍼져 번져나갈게 뻔한 환경이었다.

헌데 그런 자리에서 왜곡염을 온데사방에 뿜었으니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지 않은가.

젠취의 악마들이 촉발시킨 불길은 점차 더 크게 번져나가고 있었다.


"소화기!!! 소화기 있는 없냐!!!!!!!"
"앗뜨뜨뜨 앗뜨!!!! 물!!!! 물 어디써!!!!"
"끼르아아아앙악!!!!"
"콜록, 콜록, 불!!! 불길을 잡아라!!!"


불길이 나뭇잎과 가지 사이를 도화선처럼 퍼져나가고 있었고,
진영 가릴 것 없이 불씨가 번져 몸에 불이 붙은 병사들은 작열통에 몸부림치며 이리저리 날뛰는 매개체가 되서 불씨를 더 퍼뜨리고 있었다.


"앗뜨거어어어!!!"
"불!!! 불붙었어!!! 우와아아아악!!!!"


뜨거운 전투의 열기로 가득했던 삼림이 이젠 말그대로 '뜨거워'지며, 삼림에 있는 병력들을 점차 하나둘씩 산채로 장작으로 만들어놓고 있었다.

그들 모두 소화기나 물같은 불을 끌 수단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이런 산맥의 삼림 한가운데에서 그런게 있을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젠장!!! 맞불!!! 일단 맞불놔!!! 그래야 저쪽 불이 못다가온다!!!!"


결국 카타찬 가드맨들이 낸 궁여지책,
그것은 불길이 번져오기 전에 맞불로 주변을 미리 태워 번져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무모한 짓거리였지만, 물도 소화기도 없는 상황에서는 그밖에는 딱히 방도가 없었다.

플레이머를 들고 온 가드맨들이 방아쇠를 당기자, 점화된 프로메슘이 불타오르는 숨을 내뿜으며 주변의 식물들을 태웠다.

방법을 시행한 그들은 이 방법이 그나마 어느정도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전에도 이런 방식으로 불을 잡아본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다면,
첫번째는 그들 주변에는 불이 태울 것들이 예상외로 많았다는 것이고,
둘째는,


"흐...흐헤... 불...... 부우울!!!!"


그 자리에는 가드맨들만 있었다는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사방에 퍼져나가는 불길이 눈에 들어오자 오크들 사이에서 섞여있던 버나보이들을 자극해버린 것이었다. 

밝게 활활 타오르는 불빛, 그리고 뜨거운 열기

내면의 방화광 본능이 깨어난 버나보이들이 버나의 발화구에 불을 지피며,


"불이돠!!!! 더 태워!!! 더 태워부러아아아악!!!!!!!!"


즉시 방아쇠를 당겼다.


화르륵-
"저, 저 미친새끼들이!!!"
"우아아아악!!!!"


그러자 가드맨들이 놓았던 맞불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며 오히려 더 큰불로 지펴졌다.

정신이 홱까닥한 버나보이들이 무차별적으로 불을 내뿜자 화재는 더욱 거세어지며 숨쉬기도 힘든 검은 매캐한 연기가 퍼져나갔다.

허나 상황을 개판으로 만드는 놈들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쿠루에에에에엑-"
"구웨에에에엑-"


제 나름대로 불을 꺼보겠다고 타이라니드 무리들 또한 체액을 뿜어댔다.

배출기관에서 소화성 체액을 불길에 뿌려지자 불길이 어느정도 사그라드는 듯 했다.

건트 톡시크린 티라노펙스 가릴 것 없이 몸에서 분비해내는 물질로 불길을 진압하려고 어떻게든 노력을 해봤지만,


퍼엉-
"끼에에에엑!!!!!!!!"


차라리 가만히 있기라도 했으면 나았지,

몇몇 개체가 뿜어낸 생체-플라즈마와 포자 가스가 분진 촉발을 일으켜 더 큰 폭발을 일으켜버렸으니,
불길이 더욱 번져나가는 결과만 가져나왔을 뿐이었다.


"쿨럭, 켈룩켈룩-"
"불!! 뜨거워!!! 불붙었어어어어!!!!"
"아 씨발!!! 왜이렇게 되냐고!!!!"


이젠 사방이 화재현장이 아닌 곳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삼림을 뒤덮었다.

그런 아수라장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 정신을 못차리고 피튀기는, 아니 불씨튀기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으니,

싸우는 와중에도 불기둥이 치솟고, 검은 연기의 폭풍이 휩싸이고, 타오르는 파도가 그들을 집어삼켰다.

불지옥이 괜히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이 바로 이 자리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아..."


사방을 뒤덮은 불지옥,
그리고 그 불길 속에서 타죽어가는 이들 한가운데에 우뚝 선 자신,

그제서야 사우전드 선즈의 소서러는 이것이 계시가 보여준 풍경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계시는 약속된 승리를 보여준게 아니라 그저 미래의 한 장면만을 보여준 것이었을뿐,

그걸 제멋대로 해석해 착각한 것은 자기자신이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헛웃음을 지은 소서러였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 이 삼림 구역을 통째로 불태우는 화염, 
진영을 가리지 않고 고통스럽게 불타죽는 병사들,

그리고 그 죽음의 현장 한가운데에 같혀버린 그.

불지옥의 한가운데에서 소서러가 마지막으로 본것은,

그를 바로 앞에서 덮쳐오는 매캐한 연기를 뿜는 화염의 파도였다.


*


"우와아아악!!! 불이야!!! 불!!!!!!!"


공원 뒷산에 올라가있던 시민들이 거의 달려내려오다시피 급하게 하산하고 있었다.

아까 전에 숨을 고르고 있던 한중섭 씨와 박주한 씨는 물론이요,
뒷산에 올라와있던 모든 사람들이 패닉에 휩싸이며 뛰어내려오고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산책로에서 조금 떨어진 수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금방 불로 번지며 주변을 태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가장 먼저 화재를 목격한 한중섭 씨와 박주한 씨가 불이 났다고 외치자 처음엔 사람들은 무슨 소린가 싶어 얼뚱거리다가,
이내 탄내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깨닫고 행여나 휘말릴까봐 빠르게 산에서 내려온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소방대가 금방 도착했다. 산에서 내려온 시민들 중 한명이 즉시 119에 신고한 것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호스를 끌며 불이난 수풀로 빠르게 달려가고는 엄청난 수압과 함께 호스구에서 물대포를 뿌리자,
화마는 수풀 주변으로 미처 번져나가지도 못하며 그 자리에서 픽 사그라들었다.

상황이 끝나자 시민들은 안심하면서도 대체 뭣때문에 벌어진 화재인가 싶어 주위를 기웃거렸지만, 공원 관계자를 비롯해 소방대와 경찰서가 와서 폴리스라인을 세우고 조사를 시작한 터라 현장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만 맴돌뿐이었다.


"갑자기 뭣때문에 불이 난거랍니까?"
"저도 모르죠. 누가 담배 꽁초 무심코 버려서 난것일수도 있고, 산이라서 CCTV로 마땅히 확인하기도 어려우니까 추측만 할 수밖에요."
"하 씨, 이 공기좋은 곳까지 올라와서 담배피는 양반들은 뭐야!"


화재가 일어났던 수풀 현장을 보고 관계자들이 대화를 나눴다.

그닥 크진 않은 규모의 화재였지만, 불이 번져나갔던 곳은 확실하게 잿더미가 된지라 미리 조기진압하지 않았다면 그로 일어날 결과는 장담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 모두 생각했다.


"목격자 진술 떴어요. 등산로 바깥쪽 수풀에서 갑자기 연기가 피어오르더니만 불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그 밖에는 여전히 불이난 원인은 불명, 오리무중이에요."
"십중팔구 담배겠지, 그거 아니면 뭐겠어요."


관계자들이 그리 이야기하기도 잠시,


"이 답답 뭉태기같은 인간들아! 담뱃불이 아니라니께! 소인놈덜 짓이여!"


갑자기 주변에서 소란이 일었다.

관계자들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등산복을 두껍게 둘러입은 백발 성성한 한 노인이 성을 내며 현장에 들어오려하고 있었고, 그걸 다른 관계자들이 제지하고 있었다.


"아~ 이 어르신 또 이러시네!"
"그 썩을놈덜이 수풀 속에서 싸우면서 지랄허다가 불을 내뿐 것이랑께!! 내가 이전에 한번 봤어!! 이번에도 분멩히 고놈덜 짓이라고!!!"
"야야, 이분 진정시켜 진정시켜!!!"


성을 내며 지팡이를 휘두르는 노인을 막으며 관계자들이 계속 막고 있었다.


"...저 어르신은 뭐에요? 옷차림 한번 두껍네."
"있어요 그, 매일마다 공원 나와가지고 옷 두껍게 둘러입고 개(포메라니안) 데리고 나와서 이상한 도구로 수풀 헤짚고 다니시는 어르신. 어떻게 보면 공원 명물이에요. 사시사철 안나오시는 날이 없다니까요."


소방대원의 물음에 공원사무소 직원 김 과장이 답했다.


"근데, 소인 이야기는 뭐랍니까?"
"저 어르신 말로는 무슨 공원에서 돌아다니는 벌레들이 지구를 침략하러 온 소인 침략자들이래요. 에휴, 치매증상이신것 같은데, 몸상하지 않게 집에서 좀 쉬고 계시지..."
"풋, 웃기네요, 그거."


소방대원은 살짝 웃기도 잠시 이내 한숨을 쉬었다.


"에휴, 이제 뒷산에도 CCTV 설치해달라고 시청에 문의넣든가 해야지 원..."
"산불조심 플래카드 현수막이나 더 겁시다. 그것말고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게 있나."


관계자들은 이내 다시 현장을 수습하러 들어갔다.

그 시각 뒷산의 다타버린 수풀 사이의 잿더미에는,
진짜 방화범들이 마찬가지로 잿더미가 되어버린채 흔적도 알아볼 수 없이 섞여있을 뿐이었다.
















나중에 허노인이나 마수삼씨 중심으로 쓰고 싶은데 소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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