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글로락시는 원래 제국은 커녕 그레이트 파치 변방에 위치한 언덕 위의 조그만 마을에 불과했음

아글로락시가 그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스타허드의 길'이라는 세라폰 별자리 때문이었음

신화의 시대 당시, 이들은 위대한 계획을 수행하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임무를 하고 있었는데 바로 문명을 건설하고 가속하는 거였음

예를 들어

어떤 장소에 갑자기 나타나 불가사의한 기술로 오버테크놀로지 도시를 세우고 사라짐

그럼 거길 발견한 필멸자들이 들어와 도시를 채우고 새로운 문명을 세움

또는 당장은 별 볼 일 없는 마을이나 도시에 갑자기 찾아가 초고도의 기술을 건네주고 사라짐

역으로 미래에 따라 위험하다 싶은 문명은 격리하거나 파괴하기도 했음

이런 일을 한 목적은 미래에 찾아올 카오스와의 전쟁에서 유용할 동맹을 늘려두기 위해서였음

겸사겸사 자신들이 건네준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낸 SSR 문명 가챠 당첨되면 그 기술 빼먹고

아글로락시 또한 이 스타허드의 길이 눈여겨본 곳 중 하나였고 그들에게 신비한 지식을 전수받아 급속도로 발전했음

각 렐름에서 아글로락시를 비롯해 씨앗을 숨어둔 문명들은 크게 개화해 거대한 힘을 지닌 문명들이 됐음

그동안 세라폰들은 우주에서 씨앗의 성장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봤고 새롭게 피워낸 그들만의 고유한 테크노-아르카나에 주목했지

'별들의 춤, 렐름스피어의 궤도를 관측하라.

크든 작든 만물은 원리에 순응한다. 오직 필멸자만이 이 우주의 조화를 거스른다. 오직 필멸자만이 대업의 완수를 방해한다.'

- 다섯 번째 산란의 스타마스터, 지모유제 경

이 스타허드의 길은 그들의 슬란인 지모유제부터가 젊은 슬란답게 생각도 독특한 급진파였는데

지모유제는 위대한 계획에 대해서 올드 원이 카오스의 전멸을 위한 체크리스트뿐만 아니라 카오스에 맞서 모든 필멸자가 따라야할 행동 모범도 남겼다고 믿음

그래서 그는 개인적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극도의 실용주의와 공평함을 준수하고 자신의 별자리에도 이를 따르도록 지시함

수백년 동안 협력한 아군과 낯선 적을 똑같이 소중하게 여겨 아군을 돕다가도 어느 순간 적의 편에서 지원하고 있는 그 모습에 천 번의 배신자란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붙었음

아무튼 스타허드의 길은 이런 성향에 따라 동맹을 늘리기 위해 모탈 렐름을 판으로 문명을 했는데

아글로락시가 그렇게 얻은 압도적인 힘으로 렐름을 망가뜨리고 무수한 필멸자들을 장난감처럼 갖고노는 그 광경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했을까?

알빠노

스타허드의 길에게 아쿠쉬를 비롯한 렐름들은 그냥 특정 조건을 입력하고 기다리면 흥미로운 결과를 내뱉는 살아있는 계산기에 불과했음

계산기 내부에서 생기는 자잘한 문제는 걍 관심도 없었음

아무튼 세라폰은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우주선에서 지켜보며 몇 세대를 존버했고 마침내 그 결실을 수확하러 다시 내려가기로 함

그런데 문제는 수확을 위해 기다리던 게 세라폰뿐만이 아니었음

스타허드의 길이 씨앗을 심은 문명들은 갑작스레 손에 넣은 엄청난 힘에 절제따윈 배우지도 않고 발전만 풀악셀을 밟아버렸음

그래서 싹 다 신과 같은 힘을 휘두르는 폭군들이 됐지

스타허드의 길은 그러거나 말거나 카오스에 대항할 강력한 힘만 손에 넣으면 상관없었지만

이렇게 힘만 추구해온 놈들이 카오스가 찾아왔을 때 그걸 거부할까?

하나둘씩 더 큰 힘을 바라고 카오스에 타락한 제국들은 세라폰이 수확을 위해 찾아오자 힘을 넘겨주길 거부하고 세라폰을 적대함

결국 공들여 가꾼 과실만 카오스가 날먹한 꼴이 됨

이와중에 현타 와서 폭정 때려치고 마법연구만 하다가 코른이랑 캐삭빵 뜬 아글로락시가 선녀?였지

지모유제는 스타허드의 길을 이끌고 이 배신한 문명들과 거대한 전쟁을 벌였는데 그과정에서 스타허드의 길은 전멸했음

본인도 붕괴된 해안(젠취와 아스파리아의 마법 전쟁 여파로 시공간이 무너진 곳) 근처, 아글로락시 성채 중 하나인 쉬머코프를 장악한 젠취의 마지스터들과 전투 중 시간이 반복되는 무한루프에 갇힘

원래라면 아글로락시의 방어막이 성채를 현실에 고정해주는데 그걸 약화시켜놓은 탓에

아무튼 그래서 슬란과 소수의 세라폰은 정상적인 시간 흐름에서 벗어나 각자의 개별적인 과거로 흩어지거나, 젠취가 아쿠쉬에서 승리한 미래의 시간선으로 날아가거나, 아글로락시 성채가 함락되던 날로 이동하거나

몇 번이나 시간을 점프하다가 결국은 젠취가 승리한 미래에서 패배하는 루프가 이뤄짐

지모유제는 슬란답게 그 상황에서 결국은 에오지 시점의 소울바운드가 구출해주러 올 걸 예지하고 유도하긴 했지만 이건 지금 중요한 얘긴 아니고

결국 소울바운드의 도움으로 루프가 해제되고 각자의 시간대로 복귀하면서 탈출한 지모유제는 부상의 요양 겸 공허를 떠돌며 수세기 동안 반성의 시간을 가짐

시간이 흘러 에오지에선 다양한 세력이 아글로락시의 폐허를 탐험하며 유물을 찾고 있는데 산란못에서 새로 채워진 스타허드의 길은 프리즈마티콘을 수색 중이었음

딱히 그 파괴력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고 그 에너지를 한점으로 모으는 거대 렌즈 때문에

그 렌즈를 이용하면 우주의 가장 먼 곳까지 들여다봐 올드 원의 흔적을 찾아낼 망원경을 제작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와서

카오스 같은 놈들은 당연히 파괴력 때문에 프리즈마티콘의 잔해 찾고 있고

현재 아쿠쉬의 그레이트 파치에선 아글로락시의 유산을 노리는 트레저헌터, 아글로락시의 기술력에 경외하며 유물을 모으고 연구하는 학자, 아글로락시 뽕에 취해 역사를 연구하고 기록하는 역사가, 아글로락시의 기록서나 마도서 같은 거 찾아보려는 마법사들로 가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