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찮은 마술강사와 입학안내에 실린 부분이고 대화하는 부분만 짧게 해봄 (의역 포함)

「오랜만에 얼굴을 보자마자 돈 달라고 조르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지, 글렌!」

「히에에에에에에에엑?!」

"히익!"

문 너머 쪽에서 남녀의 묘한 외침이 들려오자, 시스티나는 그 자리에서 무심코 펄쩍 뛰어버리고 말았다.

"...응? ...뭐야? 무슨 일이야?"

노크를 하는 것도, 그대로 문을 여는 것도 주저했다.

시스티나와 루미아는 머리를 맞대면서 한 번 끄덕인 후, 그 문에 살며시 귀를 댔다.

그러자 방 안에 있는 다수의 사람 기척과 그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기다려 봐! 세리카, 기다려! 진정해! 그, 뭐냐! 나 이번 달이 빡세서 말이지! 조금만! 아주 조금만, 용돈을 주는 거면

충분하거든?! 그 왜, 나랑 너 사이잖아?!」

「하아?!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예전의 솔직하고 순수했던 넌 어디로 갔지?! 이 변변찮은 녀석이! 에잇, 거기 앉아! 버릇을 고쳐주마!」

「와앗! 잠깐만 진정해주세요! 세리카 씨!」

「에잇, 말리지 마! 세라!」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쿵쿵 울려퍼지는 폭발음과 누군가의 단말마가 들려왔다.

'...정말로 뭐야? 이 문 너머로 뭐가 벌어지고 있는 거야...?'

뻘뻘 식은땀을 흘려가면서도 필사적으로 문에 귀를 기울이는 시스티나.

「제, 제길! 이 귀신 악마! 모처럼 귀여운 아들이 지갑을 가져와 용돈을 조른다는 초 모에적인 전개를 해줬더니만!"

「호오? 그렇게나 죽고 싶은 모양이지? 좋아, 이 세계에서 너의 개념과 근원소를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날려보내주마...

《그것은 섭리의 원한으로ㅡ.」

「잠까아아아안! 【익스팅션 레이】는 그만둬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럼 빨리 에드워드 경의 호위로 돌아가! 농땡이 피우지 말고 제대로 일해! 이 멍청이가!」

「시, 실례했사옵니다 스승님! 후퇴에에에에에에에에!」

와장창창!

유리가 부서지는 소리에 문 너머에서 귀를 기울이던 시스티나와 루미아는 목을 움츠렸다.

(어, 어떡하지? 시스티...)

(으음... 지금 들어가는 건... 뭔가 위험한 기분이 드네...)

그렇게 소곤소곤 속삭이며 두 사람이 그대로 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

「저기... 세리카 씨... 글렌 군은, 그...」

마치 옥그릇에 진주가 구르듯 곱고 맑은 여성의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조심스럽게 들려온다.

...그러자ㅡ.

「말하지 않아도 돼... 알고 있어.」

다른 한 사람의 근심 섞인 한숨이 전해졌다.

「저런 식으로 광대처럼... 나는 괜찮다고... 나에게 걱정 끼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이구나.」

「세리카 씨...」

「역시 글렌 녀석... 어지간히 지쳐 있는 모양이군. 정의의 마법사... 마술의 이상과 현실... 그 녀석에게는 소질이 없다는 건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하지만, 그 녀석은... 지금이라도...」

「예, 글렌 군은 전혀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내가 손을 내미는... 도와주는... 그런 잔혹한 짓은 불가능해... 꿈을 포기하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

「...나 때문이겠지. 당시의 나는 그 녀석이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게 기뻐서, 그 녀석의 출세가 자랑스러워서,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 녀석의 등을 밀어버렸어... 지금, 그 녀석이 괴로워하는 건 분명 나 때문이야...」

당장에라도 울 듯한 고뇌로 가득 찬 여성의 독백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다면, 그 녀석의 꿈을 끝내게 해 주는 것이 나의 책임...」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글렌 군은 올곧은 아이예요! 어떤 일이 있었더라도 글렌 군은 반드시 지금의 길을 선택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자학적인 여성의 말을 다른 한 명의 여성이 날카롭게 가로막았다.

「세라...?」

「확실히... 지금의 상황은 글렌 군이 꿈꿔온 게 아니에요... 글렌 군이 바라는 정의의 마법사로부터 더욱 멀어졌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글렌 군은 분명 수많은 사람들을 지킬 수 있고, 제대로 현실을 알면서도, 그래도 이상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 그런,

너무나도 강한 아이라구요! 부디... 글렌 군을 믿어주세요, 세리카 씨!」

그러자, 잠시 동안 문 너머 쪽이 침묵으로 휩싸였고.

「...그런가... 아무튼 우선은 내가 믿어줘야겠지...」

「...세리카 씨, 감사드립니다...」

「아아, 게다가 말야. 뭐랄까... 세라, 너만이라도 그 녀석 곁에 있어준다면... 그 녀석은... 글렌은... 괜찮을지도 모르겠어...」

「그, 그런... 저, 저 같은 건 항상 글렌 군의 발목을 잡을 뿐이고...」

「겸손은 됐어, 실바스의 공주. 앞으로도 부디 그 녀석을 잘 부탁할게... 그 녀석을 지탱해 줘... 그 녀석의 곁을 불어오는

바람이 되어 줘...」

그런 여성의 간절한 말에...

「...예! 알겠습니다, 맡겨 두세요! 어머님!」

...다른 한 명의 여성이 활기차게 대답했지만.

그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이 문 너머에서도 느껴졌다.

「누 가 어 머 님 이 지...?」

「하, 하으으?! 이, 이건 그... 저도 모르게... 아하, 아하하...」

「말해두지만... 난 아직 널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에엑?! 이, 이 사람 엄청 성가셔...?!」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별 걸 착각한 발정기의 암캐를 나의 글렌 옆에 두는 건 역시 위험하겠지...? 묘한 실수라도 일어나면

큰일이니... 좋아, 기분이 변했어! 이 자리에서 소거ㅡ.」

「아, 안녕히 계세요, 세리카 씨! 다음에 뵐게요!」

휴고오오오오오오옷!

쨍그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번에는 세찬 바람이 소용돌이치는 소리와 함께 다시금,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여성의 목소리가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