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버리기 쉽지만,

글렌은 마술사·마도사로서는······ 틀림없는 3류이다.

약식 영창을 할 수 없고, 마력 용량도 평균 이하. 마술 특성조차 현대의 일반적인 근대 마술과 맞물리지도 않는다.

그런 글렌이 어떻게 특무분실 집행관으로서 격상의 외도마술사들을 상대로 다대한 전과를 올릴 수 있었는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

그렇게 묻는다면. 그것은, 그의 고유 마술 【광대의 세계】을 이용한 초견살뿐만 아니라 철저한 기습·암살로 일관하는 전투 스타일을 단련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저티스는 마술사·마도사로서는 틀림없는 초일류이다.

게다가 그가 장기로 삼는 인공정령 소환술은 그 특성상 【광대의 세계】 범위 밖이다.

그런 글렌과 저티스가 일대일로, 정면에서 부딪히면 어떻게 될까?

대답은 불 보듯 뻔하다.

서로의 영혼을 깎아내릴 듯한 사투 끝에, 글렌은 피투성이로 땅에 쓰러져 있었다.

"큭, 큭큭. 아쉬웠어······."

저티스는 글렌으로부터 10미터 떨어진 곳에 유유히 서 있었다.

전혀 다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전투불능이 된 글렌과 비교하면 부상 축에도 들지 않았다.

쓰러진 글렌은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들고 손을 뻗었다.

그 앞에 떨어진 권총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는다.

"끝이야 글렌, 끝났어."

저티스가 손을 들자, 최후의 인공정령이 저티스의 머리 위에 현현했다.

"이제 시간이 다 됐어. 나는 이 세상에 진정한 정의를 집행한다."

"사악한 악의에 휩싸이려 하는 이 세계를 내가 구해보이겠어. 그것이 흔들림없고 올바른, 절대적인 정의다."

"큭······ 아, 아아아아악!"

"안녕히, 글렌. 나의 적수여, 넌 어쩌면 이 나에게 비견될지도 모를 정의였어."

"너를 영원히 잊지 않겠어, 잘 가라."

저티스가 손을 내리쳤고, 이를 신호로 인공정령이 검을 들고 움직일 수 없는 글렌을 향해 돌진했다.

그 순간.

쿵······ 묘하게 영혼을 울리는 가슴의 고동.

"(미안해, 세라······ 나는······)"

찰나의 순간조차 무한히 지연되는 세계가 색을 잃고, 시간의 흐름이 지독하게 완만해진다.

그런 회색의 세계 속에서 글렌이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랑하는 여자의 얼굴이다.

웃는 얼굴, 화난 얼굴, 슬픈 얼굴······ 세라의 다양한 얼굴이 주마등처럼 글렌의 의식을 스쳐지나간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전하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이젠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결국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나는 이제 죽지만······ 너는 살았으면 좋겠어)"

"(그래······ 너만은······ 너만은······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글렌은 다가오는 천사의 칼끝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갑자기, 뺨에 바람이 느껴졌다.

어머니가 아이를 쓰다듬는 듯한 부드러운 바람이었다.

"(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글렌의 시야에는 세라가, 빈사상태가 되어 움직이지 못했을 세라가, 천사의 검을 몸을 던져 막아내고 있었다.

그 예상 밖의 전개에 저티스도 눈을 부릅 떴다.

다음 순간,

촤악!

세라의 몸에서 화려한 피의 꽃이 피어올랐다.

아마추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법한 치명상.

한 송이 아름다운 흰 꽃이 지금 이곳에서 처참히 꺾인다.

"세, 라······?"

"글렌 군······! 지금······ 이야!······ 으윽!"

하지만 죽음이 확정된 자신의 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쓰러진 세라는 무언가를 호소하듯 글렌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글렌의 몸에 번개 같은 충격이 몰려오며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글렌이 손을 힘껏 뻗었고, 그 손이 총 손잡이에 닿았다.

"그렇겐 안돼······ 핫!"

당연히 저티스가 대응했고, 새로운 인공정령을 소환하기 위해 두 손을 치켜들었지만.

축 늘어진 저티스의 팔은ㅡ 올라가지 않았다.

어느틈에 세라가 날린 바람의 칼날이 이미 저티스의 두 팔을 베어 버렸던 것이다.

"~~~~~~~!?"

"저, 티, 스으으으으으으으!"

글렌이 양손으로 겨눈 총구가 올라갔고ㅡ 기적적으로 탄창에 남아있던 마지막 탄환이 불을 뿜었다.

탕!

발사된 탄환은······ 저티스의 미간에 정확히 명중하여 머리를 꿰뚫어버렸다.

"그렇군······ 이것은······"

"『읽지 못했어』."

마지막으로 그런 말을 남기고, 어딘가 분한 듯이 히죽 웃으며, 충격으로 날아갔다.

원탁회를 깊은 공포에 빠뜨리고, 단신으로 제국을 뒤흔든 악몽과도 같은 남자ㅡ 저티스는 그대로 절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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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은 당연히 세라의 죽음+글렌 오열하는 장면. 이미 갤에 번역 올라와있으니 그건 번역 안해도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