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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일이지만 번아웃 왔을때 ㄹㅇ 쓰레기집에서 살았다

볼리(211.184) 2021.02.14 20:30:52
조회 7805 추천 70 댓글 15
														

사실 TV에서 나오는 쓰레기집 정도까진 아닌데 그래도 준 쓰레기집은 됐었음.


원룸 자취를 했는데 ㄹㅇ 제일 괴로울때가 이사할때였다. 거진 한달을 청소만 했음.


썰들 보다보니까 정말 감당이 안되면 도망치듯 사라져버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던데


그나마 나는 자력구제가 아직은 가능한 정도였음.


먼저 내가 번아웃 오게 된 경위는 심각한 우울증이었음. 


말할 수 없는 모종의 사고로 심신이 망가져버렸음.


한 3~4개월 정도 온힘을 다해서 극복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내 힘으로, 아니 인간의 힘으로는 안되는 일이구나 깨닫는 순간부터 심각한 우울증이 닥쳐왔다.


한두달 정도는 일도 안하고 집에서 거의 평균 15시간씩 잠만 잤다. 따뜻한 이불에 누워서 배게 끌어안고 자면


마치 태아시절로 돌아가서 엄마 곁에 누워있는 것처럼 좀 위로가 되더라. 


사실 유일한 위로가 그거였던 것 같다. 


처음엔 어차피 위로가 되질 않으니 사람도 만나기 싫었고,


조금 지나서는 점점 망가져 가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못' 만나기 시작했고


나중엔 그게 굳어져서 그냥 아무 이유없이 대인기피가 오더라.


이게 말로만 듣던 히키코모리가 되는 과정이구나 싶었다.


원래 깔끔한 걸 좋아해서 자취 처음 시작하던 때(사건으로부터 약 5년전) 에는 매일같이 청소기 돌리고 


가구배치도 신경쓰고 그랬었는데 우울증 시작된지 한 3개월쯤 되던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음.


일단 화장실은 매일 사용하니까 (출근하려면 시치고 더우면 샤워하고..) 청결하게 유지가 가능하고


그밖에도 잠자는 곳, 부엌, 설거지 정도는 그래도 유지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돈이 좀 들더라도 요리 안하고 걍 배달음식 시켜먹고,


배달 음식 시켜먹고 나서 나오는 쓰레기도 첨엔 치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밀리기 시작하더니 감당이 안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처음에 계기는 쓰레기봉투 문제였다.


나는 쓰레기봉투 큰걸 하나 구비해놓고 거기다가 버렸는데,


이게 점점 대인기피?랑 무기력증이 심해지다보니까 바깥에 쓰레기봉투 사러 나가는 것조차도 버거워지기 시작하더라.


또 주변에 쓰레기봉투 파는 집이 없어서 한 20분을 걸어가야 했었다.


그러다 보니까 어느순간부터 쓰레기봉투 수급이 몇 주 걸러서 되기 시작했다.


근데 사실 생각해보면 이 문제 없었어도 무기력증때문에 언젠가는 쓰레기집 됐을것같긴 하다.


하여튼.. 쓰레기봉투 수급이 안되기 시작하자 쓰레기를 제때에 내놓을 수 없었고,


그걸 도화선 삼아서 점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다.


내 스스로도 아 이건 좀 아닌데.. 하면서 자괴감도 엄청나게 느꼈고,


날 잡아서 싹 대청소 하자! 라고 몇십번이나 마음을 가다듬어 봤지만


막상 휴일에는 ㄹㅇ 하루종일 잠만 잤다. 


정말 큰맘먹고 대청소를 하는 날도 있었는데 이미 감당이 안되는지라 심각한 쓰레기들만 정리하고 


말하자면 한 30% 정도? 처리하고 담날이 되고는 했다.


이 짓도 첨엔 그래도 완전 치우는데 성공도 하고 그랬는데


점점 반복되고 누적되다보니까 우울증이 더 심해지고 자포자기하게 되더라.


그 결과 ㄹㅇ 쓰레기집이라 할만한 원룸이 탄생했다.


내가 지나다니는 동선, 부엌, 화장실, 잠자리 이외엔 전부 다 쓰레기로 가득차버렸다.


그런 상태가 약 4개월 정도 지속되었다..,


집은 오로지 나만의 공간이었다. 친구도 가족도 들이질 않았다. 내가 이렇게 산다는걸 부모에게조차 말할 수 없었다.

자괴감, 무기력감, 죽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다.


그렇게 흐리멍텅한 의식상태로 죽은듯이 벌레처럼 살다가


겨우 쓰레기집을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는데 벌레 사건이었다.


더러운 얘기지만,, 그래서 인터넷에서만 고백하는 것이지만.,,..


초창기에 사골곰탕 국물을 박스 채로 사서 요리할때 쓰고는 했었다. 

그러다가 점차 요리 안하게 되면서 어디에 뒀는지 모르게 됐는데 그게 구석 쓰레기 더미 속에 파묻혀 있었던 거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집안에 날파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옛날에 바나나 먹고 나서 제때에 안버렸다가 날파리 꼬였던게 생각나서 어디 내가 모르던 과일 껍데기가 있나 하고 찾아봤는데

딱히 나오질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한 1달 정도가 흘렀다.

정말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미쳐버릴것같다 는 생각이 들어서 그날 대청소를 했다. 위에서 말했듯이 한 30%정도를 목표로 조금씩 걷어낸다는 생각으로 치우는데


어?


고자리가 있는거다.. 


뭐지..


혹시 내가 모르던 음식물 쓰레기가 썩은건가? (당시 그래도 음식물 쓰레기만큼은 제때에 가까스로 치웠음. 이건 ㄹㅇ 안치우면 좆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어서..)


그래서 고무장갑 끼고 그 근원을 쓰레기를 걷어치우면서 찾아가던 그때..


진짜 토할 것 같은 광경이었다..


내가 잊어버리고 있던 레토르트 사골곰탕 팩들이 늘어서 있는 박스 안에


사골곰탕이 몇개가 터졌었나 보다..


그리고 거기에 고자리가... 진짜 ㄹㅇ 드글드글? 엄청난 양의 고자리들이 들러붙어있었다.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라 헛구역질이 나왔다.


고무장갑 끼고 그 구더기 중심으로 거진 4,5시간을 치운 것 같다.


남자로 태어나서 힘든일 많이 겪었다고 자부하는데, 


그날 정말 1시간 정도 앉아서 울었다. 너무 비참했다. 죽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 사건 이후로 쇼크요법이 되었는지 점차 청소량이 늘어났다. 첨엔 대청소 날에 30% 치우던게


한 50%로 늘기 시작했고, 1,2주에 한번 대청소 시도하던게 그래도 매일 조금씩 조금씩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까 아직 존나 지저분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봐줄만한?? 평범한 대학생이 엄청 게으르게 살았을때 나올법한 그런 모습까지는 회복하더라.


더이상 혼자힘으로 부여잡고 있으면 다시 그렇게 될까봐 겁나서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부모님이 와서 보고는 으이구 이 지저분한 놈아 하면서 뭐라 하시더라. 사실 이게 내가 안간힘을 써서 그나마 구제한 거라고는 말 못했다...


하여튼 그 이후로 조금씩 회복해서 지금은 최소한 청소는 깔끔하게 하고 산다.


아직 우울증은 극복하질 못했지만... 매일 조깅도 하고 운동도 다시 시작했고.. 일도 열심히 하고 


언젠가는 극복하고 예전처럼 다시 살 날이 오리라고 믿고 있다.


걍 오늘 인터넷에서 쓰레기집 글을 보고 생각나서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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