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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 첫사랑 경계인의 순수한 사랑이 나를 중독시켰어모바일에서 작성

경갤러(27.1) 2024.03.13 08:05:09
조회 397 추천 2 댓글 3
														

너를 만났던 것이 내 인생에 독일까 득일까.


너는 내게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해 주었지만, 사실 너의 티끌 하나 없는 맑은 사랑은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었어.


나와 헤어진 이후에도 시지프스에게 내려진 저주처럼 같은 일을 반복할 너의 운명이 너무 비극적이어서 울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너를 잊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나는 방어와 경계 심리가 강했고, 한때 우울증도 심해서 20대에 모든 남자들을 믿지 못하고 거부했었어.


20대 후반이 돼서 부모한테서 벗어나고 나서야 만성적인 우울증 상태에서 깨어나 연애를 처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처음 만난 사람과 결혼까지 가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됐어.


나의 세계에는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했고, 전 남자와의 비교로 남편 될 사람에게 불만족을 느끼는 일이 없었으면 했고, 그 사람도 그런 나를 평생 특별하게 여겨주기를 바랬어.


나는 사랑에 기대하는 이상이 너무 높았고, 세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남자들은 너무 속물적이고 시시하고 나를 아끼기보다는 나를 도구로 이용해 자기의 욕구를 해소하려 했고, 나는 그들을 거부했고 나는 사랑을 원하지 않는다고 현실에서 도피해 버렸어.




그러던 중 운명처럼 그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은 내게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오로지 내 사랑만을 바랬어.


그는 처음으로 내게 사랑을 알려주었어.


그의 사랑은 비현실적으로 헌신적이었고, 아이처럼 순수하고 강아지처럼 맹목적이었어. 그 사람은 내게 맑은 눈을 하고 한없이 큰 사랑을 몇 개월간 한결 같이 내게 퍼부어 나를 중독시켰어.


나는 다른 남자를 만나보지는 못해봤지만, 그는 보통의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고, 그와 헤어지면 다른 평범한 남자들은 이런 사랑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 사람은 동시에 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나를 기만하고 조종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었고, 애정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그 사람은 나에게 유기공포를 자극당하자 한순간에 돌변해 나와 헤어지고 나를 차단까지 해 버렸어. 우리는 그렇게 순식간에 헤어졌어.



그 뒤로 몇 달간, 나는 마약 공급을 중단당한 중독자처럼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어.


나는 그와 헤어진 뒤 미친 듯이 심리학 책과 인터넷을 뒤지고 나서야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경계성 인격장애와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함께 갖고 있었다는 사실, 그와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 사람의 사랑은 사실 독(毒)이었어.


그는 나를 그렇게 버리고 차단까지 해 놓고는 내가 본인을 어떻게든 잡아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나는 미래가 없는 사람과는 더이상 감정만으로 연애를 할 수 없는 나이였고, 결국 그에게 완전한 이별을 통보하고 마음을 정리하기로 했어.



그는 내게 내가 사실은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다는 사실, 내 안에 연애와 결혼을 원하는 욕구가 있었다는 사실, 남녀의 결합이 어떤 정신적인 애틋함을 만들어내는지를 내게 처음으로 알게 하고서는 잔인하게 나를 버렸어.



나는 그와 헤어지고 나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용기를 갖게 되었지만, 동시에 앞으로 만나는 그 어떤 남자에게도 이런 큰 사랑을 받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아.


그 사람은 나에게 사랑의 욕구를 일깨웠지만, 그 사랑은 사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비현실이었어.



때로는, 내가 10년 전에 이 사람을 만났으면, 미래가 없는 걸 알더라도, 나를 파괴시키는 독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그냥 이 여린 사람의 마음을 보호해 주고 싶어서, 현재에 충실하고 싶어서 더 오래 옆자리를 지켜주지 않았을까 해.


왜 너를 이렇게 늦게 만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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