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서평지 엠마오라는 매체가 지난 3월에 출범했어.

편집자들 면면을 보면 주로 목사님들(총신대, 서울신학대 졸업), 개신교 독립언론 뉴스앤조이 기자 출신,

비아출판사(성공회) 편집장,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로 다양한데..

요약하자면 범개신교권에서 매달 내놓는 기독교 관련 책 리뷰 및 추천지라고 보면 될 거임. 이제 3번째 호가 나왔고.

가갤이니까 자세한 정보는 생략.

출범하면서 개신교쪽 책만 소개하지 않고 가톨릭 쪽 서적도 소개할 것이다.. 라고 표방하긴 했는데.

이번 5월호를 보니까 솔직히 놀랍네.

첫번째 순서로

장 루이 스카의 탈출기 이야기(가톨릭출판사)를 꼽았어.

이게.. 신문으로 치면 1면 TOP인데.. 여기에 개신교 책이 아니라 가톨릭 책을 소개한거지.

그것도 그들 성경 권 명칭조차 다른데...

생각해 봄.

우리로 치면 가톨릭 서평지를 내면서 면탑에다가

<뫄뫄뫄뫄 목사의 '출애굽기' 강해>

<누구누구 목사의 '전도서' 읽기>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이 들려주는 참신앙>

이런 제목의 개신교에서 내놓은 책을 첫순서로 추천했다는 건데.. 과연 이게 우리라면 가능할까?

심지어 내용을 보면 '하느님'이라고 적었네. 오타인지는 모르겠지만.

두번째 페이지는

분도 출판사의 위르겐 베르비크, 도로테아 자틀러, 테오도어 슈나이더의 교의학이 소개됨.

여기서는 '하나님'이라고 써져있는 것으로 보아 첫 페이지 '하느님'은 그냥 오타인 듯? ㅎㅎ (같은 분이 작성했음)

세번째 페이지.

앤드류 보위의 독일 철학 개론과 본회퍼 책 소개.

네번째 소개 페이지.

N.T. 라이트는 걸물이고 워낙 개신교 분들이 좋아해서 번역도 앞다투어 되는 느낌이고. 이건 대작에 벽돌책인듯.

감은사야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하는 출판사이고.

여튼 저 추천을 보면서 느낀건데..

주변에 아는 목사님이 많음.

그 분들에게서 종종 책을 추천받기도 하는데... 그분들은 가톨릭에서 내놓은 책들을 안 읽어보신 게 없더라고.

'난 가톨릭이지만 성직자가 아니고, 저분들은 개신교지만 성직자니까 그건 당연한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저 분들은 좋은 컨텐츠라면, 특히 그게 '성경' 관련된 것이라면

종파나 진영(?)을 가리지 않아.

어떻게 보면 탐식에 가까울 정도로 무조건적으로 사서 읽어대.

저렇게 가톨릭이니 성공회니 장로교니 가리지않고 좋은 책이라면 읽어대고 서로 추천하고 추천받고,

유학을 가서도 마찬가지고.

결국은 가톨릭 사제나 학자들이 쓴 명저들을 저런 분들이 번역해서 들여오게 되는거지.

얼마 전에 가톨릭 양질의 컨텐츠를 개신교에게 뺏기고 있고, 그 과정에서 가톨릭 사제들의 정체성도 지워지고..

많은 경우에서 불안하고 안타깝다.. 이런 글을 쓰기도 했는데,

본질적으로 이런 흐름에서 일련의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이로구나 싶기도 함.

그래서 구입한 책.

장 루이 스카의 탈출기는 가갤에서 한 형제님이 구입 후기를 올려준 것을 봤었는데,

솔직히 교의학은 저 엠마오 서평지를 보고 구입한 거임.

사면서 묘한 마음도 들었음.

'아.. 개신교 목사들이 번역해 준 가톨릭 책을 보는 것을 넘어,

개신교 사람들이 서평에서 추천해주는 가톨릭 책을 사는구나. 이런 느낌? '

이게 우리 가톨릭을 비판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고,

어찌보면 저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올려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