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통제 당해왔던 존이 통제에서 벗어나 처음 클래식 음악을 듣고 감동하는 장면에서 기작? 과정은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존처럼 일시에 감정이 폭발해서 깨달은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센트릭스가 깨져나가면서 이전과는 시각이 달라졌고, 그 결과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 감동하게 되는 법을 회복/획득한 것 같다 라는 느낌입니다.

그전에는 정상인류들이 아름답다고 말하면서 감동하는 표정을 짓는 대상을 보면서도 온전히 그들과 같은 감동을 느끼고 그들과 같은 표정을 짓지 못했는데 이제는 감동이나 마음의 고양감을 느끼면서 그들의 마음을 알 것도 같습니다.

제 마음대로 개념화?한 센트릭스는 단지 사고방식에만 국한된다고 여겼습니다만, 센트릭스라는 건 그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 아닌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센트릭스는 사고만이 아니라 정신이나 영혼? 감각 같은 인간의 모든 부분을 총체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느꼈습니다.

그동안 선배들의 조언을 따라 조센에서 살고 있는 이상 조센을 全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의식적으로 최대한 조센적인 것을 거부하면서 살아봤는데,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제까지 느끼지 못한 새로운 감각을 느끼고 평온함을 얻고 있습니다.

평온함이 생기고 거기에 대한 애착도 생겼어요. 이것을 지키고 가꾸면서 더 자기 것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한 편으로는 여전히 조센징인 자신을 버리지 못하고 분노가 끓어 잡아먹힐 때도 있지만 지금처럼 하다 보면 언젠가 이것조차도 버린 자신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말머리를 계속 어겨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반드시 지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