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널 (マージナル)
글 & 그림 : 하기오 모토 (萩尾望都)
연재 : 1985년 8월 ~ 1987년 10월, 쁘티 플라워
단행본 : 초간본 쇼가쿠칸 5권, 미정발 (해적판)
평점 : 4/5

이 만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야오이계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쯤 되는 것 같음. 만화판의 나우시카와 유사한 주제의식과 플롯을 가지고 야오이적인 소재와 결합시킨 수작.

사실 한번만 읽어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작품인 것 같아. 상당히 복잡한 플롯을 가지고 있는데, 별로 관계없어보였던 인물들이 내용이 전개되면서 서로 감응하는 과정이 잘 묘사되어있음. 처음 읽을 때는 얘네가 대체 무슨 소리를 씨부리는건지 싶다가도 마치 추리소설 읽는 것처럼 하나하나 비밀이 풀려가는 재미가 있음.

단점을 몇가지만 뽑아볼게. 우선 좋게말하면 SF답고, 나쁘게 말하면 무리한 설정들이 있다는거. 간단히 줄거리를 설명하면 2999년의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지구는 여자가 태어나지 않게 되어버려서 인류는 대부분 우주에서 사는상태. 그래서 지구에서 '마지널 프로젝트'라는 것이 진행돼서 인류의 복원을 시도함. 나는 이 설정이 '야오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포기하지 못해서 만든 설정 같았음. 물론 작가가 그 설정을 굉장히 잘 살려서 이용하고 있긴 한데, 굳이 이런 Sf를 야오이쪽으로 그렸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또 무리하게 과학적 논증을 시도하다 보니 엄청난 sf 설정에 비해 그 근거가 너무 격이 안맞는 면이 있음. (마치 블랙잭의 수술을 학부수준의 의학지식으로 설명하는 느낌)

두번째는 캐릭터 중에 설명충이 많다는 거. 이건 장단이 있는데, 설명하는 내용 자체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 때문에 맘에 들었음. 그래도 좀 설명의 빈도수가 과함. 설정이 좀 복잡해서 플롯에 다 욱여넣기 힘들었을 것 같긴 한데.

세번째는 설명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독자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거. 플롯을 꼼꼼히 뜯어보면 이 캐릭터가 이 설정을 쉽게 받아들이면 안될 것 같은데 일일히 그러면 내용 진행이 안되니까 독자가 알게 된 설정은 등장인물들도 이해하는 것처럼 쉽게 쉽게 넘어가는 부분이 있음.

이렇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었음. 작품 외적으로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하이북스 출판사의 해적판 번역이 가독성면에서 많이 개판이라는거. 원서보단 읽기 편하기 때문에 그냥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