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원 옥쇄하라! (総員玉砕せよ!)
출간 : 1973 코단샤
단행본 : 단권, 미정발
별점 : 5/5

미즈키 시게루의 자전적인 전쟁만화. 주요 내용은 제목처럼 파푸아 뉴기니의 한 섬에 주둔한 병사들이 옥쇄하는 내용을 다룸. 자살공격 중에 몇몇 병사들이 죽지 않고 도망쳤는데 이들은 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다시 자살 특공에 투입되어서 헛되게 죽어나감. 그래서 말 그대로 '총원'이 옥쇄해야 하고 한명도 살아남아서는 안된다는 의미의 제목.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던 장면 : 그림을 잘 그리는 병사가 상관의 낡은 화투를 새로 그리게 됐는데,
"일본 돌아가면 초상화 그려드리겠습니다""일본? 무슨 소리하는 건가. 우리 중 아무도 살아서는 못 나가."

보다보면 사람이 정말 별 시시한 이유로도 죽는다는 걸 알 수 있음. 전투말고 다른 이유로 죽는 사람이 많고, 누가 죽어도 식량과 물 확보가 더 우선이 됨. 사망자가 나오면 별 야단 법석을 떨지만 실상은 누군가의 죽음을 핑계로 조금이나마 농땡이 치려는 시도들.

전투 장면이 소략하기 때문에 오히려 얼마나 사소하고 보잘것 없는 이유로 이 사람들이 죽어나갔는지가 강조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배경이 정밀하게 묘사되고 인물이 간략하게 묘사되는 점 때문에, 군인들이 전반적으로 붕 떠보이면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불안감을 느끼는 모습처럼 느껴진다는 거.

아무래도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일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봤던 어느 전쟁 묘사보다도 강렬한 당사자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음. 주저리주저리 써놓긴 했는데 한번 꼭 보는 걸 추천함. 근데 정발본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