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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밤과 알약 두 봉지

하니모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12 21: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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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최근 길거리에서 세상의 움직임과 개인의 기운을 연구한다는 이들을 많이 마주하곤 한다.


작년 여름 무렵부터 간간히 나타나곤 한 이 도인들은, 최근에는 같은 인물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대에 홀로 다니는 행인들을 상대로 나름의 호객행위를 벌이곤 하는 것이다.


평소라면 보이지도 않는 체 무시하고 지나갈 따름이며 오늘 또한 그렇게 하였으나, 어째서인지 해가 저물자 그들에게 측은함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 이유를 생각해보기로 한다.


무엇이 그 이유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최근들어 인간이 본질을 자각함에서 오는 낫지 못할 우울감마저 느끼지 못할 만큼 바삐 살아온 것이 이유인가?


혹은 어제 밤 평소와 같이 피로에 젖어 필히 먹어야 할 약봉지를 잊고 잠에 든 것이 이유인가?


알약 두 봉지가 자신의 전부라던 어느 래퍼의 말마따나, 필자에게 병원에서 직접 내려주는 약과 이에 취해 취하는 긴 늦잠은 필자의 몇 되지 않는 하루의 낙이오, 또다시 떠오를 내일의 낮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안전핀이 아니던가?


본래 담배라던지 커피라던지 하는 중독성이 있는 것들은, 하루의 부재만으로도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법이다.


그러나 금일은 어째서인가?, 잠을 5시간도 자지 못했음에도 전혀 피로함을 느끼지 못했다.


갑자기 끊으면 의존증이 생긴다는 약이 아니던가. 그러나 늦게나마 약을 원하기는 커녕, 남은 20봉지 가량의 약봉투를 모두 고물상에라도 던져놓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째서 이러한 것인가. 설령 병원에서 위약이라도 타주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나는 의사의 알량한 속임수에 밤을 새가며 번 소중한 돈을 병원에 가져다 바친 것이라도 되는 것인가?


여기까지 생각이 닿을 무렵이 되자. 필자는 가지치기를 하듯 생각을 잘라내고 필요불가결한 생각만을 남겨두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우선 필자는 이 세상의 흐름을 연구하는 이들을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필자에게 한 번 정도는 말해 주었던 것도 같으나, 필자의 청각이 그다지 민감하지 못한 탓인지, 기억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필자는, 이 글에서는 이들을 "도인"이라 칭하기로 한다.


대대수 행인들이 이 도인들을 어떻게 여기는지는 쉽사리 예상할 수 있었다.


우선 필자는 속세에 찌들기 전, 길거리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벌이는 이들에게마저 친절을 베풀었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다.


출판사이니, 학교 동아리이니 하는 이들에게 최대한의 예의와 호의를 베풀던 필자였다. 그들 중 대부분이 종교인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흔히 말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대뜸 말을 걸어오는 이들을 향해 일말의 거부의 의사를 표하는 시간과 정성마저 아까울 따름이다.


설령 그들이 기운이 좋다느니, 장남 노릇을 할 사람이니 등의 아첨을 해주는 이들일지라도 말이다.


필자는 관상, 역학 등을 일절 믿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감언을 듣고 기분이 나빴다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평소 자신을 하대하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자신을 높은 인물로 대해 주는 말들에는 기뻐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에, 이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그렇기에 정말 바쁜 이가 아니라면, 도인들과의 5분 정도의 대화는 오히려 자신의 기분을 띄워 줄 수 있는 아편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필자를 비롯한 이들이 이들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는 인간에 대한 철저한 불신이오, 둘째는 타인에게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거기에 이미 이들과 일련의 대화를 나누어 본 적 있는 필자에게는 일종의 귀찮음마저 더해진다.


이것에 대하여는 지금까지 쓴 것 만큼의 글을 추가로 작성할 수 있을 따름이나, 필자는 그렇게 할 생각이 있지는 아니하였다.


거기에 대한 핑계 또한 무수히 많으나, 필자는 세 줄 이상의 글을 읽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적지 않고 서서히 글을 줄이고자 한다.


이 도인들에게서 본받을 점이라면, 이들은 최근들어 놀랍도록 규칙적이 되었다.


알약을 핑계로 오후가 될 때까지 잠에 취하는 필자와는 다르게, 이들은 부단히 근면히도 제 시간에 길거리로 출근하였다.


어제 입었던 옷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필자와는 다르게, 이들은 몇 일 전 이야기했던 내용마저 기억하였다.


게을리도 하나의 과업에마저도 집중하지 못하는 필자와 다르게, 이들은 성실히도 모든 행인 하나하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렇게 두고 보니, 실로 위대한 직업 정신이 아닐 수가 없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하였던가. 그렇다면 이들의 출중한 직업 정신에 근거해 이들의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직업마저도 추앙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뒤로 하고, 가만 생각해보니 도인들에 비해 필자가 나은 점을 하나도 찾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게으르고 둔한 필자는, 근면하고 총명한 이 도인들로부터 배울 점이 얼마나 많은가!


필자는 매우 좋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이 얼마나 우스운가. 말로서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이들로 인해 기분이 상하다니.


그러나 최근 생각에 잠기는 것을 극도로 꺼리게 된 필자가 아니던가. 여기까지 생각이 흘러가자 이내 필자의 정신은 매우 피로해지기에 이르렀다.


도인들에 대한 생각은 이쯤 하기로 하고, 필자는 이 기분을 잊기 위해 오늘 밤 알약을 두 봉지 먹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생각이다.


==


글쓰기 연습용 글임.


휴학한 이후로 글 한번도 안썼는데, 다시 간간히 글 써보려고 한다.


옛날에 썼던 글들도 한번 찾아서 올려보고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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