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2년 7월 11일 코르트레이크에 두 무리가 전열을 이루었습니다. 한 측은 플랑드르의 여러 조합원들과 그들을 따르는 시민들, 그리고 플랑드르의 귀족들이었습니다.

그들의 맞은편에 있는 이들은 대원수 라우 드 넬이 이끄는 프랑스 대군이었습니다. 지체 높은 백작들과 그들의 기사는 화려한 깃발과 갑옷을 뽐내며 자신 만만하게 전면에 섰고 제노바 십자궁병들이 후위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이 둘은 곧 충돌합니다. 누가보아도 일방적인 학살이 일어날 게 뻔했습니다.

그런데, 이 둘은 왜 싸우게 된 걸까요? 호전적인 플랑드르와 영국 사이에는 오래전 부터 동맹 관계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동맹 관계는 일종의 경제적 동맹이었습니다. 영국이 플랑드르에게 양을 팔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군사 원조 동맹을 추가한 것입니다.

이에 필립 4 세는 플랑드르 백작을 파리로 소환했고 필립은 플랑드르 백작에게 딸을 파리에서 양육하겠다며 딸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플랑드르 백작은 당연히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속으로는 이를 갈며 발란을 일으킬 계획을 짰습니다.

자신의 영지로 돌아온 플랑드르 백작은 영국의 군사 지원을 받으며 프랑스를 향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영국군과 플랑드르군은 프랑스군과 승패를 번갈아가며 했습니다.

하지만 아르투아의 백작 로베르 2세가 장군으로 봉해지면서 영국군을 1297년 1월 30일에 격파했고 8월 30일에 플랑드르군이 괴멸됐습니다. 플랑드르 백작은 장남과 차남을 대리고 파리로 가 항복하였고 필립은 그 셋을 따로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평소 플랑드르 백작을 싫어했던 플랑드르인은 처음엔 그러려니 했지만 곧 점령군들에게 질려버렸습니다. 결국, 플랑드르 백작의 막내 아들 기 드 나뮈르를 위시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리하여 1302년 5월 18일 브뤼게 새벽 교회 사건이 터져 프랑스 점령군은 구텐탁(안녕하세요)에 싹! 뒤집니다. 이 때 플랑드르인들이 외쳤던 말이 있는데, 방패와 친구! 였습니다. 이 말을 못했던 프랑스군은 죽었어요.

여튼, 다시 돌아와서 첫 회전은 보병들의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난전을 이어갔습니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대귀족들이 넬 대원수에게 반발했습니다. 대원수는 포위해 섬멸하자는 작전은 내놓았지만 계속되는 조롱과 비난에 넬 대원수도 이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돌격!!”

대원수의 명령에 프랑스 관습 특성상 지체 높은 귀족들이 전위에서 돌격을 했습니다. 지체 높은 귀족들과 그들을 따르는 기사들은 신이 나서 말을 몰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짓을 말아야 했어요.

그들이 지나올 곳을 미리 알고 있던 곳엔 가려진 해자가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결과요? 뻔하죠.

기사들은 해자에 꼴아박아 낙마했습니다. 해자 안에는 뾰족한 말뚝도 박혀 있었죠. 기사들과 귀족들이 시궁창 속 쥐들 처럼 허우적이며 해자를 빠져나왔을 때는 플랑드르인들이 구텐탁(안녕하세요!)으로 개돌한 프랑스 대귀족들과 대원수, 기사들은 학살했습니다. 잡아서 몸값을 지불하게 해달라는 불문율도 지키지 않았죠. 다 죽어버린 겁니다.

그리고 이를 보고 기겁한 제노바 십자궁병과 하위 귀족들은 도망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