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이 어디서 왔는지 그 출처는 불분명합니다. 학계에서 나온 주장도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합니다. 몽골군이 가지고 왔다, 소아시아에서 이탈리아로 넘어왔다, 최근에는 유전학을 동원해 영국의 북극해 교역상들이 풍토병을 가지고 왔고 이게 이탈리아에서 발병해 동쪽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이동했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분명 그 출처는 불분명하나 흑사병이 치명적인 죽음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부정하긴 어렵다는 거죠.

흑사병은 유럽이 가장 취약한 시기에 찾아왔습니다.

13세기 끝 무렵의 유럽은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었어요. 그중 하나가 대기근이었습니다. 당시 유럽은 산업혁명 이후에나 보일 가파른 인구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당시 생산력으로는 폭발하는 인구를 부양하기에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개간할 수 있는 모든 땅을 개간했고 척박한 자갈 밭도 개간했지만 모두를 부양할 수 없었습니다. 무분별한 개간은 지력을 빠르게 소모시켰고 곧 고갈되었습니다. 자라나는 것이라곤 귀리 같은 질 낮은 잡곡들이었습니다. 결국 목초지를 줄이면서 까지 개간을 하였는데 이는 가난한 농민들의 주식이던 버터와 우유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또한 목초지가 적어지니 가축이 줄고 가축이 줄어드니 퇴비가 줄어 생산지 생산 활동 또한 어려워졌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반복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은 계층은 도시의 노동자 계층이었습니다. 도시로 오는 식량이 부족하니 평소 먹지 못하던 노동자 계층이 아사하기 시작했고 인구 성장이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플랑드르의 직물 도시인 이프로(이퍼르)ypres의 경우 5개월간 2,794명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아사했습니다.

이렇게 유럽 전역에서 인구 10분의 1이 아사했습니다. 끔찍했죠. 하지만 대기근은 재난의 전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