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무역학과 졸업하고 세무사하는 육촌형이 있어

언젠가 그형한테 형은 왜 세무사를 선택했어?

형 정도 학력이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전문직이나 다른 직업도 생각해볼 수 있을텐데? 라고 질문함

그 형이 대답하길

솔직히 서울대에서 세무사 시험 준비한다고 이야기하면, 친구들이 이러쿵 저러쿵 말은 안하지만(자기 공부하기도 바쁜 서울대생들은 남이 뭘하든 전혀 신경 안쓰기 때문에)

그걸 떠나서 스스로가 세무사 공부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은거는 사실이라고 함

왜냐하면 명색이 서울대생 친구들 중 공부에 뜻이 큰 사람들은 유학가서 박사받고 교수하려는 친구도 있고, 각종 고시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기 때문임

도서관에서 열심히 고시 준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세무사 수험서적 펼치고 공부하기가 좀 그렇다고 함(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고 신경도 안쓰지만 스스로가 좀 그렇다고 함)

그형 말이 자기 학교다닐때 서울대생들은 회계사도 그렇게 탐탁스럽게 생각 안했대(서울대생들에게 회계사가 문과 전문직 중 마지노선이라는 말임)

그래서 회계사는 상대적으로 서울대생보다는 연고대생들이 훨씬 더 많이 공부하고 또 많이 합격하는 전문직이었고

서울대생은 워낙 갈 수 있는 루트가 많고 다양해서 회계사보다도 더 큰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았다고 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촌형처럼 세무사가 된 서울대생들은 보통 2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함

첫째 고시 공부를 오래 하다가 장수생이 됨. 나이는 차고 어디 대기업 취직할 나이는 지나고

이런 애매리스한 경우 아싸리 눈높이를 확 낮춰 세무사 시험 준비해서 합격한 경우

둘째 남의 눈치 안보고 투자(공부시간) 대비 효율만 생각해서 상대적으로 합격이 수월한 세무사로 진로를 정한 사람

즉 친구들은 힘들게 고시를 준비할때 나는 세무사 시험 일찍 합격해서 친구들보다 공부 덜하고 그럭저럭 만족하면서 편하게 살자는 주의

육촌형은 둘째 경우에 속하고, 형같은 케이스는 서울대 안에서 아주 소수라고 함

요즘에는 하도 취업난이 심하고 대기업에서도 사람 자체를 안뽑아서 또 어떻게 세태가 바뀌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육촌형이 서울대 다닐때 분위기는 이러했다고 함

그리고 세무사갤에서 자꾸 전문직 학벌 이야기가 나오는데, 솔까 세무사가 전문직 중에 학벌 제일 낮은 축에 속하는거는 팩트임

이과 전문직(의사,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 약사, 건축사 등)은 반드시 대학교육을 마치고 졸업장이 있어야지 전문직 시험을 볼 수가 있음. 이미 그것부터가 최소 대졸 학력을 담보함

게다가 수학기간도 길어서 건축사는 5년제 대학이고, 나머지 의약계열은 전부 6년제임

그리고 지금 나이 많은 세무사들 중에서는 고졸 출신도 생각보다 많음

형의 말을 들어보면 형같이 서울대 졸업해서 세무사하는 사람은 아주 보기 드물고, 세무사들 중에서는 서울시립대만 나와도 진골 성골 취급 받는다고 함

거의 대부분 서울 중위권 이하 대학 출신(중앙, 경희, 건동홍)이 많고, 지방대 출신도 생각보다 많음

그리고 숭실대 같이 세무사 시험 많이 붙는 인서울 대학들도 있음(국숭세단 출신 세무사도 꽤 많다는 이야기)

그런데 중요한 점은 적어도 세무사 세계 안에서는 학벌 진짜 안따진다고 함, 아니 학벌이 거의 필요없다고 함

다른 전문직군들은 알게 모르게 학벌 엄청 따지고 파벌이 형성된 곳이 많음

대표적으로 판검사 법조계, 의사 세계에서도 학벌 장난 아님

근데 세무사의 장점은 학벌을 거의 안 물어보고 따지지도 않는다는 것임

아마도 세무사들은 자영업같이 첨부터 개인사업으로 진출하는게 거의 대다수이고, 회사생활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학력으로 인한 카르텔이나 파벌 형성이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라고 함

그리고 고졸 출신 세무사들도 많아서 옛날부터 학벌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전문직이었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