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졸업인지 언제 내 담임이었는지는 말 안함.
왜 남자얘들끼리 모여서 놀다보면 막 서로 밀고 치고 하면서 놀잖냐 그래서 나도 맨날 놀던 친구랑 놀다가 밀었는데 그 그날따라 좀 세게 민거임. 그래서 친구가 문에 부딪혔는데 그 당시 문은 눈 높이? 가슴 높이 쯤에 유리가 있었음.

그 친구가 밀려서 문에 부딪혔는데 충격 흡수 하겠다고 팔로 문을 쳤는데 하필 유리를 쳐서 유리가 깨졌었음. 그래서 유리가 깨졌다고 혼나겠다 하고 친구 팔을 봤는데 피가 철철 흐르고 팔에 햐얀색이 보일만큼 깊게 파여져 있었음. 그때 1학년이어서 4층이었거든. 내가 친구 팔 안 흔들리게 잡고 보건실로 데려갔고 병원에 119신고 한 다음에 배철호 찾으러 갔었음. 근데 친구가 피가 엄청 나서 내 교복이 다 피범벅이었거든.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이 '야 너 뭐야 괜찮아? 무슨일이야 안 다쳤어?' 라고 일단 걱정부터 해줬는데 철호는 아무말 안하고 보건실로 가서 상태 확인하고 걔 병원 보냄. 그러고 나한테 하는 말
'너 각오해. 너는 이제 큰일 났어. 가만 안 둘 꺼야'
지금이면 별로 안 무서웠을텐데, 그 나이에 진짜 무서웠음. 친구가 심하게 다친거 같아서도 무서웠는데 그래도 담임이라고 믿고 의지할려고 담임한테 진짜 바로 달려가고  계속 죄송하다고도 했는데 계속 겁줬음 '너는 곧 상벌위원회 열릴꺼야' 라는 식으로

다행히 친구 어머니가 남자얘들끼리 놀다보면 그럴 수 있죠 하면서 용서해줬고 친구도 용서해줘서 먼저 나서서 상벌 위원회를 막아줬음. 철호는 막을 생각도 안하고... 아직도 그 친구 어머님이랑 그 친구한테는 미안하고 감사함(병원비랑 수술비는 물론 내가 냈고 친구꺼 교과서 필기랑 가방 들어줌)

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철호가 엄청 잘못한건 아닌데 그 나이에 '이 사람을 날 지켜주거나 도와줄 사람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음. 그 전까지는 담임들은 그래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