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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다키스트 던전 팬픽 : 중보병

팬픽(39.118) 2016.04.17 00:19:09
조회 2492 추천 17 댓글 9
														

“그렇게 깨작깨작 먹어서는 다 식어버리겠구만!”

 멋드러진 수염을 기른 노년의 사내가 호탕하게 정체불명의 수프를 건냈다. 수프에는 이상한 색의 야채와 건더기가 화려하게 춤추고 있었지만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수프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보기에 좋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맛과 영양은 또 별개의 문제지. 이 수프의 비법은 한때 몸담았던 부대의 요리사에게 배웠으니 어디가서도 맛보지 못할 진미라고 할 수 있겠네.”

 거절할법도 하지만 마지못해 두 번째 그릇을 받은 여성은 정결한 회색 망토에 그 안으로 낡은 의복을 입고 있었다.

“아우렐디르.. 당신의 그 요리사 친구가 정말로 요리사였는지 궁금해져요.”

 그녀는 수프를 한손으로 떠먹으며 참기 힘든 듯 살짝 인상을 지어보였다.

“뭐, 녀석의 요리사란 간판도 우리들이 붙여준것이긴 했었지.”

 아우렐디르는 그녀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은 듯 다시한번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았다.

“이것말고도 그 친구에게 배운 요리들이 많지. 앞으로 녀석의 요리를 대접할 생각을하니 스스로가 뿌듯해지는구만. 용병과 군대, 사내들의 음식이란게 다 거기서 거기지만 브리스틴은 이 방면으로 특출났고 요리사란 이름도 괜히 지어준게 아니였다네.”

 그가 남아있는 한쪽눈으로 웃음지으며 말했다.

“요리사 브리스틴, 그게 녀석의 이름이였지.”

 그녀는 하루종일 지속된 공복에 아우렐디르의 특제 수프를 두 번째로 비우긴 시작했지만 그 맛은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특별한 듯 보였다.

 아우렐디르가 그녀를 발견한건 오늘 아침이였다. 가주의 명대로 그는 한동안 이 일대를 순찰했는데, 대장간의 풀무가 다시 불타오르고 적지만 몇 명의 주민들도 돌아왔으니 그들의 안전을 위해서였다. 그만큼 이미 이 일대는 사람의 생기가 미치는곳이 되었고 최근에는 한번의 위협을 마주한적이 없었다. 오직 근처 산림에서 길을 잃어버린 영지민으로 그녀를 발견해 구출한 것이 특별하다면 특별한 일이였다.

 아우렐디르는 대체 이 산림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건지 물었지만 그녀는 그늘진 얼굴로 고민을 품은 듯 계속 그 대답을 회피해왔다.

 그녀는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국자를 든채 끊임없이 수프맛을 보는 아우렐디르를 쳐다보았다. 그의 수염은 잘 정돈되었고 머리도 약간 희었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늙었다는 생각은 가지기 힘들었다.

 문득 큼지막한 철퇴와 방패를 곁에두는 사내가 작은 국자를 든채 수프맛을 보는 것이 재밌게 느껴져 작게 미소지었다.


“아.. 이건.. ”

“괜찮네, 괜찮아. 아말리에라고 했었지, 어두운 표정으로 내 맛있는 수프를 먹는것보다야 지금이 훨씬 보기 좋구만. 때에따라 다르지만 고민이란건 대게 좋지못한 감정이지.”

 아우렐디르를 빤히 바라보며 미소지었던 아말리에는 만족한 듯 국자를 놓은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괜히 그에게 실례를 범했다는 생각이 앞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지만 아우렐디르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래, 왜 이제야 생각났을까?”

“뭐가요?”

“부대의 동료들중에 상담가 할게르라는 녀석이 있었다네. 브리스틴이 요리의 대가였다면 이 친구는 상담의 대가였지. 춥거나 배가 고프거나 심지어 승전축하같은 일상에서도 그는 말 한마디 없는 자였어. 그럼에도 재밌는건 그는 부대내에서 가장 고민상담을 잘해주는 사람으로 통했다는거야. 어느날, 그에게 그 비법이 대체 무엇인지 물었고 그가 말하길.”

 아우렐디르가 자신의 수프를 크게 두 숟가락 퍼먹으며 어깨를 으쓱이고 말을 이었다.

“이보게, 고민을 들어주는데는 말이 필요하지 않다네. 그저 가만히 있는거지. 그게 자신의 상담방식이라더군!”

 아말리에는 그 말에 무심코 대답했다.

“.. 아우렐디르, 그가 일상에서도 그랬다면 그건 단지 말재주가 없어서이지 않을까요?”

 아말리에는 자신이 말해놓고도 순간 아차했다.

“그렇담, 그의 말재주가 그를 상담의 대가로 만든것이겠구만, 비록 그 말재주는 말을 잘하는것이 아닌 말을 못한다는 의미겠지만서도!”

 그가 자랑스럽게 말하는 친구에 대해 가볍게 말한 것을 후회했다. 아말리에는 언제나 이놈의 입이 방정이라며 자책했다.

“그러니. 헬게르에게 배운대로 나는 가만히 있을테니, 마음껏 고민을 털어놓게나.”

 아말리에는 고민을 털어놓으라는 이 사내의 갑작스러운 행동이 당황스럽고도 한편으로 우스웠다. 영지의 가주가 대려온 사람들중 하나로 이런 사람이 있다라고만 알았지 이런 특이한 자일줄을 예상치 못했다.

“저기.. 아우렐디르 갑자기 그렇게 말하셔도 너무 갑작스러운 것 같은데.. 요..”

 그는 대답하지 않고 서글서글 미소지으며 수프를 마저 비우고 있었다.

“.. 아우렐디르?”

 아우렐디르는 수프그릇을 입위로 들어올려 바닥까지 꼼꼼히 긁어먹고 있었다.

“.. ”

 아말리에는 정말로 입을 다문 그가 황당했지만 악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별다른 감정없이 자신또한 입을 다물었다. 비록 서로 말은 없었지만 식사를 끝내고 그 둘은 손발을 맞춰가며 야영준비를 끝내갔다.

 야습을 받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모닥불의 세기를 좀 누그러뜨렸고 먹은 식기를 간단히 냇가에서 헹궈냈다. 이 모든일을 할동안 아우렐디르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갈수록 그가 침묵하는 것이 불편해졌다. 그의 의도는 알겠지만 이런식으로 상대방의 대답을 강요하듯이 행동하는건 옳지못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그를 불러냈다.

“나쁜의도가 없는건 알지만 이런식은 아니예요.”

 아우렐디르는 그녀의 말을 듣는지 안듣는지 씹고있던 육포에서 아직 입에 묻지않은 부분을 뜯어 건내었다.

“.. ”

 아말리에는 얼떨결에 육포를 받고는 입에 넣고 씹기시작했다. 그러자 짠맛과 육포의 고기향이 입속에 맴돌았다.

‘이게 아니야.’

 “아우렐디르.”

 다시한번 그를 불러보았지만 이번엔 어디서 꺼내왔는지 작은 류트를 띵, 띵, 띵 튕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상대의 말을 듣고있다는 듯이 아말리에가 부르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아까 당신이 말한 그 할게르의 방식이 이제야 이해가되요.”

 아말리에는 계속해서 딴척을하며 입을 다무는 아우렐디르를 향해 말했다.

“할게르가 말한 고민상담의 방식이라는게.. ”

 그녀는 일어나 아우렐디르의 앞에 털썩 앉았다.

“상대의 고민을 잘들어주는게 아니라, 어쩔수없이 말하게 하는 그런것이였나 보네요.”

 이 사내는 자신에게 고민을 하나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정말로 영지로 돌아갈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것같았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그의 류트를 얹은 무릎에 손을 올렸다.

“당신같은 전사가 들으면 정말 별것아닌 고민이예요.”

 아말리에가 망토를 벗어내리자 후드가 벗겨지며 그녀의 짙은 갈색 머리칼이 들어났다. 아우렐디르는 지금까지본 머리카락중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곡선미의 눈썹을 지나 눈동자를 보았다.

 그리고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코를 지나 메말랐지만 아담한 입술을 바라봤을때 그 옆, 이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자비한 화상자국이 목에서 어깨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아침에 일어났을때 만져지는 이 느낌이, 물에 비춰졌을때 보이는 이 화상이 저는 너무 싫어요. 당신같은 남자들에게는 이런 흉터따위 사소해 보일거예요. 오히려 영광이라고 생각하겠죠? 보이지는 않지만 이런 흉터를 당신도 많이 가지고 있을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한텐 그저 보기싫은 상처일뿐이예요.. 산림에 간것도 이 화상 때문이였어요. 아직 낫고있는 중이기 때문에 약초를 잘발라서 문지르면 좋아질거라고 들었거든요..”

 이 화상은 이틀전에 얻은 것으로 대장간의 풀무질을 도와주다가 석탄의 파편 때문에 생긴것이였다. 한창 꾸미기 좋아할 나이이고 더군다나 목에서 어깨를 가로지으는 부위였기에 이 화상은 언제나 그녀를 움츠러들게했다.

“.. 이래서 애기하기 싫었던거예요. 당신은 목숨을 걸고 싸워왔고 지금도 그 큰 방패와 철퇴를 든채 괴물들과 싸우잖아요. 그런것에 비하면 제 고민은 너무 하찮은 것이니까요.”

 아말리에는 다시 망토를 둘러매며 후드를 쓰려고했지만 아우렐디르가 그녀의 손을 가볍게 낚아챘다.

 그가 아말리에를 응시하며 말했다.

“아름다운 보석원석에 금이 몇 개 갔다고해서 추해지지는 않는법이네.”

 아우렐디르는 굳은살과 흉터가 가득 박힌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뒤로 흝으며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에는 자네도 마찬가지인 듯 싶네만, 아말리에양.”

 아우렐디르의 말은 아말리에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할게르는 분명 상담의 대가였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였으니, 그녀는 표정을 굳히며 대답했다.

“그런 여성을 유혹하는 말은 아저씨같은 늙은남자가 제게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네요! 아우렐디르.”

“그렇다면 아깝구만! 정말 좋은 대사라고 생각했는데.”

 아말리에는 시원하게 미소지었고 아우렐디르도 전혀 기분나빠하지 않았다.

“자, 기달려보게 내가 기분전환을 위한 묘기를 보여주지”

 아우렐디르는 아까 가볍게 튕겨본 류트를 다리를 꼬아 배와 그 사이에 집어넣고 다리를 배쪽으로 오무려 류트를 고정시켰다. 그리고는 딩, 딩, 딩 한손으로만 류트를 튕기기 시작했다.

 아말리에는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다른손은 쓰지 않을셈인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런식의 한손 연주를 알고있는 그가 더 신기하게 보였다.

 류트의 음색은 배와 다리사이에 묻혀있어서 맑고 크게 울려퍼지지는 않았어도 충분히 들을만한 수준이였다. 또 한손으로 하는 연주이기에 음을 내기만할뿐 정교한 높낮이는 불가능했지만 단조로운 음색들을 잘조합해 연주했다.

“자, 아말리에양. 이 연주는 내가 어떻게 배웠을것같나?”

“또 부대의 동료인 친구일까요?”

“이 친구의 이름은 외팔이 울라슬로였네. 뛰어난 보병이자 몸집이 아주 컸지. 나보다 컸다면 믿겠나? 한번은 공성추를 밀고 요새의 성문으로 돌진하는데 타르를 뒤집어썼다네. 다행히 몸의 반은 공성추 지붕의 안쪽에 있었지만, 나머지 반은 그러지 못했지. 타르를 걷어낼 때 피부가 벗겨지고 한쪽팔을 잘라내야했다네. 그리고는 더 이상 전투에 참가하지 못했고 말이야. 그러던 어느날 그가 공성을 끝내고 돌아온 우리에게 한쪽손으로 류트를 연주하기 시작했네. 그러면서 말했지. 너희들과 더 이상 함께 싸울수는 없지만 대신 멋진 연주를 들려주겠다고 말이야.”

 아말리에는 이토록 멋진 이들과 알고지내고 그들과의 추억과 동료애를 아직도 지닌채 살아가는 아우렐디르가 부러웠다. 아우렐디르는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였다.

“영지로 돌아간다면 한번 배워보겠나?”

 잠시 망설였지만 그녀는 엷게 미소지었다.

“좋아요! 한 손 류트라, 재밌는 묘기네요.”

 그 미소로 아우렐디르는 자신이 위로해주려 했지만 되려 위로받은 느낌으로 아까 자신이 한 말이 옳았음을 느꼈다. 보석원석에 금이 몇개 간다하여 추해지지는 않는 법이다.






 그들은 한바탕 신나는 연주회를 끝내고 잠자리에들 준비를했다. 아우렐디르는 불침번을 준비하며 철퇴를 쥐어매고는 아말리에의 머리맡에 앉았다. 그녀는 자신의 짐을 베개삼아 누워있었다.

“아우렐디르.”

 어두워진 불빛속에서 그녀가 말을 걸었다.

“당신을 만나 다행이예요. 그렇게 산림속에 계속 있었다면 화상따위는 우스워 보일정도로 더 소중한걸 잃었을테니까요.”

 아우렐디르는 희미한 빛의 일렁임속에서 감았던 두 눈을 떴다. 아말리에는 여전히 즐거운 분위기를 가지며 신나있었다.

“참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아우렐디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전까지 들뜬 분위기가 만연했던 그곳은 침묵한채 밤을 맞이했다.






 갑옷과 철조각이 덜그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모닥불은 생명이 꺼져가는채 아주 희미하게 주위를 비추고 있었고 아우렐디르가 약간 떨어진곳에서 몸을 낮춘채 달려오고 있었다.

“아우렐디르?”

 그녀가 불러봤지만 이 거대한 중보병은 검지를 입술에 갖다대며 조용하라는 듯이 명령할뿐 대답하지 않았다. 곧이어 모닥불을 흩뜨려놓으며 식량등 야영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버리고 빵조각 몇 개와 물 한 병만을 허리춤의 가죽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당신에게 절대 어기지말아야할 세 가지 규칙을 말할테니 기억하시오.”

 중보병은 손가락을 하나씩 피며 설명했다.

“동정하지 말 것. 둘째, 바보가 되지 말 것. 마지막 셋째, 앞에 두 규칙을 어기지 마시오.”

 아말리에는 그의 저녁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 압도당했다. 아우렐디르는 유쾌한 어조나 가벼웠던 분위기는 사라진채 한쪽눈을 빛내며 강압적으로 명령했다.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중보병은 지채없이 걷기시작했다. 사각거리는 발소리에 곧이어 비명소리와 악의에 찬 조롱들이 들려왔다. 별빛과 같이 희미했던 불빛은 점점 밝아와 그것이 망가진 수레의 등불이고 그 주위로 쓰러진 사람들과 땅딸만한 노파에게 멱살을 잡힌채 무릎꿇린 남자가 보이게 되었다.

 “아우.. ”

‘동정하지 말 것.’

 중보병을 부르려했지만 세가지 규칙을 기억했다. 그녀는 이 상황을 이해하면서 이해할 수 없었다. 아우렐디르는 그녀를 힐끗 바라보고는 다시 길을 재촉했다. 남자는 두려운 듯 소리치고 있었지만 노파는 따귀는 때리고 조롱하며 남자를 고문하고 있었다. 아우렐디르를 바라봤지만 그는 모든 상황을 무시한채 앞으로만 걷고 있었다. 노파의 뒤로 키가 작은 나무만한 거인이 산림속에서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죽은 시체들을 씹어먹기 시작했다.

 아말리에는 아우렐디르의 허리춤을 잡아 멈춰세웠다. 두려움과 작은 분노로 떨리는 손아귀를 점점 더 쌔게 움켜쥐었다.

“그를 도와줘요.”

 중보병이 싸늘하게 그녀를 노려봤다.

“동정하지 말 것.”

“저도 무리한걸 강요하는건 아니예요. 제가.. 제가 좀 떨어진곳에서 시선을 끌어볼게요. 돌을 던질수.. ”

“바보가 되지 말 것.”

“아니예요.. 봐요, 아우렐디르 저렇게 작은 노파 한명과 거인.. 거인이지만 둘 뿐이예요.”

 고작 하루였지만 지금까지 알고있던 그와는 달랐다. 아말리에는 혼란스러운 감정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갔다.

“당신의 그 바보같은 규칙이야말로 저 남자를 죽일거라고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커졌다. 노파와 거인 둘만이 있었던 수레 근처에서 버섯을 뒤집어쓴듯한 괴물들이 기어나오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아우렐디르는 아말리에의 입을 강제로 막으며 걸쳐매고 달리기 시작했다. 중보병은 뒤에서 들리는 괴성과 땅의 울림을 느낄수 있었다.

 마침내 괴물들을 따돌렸다고 생각됬을 때 아우렐디르는 이제 가까이 영지가 보이는 작은 언덕에서 앉아 가쁜 숨을 내쉬며 땀이 흐르는 이마를 흝어냈다.

“그 남자는.. ”

“죽었겠지.”

“당신이 옳았어요. 전 그 둘만이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이 아무이유없이 그렇게 지나칠 리가 없는데. 미안해요. 제가 당신까지 위험.. ”“노파와 거인만이 있었다고해도 그를 구하지 않았을거야. 아말리에양, 제대로 본거요.”

 원래 전장에서 수십년을 보내면 이렇게 되는것일까. 자신이 시골촌에서 자라 세상물정을 모르는 여자라서 그런것일까.

 아말리에는 언제나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자신의 방정스러운 입을 자책한다. 이번에도 그녀는 다르지 않았다.

“비겁해.. 당신은 비겁해요. 그가 당신이 말한 친구들이였어도 그랬을까요?”

 한순간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를 비난해버렸다. 입을 연지 고작 몇초만에 아말리에는 후회했지만 한편으로 그가 할 대답이 궁금했다.

 아우렐디르가 그녀의 물음에 방패와 철퇴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팽개치며 다가갔다. 표정은 굳어 있었고 아말리에는 거인과 노파를 봤을때보다, 괴물들에게 쫒겼을때보다 더한 두려움을 느끼며 물러섰다. 중보병은 그녀를 잡아채 망토를 벗겨내고 후드를 내렸다. 그녀는 공포로 침을 삼키며 떨리는 눈동자로 아우렐디르의 행동을 기달렸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아말리에의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어제밤에 그랬던것처럼 한번 쓰다듬고는 미소지었다.

“아쉽구만.”

“왜요?.. ”

“이 아름다움을 다시는 못볼테니까.”

 아말리에는 순간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죽이려는걸까. 두려웠다. 얼마전까지 너무도 좋은 사람이라 여겼던 그가 두려웠다.

 아우렐디르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아말리에를 놔주며 방패와 철퇴를 챙기고는 영지를 향해 걸어갔다.

“따라오시오. 영지까지는 한걸음이지만 사람일은 또 혹시 모르지 않겠나.”

“.. 당신이 절”

“죽일줄 알았다고? 내가 좀 말과 행동을 무섭게 했나보이.”

 그는 뒤돌아 어제의 그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실망이구만, 아말리에양! 난 그런 이상한 살인마가 아닐세. 나는 생존가지.”

 아우렐디르는 걸었고 아말리에는 뒤따랐다.






 영지의 저택들과 대장간 그리고 예배당들이 육안으로도 식별될정도로 가까워지자 아우렐디르가 빵조각을 건냈다.

“아말리에양, 이제부터는 혼자가도 괜찮을걸세. 자, 아침도 못먹었으니 이것을 드리지. 생각같아서는 빵조각 스튜를 해주고 싶었네만.”

“그것도 브리스틴의 요리겠지요?”

 중보병이 미소지었다.

“그렇네. 내 요리는 그것밖에 모르지.”

 아말리에는 마지막 헤어짐의 순간에 그가 미소지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고통받던 남자를 떠올리면 아우렐디르의 냉정한 모습을 자신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전장에서 수십년을 보내왔고 자신은 시골처녀일뿐이다. 아까의일로 말미암아 그가 두렵기도 하지만 결코 악인은 아니라는 것을안다.

“아말리에양. 헤어지기전에 마지막 이야기를 들어보겠나?”

 아말리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친구들 이야기인가요?”

“그렇네.”

 약간의 침묵뒤에 늙은 중보병이 입을 열었다.

“이번 이야기는 모두에 관한것일세. 브리스틴, 할게르, 울라슬로와 나의 이야기로 전쟁에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있기마련이지. 승자에 속한 자들은 축하와 환호를, 패자들은 까마귀밥이 된채 평원에서 썩어가는게야. 우리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우리들은 패자였다네. 전쟁에서 졌고 철수하기도전에 주둔지가 습격당했지. 난 전투에서 입은 상처 때문에 사경을 헤매고 있었어.”

 아우렐디르가 자신의 애꾸눈을 가르켰다.


‘브리스틴! 할게르! 아우렐디르를 찾아가. 그자식 눈알하나가 빠져서 자기 도망칠 길도 못찾을거다.’

‘누군가는 놈들은 저지해야돼.’

‘외팔이 울라슬로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풋내기들에게 알려주지.’


 할게르와 브리스틴이 외팔이 울라슬로의 최후를 알려줬다.

“외팔이 울라슬로가 가장 먼저죽었지. 주둔지의 입구를 막아섰고 이름에 걸맞게 싸웠네. 그리고는 도착한 브리스틴과 할게르가 날 걸쳐매고 밖으로 도망쳤어.”


‘버러지같은놈들. 오늘 아침은 내 특제 양상추 당근 스프였는데!’

‘장난치는거 아니야. 난 내 요리가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한다고.’

‘매정한놈들. 언젠가 내 요리가 그리워 질거다.’


 요리사 브리스틴이 아침부터 화살과 함성속에서도 자신의 요리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할게르가 날 걸쳐매고 브리스틴이 호위했네. 주둔지는 이미 함락당했고 우린 비참한 패잔병이였지. 몇놈들이 우리에게 달려들자 브리스틴이 검과 망치를 빼들며 맞섰지.”


‘지금 이 순간에도 난 별로 할 말이없네, 이 친구야.’

‘지금 난 자네를 부상병 시체구덩이 한가운데로 집어던질거야. 어쩌면, 운이 좋다면 시체속에 파묻혀 살아남을지도 모르지.’

‘말하지 않아도 자네가 고민하는게 보이는구만. 친구들이 죽는데 비겁자처럼 그렇게 있고 싶지는 않다이거지? 좋아. 상담가 할게르가 마지막 고민을 해결해주지. 앞으로 절대 이 세가지 규칙을 어기지 말게.’


 상담가 할게르가 자신의 마지막 상담을 시작했다.

“할게르는 최후의 방법으로 날 부상병들을 처리하는 시체구덩이로속으로 던져넣었네. 그가 내게 친구들이 죽어도, 무슨일이 있어도 이곳에 있으라며 마지막 상담을 해주었지. 그리고는 나에게 이 규칙만 지키면 겁쟁이도 비겁자도 아니라고 말해줬다네.”

 첫 번째.

“동정하지 말 것.”

‘죽을게뻔한 얼간이들을 위해 동정하지말게나. 스스로를 지키라고.’

 두 번째.

“바보가 되지 말 것.”

‘감정에 앞서 위험을 감수하지말아야지. 그런건 바보들이나 하는거야. 언제나 냉정해지게나’

 세 번째

“앞의 두가지를 절대 어기지 말 것.”

‘기억하라고 친구. 이게 가장 중요한거야. 세상이 이런 규칙을 지키는자들을 결국 뭐라고 부르는지 아나? 비겁자, 겁쟁이? 아닐세! 세상은 이런 자들을 이렇게 부른다네.’

“생존가라고.. ”

 시체구덩이속에서 나는 눈을 떴다. 나는 살아있었다.

“아말리에양. 내게 그 남자가 내 친구들이였어도 지나쳤을거냐고 물었던 것으로 기억하네.”

 아말리에는 시야가 굴곡져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맞아.. 난 내 친구들이였도 그랬을거야.”

 아우렐디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아말리에를 쓰다듬으며 일으켜세웠다. 아말리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쉽구만, 늙은이의 이야기를 잘들어주는 아가씨는 흔치 않은데 말이야. 이게 마지막이라니.”

 아말리에가 고개를 들어 눈망울을 그에게 향하며 물었다.

“왜.. 왜 마지막이라고 말하는거예요 아까부터?”

“우리의 만남은 마지막이여만하네. 내 규칙들이 언젠가 아말리에양, 당신도 죽게 내버려둘테니까.”

 아우렐디르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뒤돌아 걷기시작했다. 가주에게 돌아가기전 적어도 이 근처는 순찰을 끝맞치고 돌아가야만했다.

“류트.. ”

 중보병이 멈춰섰다.

“류트 알려줘야죠, 아저씨!.. ”

 아우렐디르가 뒤돌아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아말리에는 그 의미가 승낙인지 웃어넘기는것인지 몰랐지만 그가 영지로 돌아온다면 붙들고 알려줄때까지 놓아주지 않을리라.


 아말리에는 아우렐디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자신이 그에대해 생각했던 것이 옳았다.


‘아우렐디르는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였다.’


 아직도 늙은 중보병은 자신의 세 친구들과 함께 싸우고 있었다.















다키스트 던전갤은 꾸준히 왔는데 팬픽은 오래만에 쓰네요

저처럼 시험보는 학식들은 공부 열심히하고 시험 잘보길!


허접한 글이지만 재밌게 읽어주신분들이 계셔서 한번 또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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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9 AD 딥 블루 호라이즌 사전예약 6.14-7.4 운영자 24/06/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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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8 일반 다키스트2일차인데 [6] SDS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15 148 0
2087 일반 구울 개놈시끼 때문에 파티원 전주 4고통ㅅㅂ [3] ㅇㅇ(183.103) 16.04.15 210 0
2086 일반 던전별 느낌이 [2] ㅇㅇ(112.151) 16.04.14 192 0
2085 일반 쉠블러 가주템 팔아도 또나옴? [2] ㅇㅇ(112.151) 16.04.14 288 0
2084 일반 난 트랩보다 밥이 빡치던데 [5] 병신보면짖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14 223 0
2083 일반 캐릭터 배치 자리가 어떻게 되냐? [4] 쌈은쌈장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14 332 0
2082 일반 썅.. 던전 돌면서 은근히 .. 아니 존나 짱나는거 [4] ㅇㅇ(183.103) 16.04.14 288 0
2081 일반 마차 맨첫번째 업글하는걸 뭘 업글하는거야? [1] ㅁㅁ(222.114) 16.04.14 138 0
2080 일반 광인 고발할때 뭐라고 씨부리는거지? [6] ㅇㅇ(183.103) 16.04.14 400 1
2079 일반 역마차 풀업글인데 개장수랑 나병이 올 생각을 안한다 [4] ㅇㅇ(183.103) 16.04.14 245 0
2078 일반 취향을 좀 많이 타는 게임이긴 한가 [1] 병신보면짖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14 206 0
2077 일반 첫주차에 역병의사 죽어버린 이후 20주쨰 역병이 안나온다..... [2] 자줏빛창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14 213 0
2076 일반 노상-상인 조합 딜은 되는데 [5] ㅇㅇ(1.218) 16.04.14 279 0
2075 일반 애들 뭐라씨부리는거 대사 정리한곳 없나? [2] 흑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14 198 0
2074 일반 술 조심해라 [3] 카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14 261 3
2073 일반 솔직히 다 싸잡아서 말한다면 극혐이 너무 많다. [2] afs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14 297 0
2072 일반 2층 공략 안보고 2트째에 조짐 병신보면짖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14 187 0
2071 일반 극혐 몬스터 3선발(주관적) [7] afs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14 314 0
2070 일반 닼던은 조건 상관없이 고정이지? [1] Plancar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14 13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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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6 일반 이건 솔직히 후퇴할수 밖에 없다 [3] 물음표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13 32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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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 일반 닼던 돌고 와서 애들 짤해주는거 말인데 [1] 2ㅈ(1.212) 16.04.13 137 0
2060 일반 엊그제 챔피언 스와인 갓 족친거 찍어봤음 [1] 병신보면짖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04.13 12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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