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타닥, 닷. 현란한 손놀림으로 게임기를 조작하던 나나미가 뒤늦게 이쪽을 바라봤다.

말 없이 멀뚱멀뚱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걸까?

아, 그거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 다시금 귓가에 때려넣어주자 나나미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니야, 이렇게 하는게 맞아."

게이머로써의 자존심인걸까.

자신의 플레이가 맞다며 볼을 부풀린 나나미가 다시금 게임기에 집중했다.

설마,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주려는건가?

그런데 무슨 게임을 하길래 초고교급 게이머가 애를 먹는단 말인가.

작은 호기심이 들어 게임화면을 훔쳐봤고.

이내 나는 그것을 후회했다.

─BL게임.

나나미 치아키가 하던 건 여성향 BL미연시였다.

……그럼 난 지금 남자가 BL게임에 훈수를 둔건가.

하지만. 한번 훈수를 둔 이상 포기할 수 없지.

나나미의 귓가에 가까이해선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지적하고, 훈수하며, 지적하고, 훈계하며, 지적하고, 훈수하며. 무한한 굴레.

아 그거 그렇게 하는거 아닌데. 아 그게 아닌데. 아 거기선 다른걸 공략했어야지. 아, 왜 남자의 마음을 몰라주냐, 아 그게 그거 아닌데, 아 거기선 은은한 분위기에 한잔 치얼쓰를 했어야지. 등등.

한마디 한마디 주옥같은 훈수를 내뱉을 때 마다 나나미 치아키의 손놀림이 굳더니 이내 멈춰버렸다.

"…방해 돼."

입술을 삐죽 내밀고선 불쾌한 표정을 드러내는 나나미.

아무래도 미움을 산 듯 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온거야? 날 찾는다 하지 않았어?"

하지만 미움과 별개로 그녀는 내게 관심을 갖고 있었다.

코마에다. 그 녀석이 내 부탁을 들어준걸까.

'나나미와 단 둘이 대화하게 해달라.' 형태는 다를지언정 이뤄졌다.

"……."

어느 순간, 내 앞에 있던 나나미는 눈을 감고선 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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