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짤 하나로 요약.

이하 서두.

그냥 내가 디지몬 알못이라는 거 장황하게 써둔 글이니 내려서 감상문부터 바로 읽어도 상관없다.

나는 미취학 아동 시절에 포켓몬,디지몬,유희왕을 엄청 좋아했는데, 셋 다 초기 시리즈가 국내에 처음 들어왔을 때 시청했던 세대고, 이 시절 어린이들은 저 세 가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대부분이 으레 그렇듯 학년이 올라갈수록 만화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점점 소년만화와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며 몇살 더 어릴 때 좋아하던 컨텐츠에 관심을 잃게 되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나마 유희왕이나 포켓몬은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나 디지몬은 프론티어 시청을 끝으로 사실상 관심을 완전히 잃었었다.

한동안 이런 아동시절 좋아하던 컨텐츠를 잊고 살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 포켓몬이나 유희왕에는 추억팔이를 하며 적당히 들여다보는 수준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포켓몬은 본가 게임시리즈, 그리고 유희왕은 오피셜 카드게임을 큰 축으로하는 메인 컨텐츠가 꾸준히 발매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면 예전 감성과 추억이 남아있는 컨텐츠를 다시 붙잡으면 되기 때문에 복귀가 용이했던 점이 클 것이다.

그렇지만 디지몬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을 가지기가 힘들었는데, 이것은 포켓몬의 본가 게임시리즈, 유희왕의 오피셜 카드게임과 달리 디지몬은 신규 컨텐츠들이 다소 파편적으로 발매가 되는 인상을 받아 어떤 방향으로 다시 관심을 가져야할지 감이 안 잡힌 것도 한 몫 한다.

나는 디지몬을 어드벤처부터 프론티어까지의 애니메이션과 구판 디지털몬스터 TCG로 즐겼기 때문에 사실상 내가 즐기던 디지몬 컨텐츠와 지금 디지몬 컨텐츠가 다르다는 심리적 장벽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그러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신규 디지몬들이 정리된 영상들을 보다가 아직 이 IP에 생명력이 있다는 것을 문득 느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전에 나왔다는 어드벤처 신규 애니가 그저 같은 내용의 리메이크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내용으로 리부트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해당 애니를 정주행하다가 추억에 젖어 다른 디지몬 컨텐츠도 찍먹해보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전에 선물받은 뒤 생업 때문에 도저히 게임할 짬이 안 나 플레이를 못했던 사이버슬루스 합본팩이 있는데, 이 게임이 콘솔쪽 디지몬 게임중에 상당히 수작이라고 이야기를 들어 이 김에 진행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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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플레이 후기.

이 게임은 클리셰가 엄청나게 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클리셰 범벅의 작품이 싫지는 않다.

단순히 예상가능한 클리셰가 많다고 해서 작품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요는 클리셰를 얼마나 잘 쓰냐에 따라 다르지 그저 클리셰를 이용했다고 작품이 저평가받을 요소는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이버슬루스는 클리셰를 굉장히 맛있게 사용했으며, 이 게임이 디지몬 고인물들에겐 얼마나 뻔한 내용이었을지는 내가 유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디지몬에 한참 관심을 가지지 않은 상태로 텅텅 빈 뇌를 가지고 플레이한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반전도 꽤 강하게 와닿았다.

와 씨바! 여기서 옛날 디지몬 딱지에 봤던 이 집단 애들이 나와? 그리고 얘네랑 싸워야해?

와 ㅋㅋㅋ 얘 정체 좆된다 ㅋㅋㅋ

뭐 이런 것들??

뇌수가 질질 새더라.

디알못 뇌 상태로 겜하니까 진짜 재미있더라.

그리고 좀 나이먹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컨텐츠라 그런가 유치한 감성도 많이 절제해서 중간중간 눈꼴시렵다는 느낌도 거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주요 캐릭터들 중에서 싫고 미운 캐릭터들이 없던 것도 좋은 플레이 경험에 한 몫 하였다.

동료 캐릭터들과 적들은 모두 개성이 있고, 행동원리가 모두 납득이 되었었음.

요컨대 "아... 쟤는 왜 저래?" 같은 느낌이 드는 캐릭터가 딱히 없었다.

보통 아예 적대적인 인물이나, 아군 중에서도 일시적으로 적대하는 관계가 되는 캐릭터들의 목적이 설득력이 없으면,

그리고 아군 캐릭터가 플레이어와 상부상조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뒤치다꺼리를 해줘야한다면.

이런 캐릭터들이 주로 비호감 캐릭터가 되곤 하는데, 적어도 이 게임은 등장인물들이 왜 이 행동을 하는지 모두 설득력을 가졌기 때문에 싫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적절한 BGM 선정과 후반부의 스토리 몰입도도 좋았고, 엔딩까지 깔끔했기 때문에 더할 나위가 없다.

특히 같이 내가 동고동락하며 육성한 캐릭터들이 후반에 전부 한 번씩 나오는 연출에 몹시 취약하기 때문에,

엔딩 부분에서 로스터에 속한 디지몬 11마리가 빙글빙글 돌면서 얼굴 비추는 장면은 진짜 예상도 못하고 있다가 대가리가 반으로 쪼개져서 허덕거렸다.

한 3일 정도 밤새면서 게임했는데, 그동안 얘네 키운다고 렙작한 보람이 느껴졌다.

추후에 일을 하다 짬이 난다면 해커스 메모리도 플레이할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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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아쉬웠던 점.

위에서 호평한 점도 있었으나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JRPG식 일직선 진행에 서브퀘스트까지 진행을 해야했기 때문에 한참 몰입도가 높아지는 챕터에서 갑자기 다음 챕터로 넘어가려면 잡다한 의뢰를 해야하는 점들은 중간중간 집중력을 흐리는 요소처럼 느껴졌다. 서브퀘스트지만 메인 챕터 진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더이상 서브퀘스트가 아닌 느낌?

또 하나는 연식이 있는 게임 특유의 불편함.

서브퀘스트에서 왔다갔다거리게 만드는 이동 동선이라던가, 디지몬 진화-퇴화를 위해서는 미레이의 랩실을 반드시 들러야한다는 점, 깊숙한 던전을 오고가는 것에 대한 귀찮음.

이런 것들인데, 사실 이 부분은 이 사이버슬루스 시리즈가 꾸준히 나오는 장편이었다면 신작이 나올 때마다 조금씩 개선이 되었을만한 부분이었으리라 생각되지만

두 편 나오고 끝난 게임이다보니 이런 편의성에 대한 유저들의 피드백이 있더라도 이제는 별 소용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마지막으로는 스토리 진행중 후반부의 전투인데,

디지몬들이 진화-퇴화를 반복하며 스킬셋을 매우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것은 디지몬들 수에 비해 각 디지몬별 차별성은 좀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즉, 게임 진행하는데 굳이 이 디지몬을 쓸 필요가 없지 않나? 같은 느낌인데,

이게 로스터의 자리가 훨씬 제한적이었다면 모를까 최대 11마리까지 로스터를 꾸릴 수 있기 때문에 몇마리는 사실상 잘 안 쓰이고 붕 뜨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극단적인 차이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유저가 좋아하는 디지몬으로 얼마든지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은 장점이 되기도 할 것이다.

모든 디지몬들이 공평하게 사기캐일 수는 없겠지만, 못 쓸 정도의 폐급 디지몬 역시 없기 때문에 '좋아하는 디지몬이 폐급이라 못키우겠다'는 상황에서 자유로운 것은 이런 부류의 캐릭터 게임에선 대단히 큰 강점이다.

전투에 대해서 조금 더 첨언을 하자면 후반부로 갈수록 게임이 오히려 쉬워지는 느낌이었다.

디지몬마다 제한적인 기술과 타입 때문에 역할을 분담해서 전략적으로 플레이해야하던 초반부랑 달리

후반부는 그냥 방어관통 필살기 + 전체공격기 하나씩 챙긴 디지몬들이 보스전 잡몹전 싹 다 긁어주는 느낌?

방어관통 필살기 가진 디지몬들이 무자비하게 린치해버리면 보스는 패턴 한 번 못 보여주고 죽는다.

그렇다고 방어관통 필살기를 안 쓰자니 보스들이 방어력만 무식하게 높아서 피로감이 엄청 쌓이고.

이런식으로 후반 전투가 이렇다할 특색이 없어진 게 꽤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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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뭇내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이 게임을 잘 만든 게임이라고 감상평을 남기는데에는 주저함이 없다.

전투와 편의성에서 몇 가지 엉성한 부분은 분명히 있으나, 사이버슬루스는 이 게임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정확히 긁어주는 게임이고

상당히 괜찮은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이 게임에 계속 몰입을 시키는데 큰 공헌을 한다.

무엇보다 디지몬이 좋아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디지몬 뽕을 잘 채워준다는 점에서 이미 이 게임은 사명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이 게임을 하고나서 디지몬에 대한 인상이 좋아졌으며, 검색을 하다보니 이 디지몬 스토리 시리즈에 신작 떡밥이 최근부터 돌기 시작하던데, 이것을 기분좋게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추후 디지몬 어드벤처 리부트를 마저 다 보면, 그리고 해커스 메모리를 플레이하고 난 뒤에도 해당 작품들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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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이터랑 융합돼서 재갈물고 구속된 상태로 흐느적거리던 유코 개꼴렸으면 개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