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드는 인터넷 공간과 우리가 맞닿으면 맞닿을수록 배척당하고 축소될 것이다. 캔디드엔 인물이 주피사체로써 돋보이기 때문이고, 몰래 찍힌 사진은 인간 권리의 침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진 속의 인물이 독립적으로 돋보일수록 당사자나 그것을 보는 관람자도 불쾌감이 배가된다.

한 인물의 얼굴과 몸에서(혹은 자세나 행위에서) 유머나 외형적 특별함을 찾은 사진들은 그 인물을 조명시킨다. 그리고 보통 그것엔 일차원적인 이미지 말고는 의미가 없다. 당연히 예전엔 그 사진들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만들어지지 않은 순간들, 인위적이지 않은 사람들, 근대의 사진들과 차별화된 구도, 자연스럽거나 놀라는 표정들. 그런 것들이 혁신이던 시절에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이미지들은 이미 많은 사진가들에 의해 파헤쳐 졌고, 빠르고 넓은 유포의 시대에 창작되는 동일한 사진들은 누군가가 필연적으로 권리를 잃게 되는 사진이기에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에리히 잘로몬부터 지금까지, 의미 있는 캔디드들은 무엇이든 한 단계 발전한(구도, 컬러, 시선, 씬, 개념 등) 사진들이었다. 로버트 프랭크는 사람들을 찍었지만 결국 그가 찍은 것들은 미국이었고, 브루스 길든도 결국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도시인들의 불안과 긴장이었다. 물론 길든은 외형적인 부분이 많은 역할을 차지하는 사진이지만 딱 그 시대까지였다(요즘은 잘 안 찍는다). 결국 파인아트의 영역인 캔디드는 현대사진에서 개념을 표현하는 장르로써 사용될 때 힘을 발휘할 뿐이고, 1차원적 이미지로 창작되고 소비될 땐 창작자의 희열 외엔 의미가 없는 애착 담요 같은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이미지에 치중된 캔디드라도 관람자가 불쾌감을 안 받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당사자 포함 누가 보더라도 비하나 모욕 없이 미적으로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을 때, 또는 절대 공개하지 말다가 100년 뒤에 ‘20XX 연도 그 시절의 한국 사회’ 같은 역사적 기록의 의미로 세상에 내놓을 때이다. 우리 같은 취미러들은 이런 방법이 있다.

두 줄 요약

1. 캔디드 풀고 욕 안 먹으려면 사진계가 주목할 정도로 개념 사진을 찍던가, 이미지가 존나게 좋든가(긍정적으로), 100년 뒤에 공개하거나.

2. 근데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캔디드 찍고 유포 동의 구하고 싫다 하면 지우고 알겠다 하면 감사해하는 것.

+ 이 모든 건 유포 단계에서 적용되는 말이고, 촬영 때 욕 먹는 건 저 셋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성범죄 제외하곤 촬영에서 완전한 범법인 건 아직 없기에 상황을 잘 풀어나가는 건 촬영자에게 달렸다. 작품 판매 관해서도 요즘 추세가 민감해지고 있기에(인격표지영리권)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법 얘기는 다른 문제고, 최소한의 도덕이기에 여기 적진 않았다. 법만 가지고 얘기하면, 성범죄나 작품 판매만 아니면 대부분 합법이기에 응~조까 하고 찍을 수 있지만, 자칫 폭력이 될 수 있는 장르니까 좀 더 기준을 높게 둬서 생각해 봤다.

+ 다 끝난 마당에 뒷북쳐서 ㅈㅅ

+ 다른 의견 있거나 내가 놓친게 있으면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