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붕이가 들어오고 나서, 문예부가 활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 전엔 각자 하고싶은거만 했는데, 들어온 이후로 서로서로 시를 나누는, 뭔가 문예부스러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으니까

솔직히, 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문붕이랑 서로의 마음을 시로 교환하는 두근두근한 상황을 상상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안녕 문붕아!"

항상, 시를 공유할 때 되면

"오늘의 시, 한번 봐도 될까?"

맑고 깨끗한 시야, 그건 좋은데

"응..."

[달빛 아래의 꿈]

기이한 먹구름에 가려진

반짝이는 달빛의 꿈

아름다운 반딧불의 춤과

기이한 장미의 모험

저 달빛이 사실은 햇빛이라는데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도

항상 짝사랑으로 반짝이는 저 달빛이

저 달빛의 꿈이 사실은 햇빛이라던데

이 달콤씁슬한 사실이

그 현실이 희망을 부수지 않는다면

...이건 대놓고 사요리한테 작업 거는 시잖아!

어제도, 그제도 이런 식이다

거기다가, 더 억울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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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려 대상조차 아닌거냐...

솔직히, 이 힘으로 어떻게든 한다면

무리해서라도 문붕이와 가까워질수는 있겠지만...

나는 사요리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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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리도 문붕이를 좋아하는 걸로 보이고...

내가 강제로 상황을 트는 건, 사요리를 저버리는 일이다

사요리는 내 소중한 친구다. 그럴 순 없지

문붕이에 시에 대해 적당히 칭찬을 좀 해주고 돌려보냈다

...나를 향한 게 아니라 해도, 일단 같이 시를 나누는 이 시간만으로

나는 만족하기로 했다

이미, 그렇게 결심했다

"아, 사요리, 시는 써 왔어?"

"아... 미안..."

사요리, 며칠 전에 비해 우울증 수치가 말도 안되게 높아졌다

며칠간 같이 있어주면서 완화시키려고 해보기도 했는데...

내 행동은 물론이고 문붕이가 사요리한테 시를 쓰는것도 효과가 없는거같다

그래도 어제까진 우울감, 잘 숨겼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될정도로 심해졌다

심지어는 시를 써오는거까지 깜빡할 줄은...

"역시... 난 뭘 제대로 하는게"

"아니야, 사요리!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니까. 하루 정도 잊어도 괜찮아"

"...고마워, 위로해줘서"

...사요리의 눈에서 읽을 수 있다. 능력 같은거 없어도

사요리는, 내가 자기한테 실망했다고 생각한다. 그냥 괜찮은 척 할 뿐이라고....

...사실, 이때까지는 사요리의 파일을 건드는 건

사요리를 게임 캐릭터로 대하는 거 같아서 피하고 있었다

근데,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만큼 상황이 좋지 않네

사요리, 우울증 값 좀 낮춰 줘야겠어

...왜?

뭐?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아니야, 당연히 친구로써

사요리가 우울할수록, 문붕이와 이어지긴 어려울걸?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야...

그럼 너에게도 기회가 생겨. 그게 네가 원하는거잖아?

아니야, 난 사요리를 위해서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그냥, 우울하게 내버려 둬

"아니야!!"

"모...모니카?"

다시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사요리가 내 앞에서, 겁먹은 표정으로 서 있다

"...미안. 가봐도 좋아"

...이상한 생각이 순간 들었다

신경쓰지 말고, 우울증 수치는 낮추자...

[depression:92]

우울증 수치를...

낮...춰야 하는데

어째선지, 마음만 먹으면 간단한 일임에도

그걸 할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주저하다, 결국 값을 내릴 수 없었다

...결국 그날, 사요리는 극심한 우울감을 버티지 못하고 조퇴했다

죄책감이 심장을 감싼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내 자신이 싫어지는 점은

후회는 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시간을 되돌이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거라는 것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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