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디펜스 다읽었다
넘우 슬퍼...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슨 말이 필요한지...
작가 쉑기야 그냥 양산형 라노벨 하렘 엔딩으로 해달라고 ㅠㅠ
파이몬이랑 바르바토스랑 화해의 폭풍 3p 야스 하고 좋게좋게 가면 얼마나 좋아...
하렘 인원들이 혼을 쏙 빼놓고 라피스랑 데이지가 잘 타이르고 조교하면 양산형 남주로 바꿔 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쓰읍
물론 그렇게될리 절대 없지만.
흔히 말하듯이 던전 디펜스는 단탈리안이 점점 미쳐가는 모습을 그려낸다고 보기는 어려움
아니, 맞기는 한데 작중 엘리자베트가 말하듯이 단탈리안은 어느 순간 이미 미쳤고 (아마 월맹 전쟁 시작하고 나서), 미친거랑은 별개로 제정신으로 쭈욱 활동함.
설령 남들이 보기에 그 행동원리가 광기에 가까울정도로 비인간적일지언정, 그런 행동 원리를 가진건 단탈리안의 순수한 자아 그 자체임
서순을 따져봐도 단탈리안이 환영을 볼 정도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유가 단탈리안의 양심과 윤리 때문이니...
아, 생각해보니 그렇지만도 않나. 자기의 윤리 방정식을 제외한 나머지 마음의 군살을 다 쳐내는건 미친놈이나 할 수 있는 짓이겠지.
작중에서 데이지는 단탈리안이 자기를 죽일 수 있는 후보를 찾아댕기며, 파이몬이 그 후보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죽였다고 말하는데 이것도 쪼금 다르다고 생각함.
애초에 저 대사는 데이지가 연기 중에 한 대사이기도 하고.
단탈리안은 절대 죽고 싶어하는 인물이 아님. 자기 자신의 죽음을 속죄로 삼을 인물이 아님.
단탈리안에게 있어서 자살은 그야말로 자신의 책임으로부터의 비겁한 도망이겠지
단탈리안이 데이지의 대사에 대한 독백으로 '이 정도가 아니면 죽어줄 수 없다는거다' 운운했는데 이게 더 본심인게 맞다고 생각함.
무엇보다 단탈리안의 첫번째 살인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였음. 죄책감 때문에 죽고 싶어한다면 그야말로 이들에 대한 기만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대로 쭈욱 살아버리면 자기가 해피엔딩을 맞아버리게 됨.
단탈리안은 자기가 죽인 수십만의 생명에 대한 책임을, 절대로 그 사람들이 의미없게 잊혀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질려고 했는데
그래서 이를 위한 시나리오가 바로 자신의 죄의 역사, 죄의 증명인 데이지에 의해 자신의 모든 죄가 세상에 낱낱이 밝혀지고, 자기가 죽인 사람들을 세상에 각인시키면서 자기는 처단당하는 것이었을 거임. (이 당시 단탈리온은 자기가 죽으면 이 세계가 끝날지도 모른다는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음)
이게 단탈리온에게 있어서의 S급 시나리오, 엘리자베트가 A급, 루크가 B급 뭐 이런거겠지.
물론 그렇다고 절대로 죽어줄 수는 없고, 자기는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지면 좋은거고, 이겨도 자기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살면 되니까. 대적자는 나중에 또 양성해도 되고.
그런 면에서 후보로서의 파이몬, 그리고 아마 바르바토스? 의 위치가 조금 특이하다고 봄.
왜냐면 파이몬은 단탈리온의 죄를 고발하는 역할로 보기 어려우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이몬은 데이지나 엘리자베트와 같은 '죽여줄 후보'라기보단 '죽어줘도 되는 후보'에 가깝다고 생각함.
그럼 단탈리온의 죄의 역사는 어떻게 되냐 싶은데 아마도 파이몬이 자신의 40만명의 생명을 대신 짊어져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거 같음.
파이몬의 고귀한 신념 앞에서라면 자신은 패배해줄만 하고, 또 파이몬이 능히 자기가 짊어진 목숨의 무게를 대신 짊어져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지.
후보로서의 바르바토스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서 잘 모르겠음.
바르바토스의 경우에는 신념에 반한거 같진 않은데, 그러면 그냥 바르바토스 자체를 너무 사랑하고 동경하니까 죽어줄 수 있다는 건지...
어쨌든 바르바토스도 40만명을 감당해줄만 하기도 하고.
아무튼 파이몬이 후보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죽였다 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음.
단탈리안이 아무리 미친놈이어도 후보에서 탈락했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이유 없이 죽일 놈은 아니겠지
정확히 보자면 단탈리안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마계의 균형을 반드시 휘어잡아야 하는데,
바르바토스의 재촉으로 인해 파이몬을 죽이지 않고선 무조건 산악파와 평원파 간의 전쟁을 막는 것이 불가능함을 직감했고,
결국 단탈리안 자신의 목숨보다 중요한 자기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파이몬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는데,
유일한 다른 길은 파이몬이 자기를 죽이고 자신의 짐을 대신 짊어지는 것 밖에는 없었음.
그거를 깨닫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파이몬의 진심을 물었으나,
파이몬은 이미 애저녁부터 신념보다 단탈리온을 더 중요시했었고,
따라서 파이몬은 단탈리온을 죽이지 못하기 때문에 단탈리온은 파이몬을 죽일수 밖에 없었던 것임.
If 루트 no.03으로 가는 선택지의 연장선상에 불과했을 뿐인거지. 결국 그때 단탈리안 못죽였잖아.
하지만 파이몬을 죽이면 평원파와 산악파 간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단탈리안은 바르바토스 또한 죽일 수 밖에 없었음.
내 기억이 맞다면 작중 단탈리안이 바르바토스에게 꼭 내 목숨만큼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단탈리안은 자신의 목숨보다 의무를 더 중시했기 때문에, 파이몬과 바르바토스를 죽일 수 있었던 것임.
그리고 내 생각이지만 이 즈음부터 단탈리안이 처단당하는 시나리오를 포기한 것 같음.
최후반부에서 단탈리안이 스스로 원래는 자신이 악으로 처벌당함으로써 의무를 다하려고 했으나 자기가 진 생명의 무게가 20만에서 40만으로 늘어남에 따라 자기가 죽는 것만으로는 계산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안그래도 계산이 안맞는데 자기를 죽이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후보들 중 엘리자베트는 전쟁에서 이기기 힘들어보이지, 바르바토스랑 파이몬은 자기손으로 죽이게 생겼지, 루크는 데이지가 후보에서 쫓아냈지,
그래서 단탈리안이 데이지한테 평범하게 결혼해서 가정을 꾸미고 싶으면 하라고 말했던 것도 여기에 기반한게 아닌가 싶음
어짜피 시나리오 망했으니까 그냥 너 평범하게 살고 싶으면 살라는거지
물론 데이지한테야 말도안되는 개소리였지만.
아마 단탈리안은 자기가 파이몬이랑 바르바토스를 죽이면 더이상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고
그래서 더욱 파이몬을 일부러 PTSD 씨게 오는 방법으로 죽인 것 같음
강렬한 환영으로 남아서 결코 잊지 못하게끔. 절대로 미쳐서 자기가 저지른 짓을 잊지 못하게끔.
어쨌든 그렇게 세운 최후의 계획조차 결국 포기하게 만든게 데이지
데이지가 진짜 반전이었지
다른 모든 히로인들이 단탈리안에 의해 공략되어 단탈리안이 책임져야할 것만 늘리고 유일하게 라피스만 대등한 관계일 때
설마 데이지가 역으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온전히 단탈리안의 요구만을 받아들이기 위해 연기 중이었을 줄은...
데이지는 온전히 단탈리안의 오해와 편견으로부터 특정 역할을 일방적으로 요구 받았고, 철저한 연기로 그에 완벽히 응해줬으며, 아버님을 사랑함에도 조금의 사랑도 받지 않았음.
내 생각에 데이지와 단탈리안의 연애구도는 역으로 데이지가 단탈리안을 공략한 구도임.
그래서 마치 단탈리안이 파이몬을 공략하고 온전히 파이몬의 신념을 감당하듯,
데이지 또한 단탈리안의 모든 것을 짊어지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침.
나는 단탈리안이 독약을 마신건, 제파르에게 거짓말을 하고 죽인거나 라우라에게 필요한 말을 속삭인거랑은 달리, 정말 진심으로 데이지와 함께 죽은거라고 생각함.
단탈리안의 계획은 파이몬을 죽이면서부터 분명 파국을 맞이했으나, 어쨌든간에 단탈리안은 계속 모든 것을 감당하려 했음.
100점짜리 답안지는 아니나, 차선, 아니 차악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계획을 수정했고, 자기가 파멸할지언정 어떻게든 수정된 계획을 완수하려 했음. 그리고 당연히 거기엔 파멸한 후의 잔재든 단탈리안의 남은 찌꺼기가 살아있어야 했고.
하지만 데이지가 바친 모든 것이 너무나 큰 나머지, 결국 단탈리안도 자신의 목숨으로밖에 갚을 수 없었음
이건 명백하게 계획을 포기한거임. 수정이 아니라.
결국 단탈리안은 파멸했을 뿐만 아니라 패배하면서 끝을 맞이함.
사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는 모르겠음.
왜냐면 분명히 단탈리안은 계획을 포기한게 맞는거 같고 목숨과 신념을 상대방에게 맡기는건 던전 디펜스 세계에서 호감도 100을 찍는걸 의미하는데,
그렇다고 치기엔 단탈리안이 죽은 뒤의 자코만은 여전히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목숨을 짊어지고 신념을 지키고 있기 때문임.
'단탈리안'은 공략되어 죽었고 단탈리안을 연기하던 대학생 A와 그의 신념만 남은건가, 해도 막상 데이지가 진정 사랑했던건 '단탈리안'이 아니라 대학생 A니 엇나간거 같고,
그렇다고 대학생 A가 죽고 단탈리안만 남은건가, 하면 죽은 뒤 남주의 독백을 보면 단탈리안이 죽은 취급을 하고 있으니...
세계를 유지하는 의무도 '단탈리안'보단 대학생 A한테 있다는게 자연스럽고.
사실 바르바토스가 사랑하는 단탈리안과 이어진거까지 감안해보면
어쩌면 데이지와 함께 죽은게 대학생 A고, '단탈리안'이 자신의 과거를 버리고 책무를 다하며 엔딩을 맞는게 적절한 해석인가 싶다.
아니 시발 그럴꺼면 왜 데이지랑 동반자살해 그냥 둘이 같이 도망가서 잘 살면 안되냐 ㅠㅠ 파이몬이랑 바르바토스랑도 그냥 도피행 하면 좀 안되냐구...
시발 단탈리안 새끼는 왜케 극단적인거야 그냥 납치 감금하면 좀 어때 꼭 죽여야지만 되냐
니가 하던것처럼 얼굴 절대 안보기로 하고 오지로 보내버리면 안되냐구 그러면 상대방이 알아서 찾아올텐데...
라피스가 진짜 너무 아까움
라피스가 끝까지 '공략'되지 않고 대등하게 남아있는건 작가가 위기 순간에서 마지막으로 꺼내들 비장의 수단이라는 의미가 강하게 있었는데
라피스 몇년의 일편단심이 겨우 말 한번 믿어주는걸로 끝나는건 거스름돈이 너무 남는다....
나는 작가가 이렇게 아끼는건 나중에 결정적인 순간 단탈리안의 폭주를 단 한번 막아서기 위해 이러는거라 생각했는데...
작가가 그동안 계산을 진짜 잘 맞췄는데 이거 딱 하나만 수지가 한참 안맞는 계산이라고 생각함...
이 작품의 결말이 진짜 너무 한스럽긴 한데 아무 말도 못하는건 작가가 그동안 그려낸 단탈리안이라는 인물상이랑 꼭 맞는 결말이기 때문인거 같음
솔직히 독약 마시고 살아난 단탈리안이 인형이라는게 밝혀지자마자 '아 이새끼 멀리 도망가서 혼자 환영 끌어안고 살 생각이구나' 싶었다
단탈리안 진짜 너무 불쌍하고 이 극단적인 놈 때문에 죽은 히로인들도 너무 불쌍해서 제발 하렘엔딩 났으면 하고 원통해 죽겠는데
이런 결말이 굉장히 높은 설득력과 개연성을 갖고 있어서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가 없다.
아 그리고 혹시 누구는 바르바토스랑 단탈리안이랑 결국 만나서 함께 지내는게 그동안 처참할정도로 철두철미하게 지켜온 신념이랑 어긋나는게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는데
사실 나는 바르바토스가 찾아오는건 진짜 엔딩에다가 독자들을 위해, 혹은 단탈리안을 위해 일부러 덧붙인 사족이라고 봐도 된다고 생각함
가장 먼저 바르바토스가 그 때 문을 두드리지 않았으면 얼마 안가 단탈리안이 죽었을거라는 절묘한 타이밍,
그리고 마력 다 잃고 스스로 얼굴과 성대를 짓뭉개면서까지 헤매이던 바르바토스가 수명을 대가로 겉모습을 치료해서 나타났다는 편의주의적 전개.
보통 예쁜 히로인이 스스로 얼굴을 망가뜨리는 행위는 독자들을 향한 굉장히 강력한 시위 행동임
그래서 그 후 다시 얼굴이 안고쳐지는 경우도 많고, 설득력을 좀 훼손하더라도 어렵게 어렵게 다시 회복시킴
하지만 작품 결말에선 망가뜨린지 얼마 안지나 꽤나 쉽게 회복함
작가가 단탈리안이라는 인물의 완성을 위해 히로인들을 ㅈㄴ 죽여대기까지 한거 생각해보면, 막판에 갑자기 독자들 보기 좋으라고 이런 전개를 넣은 것은 살짝 그동안과는 다름.
그래서 나는 어쩌면 진실은 단탈리안은 살아있는 바르바토스를 만나지 못하고 그대로 죽은게 아닌가 싶기도 함.
나머진 환상인거지. 단탈리안이나, 어쩌면 독자들을 위한.
바르바토스는 헤메이다 끝끝내 단탈리안을 살아서 만나지 못하고 죽었거나, 어쩌면 애초에 처형당해서 죽었을지도 모름.
그러니까 바르바토스 진히로인 엔딩이 주인공의 신념을 무너뜨린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그냥 이부분이 환상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음.
사실 단탈리안은 그때 문 앞에서 죽은거지.
내가 믿는 진엔딩은 당연히 마지막 순간에 이바르랑 라우르랑 라피스랑 흑마법으로 되살린 데이지랑 파이몬이랑 히로인들 전부다 찾아와서 바르바토스랑 단탈리안 회복시키고 단탈리안 반죽여놓고 다시 회복시킨다음에 몇백년이고 몇천년이고 행복하게 사는 하렘엔딩 빳다지 쉬바 마지막에 밝아지는 지평선 순간이동 마법인거 내가 모를줄 알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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