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이쿠이는 사실 단순한 변태가 아님

개변태에다가 <카블루가 전하는 "미스룬 이야기"> 만드는 장면들만 떼어놓고 봐도 스토리를 계산해서 짜는 계산형 작가임

펜을 잡고 본능대로 그리는 작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재미있을지 치밀하게 고민한 뒤에 펜을 잡는 작가라는 거지 (천재 작가인지 아닌지와는 별개의 얘기)

출하작들이 출하되는 이유는…(레드후드) - 월간만화 마이너 갤러리

이제 만갤에서 잊혀졌을 레드후드의 작가 카와구치 유우키, 난 여전히 무척 좋아함. 작화도 내 취향이고 캐릭터도 내 취향임그래도 레드후드는 출하당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함표면적인 이유는 개노잼 술래잡기로 단행본 1.5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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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을 기반으로 얘기하지만

좋은 이야기의 조건 중 하나는

<주인공을 움직이는 동기는 주인공만이 할 수 있는 일>

이어야한다는 것임

독자한테 '어? 주인공이 지금 이루려는 목표... 굳이 주인공일 필요 없지 않아?' 라는 생각 드는 순간

긴장감이 뚝 떨어지고 맥 빠지는 일이 돼버린다는 거지

조금 지난 일이지만 소년 만화인 히로아카의 전개가 한소리를 들었던 게 이 이유임

'다른 정의감 넘치고 경험 많고 강한 히어로들이 엄청 많은데 굳이 이런 주인공이 최강의 힘을 계승 받을 필요가 있었나?'

...말이 안 되네?

독자들이 이런 생각이 들어버렸거든

장문 분석 및 반박글이 필요할 정도로...

때문에 나중에 가서야 설정을 추가해서 주인공만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듬...

근데 그마저도 욕을 먹었음

저런 장문 분석 및 반박글의 내용들이 부정돼 버렸거든 ㅋㅋ;;

그만큼 중요하지만 별로 복잡한 얘기는 아님

주인공과 연관된 동기는 복잡하거나 거창할 필요가 없음

다른 유명 작품들의 예시를 들어보면

루피: (샹크스에게 인정받고 밀짚모자를 물려받은 내가) 원피스를 찾아 해적왕이 된다, 샹크스와 재회한다

나루토: (마을의 골칫거리이자 인주력인 내가) 호카케가 된다, (나 빼고 모두가 포기한) 사스케를 되찾는다

곤 프릭스: (헌터 진 프릭스의 아들인 내가) 헌터가 돼서 아버지를 찾는다

아마 일상물이나 옴니버스만 아니라면 이런 목표들이 다 있을 거임

생존물? (난 죽고 싶지 않으니까) 이곳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 인간의 근본적인 본능에 호소함

던전밥으로 돌아와서 라이오스의 목표는?

라이오스: (파린의 오빠인 내가) 파린이 소화되기 전에 약체화된 파티를 이끌고 제 시간 내에 레드 드래곤을 잡는다

이 목표는 6명이서도 못 했던 일을 4명이서 '타임 어택' 하겠다는 무리수에 가까워서

잔잔하고 느긋하게 흘러가는 듯한, 그래서 초반부엔 재미가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는 던전밥 속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함

그런데 레드 드래곤 토벌 이전에 슈로와 가신들의 존재가 확정된다?

슈로: (청혼할 정도로 파린을 좋아하는 내가) 파린이 소화되기 전에 존나 짱 쌘 가신들을 이끌고 제 시간 내에 레드 드래곤을 잡는다

목표가 겹쳐버림

위에서 말했듯이

'어? 주인공이 지금 이루려는 목표... 굳이 주인공일 필요 없지 않아?'

라는 생각이 안 들겠음?

'슈로가 1화 때 짱쌘 가신 이끌고 올 거라는 말을 안한 것은 잘못'이란 말이 계속 나오지만

이게 1화부터 확정이 되어 있었다면 극의 긴장감이 어떻게 됐을지는 뻔한 일인 거임..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마리와 카블루의 입을 빌려 떡밥 정도만 던져두는 거였음

슈로 파티는 결국 레드 드래곤을 잡은 뒤에야 나타났지 목표가 안 겹치게 된 순간에 말야

카블루가 보여줬듯이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려면 잘라내고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는 법임

이건 전부 '작품 외적'인 얘기고 슈로의 성격이 어떻느니 상황이 어쨌느니 이런 거랑은 별개의 얘기라는 걸 말해둠

물론 내 글에 비약도 있긴한데 그런 거 없음 이 세상 모든 작품 분석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반박 시 니 말이 다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