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 밀덕의 눈으로 바라본 에이티식스 리뷰
대충 3~4회차 복습 돌리고 있는 뉴비 밀덕이다. 반갑다 갤러들. 이 띵작을 이제 발견하다니 인생 절반을 손해본 기분임.
전글에서 이것저것 씨부리긴 했는데, 댓글 반응도 그렇고 갤에서 의외로 밀리터리적인 측면에 대해선 말이 별로 없었던 거 같길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내 나름대로 작가와 감독이 밀리터리 쪽에서 디테일을 챙긴 부분에 대해 조금씩 말해볼까 한다. 밀리터리가 메인이 아님임에도 작가랑 감독이 진짜 세세하게, 그리고 핍진성과 어느 정도의 현실성을 갖추면서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그런 요소들을 녹여내는 걸 재발견하다보니 어디 하나 허투루 쓰인 장면이 없음을 느껴서, 나만 알고있기엔 좀 아쉬울 거 같아서 써봄.
일단은 모두가 알 법한 이야기랑 알 법한 장면들부터 먼저 써볼게.
글이 좀 기니까 읽기 빡세면 강조 표시한 부분만 읽어도 됨.
혹은, 다른 거 다 집어치우고 10번만 봐도 무방함.
***
0. 각 장면을 뜯어보러 들어가기 전에, 알만한 이야기들부터.
왜 작중 등장하는 메카들은 죄다 다족 보행 병기류인가, 에이티식스는 왜 저딴 알루미늄 관짝을 타고 다니냐, 에이티식스와 레기온의 관계는 어떠한가 등부터 먼저 이야기 해보자.
1) 다족보행병기가 메인인 이유?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다족보행병기가 로망이니까! 겠지만 건담이나 퍼시픽림 등의 이족보행병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니 하고 많은 것중에 왜 하필 다족보행병기임!!' 할 수도 있음.
처음엔 나도 그냥 로망이니까 ㄹㅇㅋㅋ 하고 넘어갔음. 근데 곱씹어보니까 작가가 연출하고 싶은 전투씬이나 전장 묘사 등을 어느 정도 고려할 때, 휴먼드라마적인 서사 + 밀리터리/메카물로서의 현실성 및 핍진성을 일정 부분 갖추기 위해선 이족보행병기가 아니라 지금과 같은 식의 오버헤드건-다족보행병기가 될 수 밖에 없더라고.
다족보행병기는 현대 전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임. 이유? 지형적응력이 비슷한 개발력이나 자원으로 만들 수 있는 다른 병기에 비해서 굉장히 높음. 이족보행병기는 현실적으로 가장 개발난이도가 높고, 그런 주제에 동체급의 다른 구동방식을 갖는 병기들에 비해서 좀 단점이 많음. 구체적으로 줄줄이 나열하면 재미없기도 하니까 대충 다족보행병기 >> 이족보행병기 요렇게만 알아먹자.
그럼 왜 종잇장 장갑이고 왜 포의 형태는 오버헤드건(기체 위에 노출시켜 달아두는 식)인가? 이건 이미 애니에서 설명함. 무거우면 접지압 문제든, 동력/구동계 문제든 뭐 하나는 탈이 무조건 남. 작중에서 스피어헤드 전대가 미친 메뚜기마냥 뛰댕기려면 무조건 가벼워야 함. 극단적으로는 양압장치(다른 말로는 에어컨) 같은 것을 포함해서 편의성을 봐줄만한 것들은 모조리 빼고 오로지 전투에 필요한 기능만 쑤셔박아둬야 함. 안 그러면 기체가 퍼질 거임. 강철 와이어로 건물 타고 오르고 급정거하고 난리부르스를 쳐대는데 안 가벼웠으면 진즉에 86 애들은 다 뒤졌음. 마찬가지로 오버헤드건인 이유도 어느 정도 유추가 된다. 왜? 주무장을 기체 중앙에 박아버리면 감당이 안된다. 피탄 면적이 너무 커짐. 물론 무게중심이 아래로 내려가니까 안정적이긴 하겠지만, 기체 사이즈의 증대 및 무게 증가라는 단점이 만만찮다. 본질적으로 저거너트는 1인승 다족보행병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요약하자면
[1] 다족보행병기 타고 다니는게 현실성이나 핍진성 측면에서 봤을 때 이족보다 훨씬 더 가산점이 붙는다. 이족보행병기는 로망이긴 하지만 그냥 등장 그 자체로 이미 현실성 점수를 왕창 깎아먹음.
[2] 그런 다족보행병기라도 가볍게 안 하면 화려한 전투 묘사가 불가능하니까 알루미늄 관짝일수밖에 없다.
[3] 포를 일반적인 기갑병기처럼 조종석에 통합시킬 수도 있지만 그러면 피탄면적이 너무 커진다. 고로 오버헤드건.
2) 에이티식스와 레기온의 관계 : 전투를 중심으로.
인간인데 인간 취급 못 받는 에이티식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본부에서 명령을 내리는 핸들러의 관계는 갤러들도 다 알듯이 레기온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대충 도식화 하면 다음과 같음
에이티식스 - 레기온(하안 양, 검은 양)
핸들러 - 양치기 레기온
이 둘의 차이는 사람이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어쩌면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기도 한게, 한쪽은 사람인데 사람 취급 못받고(에이티식스) 다른 한쪽은 사람일리가 없는데 사람처럼 느껴진다(레기온).
양치기 레기온이 끼지 않은 전투는 상대측 지휘관이 없는 전투다. 즉, 에이티식스에게 있어 그냥 입구막기 디펜스 같은 일방적인 사격 - 섬멸의 시퀸스가 진행되지만, 검은 양이 많아지거나 양치기가 끼기 시작하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대 인간의 전투처럼 진행된다. 머리를 써야 하고, 상대가 매복도 걸고 우회공격도 하고 별 걸 다 한다. 난이도가 지수함수마냥 치솟는 것. 심지어 전사자들 머리를 제때제때 안 터뜨려주면 좀비마냥 적군 레기온의 연산장치가 되어 아군을 썰어대러 온다. 괜히 레기온이 제국의 살상병기인게 아니다.
3) 작중에서 등장하는 기체들의 미묘한 포지션
작중에서 저거너트와 레긴레이브, 그리고 절대다수의 다족보행병기는 기갑으로 분류된다. 구체적으로는, 애니의 편제표상으로나 실제 운용방법을 보나 대전차자주포 취급이다. 대전차자주포는 말그대로 대전차전을 수행할 수 있는 포이므로 전차랑 동일어가 아니다. 대개 옛날이든 현대든 대전차자주포 취급 받는 물건들은 예외 케이스를 몇 개 뺀다면 전차만큼의 강력한 방어력을 바탕으로 포탄 맞아가며 공세의 중심이 되는 병기가 아니라, 적 기갑의 공세를 예측하여 올만한 지점에 매복하고 화력을 쏟아붓는, 수세적인 상황에 운용될만한 병기들이다. 얘들은 발각 = 뒤짐임. 그래서 작중에서 나오는 에이티식스들은 대부분 정석적인 대전차자주포의 운용교리를 따라 매복 후 선빵, 발각 시 진지 이탈 후 예비 진지 점령 등을 굉장히 익숙하게 수행한다. 신에이 형한테 작살나는 동부전선 16전구 1전대 팔크스도 30초 남짓밖에 안 나오지만 엄폐물 끼고 화력을 킬존에 쏟아붓는 게 그 예시.
(111, 112, 137, 138, 141, 143연대가 생겨먹은 걸 주목하라.)
반대로 연방군의 주력인 바나르간드는 위짤에서 보듯 대전차자주포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차처럼 쓰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이러니 그레테 중령이 마음에 안 들어할 수 밖에. 중령이 원래 '공군 파일럿'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더욱 바나르간드가 마음에 안들만하다. 레긴레이브가 괜히 튀어나온 게 아님. 대전차자주포를 전투기마냥 모는 애들을 만났을 때 중령은 얼마나 신났겠어.
NATO 합동 군사 기호상 바나르간드든, 레긴레이브든, 저거너트든 모두 Anti Armor - Armored(옛날 기준으로는 대전차 자주포 계열)에 속한다. 중령이 손으로 노르트리히트 전대 기호를 가리긴 했는데 왼쪽 하단의 112nd Rgt(112연대)랑 똑같이 생긴 기호임.
그러나 스피어헤드 전대가 운용하는 저거너트는 분명 똑같은 기체임에도 대전차 자주포보다는 전투기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신에이의 전대는 작중 대부분의 시간을 타 부대와 마찬가지로 매복 - 선빵 - 이탈 시퀸스를 충실하게 따르지만, 근접전이 필요하다 싶으면 전대원 데리고 혹은 본인 혼자서 근접 격투전을 자유자재로 구사함. 일반적으로 대전차 자주포는 이딴식으로 쓰진 않는다...
또한 공군 전대(스쿼드론)가 지난 번 리뷰에서 12~24기의 기체로 편성된다고 했던 걸 기억하는가? 에이티식스의 저거너트 전대는 24기가 정원 편성이다. 그리고 후술하듯 기갑병기 주제에 무슨 항공기나 헬기가 달 법한 레이더, RWR(레이더 경보 수신기)등도 달고 있다. 물론 현대 기갑병기도 급증하는 대전차 병기의 위협 때문에 각종 요격장치나 MWR(미사일 경보 장치) 비스무리한 걸 달고 다닌다곤 하지만, 흔한 건 아님.
요약하자면, 작중에선 통상적으로 대전차 자주포처럼 쓰지만 기체의 성능을 극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베테랑들이 조종간을 붙잡으면 무슨 전투기마냥 빌딩 숲 사이를 돌아다닌다. 작가가 지상에서의 공중전을 그리고 싶었나 생각도 들고 하여간 여러모로 포지션이 애매하다. 물론 1차적으론 기갑이 명확함.
여기까지가 다 아는 이야기들이고 이제 장면 뜯어먹어보기.
1. 스테빌라이저(안정기)* 있음
짧게 지나가는 저 장면에서 포신의 끝이 특정 방향을 조준한 채 위 아래로 흔들리는데, 스테빌라이저가 없으면 포신이 그런 식으로 흔들리진 않는다. 그 뒤에도 안정기가 있다는 장면은 너무 자주 나오니까 생략.
*스테빌라이저는 안정기라는 번역 그대로, 기동중에도 포가 목표물에 조준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저게 없으면 기동간 사격이 불가능하다.
2. 건 카메라 겸 포구 감지기?* 있음
포신 밑에 달린 저게 건카메라 기능만 하는지, 아니면 포구 감지기 역할도 병행하는진 모르겠는데 어쨌든 생긴건 비슷하다. 저 위치에 달릴만한게 그렇게 많지가 않아서.
*포신이 중력, 열, 진동 등의 요인으로 인해 미세하게 휘어서 발생하는 사격선과 조준선의 오차를 보정하는 물건이다. 이게 있으면 사통장치가 오차를 알아서 보정해준다.
대충 위에 저렇게 생긴 물건임.
3. 구형 기체는 주퇴복좌기의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거나, 있더라도 성능이 별로인 것처럼 묘사됨 (9에서 연결됨)
사격 후의 반동이라는 극적인 묘사 + 연출하는데 드는 노력에 비해 임팩트가 그닥 없어서 주퇴복좌기의 존재를 생략한 거 같다..고 생각했었다. (프레임 단위로 쪼개보면 이 장면에서 포신이 뒤로 후퇴하지 않는다) 물론 기체가 가벼운데 반해 탑재하고 있는 주포가 상대적으로 대구경이라면, 아래 영상처럼 주퇴복좌기 있다고 반동이 다 잡히는 건 아니니까 뭐 묘사 안한다고 뭐라할 건 아니긴 함. 그리고 다른 장면들 보면 막상 주퇴복좌기의 존재가 간접적으로 묘사된다.
27초 부분을 참고할 것. 차체의 사이즈에 비해 대구경 주포를 쏘는지라 심하게 흔들린다. 하지만 포신이 뒤로 살짝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다. 묘사가 생략되었지만, 저거너트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4. 뭘 보내든 크게 신경도 안 쓸 거 같은 양반들이 왜 갑자기 특수 탄두에 신경을 쓰는가
레나의 유도리가 2%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 폭죽 = 화약이고 특수 탄두도 듣기에 따라선 화약, 혹은 그에 상응하는 위험물질. 기내에 인가받지 않은 화약 = 위험 덩어리 그 자체. 항공수송 도중에 뭔가 잘못되어 안에서 폭발이라도 일어난다면 수송기는 공중에서 산산조각 날 거고, 허가 싸인 내준 담당관은 군 교도소 안 가면 다행이다. 머리가 조금 더 굴러갔으면 특수 탄두라고 구라치는 대신 그냥 식료품이나 공산품 같은 거라고 했을 거다. 적어도 식료품이나 공산품은 폭발 가능성이 없잖아?
5. (적어도) 크레나 and 앙쥬의 기체엔 레이더나 그와 유사한 장치가 확실하게 있음 (8, 10과 연결됨)
9화에서 앙쥬가 '저쪽 조금만 더 줄이면-' 하자마자 화면에 신규 적성 기체가 왕창 쏟아져 나오는데 이건 통상적인 현대의 기갑병기라면 저렇게 바로 파악하기 힘들다. 아마 앙쥬나 크레나의 기체에 탐색레이더 혹은 그와 상응하는 장치가 달려 있을 것이다. 왜 저 둘이라고 생각하는지는 후술함. 레나는 이 직후에야 연락이 되니까, 레나가 데이터링크 등을 통해서 앙쥬한테 업로드해준 건 아닐 거고, 설령 레나와 연결된다 하더라도 지향성 레이저 등으로 시각화된 대용량의 정보를 왕창 쏟아보내는 건 위치 노출 등의 이유로 전장에서 금기시 되고 있잖음? 고로 기체에 달린 탐색레이더 or IRST 등으로 한번 전장을 슥 훑어봤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 물론 탐색레이더는 돌리는 것만으로 발각 가능성이 올라가겠지만 이미 상대가 전대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시점에서 레이더 한 번 돌린다고 더 문제가 생길 것 같진 않음. 혹은 전파 안 쓰는 IRST 같은 거 썼을 거고.
2화인가 지향성 레이저로 시각 정보 보내다가 신에이한테 한 소리 듣는 레나의 장면. 전대원들이 안 써서 그렇지 저거너트엔 시각화된 정보를 전송하는 기능이 있다.
크레나나 앙쥬의 기체에 그런 게 달려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함. 이 둘은 포지션이 후방인데다 무기도 그에 특화되어 있다. 크레나의 경우 대구경 주포로 장거리 포격을 갈기고, 마찬가지로 앙쥬는 미사일을 기반으로 싸운다. 육안으로 관측 가능한 거리를 넘어서 포탄이나 미사일을 때려박으려면 현대 포병처럼 사격을 관측해주는 관측반이 따로 있거나 드론을 띄우거나 대포병 레이더 등으로 적의 위치를 역산하거나 아무튼 보조적인 장치를 쓰는 게 반 필수다. 미사일 쏘는 앙쥬는 가시거리 밖이면 암람이나 스패로우 쏘는 거 마냥 레이더 유도로 때려박아야 하고.
결정적으로 신에이 형한테 불발탄 꽂으려고 레나가 크레나한테 종말유도 맡길 때, 대사를 통해서 추적 레이더 혹은 그에 상응하는 기기의 존재가 확실하게 드러남. '조준파 맞춰달라'. 레이저 유도든 전파 유도 방식이든 공화국은 유도 포탄을 갖고 있고, 저거너트는 유도 포탄을 종말 유도할 기능을 갖고 있다. 아마 유도포탄은 GPS/INS 기반의 그런 유도포탄이 아니라 레이저나 전파 등을 기반으로 하는 유도 포탄일 것 같음. 하늘을 조전교란형이 덮어버렸으니 인공위성과의 통신을 매개로 하는 GPS가 정확히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면 오차가 확 날 수 있으므로 대충 현장에서 보내준 위치를 기반으로 쏜 다음, 종말 유도는 현장에 나가 있는 우군이 전파나 레이저 등을 통해서 해야 한다.
6. 정확하게 묘사된 자탄
실제로 생긴 것.
최근에 애니 보면서 자탄 묘사 이렇게 정확하게 하는 거 처음 봄. 심지어 터질 때도 자탄이 터지는 게 아니라 아래로 EFP 날아가는 거까지 완벽하게 묘사함. 감독이랑 작가 대체 뭐임?
7. 9화 후반부에 레나가 미친듯이 뛰는 이유
이건 갤에서도 몇 번 이야기 나왔던 거 같은데,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어떻게든 통신 거리를 유지시켜보려고 하는 레나의 간절한 뜀박질임. 즉 레나가 뛰는 쪽 = 스피어헤드 전대가 나아가는 쪽.
8. 앙쥬의 신형 기체도 크레나와 마찬가지로 레이더나 그에 상응하는 장치가 있다.
시가지라서 레기온의 위치를 파악하기가 힘들텐데, HUD 상에 적 위치 다 띄워지고 대략적으로 락온까지 되는 거 보면 레긴레이브에 공중정찰용 드론이나 콘크리트도 투과할 정도의 전자파를 쏘는 레이더 비스무리한 게 달려 있을 거라고 추정됨. 탐색은 탐색레이더로 할 거고 추적(락온)은 추적레이더 따로 쓸 듯?
9. 신형 기체는 명확하게 주퇴복좌기의 존재를 보여준다.
3이랑 똑같은 구도로 옥상에서 아래로 갈기는데 기체가 흔들리지도 않음 + 명확하게 주포가 수평으로 밀리는 장면을 묘사한다. 심지어 레긴레이브가 저거너트보다 더 대구경인 걸로 아는데...현실적으로 저거너트에 주퇴복좌기가 없었을리는 만무하고 신형과 구형의 성능 차이를 묘사하기 위해 앞부분에서 반동에 밀리는 저거너트를 보여준게 아닐까 싶음.
10. 크레나의 레긴레이브는 추적 레이더가 있고, 신에이의 레긴레이브엔 RWR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둘의 관계.
이걸 쓰게 된 이유. 1쿨 9화에서 레이더의 존재가 간접적으로 암시되던 걸 2쿨 8화에서 완벽하게 회수한다. 그것도 서사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신에이가 키리랑 정신줄 놓고 1대1하러 달려가다가 정신을 차리는 장면. 여기서 크레나는 전대 전체를 두 번이나 위험에 빠뜨릴 각오를 하고, 신에이 정신줄을 붙들어매게 한다.
1) 신에이 바로 앞에다 위협사격을 해서 1차로 정신을 차리게 만든다.
요렇게.
2) 분명 자가동조 연결되었을텐데도 말 뒤지게 안 쳐듣는 거 같아서 아예 대놓고 추적 레이더로 락온을 건다. 신에이의 레긴레이브에는 RWR가 있기 때문에 락온 되었다는 경고음이 삐삐삐삐 하며 높은 톤으로 울린다. 그리고 락온 건 주인공은 05 - 건슬링어, 크레나 소위다.
현실에서 RWR 경보음 예시.
RWR이 울리는 원리를 파악한다면 왜 크레나가 미친 짓을 했다고 표현한 건지 알 수 있다.
1) 위협사격을 갈긴 시점에서 대략적으로 크레나 및 노르트리히트 전대의 위치가 노출된다. 빌딩 숲이든 언덕이든 어디 엄폐물 끼고 대충 숨어있던 전대원들은 신에이가 뒤지면 자기들도 집에 곱게 못 돌아가는 걸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쐈지만, 그건 그거고 포탄 궤적이나 포연, 섬광, 혹은 대포병 레이더 등을 통해 근처의 레기온이 전대의 위치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굳이 모르포가 아니더라도 스콜피온이 있었다면 전대 머리 위에 곧 포탄이 떨어졌을 거다.
2) RWR와 MWR은 적기, 혹은 아군이 나한테 특정 레이더 전파를 지속적으로 쏘아보낼 때 그 레이더 파장을 인식하고 울리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크레나는 신에이가 RWR 경보음을 듣길 바라면서 자기의 '추적 레이더를 켰다'.
레긴레이브는 신형이기 때문에 레기온이 그 특성을 파악하는데 있어 시간이 걸린다. 레긴레이브가 쓰는 탐지/추적 레이더 전파의 특성 같은 건 레기온이 모르거나 알더라도 확실하게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여태까지는 바나르간드 등의 타 부대와 혼성으로 운용했고 (이러면 레긴레이브가 뭘 쓰더라도 바나르간드랑 당장 구분하기엔 난이도가 올라갈 것이다), 단독 운용시에도 대부분의 전대원들은 (명확하게 묘사되진 않지만) 전파, 지향성 레이저 등 레기온이 탐지할 만한 수단을 최소한도로 쓰는 경향을 보였다. 근데 레기온 지배구역 한복판에 노르트리히트 전대 말고는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크레나는 신에이가 정신을 차리길 바라고 자기의 추적 레이더 전파를 사방팔방으로 뿌린 행위를 한 거다.
여기까지 설명했으면 이게 얼마나 미친 짓인지는 감이 올거임. 당장 전대 위에 포탄이 안 떨어진다쳐도, 이후부터 레기온은 레긴레이브의 추적 레이더 전파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대충은 알게 되었다. 전자전을 수행하는 레기온이 전파를 수집했다면 더더욱 좆된거고.
생각해보면 앙쥬도 미사일 쏘는 기체인만큼 유도가 필수다. 그러니 '오롯이 전술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볼 땐' 크레나 대신 앙쥬가 신에이의 기체에 락온 거는 걸로 표현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크레나는 간접적으로 묘사되는 거 보면 굳이 레이더 사통 같은 거 없이 그냥 육안으로도 잘만 쏘는 초인이고, 앙쥬는 자기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미사일을 무유도로 쏠 수 없으니까 얘는 사격 때마다 레이더 같은 건 켜야 하거든. 즉 앙쥬의 추적 레이더 전파는 질리도록 수신했기 때문에 레기온은 앙쥬 꺼는 이미 알고 있을 거고, 크레나 꺼는 잘 모를 가능성이 크다.
고로, 굳이 앙쥬 대신 크레나가 락온을 거는 것으로 묘사한 건, 감독이나 작가가 그만큼 크레나의 신에이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서인게 아닐까...좀 뇌절을 더해서 분석해보자면, 크레나의 행동은 신에이에 대한 연심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과정과 비슷한 것이다. 반대로 앙쥬는 전대원 누구나 다이야-앙쥬 간에 케미가 있었다는 걸 아니까 이미 노출된 전파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는 거고.
하나만 더 얹자면 RWR는 어디까지나 적/아군의 전파를 수신하고 '이러이러한 전파가 당신을 향해 쏘아지고 있다!'라는 걸 알려주는 기능밖에 못한다. 물론 RWR/MWR와 연동해서 미사일 같은게 날아오면 채프/플레어/연막 등을 살포해서 위험을 회피할 수 있게 하는 게 트렌드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RWR 등과 연계해서 다른 장치가 반응하는 거다.
신에이를 짝사랑하는 크레나, 그리고 크레나와 쌍방으로 소통하지 않고 그냥 전대장이 해야할만큼만 소통하는 신에이.
신에이는 자신의 RWR이 울리는 걸 알고는 있다. 그러나 그가 크레나의 RWR를 울리게 하려면 자신도 크레나 쪽을 조준하고 추적 레이더를 켜야한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아군을 조준하는 행위니까.
감독이랑 작가는 뭐하는 인간일까.
번외) 머리를 쓰는 레기온들
초반에 전차형이 포가 안 올라간다~ 이러길래 별 생각없이 있다가 2쿨 10화에 보고 놀란 부분. 포신이 안 올라가면 아군 레기온 밟고 강제로 포를 올려버리면 되지라는 발상. 양치기 뿐만 아니라 개별 레기온들도 머리를 쓸 줄 안다는 걸 묘사.
리뷰 쓰면서 다시 살펴보는데 감독이랑 작가가 인간군상들의 드라마를 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보이더라. 굉장히 인상 깊었고, 앞으로도 이런 작품을 더 만났으면 하는 바람임. 늒비의 리뷰는 여기서 마무리함.
리뷰 설명 중에 이해안되거나 다른 의견 있으면 댓글로 남겨줘. 보고 설명이 부정확하거나 틀린 건 댓글 읽으면서 수정하거나 할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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