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일본은 골든위크라 불리는 연휴에 들어갔습니다.

특히나 이럴 때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데

나태해진 스스로를 채찍질하고자

초창기 일본어 공부하던 시절 초심을 찾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일본어 능력시험(JLPT) N1을 따고 몇 개월 계속 더 공부를 하면

'아 이제 기초를 잡았네' 하는 느낌이 드는 때가 있어요.

그럼 더 어려운 것도 보고 싶어지는데

제가 기본적으로 공부를 싫어하는 한심한 인간이라

죽도록 공부하기 싫은 날이 좀 있었거든요.

그렇다고 그날을 그냥 날리면 너무 아깝고.

이 때부터 제가 썼던 방법입니다.

특별한 거 없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있는 거, 좋아하는 걸 미친듯이 후벼파는 겁니다.

지금부터

오래전 공부하기 싫은 날 했던 일어공부를 해보겠습니다.

요즘 제가 재미있게 하는 게임의 오프닝 입니다.

이걸로 해보죠.

단 2분 30초짜리 영상으로 무슨 공부? 하실 수 있는데,

장담하는데 장문주의급 엄청난 공부량이 나올겁니다.

-----------------------------------공부시작-------------------------------------------------------

음악을 들으며 화면에 나온 문구들을 알아봅니다.

0:13

(화이트 보드가 잘 안보이지만 확대해서 보이는 부분까지)

新入生のみなさんへ　　　　　　　　　

ポスター　ー＞矢部くん

野球部説明　ー＞　キャプテン

チラシ　＜ー　印刷（先生にたのむ）

신입생 여러분에

포스터 -> 야베군

야구부설명 -> 주장

전단지 <- 인쇄 (선생님에게 부탁)

?マネのヨロシク

麦茶のバックは

　マネロッカー左上！

?(이름같은데 안보임) 매니저의 부탁

보리차 팩은

매니저 로커 왼쪽위!

部費の件について

　次回ミーティングは

　ガンダーロボについて

　　->ダメです

부(활동)비에 대해서

다음번 미팅은

간다로보에 대해서

->안돼요

- ガンダーロボ

이 야구게임 시리즈의 세계관에서 나온 건X을 오마쥬한 로봇입니다.

キャプテン

自分超え

一球入魂

주장

스스로를 넘어서자

일구입혼

一球入魂

일본야구계에서 많이 쓰이는 말인데

[공 하나하나에 혼을 담는다] 뭐 이런 의미 정도겠네요

저 말의 역사, 어원등은 보고 싶은 경우 더 찾아보면 공부가 되겠죠.

0:16

マネージャー

ノート

目指せ！

甲子園出場！

パワ高野球部

매니저노트

노려라!

코시엔출장!

파와고야구부

目指せ

이건 참 많이 보는 표현이고 유명한데

항상 한국어로 번역하기 어렵습니다.

[노려라]로 하기에는 그 느낌을 전달하기 너무 힘들어요

0:48

써있는 내용은 특별한 거 없는 고시원 출장, 고시원 우승인데

일본생활을 안해봤다면 저 나무판은 뭐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럼 神社、木の板 등으로 검색을 해봅니다.

정식명칭은 祈祷木札（きとうきふだ）라고 하네요

소원을 적어놓은 나무판이며

사용법 같은 것도 읽어보면 도움이 되겠죠.

1:12

パワフル高校

初戦突破

파워풀고교

초전돌파

1:17

パワフル高校

チーム一丸

２回戦勝利！

파워풀고교

하나된 팀으로

2회전승리

여기서 주목할 표현은 チーム一丸

이건 チームいちがん으로 읽습니다. (チームいちまる 아님)

팀이 하나되어 정도로 해석하며

チーム一丸となる　<- 요렇게 쓰입니다.

1:18

アオバル学園

打線爆発

아오바루 학원

타선폭발

1:20

千将高校

投手戦制す

千将고교

(읽는법은 몰라도 별 상관없을 것 같아 찾아보지 않음)

투수전 제압

1:21

波乱

聖タチバナ学園

敗れる

파란

성타치바나 학원

패배

1:23

強豪散る

帝王実業高校

강호 지다

제왕실업고교

1:24

ついに

마침내

1:26

新星

パワフル高校

決勝戦

大本命

あかつき大学付属高校

신성

파워풀고교

결승전

우승후보

아카츠키대학부속고교

여기서 주목할 표현은 大本命

本命 를 찾아서 연구해보시면 재밌습니다.

선거의 경우 당선유력후보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여기에서는 우승후보정도로 해석됩니다.

일본 스포츠 신문에서 타이틀로 쓰이는 표현들이 저렇군요.

---아이고 화면캡쳐가 시간 다 잡아먹네요.

화면캡쳐는 이제 생략합니다.

1:55

甲子園初ヒット

香本くんと手塚くん

すごい喜んでる

코시엔 첫 안타

코우모토군과 테즈카군

엄청 기뻐함

1:59

みんなやりきった

でも！くやしいよ！

모두 잘했다

하지만! 분하다!

2:14

卒業

おめでとう

졸업

축하

-----------------------------------공부 끝-------------------------------------------------------

제법 양이 되지요? 단 2분30초 정도의 동영상으로도 이게 됩니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의미없이 보낼지 몰랐던 시간을 나름 일본어능력 유지에 썼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로 해본 의미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저걸 까먹지 않고 기억하려고 아둥바둥 긴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렇게 해본건 잘 잊혀지지도 않아요)

제가 이런 식으로 일본 서브컬쳐 후벼파며 공부하던 시절

주변에서 들은 말들이

'그걸 보는 시간에 뉴스를 보는게 나은 거 같은데'

'좀 제대로 된 교재로 더 공부해봐'

'차라리 문학 소설을 읽어라'

저렇게 말하셨던 분들에 뒤쳐지지 않을 만한 일본어 능력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요)

일본에 살아도 외국인에게 일본어는 평생 공부해야만하는 분야입니다.

결론 -

서브컬쳐 후벼파는 일본어 공부가 위험하다는 것도 맞습니다만

공부하기 싫은 날 아예 안하는 것보다

이렇게 라도 뭔가 한번 보는게 더 나은거 아닐까 싶어요 ㅎㅎ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