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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망국기] 한국 망국기 -- 나르시시즘과 노력의 신화

Volksverrae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03 00:56:14
조회 1849 추천 66 댓글 4
														

내가 예전에 유튜브에서 노인 빈곤에 대한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뉴스에 달린 댓글 중에서 하나가 나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한국계 미국인 노인의 댓글이었다. 내용은 대략 이랬다. 자기는 열심히 살아서 연금을 한달에 1만 달러나 받고 자식들은 전부 의사나 교수인데, 저 뉴스에 나오는 놈들은 얼마나 게으르게 살았으면 나이를 먹고 쪽방에 사느냐는 것이었다. 당연히 모두들 예상할 수 있었겠지만 거기에서는 한바탕 전쟁이 벌어졌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댓글을 모두 읽어보았다. 한국 노인 특유의 문체로 그 사람을 욕하는 한국 노인들이 많았고, 그 한국계 미국인 노인은 친히 하나하나 그 댓글들에 반박을 했다. 그리고 가끔씩 영어도 섞어주면서 그 사람들을 조롱했다. 그리고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했는데, 자신은 SNU(국립 서울대)를 나와서 미국에서 석박사를 하고 엔지니어로 수십년 근무했고, 70이 넘은 지금도 가끔 수만 달러를 받고 회사 일을 도울 때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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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젊은 사람이 하는 사칭이라고는 좀 믿기 어려운 진한 틀딱문체(?)가 글에 많았기 때문이다(나는 탈북자, 조선족 문체와 틀딱문체는 사칭과 진짜를 나름 잘 구분한다). 어쨌든 나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몇 개 있었는데, 첫째로 다른 사람의 사정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게으르다고 평가하는지, 둘째로는 굳이 왜 물어보지도 않은 자기 자랑을 주렁주렁 늘어놓는지, 셋째로는 외국에 수십년 길게 살았으면서 어째 사고방식이 토종 한국인 그대로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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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 이외에도 한국인들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기 자랑이다. 유튜브에서 여러분들도 흔히 보았을텐데, 청년 빈곤과 실업률이 심각하다는 뉴스가 있으면 어김없이 거기에는 이런 부류의 댓글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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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수하게 졸업해서 XX에 취업해서 XX살에 X억 모았다. 대견스러운 내 자신을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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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금한 것이, 왜 굳이 그런 데서까지 자기 자랑을 늘어놓고 싶은 것일까? 정말로 자신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나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의 불행에 관련된 뉴스에 자기 자신이 대견하다며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황이 좋지 못한 사람에 대한 도발일 수 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자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직위를 자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 뭐가 나쁘냐는 식으로 반문하는 글도 나는 많이 봤다. 그런데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겸손이라는 덕목을 괜히 중요시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나르시시즘에 대한 경계가 괜히 고대부터 있어왔던 것이 아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것을 함부로 드러내는 것은 남에게 실례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나는 그것을 경계하는 시각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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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이것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고 싶다. 도대체 왜 한국에는 나르시시스트들이 많을까? 내가 보기에 그것은 한국에 널리 퍼져 있는 노력의 신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사실 한국에서도 어지간한 인간 말종이 아니면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 앞에서 '건강한 나를 칭찬해"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만약 있다면 인간 말종 취급을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선천적 장애의 경우에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음을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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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재산이나 취업, 학벌, 건강과 같은 경우에는 타고난 것은 거의 없고 노력이 좌우한다는 생각을 많은 한국인들이 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것으로 남을 깔보거나 자기 자랑을 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덜한 것 같다. 물론 노력이 그것들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들 또한 노력 이외에 운이나 타고난 것들도 영향을 많이 미친다. 게다가 개인의 서사는 당사자만이 아는 것인데 단순히 결과만을 보고 그 사람이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았다고 알지도 못하는 제 3자가 함부로 평가하는 것도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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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이를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이제 30년을 조금 더 살고 나니 느끼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탄탄대로일 것 같았던 사람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 우연한 계기로 사고를 당해서 장애를 당해서 빈곤층이 되는 사람도 있고, 가족 중 한명이 불치병에 걸려서 빈곤층이 되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그 사람이 평소에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도 운이 매우 좋지 않게 되면 그것이 모두 무위로 돌아가기도 한다. 청태종이 그랬듯이 천자도 하늘이 버리면 외로운 필부가 되는 것이고 필부도 하늘이 도우면 천자가 된다. 비록 일반인에게는 그럴 확률이 매우 낮고 일반적으로 노력한 대로 보상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있음을 염두에 두고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는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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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전에 본 자료인데, 한국인들의 비현실적 낙관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극단적으로 높다고 한다. 이것은 곧 한국인들이 예기치 못한 불행은 자기에게 절대로 닥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인생은 수십년 이상이므로 누구나 살면서 큰 불행에 빠질 위험은 의외로 많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99%의 확률로 이기는 게임이 있다고 하자. 그 게임을 한판 한다면 어지간히 재수가 없는 사람이 아니면 지지 않을 것이다. 열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100판을 한다면 절반 이상의 확률로 한판은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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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마다 일정 확률의 죽을 확률과 마주한다. 갑자기 자동차가 나를 칠 확률, 비가 오는 날에는 번개를 맞을 확률, 건물을 걷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내 머리로 떨어져서 죽을 확률, 미친 사람을 만나서 흉기에 찔려 죽을 확률 등등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우리는 인생에서 끊임없이 생명을 건 도박(?)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도박에서 재수없는 상황을 맞지 않지만 수많은 시행을 하다 보면 간혹 운이 좋지 않은 사람도 나오고, 우리는 그런 사람을 뉴스에서 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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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예기치 못한 운과 변수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겸허히 인정하고, 불운을 당한 사람들에게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 대신에 동정과 연민을 베풀어준다면 사회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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