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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LAS/번역 Advice and Trust (3)

ㅇㅇ(14.6) 2021.05.06 18:04:52
조회 1524 추천 46 댓글 22
														

핫산하면서 동시에 읽는 중인데 이거 일단 초반부 기준으로 레이 캐릭터도 상당히 괜찮음. 간만에 꿀잼 장편 팬픽 찾은듯 퍄퍄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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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화: 1화(프롤로그=0화)

         2화



2화 1/3


첫 아침






아스카는 따뜻했다. 편했다. 안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귀에는 규칙적인 심장 박동이 들려왔다. 좋았다.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불편한 수면 끝에 짜증나는 알람 시계 소리에 억지로 기상하지 않는 아침이 대체 얼마만이던가. 깨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깨버리긴 했다. 들려오던 심장 박동 소리가 빨라지고, 달라붙어 온기를 전해오던 몸이 떨어져나갔기 때문이다. 아스카는 잠이 덜깬채 뭐라고 불평을 중얼거렸지만 온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떠나버렸다. 누군가 다시 이불을 덮어주자 아스카는 매트리스에 남은 온기의 흔적을 찾아 기어들어갔다.



"아스카가 원한다면, 약속할게." 부드러운 목소리가 속삭였다. "함께, 언제나 영원히."


'야 그거 좋다. 나 혼자 있는거 싫은데. 나한테 한 말 맞지?' 비몽사몽 중에 생각하는 아스카였다. 잠깐, 생각해보니 익숙한 목소리였다. 한번도 저렇게 부드럽게, 가까이에서 들어본적은 없었지만서도...그러니까, 어젯밤 전까지는...이불에 파묻히지 않은 쪽 눈이 번쩍 뜨였다. '아. 어떡해. 진짜잖아. 진짜 해버렸잖아...' 서드 칠드런의 익숙한 뒷모습이 방을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스카의 방. 둘이...함께한 방을.




미닫이 문이 닫히는 탁 소리가 신호였던 것 마냥 아스카의 몸이 벌떡 일어났다. 가슴이 벌렁거리고 있었다. 알몸에 차갑게 와닿는 공기와 문 근처에 널부러진 티셔츠가 어젯밤 그녀의 행위를 증언하고 있었다. 바지는 어디로 간건지 보이지도 않았다. 어젯밤에 벌인 일을 떠올리자 얼굴이 2호기처럼 새빨개졌다. 미사토가 인사불성이었고 옆집은 비어있는게 정말 다행이었다.




아스카는 황급히 새 옷으로 갈아입고, 헤드셋을 주워들고, 방문을 열었다. 주방에서 동료 파일럿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소리를 제외하면 적막함만이 흘렀다. 미사토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좋았다. 출발.




아스카는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집 구조상 화장실로 가려면 주방을 거쳐가야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신지가 등을 돌리고 있는게 다행이었다. 서로 볼 일이 없을테니까. 아스카는 아직 신지와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지금 그러는건 전혀 좋은 생각이 아니리라.




몇걸음 더 걷자 신지가 보였다. 이쪽에 등을 돌린채 아마 아침식사일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재빨리, 조용히 화장실로 진입하고 접이식 문을 닫는다. 이제 안전해.



막상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전혀 그렇지도 않았다. 거울 속 소녀는 거의 발작 직전의 모습이었다. '아스카...대체 어쩌자고 그런거야?!' 모든게...잘 됐다. 그 둔하고 멍청한 바보가 드디어 그녀의 사인을 알아먹었다. 키스했다. 껴안았다. 키스를 더 많이 했다. 정말 좋았다. 대화를 했다. 둘은 이어졌다. 둘은 같이 잤다.


아스카는 미친년처럼 낄낄댈 것 같아서 입을 틀어막았다. 어젯밤 둘은... 임신 위험이 있는거 제외하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하나하나가 첫키스만큼 황홀했다. '그 바보 서드 칠드런이 그쪽에 재능이 있을줄 누가 알았을까' 내일도 다시 하기로 약속했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또.



'그래, 좋은거 다 알겠으니까, 아스카...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그것 때문에 여기 숨어든거 아니잖아. 걔 눈을 다시 보는게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잖아. 어젯밤...약속. 아침에도 다시 말한 그거. 그 멍청한 둔감 바보가...널 좋아해. 너도 그 바보를 좋아해. 그 바보는 널 이해할 수 있어. 너랑 똑같으니까. 넌 혼자가 아니야. 그 바보가 함께 있어주고 싶대.' "


"그게 너무 무서운거야..." 아스카는 참지 못하고 마지막 부분을 소리내어 말했다.




이전까지 부정하고 싶었던 마음을 조금 인정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녀석은 꽤 괜찮았다. 겸손하고 수그리는게 도가 지나쳐 분노를 유발할 지경이었지만, 친절하고, 부드럽고, 가끔씩은 황당할 정도로 대담한 모습도 보여줬다. '날 구해보겠다고 용암에 뛰어들었었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아무도 나한테 그렇게까지 해준적 없어.' 그녀석도 어쨌든 에바 파일럿으로, 아스카와 같은 계급의 엘리트였다. 학교 계집애 몇이 눈독 들일만 했다. 가끔 아스카가 제대로 된 곳을 찌르면 의외로 적당하게 화도 내주는게 짜릿할 정도로 좋았다. 아스카에게 대들고, 경쟁하려드는 그 모습이 아스카에게도 동력이 되었다. 그녀석은... 착했다. 아침의 일만 해도 그랬다. 아스카가 듣길 기대하고 한 아첨 같은게 아니었다. 그녀석은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아스카와 함께 하고 싶어했다.



여기까진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단지 이 뒤로 대체 뭘 해야할 지 아무 생각이 없었던게 문제일뿐. '아스카, 어떻게 붙잡긴 붙잡았네. 그래서 이제 어떡할거야? 2막 같은건 계획에 없었거든! 지금 그 바보 봤다간 얼굴 새빨개져서 미사토한테 다 들키고 여기서 쫓겨나 우등생이랑 동거하게될걸! 옆에서 붙잡을 수 없어지면 그 바보도 내가 얼마나 속이 텅빈 년이지 깨닫고 떠나버릴거고 그럼 난 또 아무도 없이...'



"시끄러!" 아스카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약속했어! 날 좋아한다고! 날 안아줬어! 이젠 절대 안놔줘!" 억누르고 있어도 없어지지 않는 열등감이 아직 아스카의 마음 속 한 구석에서 들끓고 있었다. 가기엘과 이스라펠을 격퇴하는데 신지의 도움이 필요했었다. 산달폰은 아스카가 단신으로 잡아냈지만...신지가 아니었으면 죽었을 것이었다. 마트리엘을 죽인 것도 신지였다. 아스카는 단지 방패 역할만 했을 뿐이다. 사하퀴엘을 마무리한 것은 아스카였지만...낙하를 저지한건 신지였다. 아스카가 합류하기 전에 격퇴된 사도 셋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아카기 박사도 이루엘을 퇴치한 전과가 있었다. 그 랩실에 쳐박혀 키보드나 두드리는 노처녀가 아스카와 단독 전과 타이였다!



아스카는 자기 마음을 억눌렀다. 아스카는 엘리트 파일럿이었다! 두려움 따윈 모른다. 그러니 두려워해선 안됐다. 어젯밤에도 두려웠었다. 혹시 바보 신지가 또 그녀의 신호를 못 알아먹을까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가. 앞으로 계속 하자는 약속까지 받았다. 아스카는 두려움의 흔적이 지워질때까지 거울을 노려봤다. 거울 속 그녀가 지어보이는 미소는 희미하고 연약해보였지만 일단은 그걸로 충분했다.


"날 좋아한다고 했어. 내가 아름답다고 했어. 내 곁에서 싸우는데 부족하지 않게 만들어줄거야. 그 녀석은 나랑 똑같아. 그럼 무적의 신지님이 할 수 있는건 나도 다 할 수 있다는 뜻이야. 그 녀석이 무슨 일이 있어도 날 안아준다고 했는걸. 그럼 나도 질 수 없어!" 아스카는 헤드셋을 머리카락 속에 집어넣고, 리시버 노드 뒷부분에 머리를 묶어넣은 다음 윤기가 날때까지 빗질했다.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아스카는 거울을 향해 빙긋 웃어보였다. "내가 예쁘다고? 넋이 나가게 해줄게, 바보야!" 아스카는 화장실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좀비가 달려들었다. "화장실...." 팔을 휘적이며 신음하는 모양새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으아아아아아악!"


당황한 미사토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악! 깜짝이야! 불은 또 왜 그렇게 밝은거야! 아...머리 깨질것 같네..."


아스카는 비틀거리는 미사토를 들여보내며 진정하려 노력했다. 정말 심장마비가 오는줄 알았다. 미사토는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훽 닫았다. 말인즉슨, 아스카는 이제 주방으로 나왔단건데... 아스카는 재빨리 곁눈질했다.


바보 신지는 아침 식사가 담긴 쟁반을 들고 식탁으로 오고 있었다. 아스카를 보더니 빙그레 웃다가...


그대로 식탁으로 걸어들어가려다 부딪혔다. 어떻게 한건지 쟁반에 담긴 접시는 아무것도 엎지르지 않고 식탁에 내려놨지만 발가락을 찧었는지 발을 붙잡고 한다리로 콩 콩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아주 대단한 아침이야...' 아스카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나마 이런 쇼라도 벌어져서 어색함은 많이 줄었다. 신지의 미소도 나쁘지 않았다. 그 반사적이고 진정성 있는 부분이 아스카의 마음에 들었다. 아스카 자신도 모르게 똑같은 미소가 얼굴에 떠올랐다.


'아스카, 계속 이래선 안돼. 우리 둘이 사이 좋은거 미사토가 알면 금방 의심하고 감시하기 시작할거야!' 아스카는 기분을 진정시키고 스스로 다짐해야했다. 아스카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 통제해야해. 주변에 보는 눈이 있으면 자제해야해.


"신지?"


신지는 발을 문지르던 것에서 눈을 떼고 아스카를 올려다봤다. 초조한 웃음이 얼굴에 떠올랐다. "아, 안녕. 아스카. 그, 그러니까, 좋은 아침. 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듯 흐려지는 말꼬리


"미사토 곧 씻고 나올거니까 시간 없어. 앉아."


신지는 아스카의 맞은 편에 앉았다. 식탁 위에 올려둔 손이 불안한듯 계속 움찔하고 있었다.


"나...아침에 네가 한 말 들었어."


신지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나는..."


"괜찮아. 진짜야. 나, 좋았어. 내가 듣지 않을거라 생각하면서 해준 말이니까. 네가 진심인거 알아...어젯밤처럼." 아스카도 신지처럼 붉어졌다. "그...그거 말고도. 내가 너한테 한 말들. 나도 진심이었어. 너도 진심이라니 기뻐." 신지의 얼굴에 또 그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스카는 반사적으로 웃으려다가 겨우 억누르는데 성공했다. "너 그렇게 웃어주는거, 정말 좋아. 그치만 앞으론 안돼."


신지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안된다고..." 공허한 목소리였다.


"그런 뜻 아냐, 바보야!" 아스카는 신지의 손을 붙잡았다. "우리 오늘 밤에도 할거야, 바보야! 약속했잖아! 내 말은...우리 그렇게 헤벌레 웃고 다녀선 안된단거야. 미사토가 보잖아."


놓치기 싫다는 듯 아스카의 손을 꽉 붙잡고 있던 신지의 손에서 살짝 힘이 빠져나갔다. 얼굴에도 다시 핏기가 돌아왔다. "아..." 신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알 것 같아."


"신지, 나 어제 정말 좋았어. 아침에도 개운하게 일어났어. 한번도 그런적 없는데. 이제와서 전으로 돌아갈순 없어. 미사토한테 걸리면 끝장이야. 직접 걸리는게 아니라도, 미사토가 우리 사이 좋은걸 알아채면 그 다음부턴 계속 주시할거라고. 의심의 여지도 줘선 안된단거야. 그러려면 아무 일도 없었던것처럼 예전 그대로 행동해야해. 내 말 맞지?"


"아마도. 학교에서도 그래야해?" 맞잡은 손을 내려다보는 신지의 눈빛은 슬펐다.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스카, 너만 보면 웃음이 난다고..." 수줍게 시선을 들어올린 신지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피어올랐다. "우리...등교길엔 둘 뿐이잖아? 그럼...손 잡고 가자. 중간중간에 조금이라도."


'바보야, 어쩌자고 이렇게 귀여운거야.' 아스카는 목을 정리했다. "흠! 글쎄. 아무도 못 보는 곳에선 할 수 있겠지. 조심해야해. 나 우등생이랑 동거하긴 싫거든? 누가 보기라도 하면 안돼." 아스카는 마지막으로 한번 신지의 손을 꽉 쥐어준 다음 손을 떼어냈다. 손가락의 온기가 너무 유혹적이라 지금 떼어내지 않으면 미사토가 나올때까지 멍하니 계속 손잡고 있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선 언제나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해야해. 그러니까...내가 너보고 바보다 뭐다 소리지르면...진심이 아닌거 알아둬. 알았지?"


"아..알겠어. 괜찮아. 집에선 진짜 아스카를 볼 수 있으니까. 아스카는...나와 같으니까."


오싹한 한기가 아스카의 등골을 타고 내려갔다. '진짜 나?' 아스카는 올라오는 말을 되삼켰다. '아니야. 난 쓸모없지 않아. 난 엘리트야. 너도 그렇게 되야해.' 표정을 관리하며, 아스카는 다시 신지의 손을 잡았다. 신지의 길고 날렵한 손가락은 아스카의 손가락에 쉽게 어울려 휘감겼다. 안도감이 물리적으로 실체화되서 둘의 손을 타고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응. 너랑 같아. 이제 빨리 먹고 움직이자. 미사토한테 우리 관찰할 시간 길게 줘서 좋을것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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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화보다 분량 짧음. 바로 뒤에것도 이따 올라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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