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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LAS/번역 Advice and Trust (14)

ㅇㅇ(14.6) 2021.05.11 02:24:10
조회 1025 추천 39 댓글 17
														

짧은 에피소드들이라 원래라면 합쳐 올릴건데 갤 분위기 흉흉하니 빠르게 작업해서 단타침


작가 요즘 댓글 달고 다니는거보면 끝부분 연재 재개할 것 같던데 그거보고 안심해서 작업한다...


이전 에피와 마찬가지로 중간에 붙은 짤은 원작자의 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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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4장 6/8


폭풍전야







"일주일이나 걸린다고요?!"


아카기 박사는 아스카에게 조금 짜증난 듯했다. 그러니까 평소 아스카를 대하는 짜증섞인 태도보다 살짝 더 짜증나보였단 말이다.


"이건 호르몬 피임 임플란트야, 아스카. 주사 같은게 아니고. 신경계에 제대로 작용하려면 며칠은 걸리지. 너 날짜가 이번주 안이거나 한거 아니면 문제 없을거야. 진정해."


"네. 맞아요. 그렇게 가깝진 않아요. 괜찮아요." 아스카는 황급히 동의했다. '젠장! 젠장! 젠장! 일주일을 멈춰야 한다고! 옆에 우등생 달고 있으면 어디 가서 콘돔 살 수도 없잖아! 겨우 맛만 조금 봤는데 콜드 터키 하라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싸늘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단번에 끊었을 때의 금단증상...생각해보니 좋은 발상이 아니었어. 그치만 우등생한테 저년의 독약을 계속 먹게 할 수도 없는걸.' 아스카는 아카기 박사의 뒷모습을 흘겨봤다. 아스카의 팔에 임플란트를 박는데 쓴 도구들을 치우고 있었다. '대체 무슨 목적이 있길래 우등생한테 그런 것들을 잔뜩 먹여서 말도 간신히 하는 인형으로 만들어놓은거지?'


아카기 박사는 돌아서서 아스카의 붕대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됐어. 끝이야. 이제 가봐. 신지군과 레이는 다른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녀는 클립보드를 집어들고 반대편 문으로 향했다. "목요일에 싱크로율 테스트 있는 것도 있지 말고."


아스카는 그 뒷모습에 주먹 감자를 먹였다.






"아야나미, 정말 이래도 되는거야?"


"아니." 레이는 플루마제닐이라고 적힌 약병을 꺼내들며 말했다.


"...그럼 왜...?"


"연구 완료. 소류의 말이 맞았어. 나는 현재 복용중인 진정제와 다른 약물들을 복용할 이유가 없어. 하지만 금단증상이 심각할거야. 난 완화치료에 쓰이는 약제들을 확보해서 주요 부작용에 대처할거야." 레이는 또 다른 약병을 가방에 집어넣으며 조용히 말했다.


"아카기 박사한테 말하면 아야나미를 막을 것 같아서 그러는거야?" 신지는 식염수 링거백 몇개와 튜브를 가방에 넣었다.


레이의 붉고 차분한 눈은 감정을 읽어낼 수 없었다. "약을 처방해준건 아카기 박사야. 아카기 박사는 훌륭한 과학자고 의사야. 내게 어떤 약을 주고 있는지 모르는건 불가능해. 의도적으로 그러고 있는거야. 내가 더 복용하지 않겠다고 했을때 허용해줄 가능성은 없어." 레이는 캐비닛에 손을 집어넣더니 가바펜틴이라고 적힌 약병을 꺼내들었다. "금단증상을 완화할 약을 확보하는데 동의할 가능성도 없고."


"어떤 증상..?"


"구토, 경련, 불면증, 자극에 대한 과민반응, 어지럼증, 감각이상, 중증 불안, 조증, 공황 발작...혼수 상태, 사망..." 레이는 신지의 신음을 무시하며 높낮이 없는 어조로 증상을 열거했다. "서적은 정신적 증상을 관리하는데 친우와 가족의 감정적, 정신적 지원이 효과적이라고 제시하고 있어. 가족이 없어, 난. 혹시..이카리군과 소류에게 의지해도 될까?" 질문하는 레이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불안이 묻어나왔다.


"당연하지, 아야나미!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친구야!" 신지는 아야나미의 손을 잡았다. "우리가 아야나미 걱정하는거 알잖아." 신지는 잠시 멍해지더니 손을 내려다보고, 얼굴을 붉히며 놓아줬다.


레이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다시 한번, 침착하고 가라앉은 시선으로 신지를 바라볼뿐이었다. "고마워." 한참 뒤,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레이는 약병들을 이리저리 재배열해 몇개가 사라진 흔적을 최대한 지우고, 캐비닛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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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나미. 괜찮아? 안 좋아보여." 목소리를 낮추긴 했지만, 신지의 걱정은 쉽게 전달됐다.


레이는 날카롭게 고개를 흔들었지만 시선은 책상에서 떼지 않은 채였다. 레이는 아까부터 시선은 책상의 한 점에 못박아두고, 두 손은 책상 모서리를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꽉 붙잡고 있었다. 혹은 딱히 힘을 주지 않았는데 혼자서 떨리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몸의 떨림을 타고 빠르게 흘러내린다.


약을 끊은 뒤로 3일째. 금단 증상이 레이를 강타했다. 옆에서 도와줘야 할 일이 생길 것을 예상한 아스카가 히카리에게 말해둬 자리를 바꿔놓은 상태였다. 이제 아스카는 레이의 바로 뒤, 신지의 왼쪽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신지의 옆으로 가게된 것은 아스카 입장에선 작은 보너스였다. 겉으로 티를 낼 일은 없겠지만, 어쨌든.


레이가 꿀꺽 침을 삼켰다. "현기증...이카리군. 곧 화장실 갈 수도."


"아스카, 혹시 지금-" 신지의 말을 끊고 신지와 아스카 사이에 여학생 하나가 난입해왔다.


아스카는 주먹을 쥐고 싶은 것을 참았다. 새 자리로 옮겨와 레이를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고 신지쪽에도 가까워졌지만, 신지의 우측을 비우게 된데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계집애들의 육탄공세를 목격해야한다는 부작용도 있었다. 대놓고 나설 수도 없는 처지였다. 미칠 노릇이었다. 그나마 경험이 답이라고, 신지는 이제 점심 식사니 하굣길 동행이니 하는 것들을 꽤 능숙하게 거절하곤 있었다. 아직까지 노골적으로 '데이트'를 입에 담은 년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시간 문제였다.


"좋은 아침, 이카리상," 타카모리 나츠미가 달콤하게 속삭였다. "다른 파일럿들과의 특훈을 방해할 순 없는건 알지만, 혹시 같이 점심 식사 하면서 우리 도시를 몇번이고 홀로 구해낸 이야기 해주지 않을래?"


"에... 타카모리상, 나 혼자서 한게 아니야. 아스카와 아야나미 없이는 할 수 없었을거야. 둘이 없었으면 지금쯤 네번이나 다섯번 정도 죽었을걸," 신지는 방해물 옆으로 고개를 내밀며 "아스카, 혹시 지금-"


타카모리는 신지의 시선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지 몸을 살짝 움직이며, 신지를 아스카에게서 가로막았다. 그녀는 어깨 너머로 두 여성 파일럿을 보고, 관심 없다는 듯 바로 고개를 돌렸다. "둘 다 신지군을 아~주 잘 돕고 있겠지. 그치만 진짜 영웅은 신지군인거 우리 모두 다 아는걸?"


신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니야. 정말로." 목소리가 낮아졌다.


"난 그렇다고 생각해! 아님, 신지상한테서 직접 들어보고 판단할래."


아스카는 이를 악물었다. 아스카는 신지의 깊은 자기혐오를 알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도 신지는 아스카와 닮았다. 아스카를 괴롭히고 있는 것도 같은 문제였으니. 아직 아스카는 그 부분은 신지에게 고백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아마 조만간 털어놓으리란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진심을 조금씩 보이고 공유하고 나면 기분이 좋았다. 하여튼 그런 과정을 통해 아스카는 알고 있었다. 신지 본인이 자신을 비겁한 겁쟁이라고, 전혀 영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아스카가 넌 마그마 속에서 죽을뻔한 날 구해준 영웅이라고 속삭인 날 밤 신지의 얼굴은 정말 보기 드물 정도로 새빨개졌었다. 아스카는 곧바로 화산만큼 뜨거운 키스를 퍼부어 신지의 부끄러움을 녹여줬었다. 좋은 날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스카가, 속사정을 어지간히 알고 있고 신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 아스카가 그랬을 때의 얘기였다. 타카모리 같은 사람의 칭찬은 보통 신지에게 부족함만을 일깨울뿐이었다. '저게 감히 내 신지한테 손대는걸로도 모자라 기분까지 망치고 있어! 눈을 뽑아버릴거야. 네가 뭔데 신지한테 상처를 주는거야!' 신지의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지는 광경은 아스카의 속에 전례없는 분노를 불붙였다. 뭔가 해야 할 시점이었다. 신지에게서 저년을 떼어내야 했다. 어떻게 끼어들 방법이 없을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손에 들린 펜으로 목의 경동맥을 찔러버리는 것이었다. '아니야...눈을 들여다보면서 목졸라 죽이는게 훨씬 느리고 만족스러울거야...'


입을 열고 뭐라도 말하려던 아스카는, 레이가 땀범벅인 얼굴로 신지와 타카모리를 주시하고 있는걸 눈치챘다. 묘한 초록빛이 돌고 있는 얼굴에, 분노처럼 보이는 뭔가가 스쳤다. 멍하니 쳐다보는 아스카를 뒤로하고, 레이는 일어나 신지의 책상으로 갔다. "이카리군...나....우우우우욱!"


금단증상에 시달리는 아야나미 레이는 그 중 하나인 구토를 타카모리 나츠미를 상대로 마구 해보였다.


타카모리는 레이를 아예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파는 그녀의 옆구리에 적중했다. 길고 잘 관리된 검은 머리가 아주 매력적인 타겟이었는지, 그 다음으로 이어진 이파, 삼파가 윤기나는 머리칼에 마구 뿌려졌다. "으아아악! 저리가! 악! 멈춰!"


레이는 마지막 위액을 타카모리의 신발에 마구 흩뿌리고, 아스카의 책상에 힘겹게 기댔다. "양호실. 가야할 것 같아." 비명소리 너머 간신히 들리는 속삭임이었다.


교실을 가로질러 오는 히카리의 얼굴엔 경악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게 뭐야...아스카, 아야나미를 양호실로 데려가주겠어? 쿠기미야상, 타카모리상이랑 화장실 같이 가서 도와줘."


"으으...내가?"


아스카는 레이의 어깨를 붙들고 문으로 향하는 동안 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손에는 레이의 떨림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잘 쐈어, 우등생." 교실 문을 나서며 속삭이는 아스카. "후방 원호 확실했어."


레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스카에게 기댔다. "....팀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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