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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LAS/번역 Advice and Trust (26)

ㅇㅇ(14.6) 2021.05.15 19:37:47
조회 761 추천 33 댓글 15
														

빨리 빨리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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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에바 전기, 지상 전투 준비." 무전으로 휴우가 중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지는 조종간을 굳게 붙잡았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교전 상대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했고, 동료들도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에바 세기를 선형으로 배치했다. 적 진행 방향에 수직이 아니고, 평행으로. 함께 적을 상대하는게 아니라 한 번에 한 명씩 차례대로 상대하는 구도였다. 작은 구릉과 산 능선들 너머에 배치되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동료들은 유사시 위치에서 크게 이동하지 않고는 서로 도울 수 없었다. 화력 지원의 용이성 면에선 지금 신지는 제 3 신동경시 내부에 배치된거랑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다. 신지는 장군이나 그런건 아니었지만 이게 군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미사토의 지휘가 그리워지고 있었다. 아스카가 최전방 가장 위험한 곳에 배치되어 있는데 지금 신지는 지원은 커녕 상황을 눈으로 볼 수도 없었다.


"아버지, 이 배치는 뭐죠? 아스카랑 아야나미를 지원할 수 없잖아요!"


"조용히 자리에서 명령을 대기해라." 무신경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버지였다. "목표가 접근 중이다."


신지의 눈이 정면에 집중한다. 시야의 경계에 무언가가 깜박이는 듯한 움직임이 있었다. 카메라의 줌 기능을 쓴 신지는 충격을 받았다. 붉게 지는 태양을 배경으로 걸어오는 에반게리온 3호기의 냉혹한 외양이 마치 지하에서 기어나온 악마 같았다. "목표라니...이건 에바잖아?" 신지의 목소리에 불신이 묻어났다. "호라키씨가 저 안에 있는거죠? 호라키씨를 공격할 순 없어요!"


"히카리!" 아스카가 소리쳤다. "히카리는 어떻게 된거에요? 사도가 에바를 뺏은건가? 생명 반응은 없어요?"


"교전을 시작한다." 사령관이 아스카에게 명령한다.


아스카는 엄폐 중인 작은 언덕 뒤에서 머뭇거리며 에바 사이즈로 만들어진 로켓 런쳐를 집어들었다. 몇 km 거리에 들어온 3호기를 조준했지만, 조준을 완료하고도 도저히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잠시 그러고 있던 아스카는 3호기의 가슴 중심부를 조준하고 있던 것을 내려, 대신 왼쪽 다리를 조준한다.


"소류, 지금 뭐하는거지?" 사령관의 질문에 깜짝 놀라 조준선이 튀어오른다.


"히카리가 저기 있어요! 이거 맞으면 전함에도 구멍이 뚫린다고요! 엔트리 플러그 방향으로 쏠 순 없어요!"


"파일럿의 생명 반응은 없다. 어차피 현 상황에선 무의미해. 목표를 즉시 파괴한다."


"응 절대 안해!" 그 사이 3호기는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붉은 눈이 악의로 불타오르는게 명확히 보일 정도로. 아스카는 3호기의 다리에 다시 조준선을 정렬하고 방아쇠를 두 번 당겼다. 어지간한 탄도 미사일에 맞먹는 거대한 발사체 둘이 목표를 향해 날아가, AT필드의 주황색 팔각형에 부딪혀 거대한 화염구를 만들며 폭발한다.


"Scheisse!" 아스카는 욕을 내뱉으며 런쳐를 다시 들어올렸지만, 첫 공격으로 그녀의 엄폐를 발각한 사도쪽에서 먼저 반응해온다. 3호기는 믿어지지 않을만큼 높고 빠르게 뛰어오르더니, 2호기의 코앞에 착지하며 머리를 노리고 팔을 휘둘러왔다.


가까스로 런쳐를 들어올려 쏘아져오는 팔을 쳐냈지만, 사도는 그대로 착지의 모멘텀을 이용해 박치기를 해왔다. 2호기는 그대로 뒤로 물러나 쓰러졌다. 아스카는 방금의 충격으로 휘어져 쓸모 없어진 런쳐를 버리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사도가 그대로 쫓아와 2호기의 위에 올라타자 런쳐를 앞으로 내밀어 할퀴어오는 손과 쩍 벌어진 입을 막아내는데 급급했다.


'이런 씨발, 날 물려고 하는거야?' "젠장! 우등생! 바보! 와서 도와봐!"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침을 줄줄 흘리는 턱이 아스카의 얼굴 앞에서 딱딱 거리더니 포효하기 시작한다. 


"0호기, 2호기를 지원하러 이동한다. 초호기는 현위치에서 대기." 겐도가 명령했다.


하지만 신지는 이미 이동 중이었다. 아스카가 놀라 소리친 그 순간 이미 신지는 달리기 시작했다. 일찍 출발한 덕에 이제 2호기를 지원하러 나선 레이와 어깨를 마주하고 달리는 중이었다. 거체에 어울리는 큰 보폭으로 둘은 순식간에 아스카와의 거리를 좁혀가기 시작한다.


"초호기, 위치로 복귀해라. 명령 없이 이동하는걸 금지한다." 겐도의 목소리가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0호기는 근접전을 회피하고 원거리에서 교전한다. 목표를 사살해라."


레이의 조용한 "예, 사령관님."이란 대답은 신지의 고함에 묻혀버렸다. "아스카를 도와야해요! 제가 가만히 있어야 할 이유가 뭔데요! 레이, 호라키씨를 쏘면 안돼! 사살이 아니라 제압을!"


"신지, 내 명령에 토를 달지 마라. 원래 위치로 돌아가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대기해라. 레이, 방금 그건 무시한다. 목표를 사살해."


레이는 격투 중인 두 에바와 몇백미터 거리에 도착하고 라이플을 들어올렸다. 3호기는 2호기의 위에 올라탄채 얼굴과 목 부위를 물어뜯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 각도에서 질량의 중심과 코어의 위치를 향해 발사하면 엔트리 플러그도 위험할거야. 히카리가 위험해져. 용납할 수 없어. 하지만 이카리 사령관은 사살 명령을 내렸는데. 두 조건은 상호간에 타협이 불가능해. 어떻게 해야하지..."


3호기의 턱을 얼굴로부터 밀어내려던 2호기의 투쟁은 3호기가 전략을 바꾸며 예상치 못한 종국을 맞았다. 사도는 이제 2호기의 왼손을 붙잡고, 확 끌어당긴 다음 아스카의 팔을 물었다.


"아아아아아아악!" 아스카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저리! 꺼져!" 아스카는 오른쪽 어깨에 수납되어 있는 프로그레시브 나이프를 사출시키며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어깨와 목을 몇차례 난도질하자 아스카의 팔을 놓아주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난다. 내지르려던 승리의 함성이 왼팔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작열감에 끊긴다.


사도의 주둥이에서 뚝뚝 떨어지는 보랏빛 타액이 아스카의 팔에도 잔뜩 묻어 있었다. 액체보단 반고체에 가까운 그것은 아스카의 장갑을 침식하고 있었다. 팔에 불이 붙은 듯한 느낌이었다. 에바의 팔이 통제를 벗어나 몸부림친다.


레이는 이를 악물었다. 뭐든 해야할 시점이었다. 머리를 노려볼 수도 있겠지만 사선에 2호기의 머리가 너무 근접해 있었다. 2호기에 딱 붙어 있으니 AT 필드는 중화되어 딱히 걱정거리가 아닐 것인게 유일하게 다행인 부분이었다. 레이는 사도의 등허리 부분을 조준하고 발사했다. 330mm 철갑탄이 에반게리온의 등과 골반 부위 장갑을 관통하고 구멍을 퍽퍽 낸다.


마야의 콘솔에 수치들이 어지러이 난무한다. "2호기의 왼팔에 사도 침입! 신경이 모종의 감염형 공격에 침식되고 있습니다!"


"즉시 왼팔을 절단한다."


마야는 의자를 반쯤 돌려 사령관을 올려봤다. "사령관님, 신경 접속부터 끊지 않으면 아스카가-"


겐도는 단호했다. "잘라. 지금!"


이부키 중위는 침을 꼴깍 삼키고, 긴급 명령을 발신했다. "예..."  


2호기의 왼쪽 어깨에 내장되어 있던 폭발형 볼트가 격발했다. 불꽃과 연기와 함께 2호기의 팔이 몸에서 떨어져나가, 근처의 민가에 떨어져 박살낸다. 급작스런 폭발에 사도는 2호기로부터 물러났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스카는 아까 전보다 더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싱크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팔이 떨어져나가지만 않았을뿐 감각 자체는 온전히 경험했다. 아스카는 황급히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붙잡고, 팔이 거기 그대로 붙어 있음을 확인했다. 구토감과 환상통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아스카는 상처를 감싸쥐고 웅크리려는 동물적 본능을 억누르며 땅바닥을 굴러 사도로부터 벗어났다.


초호기가 아스카 바로 뒤에 도착했다. 내던져버린 팔렛 라이플이 불운한 민가 하나를 박살냈지만, 신지는 2호기를 끌어내는데 여념이 없었다. 아스카에겐 다행이게도 사도는 방금 아스카의 부상을 보고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대신 3호기는 0호기 방향으로 돌아서, 마치 방금 등허리에 입힌 부상을 갚아주겠다는 듯 분노를 담아 으르렁거렸다.


레이는 차분히 사도의 머리를 조준했다. 하지만 사도는 발사 순간 몸을 숙여, 사선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3호기는 웅크림과 동시에 0호기 방향으로 팔을 내질렀다. 사도의 팔은 에반게리온이었으면 불가능한 수준까지 쭉 늘어나 200미터 거리에 있던 영호기의 오른손과 라이플을 붙잡았다. 레이는 라이플을 다시 당겨와 발사하려고 했지만, 그 순간 사도가 남은 팔을 뻗어 기괴하게 울퉁불퉁하고 큰 손으로 영호기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렇게 영호기의 시야가 차단됐다. 레이는 총을 쥐고 있지 않은 손으로 머리쪽을 긁었다. 사도의 손아귀 힘에 영호기의 머리에서 불길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엔트리 플러그 안에서 레이는 자신의 두개골이 압축 당하고 있는 느낌을 받으며 신음했다. 곧 0호기의 거대한 외알 옵틱 렌즈가 귀를 찢을 것 같은 파열음과 함께 둘로 쪼개졌다.


신지는 근방에 서 있는 저층 건물에 2호기를 기대었다. "아스카, 괜찮아?"


"아아아 씨발 씨발 씨발! 하나도 괜찮지 않아, 바보야! 됐으니까 가서 레이나 도와!" 아스카가 고함친다.


신지는 다친 연인으로부터 억지로 눈을 떼고 영호기를 찾았다. 그는 레이가 밀리고 있는 것을 보자마자 곧바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까 집어던진 팔렛 라이플을 회수하고, 스무스한 동작으로 달리며 조준 자세를 취한다. "레이를 놔줘!"


신지는 사도의 다리를 노렸다. 거대한 탄환이 사도의 다리를 찢어발겼지만 영호기의 머리와 팔을 붙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신지는 포효하며 달려들어, 개머리판으로 사도의 팔을 후려쳤다. "그거 놔! 호라키씨, 안에 있어?!"


사도의 팔이 힘을 잃고 영호기의 팔을 놓쳤다. 그러자 3호기는 그쪽 팔을 원래 길이로 복구시키더니, 마치 채찍을 휘두르듯 신지의 방향으로 다시 내질렀다. 신지는 몸을 숙여 피하고 오른쪽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사도의 측면을 노렸다. "호라키씨! 내 말 들려?"


겐도의 목소리에 분노가 묻어나왔다. "신지, 목표를 파괴해라. 어째서 공격하지 않지?"


"호라키씨가 안에 있어요!"


"상관 없다. 저건 사도다. 네 적이다."


"그럴 수는 없어요! 구해야해요! 사람을 죽일 수는 없어요!"


"명령에 복종해라. 사도가 더 큰 피해를 입히기 전에 파괴해라."


신지는 명령을 무시하고 다시 한번 몸을 숙여 내질러오는 팔을 흘려보냈다. 이제 사도의 어깨와 목 뒷편이 보였다. 엔트리 플러그 삽입구를 보호하는 장갑은 날아가 있었고, 플러그의 흰색 끄트머리가 삽입구 밖으로 살짝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끈적끈적한 보랏빛 물질이 삽입구에 거미줄처럼 쳐져 플러그의 사출을 막고 에바 안에 가둬두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꺼내야해!'

  

사도는 자신의 왼쪽으로 돌아오는 신지를 시야에 두기 위해 계속 몸을 돌리고 있었다. 레이는 사도의 한 팔이 빈 틈을 타 라이플을 들어올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총구가 사도의 팔에 턱하고 와닿는 느낌만으로 충분했다. 지근거리에서 발사된 탄환들이 사도의 팔을 거의 끊어놓기 직전까지 찢어버리고, 사도는 비명을 지르며 레이를 놓아줬다.


사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에바를 동시에 시야에 넣기 위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 말인즉슨 배후에서 접근해오는 아스카를 볼 수 없었다는 뜻이다. 2호기가 사도의 등에 올라타 남은 팔에 들려 있는 프로그레시브 나이프를 척수에 쑤셔넣는다. "놀랐지, Scheisskerl(개새끼)! 복수의 쓴 맛을 보여줄게!" 아스카는 나이프를 밀어넣고, 또 밀어넣어 손잡이만 남기고 사도의 몸에 묻혀들어가게 만들었다. 비명을 지르는 3호기가 팔을 돌려 칼 손잡이를 찾는 동안, 아스카는 엔트리 플러그를 붙잡고 당겼다. "이제 내 친구 보내줘, 이 질척한 새끼야!" 아스카는 단단히 붙잡았다 싶자 사도의 몸을 걷어차며 몸을 뒤로 날렸다. 쩌억하는 소리와 함께 끈적한 거미줄이 찢어지고 엔트리 플러그가 뽑혀나왔다.


아스카는 우아한 낙법으로 한바퀴 굴러 무릎을 꿇은 자세로 일어났다. 엔트리 플러그는 마치 아기처럼 가슴에 품은채. 고개를 들자 사도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돌진해오고 있었다. "Scheisse! 레이! 받아!" 아스카는 엔트리 플러그를 사도의 머리 너머로 집어 던지고, 달려드는 사도의 손을 붙잡았다. 충격에 몇 걸음 물러나야 했지만 곧 버티고 설 수 있었다.


레이는 라이플을 떨어트리고 엔트리 플러그를 받아냈다. 영호기는 몇 킬로미터 후방의 지원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레이, 엔트리 플러그는 내려놓고 사도를 상대해라. 지금 전투엔 의미가 없고 네 에바를 오염시킬 수도 있다." 겐도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레이는 아무 말 없이 눈 앞에 보이는 네르프 차량들로 향했다. 엔트리 플러그를 조심스럽게 지휘 차량 옆에 내려놓고, 싸움으로 복귀한다. "확인 완료, 교전 재개." 모니터에 떠 있는 얼굴에는 어떤 감정의 흔적도 없었다. '친구를 구했어. 이제 다른 친구들을 돕고, 내 역할을 할때야.'     







신지는 이제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총을 들어올렸다. 호라키를 구했다. 이제 사도를 상대로 사정 봐줄 이유도 없어졌다. 곁에는 아스카도 함께다. 신지는 말 없이 프로그레시브 나이프를 사출하고, 2호기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채 던져줬다. 능숙하게 받아드는 아스카쪽도 시선은 사도에 고정된 그대로다. "준비됐을까, 세컨드 칠드런?"


왼쪽 어깨에 남아 있는 격통에도 불구하고 아스카는 씨익 웃었다. 전투의 흥분, 평생 훈련 받아온 싸움, 옆에 선 전우는 세상에서 누구보다 사랑하고 믿는 사람. 이게 아스카 인생의 의미였다. 누구도 둘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신지가 실력으로 도전해오는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엔 더더욱. "준비는 태어난 그 순간부터 됐어. 스텝들 다 기억하시겠지, 서드 칠드런?"


"내 신호에 맞춰서. 셋, 둘, 하나..." 


둘은 폭발하듯 튀어나갔다. 신지는 왼쪽으로, 제압 사격을 가하며. 탄창이 비자 총을 집어던지고 땅바닥에 놓여 있던 레이의 총을 다시 들어올리는데 전혀 속도가 늦춰지지 않는다. 아스카는 오른쪽으로, 지그재그자로 접근하며, 최대한 사도의 원거리 공격을 피하기 좋게. 사도는 신지의 사격을 AT 필드로 막아내려 시도했지만, 이미 가깝게 다가온 아스카의 AT 필드가 필드 중화에 나서 보호막을 꺼버린다. 갈수록 지름이 작아지는 원을 그리며 다가오는 두 에바를 상대로 사도는 좌절감 속에 포효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아스카를 향해 팔이 늘어나며 쏘아지지만, 제때 뛰어오르며 구른 2호기를 붙잡기엔 한끗차로 늦다. 바닥에서 신지의 총을 집어든 아스카는 다시 오는 공격을 몸을 회전해 피하며 총을 던져준다. 뭔가를 붙잡은 사도는 그게 빈 총인 것을 깨닫고 다시 포효하지만, 이미 손목에 아까 초호기에게서 넘겨받은 프로그레시브 나이프가 꽂힌 상태다. 아스카는 박아넣은 칼을 마치 암벽등반용 손잡이처럼 꽉 붙잡고 사도를 끌어당긴다. "이리와 이 새끼야! 우리 한번 대화 좀 하자!" 고통을 못이기고 끌려온 사도가 가까워지자 명치에 무릎을 박아넣는다. 지금까지 숱한 타격을 받아온 흉부 장갑이 드디어 깨져나간다.


아스카의 눈에 루비처럼 빛나는 붉은 무언가가 보인다. "신지! 코어가 노출됐어! 심장부쪽을 노려!" 공격해오는 사도의 팔을 아까 뽑아낸 칼로 쳐내는 아스카. 반대쪽 팔이 막을 수 없는 쪽에서 치고 들어오지만 레이의 지근거리 사격을 맞고 너덜너덜해진 팔로는 제대로 아스카를 붙잡을 수 없었다.


"라져! 10초!" 신지는 아스카와 드잡이질하느라 완전히 노출된 사도의 등으로 정면 돌격한다. 두번째 총의 탄창을 비워 등쪽 장갑에 거대한 분화구를 만들고, 아직 뜨거운 총열을 두 손으로 잡아 마치 몽둥이처럼 붙잡는다. "셋! 둘! 하나! 지금!"


사도의 주먹질을 막고, 막고, 쳐내던 아스카는 신지의 신호와 동시에 나이프를 아이스픽 그립으로 바꿔쥐고 온 체중을 실어 사도의 코어에 내리찍었다. 같은 순간 신지는 아스카의 공격 지점 정확히 반대편에 총을 휘둘러 일격에 남은 장갑을 모두 부수고 코어의 뒷부분에 둔중한 타격을 가했다. 동시에 가해진 공격에 사도의 코어는 거대한 파열음을 내고 어두워졌다.


사도가 마지막 비명을 내지르고, 눈에 빛을 잃는다. 



마라톤이라도 뛴 듯 가쁜 숨을 내쉬며, 신지는 죽은 사도의 어깨 너머로 연인-전우를 바라본다. 피곤한 웃음이 얼굴에 떠올랐다. "이겼다." '사랑해.' 눈이 말하고 있었다.


아스카 역시 만만찮게 가쁜 호흡속에 웃어보였다. 지오프론트쪽 통제반에서 2호기의 싱크를 하향조정하며 아스카의 고통도 조금씩 가시고 있었다. "바보야. 당연한 소릴. 우린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한 쌍이라니까. 아무도 막을 수 없어." '나도 사랑해, 바보야.' 아스카가 윙크했다.


 










회수팀 대장은 손에 든 감염소독제 통을 흔들어 크루를 뒤로 물렸다. 그의 팀은 사도가 뿜어낸 점착성 물질을 회수했고, 엔트리 플러그가 여전히 밀봉 상태란 것도 확인했다. 사도의 감염이 내부까진 침입하지 못하고 파일럿도....최소한 사지는 남아 있을거라 기대해볼만은 했다. 사고 시점부터 생명 반응은 물론이고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관측 결과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으니. 그래도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없는터라, 중무장한 병력 일개 분대가 의무반과 함께 그의 바로 뒤에 대기하고 있었다.


방호복을 입은 대원 둘이 해치를 여는데 쓸 파워 기어를 들고 나섰다. 묵직한 해치 손잡이도 금방 따여 열 수 있었다. LCL 용액이 쏟아져나왔다. 대장은 LCL의 파도에 텅 빈 플러그슈츠가 같이 쓸려나온 것에 당황했다. "뭐야? 파일럿은 안에 알몸으로 있는건가?"










후유츠키는 사령관을 곁눈질했다. "카츠라기 소령의 합동 공격 훈련이 꽤 효과가 있었군. 자네 아들이 생각보다 능력이 있는걸 증명하는구만. 세컨드도 마찬가지고."


겐도의 목소리엔 짜증이 묻어났다. "생각보다 더 불손하기도 하고. 실력과 함께 반항심도 는 모양이다. 대처법이 거의 준비된게 다행이군. 연구를 재촉한게 잘한 일이었다는게 오늘 증명됐다."


"아카기 박사가 살아서 연구를 완료할 수 있다면 말이지. 박사에게 언질을 주지 않은건 좀 놀랐네. 사해 문서를 통해 얼추 알고 있었던 일 아닌가."


"아카기 박사는 유용하지만 대체 불가능한 것도 아니야. 죽어도 적당한 기술이 있는 사람을 찾아 대신하면 그만이지."


"박사의 안위를 우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구만." 농하는 후유츠키의 어조가 메말랐다.


"교수님의 감성만할까." 겐도는 손의 깍지를 풀고 일어섰다. "세컨드 칠드런과 서드 칠드런을 즉시 체포하고 항명죄로 구금한다. 어린애 투정 받아주는데도 한계가 있어."


"그렇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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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씬...


왤케 재밌을까...


안노의 각본력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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