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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LAS/번역 Advice and Trust (28)

ㅇㅇ(14.6) 2021.05.17 16:57:21
조회 875 추천 43 댓글 17
														

가슴이 웅장해지는 파트로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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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7장 1/13





쓰러지려는 세컨드 칠드런을 서드 칠드런이 받아내고, 반쯤 끌어내다시피하며 나가는 것을 영상을 통해 확인한 뒤에야 후유츠키는 평상시 본인의 자리, 이카리 사령관의 측후면으로 돌아왔다.


그는 혹 사령관이 먼저 입을 열까 싶어 잠시 기다려봤다. 하지만 이카리는 평소처럼 침묵을 지킬 뿐이다.


"현명한 결정인가, 이카리?" 결국 후유츠키 코조가 먼저 운을 뗐다. "더미 플러그가 실험을 통과한건 사실이네만 실전에서 확인해보진 못했잖나. 뛰어난 파일럿을 사도 격퇴 직후에 둘이나 해고하는게 올바른 선택일까?"


"불복종을 용납할 수는 없다. 초호기에 탑승한 레이의 지원이 있으면 남은 사도들은 더미 플러그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겠지. 레이는 신뢰할 수 있으니까. 만약 '뛰어난 파일럿'들을 다시 필요로 하는 상황이 오면 간단히 복귀시킬 수 있다. 세컨드 칠드런은 방금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파일럿으로서의 정체성에 자아를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치욕을 겪고 순순히 독일로 돌아가진 않을거다. 우리가 다시 불러주길 기대하면서 주변에 남아 있겠지. 서드 칠드런도 단순하긴 마찬가지다. 관심에 목마른 나머지 카츠라기 소령에게 받는 소소한 애정에 심지어 세컨드 칠드런에게서 받는 학대에까지 감정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지. 손가락 한번 까딱하면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


후유츠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정말 확신하는가? 자네 아들의 표정이..."


겐도는 한 손을 슬쩍 저어보였다. "신지의 나에 대한 분노는 내 관심과 칭찬에 대한 욕망으로 상쇄되고 있다. 떠나거나 할 일은 없다. 세컨드가 졸도하려고 할때 뛰어들어 부축하는 모습 봤을텐데. 본인의 내성적인 성격이나 세컨드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반해 있는게 분명하다. 십대 소년이란 단순해서 예쁜 얼굴에 저항할 수 없는 법이지. 설령 자신을 내리깔고 본다고 해도. 신지는 세컨드의 명령을 듣고 세컨드는 이미 말한 이유 때문에 내 명령을 듣는거다."


겐도는 부사령관을 돌아보며 아주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둘을 조종하는건 그 정도로 간단한 얘기다 이거지. 인류 최강의 병기를 조종하는 것과 별개로, 실제론 아무 힘이 없는거다."








레이는 지오프론트 호수에 평온하게 떠 있는 초계함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려 애썼다. 예전 세상만사가 약기운에 취한 안개 같던 시절과 달리 쉽지 않았다. 그 시절, 레이의 정신은 약으로 흐려져 있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하고 사는 생각들은 간단했던터라 생각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약물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진 요즘은 생각도 그만큼 복잡해졌다.


이카리 사령관의 명령에 불복한 죄로 친구들이 지난 이틀이나 구금되어 있었다. 레이는 난생 처음으로 친구들이 깊이 우려됐지만 무엇을 하기는커녕 걱정을 겉으로 표시할 수도 없었다. 그랬다간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노출시키게 될테니. 그래서 레이는 호수에 닻을 내리고 떠 있는 배를 보면서...배회했다.


레이는 한번도 그런 일을 해본적이 없었다. 행동 그 자체도 동기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불안감 때문에 어떤 행동이라도 하고 싶었다. 예전에 자주 그러했듯 방에서, 학교에서 가만히 앉아 있어보려고 해봤지만 금새 견딜 수 없어졌다. 레이의 몇 안되는 취미인 수영도 아주 잠깐의 위로만 됐을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째선지 산책이, 길도 없는 호숫가를 그때그때 발 가는대로 끝없이 도는 것이 꽤 도움이 되고 있었다. 호수의 광경이 꽤 마음을 진정시키고, 걷는 것이 정신을 그럭저럭 맑게 해줬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정리할 수 있게 된 생각은 또 불안했다.


이전까지 레이는 이카리 사령관의 시나리오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최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안은 제레가 인류의 통합된 정신을 지배하여 신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었으니. 이카리 사령관도 신적인 힘을 추구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목적이 달랐다. 그가 원하는 것은 사랑하는 부인과 재회하고 다시 하나가 되는 것 하나뿐이었으니까. 그 목적만 달성되면 이카리 사령관은 인류의 진화를 촉진하는데 새로 획득한 힘을 쓸 것이었다. 현 인류가 막다른 골목에 있다는 것은 제레도 사령관도 의견이 일치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되면 레이는 마침내 죽음을 허락 받고, 달콤한 공허속으로 사라져 지금 육체를 얻은 뒤 끝없이 시달려온 영혼의 고통에서 해방될 것이었다.


지난 세월 레이는 이 계획을 따르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레이는 혼자가 아니었다. 레이의 선택은 더 이상 자신과 이카리 사령관에만 국한된게 아니었다. 이론적으로는 언제나 그랬었다. 레이의 선택은 전 인류에 영향을 주는거니까. 하지만 그 생각은 레이에게 딱히 실감이 되지 않았었다. 머리로만 알뿐. 인류라는 거대한, 얼굴 없는 대중이 인류보완 과정에서 개인의 독자성을 잃는다는 사실은 레이에게 아무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 대중에는 얼굴이 있다. 현재로선 두 개, 조금씩 늘어날 기세였지만. 신지와 아스카의 유대가 인류보완을 통해 압도 당하고 지워져버릴거라는 생각은 레이를 심히 두렵게 만들었다. 아이다, 스즈하라, 히카리의 존재가 지워진다는 것도 조금씩 맘에 걸렸다. 친구들이 세상에서 행복을 찾는 광경은 레이에게 자신도 똑같이 할 수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했다. 갈수록 유혹적이 되어가는 생각. 인류보완은 이제 예전처럼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레이는 호수 반대편에 네르프 본부 피라미드가 보이자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히카리... 레이가 새 친구가 들어있는 엔트리 플러그를 회수한지도 이틀이 지났지만 그 뒤로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이카리 사령관과 아카기 박사가 레이에게서 뭔가를 숨기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아카기 박사는 아직도 의식불명이었고 사령관은 더미 플러그 시험에 모든 시간을 쏟고 있었다. 레이가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네르프 본부 병원에서도, 학교에서도 히카리를 볼 수 없는건 조금 이상했다. 전투 다음날 스즈하라가 걱정스런 어조로 히카리의 안부를 물어왔을때 해줄 말이 없었다. 레이는 스즈하라의 실망한 얼굴을 보며 묘하게 찌르는 듯한 슬픔을 느꼈다.


레이는 발 밑 저 멀리에 있는 자신의 본체를 느낄 수 있었다. 절대 단독으로 그곳에 가지 말라는게 이카리 사령관의 지시였다. 본체와 한 공간에 있어본지도 꽤 오래였다. 언젠가 레이는 반 리린, 반 릴리스로서, 온전한 리린인 이카리 사령관과 아담의 남은 살점 사이의 교각 역할을 할 것이었다. 레이의 이중 정체성이 두 시조의 융합을 가능케하고, 일개 리린에 불과한 이카리 사령관이 인류보완 과정을 통제할 수 있게 해줄 것이었다.


거의 이단적으로 느껴지는 생각이었지만, 레이는 이제 이카리 사령관에게 그런 힘을 줘도 되는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꼭 친구들을 가둔 것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방법은 절대로 허용될 수 없고 오직 자신의 시나리오만이 답이라는 그 독단에 레이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인류보완은 친구들을 파괴하고 레이 자신을 파괴할 것이다. 레이가 소중히 여기기 시작한 모든 것을 부숴버릴 것이다. 이카리 사령관은 그 외의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레이는 이제 더 이상 그런 일에 절대적인 찬성을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레이는 걸었다. 친구들의 소식을 기다리고...고뇌하며.










신지는 걱정스레 아스카의 얼굴을 살폈다. 아스카는 아버-아니, 이카리 사령관의 집무실을 떠난 다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평생의 방치와 무관심으로 받았던 상처들 중 어떤것도 이번만큼 신지의 가슴속에 증오를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그때는 전부 신지에게 상처를 준 것이었으니까. 신지는 자신이 이정도로 화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버지는 아스카에게 상처를 줬다. 자기처럼 무가치한 사람에겐 무슨 일이 벌어지든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아스카는... 둘이 더 이상 파일럿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을때 아스카는 얼굴이 완전 하얘지며 무릎이 꺾였다. 신지가 붙잡아주지 않았으면 그대로 쓰러졌을 것이다. 신지는 아버지에게 타오르는 증오가 담긴 눈빛을 쏘아보내고, 아스카를 부축해 거의 끌고가다시피하며 방을 나섰다. 대기 중이던 정보부 요원이 수갑을 풀어준 다음, 즉시 미사토의 집으로 이동한다고 통보했다. 분노로 속이 부글거려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만 한번 끄덕여보였다.


아스카는 내내 인형처럼 굳어 있었다. 운전 중인 요원 때문에 아스카에게 괜찮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어차피 괜찮지 않은건 알고 있었지만 생각나는 말도 그것 뿐이었다. 이 자리에서 무슨 말이든 했다간 곧바로 아버지에게 보고될 것이라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집에 반쯤 도착한 시점에서 신지는 더이상 아스카의 상태를 두고볼 수 없었다. 힘없이 축 처져있는 손을 조용히 잡아줬다. 운전자의 눈에 띄지 않길 기도하면서.


절박한 힘으로 꽉 쥐어오는 아스카의 손이 마치 구명줄을 붙잡는 것 같았다. 아스카의 눈이 신지의 눈을 찾는다. 지난 20분간 처음으로 눈에 초점이 돌아와서. 신지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보이고, 운전자쪽으로 눈짓한다. 신지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도착할때까진 아무 말도 하면 안돼. 그래도 다행이야. 아스카가....어떻게 되버린건 아니라서. 아직 똑바로 생각할 수 있어서.'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고나서도 정보부 요원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차를 정지시키고 둘을 쳐다볼뿐이었다. 신지는 똑같이 무표정한 시선을 돌려주고, 아스카가 차에서 내리도록 부축해줬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아스카를 엘리베이터로 부축하고 갔다.


집 현관문을 통과하자마자 아스카는 신지를 끌어안았다. 몸이 마치 잔뜩 압축된 스프링처럼 떨리고 있었다. "신지. 나 집에 돌아오면 뭐할까 생각은 많이 했지만 이렇게 돌아올줄은 몰랐거든. 그래도 여기 같이 서 있어서 다행이야. 안그럼 나 미쳐버렸을거야."


신지는 플러그슈츠의 생명유지장치에 가려지지 않은 등부분을 찾아서 쓰다듬으며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했다. "지금처럼 아버지가 싫었던 적이 없어."


아스카는 신지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거리까지 살짝 몸을 뗐다. "넌 나랑 같아." 익숙한 말과 함께 희미한 미소. 미소는 곧 다시 죽는다. "그래도 이번은 좀 달라. 넌 파일럿이 되고 싶었던게 아니잖아. 아니, 여기 오기 전까진 들어본적도 없었잖아. 난 네살때부터 평생 파일럿이었어. 그걸 뺏어가면 나한텐 뭐가 남지?" 목소리가 우울했다.


"아스카는 내가 사랑에 빠진 절세미녀야. 열네살이 되기 전에 대학을 졸업한 천재야. 악몽 같은 외계인 괴물을 오는대로 하나하나 쓰러트린 용감한 전사야." 신지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아버지도." 마치 독을 내뱉는 듯한 어조. "그런걸 뺏어갈 순 없어. 아스카에겐 파일럿이란것 말고도 자랑스러워할 일이 많아. 아스카는 내가 세상에서 본 가장 활기차고 사랑스런 사람이야. 아스카에겐 나도 있잖아. 함께, 언제나 영원히, 약속했잖아. 에바 파일럿이어야한다 같은 조건 같은거 붙인적 없어."


아스카의 얼굴에 다시 희미한 미소가 떠오르다, 아까처럼 다시 죽었다. "난 언제나 2호기와 함께였어. 마마와 나 사이에 남은 마지막 연결 같은 느낌이었어. 이제..이제 그것까지 잃어버리는건 상상도 할 수 없어. 나...Gott, 신지..여기서 이렇게 안아줄 네가 없었으면. 난 어떻게 했을까. 나 그냥 속이 텅 비어서. 가만히 누워서 죽었을거야."


신지는 더 세게 끌어안았다. "아스카에겐 내가 있어. 내겐 아스카가 있어. 나도 아스카가 필요한건 마찬가지야. 아스카가 없으면...여기 오기 전처럼 아무 목적도 없고 아무 가치도 없는 사람으로 돌아갔을거야. 파일럿이 되고 싶어서 된게 아니지만..이젠 되고싶어. 아스카 곁에 있고 싶고 아스카 곁에서 싸우고 싶으니까. 같이 있을수만 있으면 나한테 무슨 일이 있어도 상관없어. 아스카도 그랬잖아, 나 없이 싸우고 싶지 않다고?"


그 말을 듣고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 난 너랑..." 아스카의 눈이 커졌다. "레이! 다음번엔 레이 혼자 싸우는거 아냐? 자동화인지 뭔지 한 에바 지원만 받으면서! 레이를 혼자 내보낼순 없어! 내가 꼭, 이게 우등생 싫어서 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레이가 우리처럼 잘 싸우는건 아닌거 사실이잖아."


신지도 아까보다 더 격앙된 모습이었다. "레이가 집에 오면 그때 얘기해보자. 우리 갇혀 있는 동안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말해주겠지." 신지의 입술이 엄한 일자로 굳어진다. "레이를 도와야해. 어떤 방식으로든. 레이는 우리 친구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뭐든 상관없어. 아스카도 레이도 다치는건 용납할 수 없어. 나한테 너무 소중하니까."


"고마워, 신지." 아스카는 신지를 꽉 끌어당기고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가, 움츠러들며 물러났다. "으! 너 냄새나! 나도 그렇고. 기분 최악이야. LCL에 젖은채 이틀을 못 씻었어. 완전 다 쓴 탐폰 느낌이야." 아스카는 포옹을 풀고 신지를 화장실로 끌고 갔다. "생각했던거랑 거의 다 반대로 갔지만 하나만은 해야겠어. 빨리 와, 바보야. 우리 뜨끈한 샤워 데이트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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