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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LAS/번역 Advice and Trust (29)

ㅇㅇ(14.6) 2021.05.17 22:13:03
조회 901 추천 37 댓글 13
														

7장 2,3화 합쳐서 올림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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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7장 2+3/13






"아카기 박사는 회복되어 구 13 사도에 대한 선행 조사를 실시 중입니다. 3호기는 장갑 손상을 제외하면 본체는 온전하게 회수됐고 며칠 안에 수리 완료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도의 코어는 분석 시점에서 이미 기초적인 회복을 완료했습니다. 겐도는 주변에 원형으로 투사되고 있는 모노리스들을 향해 보고했다. "파일럿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아카기 박사는, 코어에서 관측된 특이한 활동에 근거하여..."


겐도는 아주 잠시 말을 멈췄다. 그에게 익숙한 사람이라면 잠시의 망설임에서 그가 평소 드러내지 않는 인간적인 감정의 흔적을 포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카리 박사, 그리고 소류 박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코어에 파일럿이 흡수된 상태라 결론내렸습니다. 에바의 코어가 비록 손상을 입긴 했지만, 파일럿의 회수가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는게 아카기 박사의 판단입니다."


"현명한 일일까, 이카리?" 제레-03이 묻는다. "코어가 활동을 멈췄다곤 하지만 오염은 어떤가? 한때 통제권이 완전히 넘어갔었고, 이젠 피해까지 자체 복구 하고 있다고. S2 기관이 작동하고 있다는 뜻일텐데! 그 에바를 재기동하는건 위험하다!"


"그렇다. S2 기관을 얻은게 초호기가 아니었던걸 다행으로 알아야한다. 릴리스의 육신을 가진 에바가 생명의 열매까지 얻는건 너무나 위험한 일이지. 그런 일이 벌어졌으면 이카리 자네의 저의도 의심 받았을 것이다." 제레-11이 경고했다.


겐도의 얼굴에선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3호기는 전투 이후 동결됐습니다. 지시대로 수리와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지오프론트 격납고에 동결된 상태입니다. 동결은..."


"베를린 지부로 수송할때까지 지속된다." 제레-04가 말을 끊는다. "자네의 말대로 S2 기관이 살아서 작동하고 있다면 나머지 에바 시리즈의 제작에 필수불가결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파일럿 회수법엔 아카기 박사가 정통합니다. 시도를 해보기 전까지 3호기는 제 3 신동경시에 남아 있어야합니다." 반박하는 겐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우리가 그런 시도를 허락 했을때의 얘기지." 제레-06이 나선다. "만약 시도에 성공해도 파일럿이 사도에 오염 됐을 가능성이 있다. 혹은 사도 자체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우리가 해당 절차를 세심하게 분석하고 인가하기 전에는 멋대로 행동해선 안된다. 권한 밖의 일을 하려들지마라, 이카리."


개의치 않는다는듯, 겐도는 깍지낀 손 너머로 제레-01을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13 사도는 격퇴됐습니다. 사해 문서는 되살아나는 사도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14 사도가 출현하면 확인할 수 있을겁니다.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는 계획대로 진행됩니다."


"그렇게 하도록, 이카리." 로렌츠 킬이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을 끝으로 모노리스들은 모두 사라졌다.


회의실 불이 다시 켜지자 여태 겐도 뒤의 어둠 속에 서 있던 후유츠키가 드러났다. "세컨드와 서드 칠드런의 해고는 언급하지도 않는군. 흥미로운데."


겐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거시적인 관점에선 칠드런들에 아무 의미도 없는건 저들도 아니까. 분명 자기들만의 더미 플러그도 개발 중일거고. 마르둑 기관 같은 위장에도 신경쓰지 않는 참이다. 그런 연기를 지속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단거다."


"넷 남은건가," 후유츠키가 생각에 잠긴다. "이 추세대로면 길어야 몇 달 안에 끝나겠군."


"인류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곧, 우리의 모든 노력이 보상받는다."


















서로 냄새나는 플러그슈츠를 벗겨주고 씻는 일은 신지의 예상보다 별 일 없이 끝났다. 이틀의 강제 금욕 뒤였는데도. 아스카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냥 가만히 안겨 있었다. 격렬한 무언가보단 안도감과 애정을 더 찾는 모양새였다. 말라붙은 LCL과 땀을 씻어내는 동안 아스카의 얼굴은 갈수록 더 우울해졌다. 신지가 등과 허리를 열심히 주물러줘도 잠깐만 밝아졌을뿐이다.


플러그슈츠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고민이었다. 이전까진 매번 네르프에 제출하면 탈의실에 깔끔하게 돌아와 있었다. 각종 전자 장치가 달려 있는 고무재질 슈츠를 집에서 세탁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일단 비닐 봉지에 담아 묶고 현관에 내놨다. 미사토씨가 돌아오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힘없이 흐느적거리는 아스카를 식탁에 앉혀두고, 신지는 늦은 점심을 만들었다. 둘은 마주앉아 서로 한 손을 잡고 식사했다. 지난 이틀의 고립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둘은 계속 접촉하고 싶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침대에 쓰러져 꼭 껴안고 있고 싶었지만 곧 미사토가 도착할 것이었다. 식탁에서 이러고 있으면 곧바로 손만 살짝 떼면 되니까.


생각했던대로, 곧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복도를 지나 주방에 나타난 미사토를 본 신지는 경악했다. 미사토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왼팔은 슬링에 걸려 있었다. 얼굴엔 아직 멍이 남아 있었고 피곤함이 역력했다. 미사토는 식탁에 앉은 두 아이를 보고 살짝 웃었다. "나 왔어."


"다-다녀 오셨어요, 미사토씨!" 신지는 간신히 대답했다. 눈은 아직도 미사토의 부상들을 훑으며. "몸은 괜찮으세요?"


미사토는 멀쩡한 쪽 손을 흔들어보였다. "다 나을거야. 아직 살아 있으니까. 우리 다 나을거야." 입에 희미한 미소가 걸린다. "눈에 반창고까지 하면 레이 같겠다. 신지 너 처음 왔을때 레이. 그치, 신쨩? 둘은 어때?"


"이카리 사령관이 우리 같은 불손분자는 필요 없대요." 아스카가 으르렁거렸다. "이제 우린 에바 파일럿이 아니래요. 이게 대체 뭐에요, 미사토?!"


미사토의 얼굴에 걸린 피로가 순간적으로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나도 퇴근할때 들었어. 모르겠어, 아스카. 이건 말도 안돼."


"레이랑 히카리는요? 우리 갇혀 있어서 아무것도 못들었어요. 둘 다 괜찮은거죠, 미사토씨?"


미사토의 얼굴이 하얘졌다. "그게...레이는 괜찮아. 너희 얘기 묻더라. 레이도 걱정하는 것 같아. 히카리는..." 미사토는 심호흡을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히카리는...MIA야."


 

   











신지는 멍한 눈으로 아스카를 바라봤다. 갈수록 가관이었다. 그 모든 일을 다 했는데, 그 모든 처벌을 다 받았는데, 그렇게 해서도 히카리를 구할 수 있으면 다 된거였는데. 히카리가 없어졌다고? 실종? ...죽음?


"아냐...그럴리가 없어..." 아스카가 중얼거렸다.


식탁에 앉은 미사토는 신지와 아스카만큼이나 기운없어 보였다. "리츠코가 말하길...뭔가를 해볼 수는 있다고 했어. 아직 희망을 잃긴 일러, 아스카. 리츠코는 전문가니까."


아스카를 본 신지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고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당장 곁으로 가서 어깨에 팔을 둘러주고 싶었다. 아스카는 너무나 외로워 보였다. 포옹이 필요해보였다. 하지만 신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미사토가 옆에 있는 이상은. 생각해보건대 아마 오늘은 미사토쪽에서 둘이 걱정되서 밤에 확인해보러 올 가능성도 높았다. 두 연인이 둘만의 시간을 가지려면 아마 꽤 시간이 지나야할 것이다. 안아주고 위로해줄 수 있는 시간들을 흘려보내야한다. 지금 당장 달려가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게 해주는 것은 단 하나, 그랬다간 정말로 오래 서로 보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뿐이었다.


뭐든 해야할 상황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아스카를 바라보고 있었다간 조만간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서 안아버릴 것 같았다. 그랬다간 연기도 끝이었다. 신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가, 콜라와 맥주를 꺼냈다. 미사토의 앞에 에비스 맥주캔을 내려놨다가, 미사토의 팔을 보고는 다시 들어 따줬다.


미사토는 고맙다는듯 씩 웃으며 받아들고, 길게 제대로 들이키기 시작했다. 신지는 그 틈을 타 아스카의 앞에 콜라를 내려놓으면서 한번 어깨를 꼭 쥐어줬다. 아스카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나도 알아'라고 입모양으로 말했다. 자리로 돌아온 신지는 이 상황에서 더 말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해봤다. 아스카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거의 고문에 가까웠다. 히카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가 자기혐오도 도움은 되지 않았다.


'젠장, 셋이 처음 모였을때랑 똑같잖아. 다들 아프면서 서로 쳐다보기만 하고 말은 못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미사토씨. 저흰 이제 어쩌죠? 전..전 선생님한테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여기 떠나고 싶지 않아요. 친구들은 전부 여기 있는걸요. 아스카도 그럴거에요. 이대로 독일로 돌아가긴 싫을거에요." 아스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미사토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그런 걱정은 하지마, 신지군. 이카리 사령관이 이번 일 한번으로 파일럿 둘을 완전히 버릴 것 같진 않아. 그러니까 최소한 당분간만이라도 둘은 계속 여기 있는거야, 알았지? 나도 너희 떠나는건 싫어. 가족이 그리워질거니까." 미사토의 얼굴에 다시 지친 미소가 걸렸다. "펜펜도 신지군 요리 그리워할거야."


미사토는 다시 한 모금 들이키며 의자에 기댔다.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둘은 여기 남아있어. 레이쨩이랑 난, 어...이 더미 플러그인가 뭔가 하는것 때문에 테스트 일정이 잡혔어. 릿츠한테도 히카리쨩 구출하는 문제로 이것저것 물어볼게. 너희들한테도 다 전달해줄거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아스카는 여전히 식탁만 쳐다보고 있었다. 신지의 눈엔 아스카의 기운이 땅바닥으로 꺼지고 있는게 거의 물리적으로 보일 것 같았다. 내일은 원래 싱크로 테스트가 예정된 날이었다. 아스카는 히카리가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지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친구와 공유하는게 또 하나 생겼다는게 기뻤었다. 서로 경쟁하고 이끌어줄 분야가 생긴게 기대됐었다.


아스카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내 방에서 좀 누워 있을래. 밥 시간 되면 불러줘."


신지는 아스카의 뒷모습을 보며 표정 관리가 힘든 것을 느꼈다. 아스카가 거의 말할뻔한 '우리 방'이란 단어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둘의 연극이 지금처럼 후회스러운 순간이 없었다. 아스카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순간인데도 옆에 갈 수가 없었다.


신지가 아스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걸 미사토도 눈치챈 모양이었다. "신짱, 좋아한다고 말해." 조용한 목소리에 아주 미약하게나마 평소의 발랄함이 스며들어 있었다. "아스카는 위로가 필요한 시점인걸."


'미사토씨는 아무것도 몰라요. 차라리 알았으면 좋았을건데.' 신지는 고개를 저어보였다. "오늘은...아닌 것 같아요, 미사토씨. 저라면 오늘 같은 날 고백 받고 싶진 않을 것 같아요."


미사토는 씩 웃고, 동의한다는 의미에서 맥주캔을 살짝 기울어보였다. "으으음, 그럴지도. 그래도 신짱, '고백'이라니? 너무 진지한 단어 아냐? 내-" 놀리려고 걸던 시동은 마침 울린 현관벨 때문에 다시 꺼졌다. "신지, 좀 나가서 확인해줄래?"


신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 문 앞에 레이가 서 있는걸 보고 웃어보이려 했지만 잘 되지 않는다. 레이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들어왔다.


"반가워, 신지. 카츠라기 소령이랑 아스카도 집에 있어?"


"응. 미사토씨는 주방에 있고, 아스카는 방금 우- 자기 방에 갔어. 아스카.. 호라키씨 일이랑 파일럿에서 잘린 것 때문에 기분이 아주 안좋아."


"그럼 빨리 할게. 카츠라기 소령이 봐선 안돼." 레이는 갑자기 한 걸음 다가오더니 신지를 포옹했다.


신지는 갑작스런 접촉에 놀라 살짝 움찔했다. 레이는 신지를 살짝 끌어안고 놔줬다. 신지의 얼굴에 당황스런 표정이 떠올랐다.


"지난 이틀 동안...외롭고 걱정됐어. 둘은 내 가장 가까운 친구야. 난 혼자 있는건 선호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어. 이카리 사령관은 너랑 아스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부연하지 않아. 에바 파일럿 보직해임도 얼마 전에 인지했어. 난 해임으로 인한 네 정서적 상태에 대한 우려와 동시에 다시 만난 기쁨과 안도를 표출하고자 포옹을 희망했어. 이런 상황에는 포옹이 효과적이란 사실을 실험으로 정립했거든. 난 해당 행위에 대한 강한 선호를 습득한 상태야." 레이가 설명했다. "무탈해서 기뻐. 이제 납득 가능한 방문이유를 카츠라기 소령에게 제시한 다음 아스카에게 비슷한 안도를 표현할 차례야."


"어, 음. 고마워, 레이. 나도 다시 볼 수 있어서 기뻐. 이카리 사령관이 넌 안 자른거야?"


레이는 고개를 저었다. "사령관은 명령을 의도한 바대로 즉각적이고 온전하게 수행하지 않은데 실망을 표시했을뿐이야."


신지는 얼굴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대우가 다르지? 말로 대들진 않아서 그런가?' "아스카한테 갈거면, 혹시 이것 좀 전해줄래?"


레이는 살짝 고개를 까딱했다. "응. 뭘 전달하면 될까?"


이제 레이가 놀랄 차례였다. 신지는 레이를 살짝 껴안았다, 슬픈 미소를 지으며 놓아줬다. "내가 보내는거라고 해줘.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도 말해주고. 자기 전에 할 수 있는 일 생각해보니 하나 밖에 떠오르는게 없는데, 그거 곧 해줄거라고도 전해줘."


레이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떠올라 있었다. "그, 그럴게." 둘은 함께 주방으로 향했다.


"아, 레이짱 왔구나. 반가워." 미사토는 어떻게 한건지 그새 맥주캔 하나를 더 꺼내 마시고 있었다. "파티 아닌 파티에 참석하러 온거니? 별로 웃고 떠드는 분위기는 아니야."


"좋은 저녁이에요, 카츠라기 소령님. 전 석방된 친구들의 안위를 확인하러 왔어요. 이카리 사령관님이 둘의 상태를 확인하는 대해 협조적이지만은 않아서, 저는 우려가 됐어요. 또, 옆집에 사는만큼 방문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일거에요. 실례지만, 이제 소류와 대화해봐야겠어요." 레이는 목례를 해보이고, 아스카의 방으로 향했다.


레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미사토는 신지에게 입을 삐죽이며 웃어보였다. "레이가 둘 걱정 많이했어. 레이치곤 거의 안절부절 못했다니까. 그러니까, 보통사람이었으면 살짝 걱정하는 정도 모습이었다 이거지. 리츠코의 특훈이 효과가 있었나봐?"


어깨를 으쓱하는 신지. "아마도요. 시간을 들인 값은 한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하면 훨씬 나은 팀이 됐으니까요. 아, 저 저녁 준비하기 전까지 첼로 좀 연주해도 되죠?"


미사토는 맥주캔을 흔들어보였다. "얼마든지, 신짱. 너희들 없는 동안 여기 너무 조용하고 적적하더라. 얼마든지 해."


 










아스카는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순간 희망에 찼지만, 곧 신지일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지가 무슨 수를 써서 미사토가 보는 앞에서 아스카의 방에 들어올 핑계를 찾아냈다고 해도, 자기 방이나 다름없는 곳에 들어오면서 노크를 할 것 같진 않았다. 분명 미사토일 것이다. "들어와요." 아스카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문 앞에 나타난게 레이인 것을 보고 아스카의 표정이 살짝 밝아진다. "레이. 만나서 기쁘다고 하곤 싶은데 오늘은 날이 너무 개똥같아."


"난 만나서 기뻐, 아스카. 전투 이후로 계속 너와 신지가 걱정되고 외로웠어. 난...더 이상 혼자 있는게 좋지 않아. 그래서 너와 신지를 다시 볼 수 있어 기뻐." 레이가 부드럽게 말했다.


아스카는 다시 팔에 머리를 파묻었다. "히카리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어. 구한줄 알았는데. 파일럿 잘리는 것도 히카리의 생명이 걸려 있으면 참을 수 있었을건데. 이젠..."


"아카기 박사는 아직 히카리를 구할 수 있다고 믿어."


"박사가 틀릴 수도 있잖아. 히카리가 혹시 나 때문에 죽은거면? 가장 친한 친구를 죽게 만들고, 평생 해온 일에서 쫓겨나고, 기계한테 대체 당해버리고, 난 완전히 쓸모 없어..." 눈을 질끈 감고 울음을 참는 아스카였다.


아스카는 레이가 몸에 팔을 두르는 것에 놀랐다. "다시 볼 수 있어서 행복해, 아스카. 친구들이 그리웠어. 넌 쓸모없지 않아. 날 약물 중독에서 구해줬잖아. 팔 하나만 남은 상태에서도 우수하게 싸우고 사도를 격퇴했잖아. 그 날 많은 생명을 구했어."


"히카리는 못 구했잖아! 제일 친한 친구를! 난 이제 파일럿도 아니고! 난 대체 뭐란 말이야!" 아스카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레이는 아스카를 놓아주고 한 걸음 물러났다. 아스카는 갑자기 레이의 포옹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어째선지 아주 위로가 됐었다.


"이건 신지 몫이야." 레이가 말하더니, 다시 아스카를 껴안았다. "여기 올 수 없어서 대신 나보고 전해달라고 했어. 자기 전에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을 해줄거라는 말도 전해달랬어."


아스카도 레이를 포옹했다. "고마워. 그 바보는 뭘 할거래?"


"말해주지 않았어. 내-" 레이는 깊고 서정적인 음색이 집에 울려퍼지는걸 듣고 말을 흐렸다. "아. 이거구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말하는 아스카의 얼굴이 많이 풀려 있었다. "우리 첫키스한 날 저녁에 연주한 곡이야." 아스카는 작게 웃어보였다. "바보. 언제나 방법을 찾아낸다니까. 난 걜 사랑해, 레이. 내 인생에서 지금 무너지지 않은 유일한 부분이야. 언제나 날 기쁘게 해줘." 아스카는 레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신지 없으면 어떻게 해야할지 이제 모르겠어, 레이."


"난 아직도 많이 부러워. 네가 내 친구가 아니었으면 아마 다나카씨처럼 되서 신지를 뺏어가려고 했을거야." 레이는 말을 멈추더니 생각에 잠겼다. "안고 있으면 정말 좋아."


아스카의 표정은 이제 거의 일반적인 미소 비슷한 것까지 왔다. "아으. 나도 네가 친구라서 기뻐, 레이. 아니었음 죽여버려야 했을거니까." 아스카의 미소가 다시 우울한 표정으로 돌아간다. "내일 힘내, 레이. 또 널 이길 수 있으면 좋았을건데."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내 더미 플러그 카피보단 너와 신지 곁에서 싸우고 싶어."


"네 카피? 그게 무슨 소리야?"


"더미 플러그 시스템의 핵심 부분은 아카기 박사가 내 뇌를 스캔해서 만들어낸거야."


"흠. 또 그 사람. 작동이나 할지 누가 알아?"


"아카기 박사의 실력은 확실해, 아스카. 이카리 사령관이 더미의 작동에 확신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행동하지도 않았을거야. 그래도 난 너랑 신지를 원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지만 결정하는건 싸가지 사령관이야. 그 사람 마음 바뀌는거 한번이라도 본 적 있어, 레이?"


레이는 조금 어색할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조용했다. "아니. 본 적 없어."


아스카는 다시 기가 죽었다. "그럴 것 같더라.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엔트리 플러그론 돌아갈 수 없겠지."


"난 아직도 희망적으로 봐. 우린 더 불가능한 일도 했어."


아직 서로를 끌어안은채, 두 칠드런은 바흐의 음악에서 얻을 수 있는 나름의 평화를 얻으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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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검의 왕좌 완결 오늘내로 해보려고 노력은 해보게씀...에필로그는 앞의 에피소드들만큼 묵직하게 길진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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