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팬픽]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1-6

ㅇㅇ(14.6) 2021.05.29 22:38:48
조회 974 추천 20 댓글 7
														

휴일이니까 삽화 한개치만 함


개정본 분량 끝나면 다음달 20일까지 기다릴까 아님 구판으로 핫산한 다음 개정본 연재되면 거기에 맞춰 수정하고 삽화 올리는 식으로 할까 고민중인데 의견좀




------------------------------

이전화보기

(1-5)






단상은 바닥에서 1미터쯤 높게 들려 있는 구조였다. 나카지마는 다음 외교관이 단상에 올라, 연설문을 뒤적이고 연설을 시작하는 광경을 상부 테라스에서 무심하게 내려봤다. 아마 러시아 외교관이었던가. 좌중이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굳이 귀찮게 이러는 이유가 뭐랍니까?" 나카지마는 옆사람에게 속삭였다.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나카지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노인이었다. 정확히 몇 살인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장구한 평판이 뒤따라 다닐 정도는 됐다. 회색 머리는 벗겨지기 시작했고 움푹 들어간 얼굴엔 주름살이 깊었다. 노쇠해보이는 외모였지만 나카지마는 외양에 속지 않았다. 내무성 정보부의 장, 클루게 무사시는 일본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 중 하나였다. 정보부 내의 평판에 따르면 그는 누가 죽을 일이 있을때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우린 문명의 천둥소리를 듣고 있는거네." 클루게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야만인이 아니잖나."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나카지마는 생각했다. 야만인들은 정정당당하게 싸우지만 문명인들은 등에 칼을 꽂는데.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아무 상관 없는거 다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중요한 합의는 전부 이면에서 끝나는데요."


클루게는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자명한 사실이네. 하지만 준수되어야 할 절차란게 있지. 자넨 그걸 보지 못하는거야. 자네는 표면 아래의 뭔가를 보지 못하니까." 클루게는 연단에 시선을 고정한채 몸을 앞으로 숙였다. "상관없네. 정치 논의하려고 교토까지 자넬 불러낸건 아니니까."


나카지마는 클루게가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알고 있었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을뿐. 나카지마의 생각에 정치인과 관료는 지옥에서도 가장 아래층 자리를 배정 받고 있었다. 아마 스파이들과 같은 층에. "별 진전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혹 다른 요원-"


"불행히도 그런 선택지는 없네. 자네는 배경 때문에 선택된거니까. 다른 요원들은 지나치게 눈에 띄었을거야."


"이카리는 저도 의심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네. 하지만 자네 위치는 순수 민간인이고 완전히 합법적이야. 우린 언제든지 네르프에 스파이를 보낼 수 있네. 그쪽에서도 잘 알아. 우리가 그러지 않고 자네처럼 공개된 인사를 보냈으니 이카리쪽에선 우리 의도를 추정만 할 수 밖에 없겠지."


"이카리는 그렇게 뭔가를 추정하는 부류로 보이진 않습니다만." 이건 사실이었다. 아마 나카지마에게 심리학 학위가 있어도 이것 이상의 요약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적을 칭찬하는 어조인 것에도 아마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래야 죽였을때의 만족감도 더 클테니.


"상관없다. 우리 의도를 숨기는 데는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방법이 제일 좋지. 네르프가 자네 직위를 박탈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민간 정부와 척을 지게 되고, 더 중요하게는 돈줄을 잃게 되겠지. 네르프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게 바로 돈이다. 우리 입지가 유지되는 동안은 현재 구도에도 변화를 줄 이유는 없어보이네."


나카지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럴 수 있겠습니까? 이카리가 우리 의도대로만 움직여줄리는 없습니다."


러시아 외교관은 이제 손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다. 최소한 나카지마가 역사서에서 읽은 것처럼 발을 구르고 있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회의실은, 특히 유럽 대표들은 분노로 폭발 직전이었다.


"네르프의 보호 특권이 유지되는 동안은." 클루게가 말했다. "한동안은 유지될걸세. 지금 연단에 계신 소위 친구분들 덕분이지. 저들이 저러는 이유도 우린 알고 있네. 러시아는 무기를 원하지. 에반게리온. 중국은 위신과 무기를 원하네. 미국, 미국은 잘 모르겠어. 싸구려 전자기기, 싸구려 차, 뭔지 누가 알겠나. 요새화된 미국은 우릴 필요로하네. 우리가 저들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최악의 경우라면 협상을 해볼 수도 있겠지. 그러면 비토는 셋이 아니라 둘이 될거고. 요점은, 현 상황이 해결될때까지 우린 우리가 아는 것,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 확실히 해둬야하네. 그래서, 우리한테서 빌려간 그 소프트웨어에 이카리가 뭘 기대하고 있는지 알아야한다는거야."


"ISSDF는 별 말 없습니까?"


전략자위대 첩보부는 일본 최고의 전자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내무성 정보부와 마찬가지로 베일에 싸인 기관이었다. 만약 그들이 답을 내놓을 수 없다면 아마 어디에서도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일 확률이 높았다.


"아무것도. 원래 그쪽 프로젝트도 아니었으니까. 에반게리온에 조금이라도 관계된 것들은 워낙 전문적인 분야라 이해하는 것에만 다년간의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네. 서판을 분류해놓은 저장고 분류도 도움은 되지 않았고."


나카지마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순순히 그렇다고 말했다. 클루게 무사시는 본래 질문 따위 받을 위치의 사람이 아닌것치고 놀랍도록 인내심 있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전략자위대 첩보부는," 그가 설명했다. "수집한 정보를 중요도에 따라 나눠서 각각 다른 저장고에 분류하네. 뭐든지 전부. 대테러 첩보, 정부 관련, 군사 프로젝트, 그 젯트 얼론 사건 같은것까지. 전부 다."


나카지마는 젯트 얼론 사건에 대해선 소문으로만 접해봤다. 네르프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에바를 도태시켜 네르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였다고 한다. 결과는 재앙적이었다. 많은 사람이 다쳤다. ISSDF가 수집해둔 정보가 그런 것들이라면...


"실무적인 업무 방식이지." 클루게가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분류 과정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아닌가를 판단하는데 문제가 있네. 네르프는 원래 위협이 아니었어. 우리에게는. 쭉. 지난 15년간, 개중에는 반세기 이전에까지 이르는 숱한 정보들이 수집됐네. 네르프가 워낙 폐쇄적이고 우리쪽에서 아는 것이 없다보니 그 중에 많은 것들이 제대로 된 분석도 없이 처리된게 많아. 일부는 분석 했지만 해석이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결론 난 것도 많네. 대부분은 대체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도 몰라. 단지 위협이 아니란 것만 알았지. 서판 역시 그런 정보 중 하나였네."


"단순히 우릴 시험해본건 아닐까요?" 나카지마는 연단을 주시하며 말했다. "우리 반응을 떠보기 위해 한 요청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거부하면 뭔가 속셈이 있다고 생각했겠죠. 서판 자체가 중대한 무기거나 하진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한에선 무기가 아니야. 하지만 이카리 겐도가 남들의 블러핑을 깨는데 시간을 낭비할 부류처럼 보이진 않네. 그 서판에 든 정보가 무엇이든간에 이카리는 그것을 사용할 목적이라는건 확실해. 난 슬슬 그의 의도를 짐작해보려는 이 상황이 질린다네."


아랫층 상황은 슬슬 정리된 모양이었다. 회의실을 꽉 채웠던 분노에 찬 소음이 슬슬 줄어들다 곧 완전히 사라졌다. 자리로 돌아가는 대표들의 얼굴에 안도감이 역력했다. 나카지마는 그 얼굴들을 보고, 관계 당사자들이 훌륭한 정치인들이라면 흔히 그러하듯 아무것도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을 깨달았다. 그는 클루게에게 고개를 돌렸다.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겁니까?"


"그럴수도. 아닐수도. 어느쪽이든 확실히 해야하네." 클루게는 몸을 숙이고, 차가운 시선을 나카지마에 고정했다. "그게 자네의 일이지."


나카지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율이 등뼈를 타고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클루게의 눈은 포식자의 것이었다. 날카롭고, 교활하고, 위험한.


"카츠라기는? 만나봤나?"


"기회가 없었습니다. 무리하게 접근하는 것은 의심을 불러일으킬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 협력하지도 않겠죠.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피하고 싶습니다."


"료지와 가까운 사이였지." 클루게가 생각에 잠긴채 말했다. "어쩌면 그 누구보다 더. 우리보다 가까웠던 것은 확실하다. 그놈은 우릴 위해 일했지만 카츠라기는 연인이었으니까. 급사하기 전 그쪽에 남겨뒀을지도 모르는 정보를 확보해야한다."


"그런게 있긴 하다면 말이죠."


"최종 보고가 아예 없었던 것이 걸린다. 어쩌면 별 중요한 정보가 없었을 수도 있지만 그럴리가 없다는건 우리 모두 알고 있지. 만약 그런 정보가 있었는데 단지 우리 손에 넘기지 않았던 것뿐이라면, 그 정보를 회수하지 않는 것은 내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 그 정보 때문에 죽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나카지마는 첫 부분에는 동의했다. 카지 료지가 아무것도 찾지 못했거나 아니면 찾았지만 그것을 보고하기 전에 암살 당했을거라는 부분. 두번째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네르프라면 하고도 남을 일 같은데요."


클루게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마치 뭔가를 기억해내는듯 먼 곳을 향해 있었다. 그러더니 그의 입이 살짝 비틀렸다.


"상관 없는 일일세. 죽었다는 것, 최종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지. 시간과 기회의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죽은 것 때문에 정보도 망실된건 아닐거야. 카지 같은 숙련된 정보원이면 위험이 다가오는 것을 미리 알고 정보를 보존할 방책을 강구했을걸세. 흔적을 남겼을거야. 숨겨진 흔적을. 적들은 알아볼 수 없지만 정보가 있는 사람들은 따라갈 수 있는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직접 말해주거나 하진 않았겠지만. 그건 멍청한 짓이지. 사람들은 입을 여니까."


"만약 뭔가 중요한 정보를 찾았다면, 그것 때문에 죽었다는 것도 가능한 얘기 아닙니까?"


클루게는 고개를 저었다. "네르프는 카지를 죽일 이유가 없었네. 카지는 네르프에 충성했으니까. 이카리도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리고 정보를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았다면 누가 무슨 이유로 그를 죽이겠는가? 언제나 감시 받고 있었으니 다른 가능성도 없네."


뭐, 나카지마는 생각했다. 다른 가능성도 하나 남아있지. 내 생명에 대해 상당히 안좋은 전망이라 고려하기도 싫은 쪽이지만.


"그래도," 클루게가 덧붙였다. "카츠라기에게 뭔가 넘겨줬을거라 나는 믿네."


나카지마는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방금-"


"한 조각 정도. 전체를 말해주진 않았을거야. 그렇다면 지난 세달간 카츠라기의 침묵도 설명이 되니까."


"가능해보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연인 관계였으니까요. 하지만 카츠라기는 네르프를 위해 일하잖습니까." 나카지마가 말했다. "네르프로부터 정보를 훔쳐서 네르프 작전부장에게 넘겨주는건 뭐란 말입니까? 혹시 카츠라기도 다른 조직의 요원인걸까요?"


노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일말의 감정도 내보이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건 정보일세. 누가 들고 있는가, 무슨 목적으로 들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아. 현 시점에서 우린 그런 추정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네."


"카지가 우릴 배신한건지 궁금하진 않으신겁니까?"


"방금 말했잖은가. 이제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고. 중요한건 그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죽었다는 사실이야. 난장판을 남겨놨어. 우리가 치워야할. 그 이상의 것은 솔직히 관심 없네. 카지는 선택을 했지. 그게 어쩌면 우릴 배신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고. 그랬던건지 아닌지 곧 알게 되겠지만 그는 어차피 죽었지 않나. 죽은 자에겐 의무도 없는 법이야."


하지만 죽은자가 뒤에 남긴 사람들에겐 있지.


나카지마는 그 생각은 속으로만 담아뒀다. 클루게 무사시에게 자신을 더 의심할 여지를 줄 필요는 없었다. 지금도 나카지마를 거의 신뢰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건 위험한 일이었다. 치명적인 일이었다.





viewimage.php?id=28abd128e2d734af61b1&no=24b0d769e1d32ca73fec8efa11d02831835273132ddd61d36cf617d09f43d54a62a8d29c6158a30b1c9722172bee27baca154d456858de6bd8ccd094a10ba9fa71078f8a71








------------------------------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20

고정닉 9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72 설문 연예인 안됐으면 어쩔 뻔, 누가 봐도 천상 연예인은? 운영자 24/06/17 - -
248059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2-8 [19] ㅇㅇ(14.6) 21.06.14 929 23
246998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2-7 [9] ㅇㅇ(14.6) 21.06.13 836 21
244598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2-6 [18] ㅇㅇ(14.6) 21.06.11 810 25
244093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2-5 [12] ㅇㅇ(14.6) 21.06.09 824 24
243420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2-4 [7] ㅇㅇ(14.6) 21.06.08 894 26
242749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2-3 [17] ㅇㅇ(14.6) 21.06.06 863 25
242429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2-2 [11] ㅇㅇ(14.6) 21.06.05 902 22
242006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2-1 [13] ㅇㅇ(14.6) 21.06.03 991 22
241278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1-8 [15] ㅇㅇ(14.6) 21.06.01 907 28
240645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1-7 [7] ㅇㅇ(14.6) 21.05.30 860 22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1-6 [7] ㅇㅇ(14.6) 21.05.29 974 20
239891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1-5 [13] ㅇㅇ(14.6) 21.05.29 1347 30
239555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1-4 [13] ㅇㅇ(14.6) 21.05.28 1190 24
239501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1-3 [8] ㅇㅇ(14.6) 21.05.27 1149 20
238798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1-2 [13] ㅇㅇ(14.6) 21.05.25 1411 26
238601 번역/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1-1) [9] ㅇㅇ(14.6) 21.05.24 1628 26

게시물은 1만 개 단위로 검색됩니다.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