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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2-6

ㅇㅇ(14.6) 2021.06.11 19:03:25
조회 811 추천 25 댓글 18
														

2장도 끝나가는구만


오늘 분량도 삽화는 없음. 아마 개정본 연재때 삽화가 많이 붙을 것 같다


뒤의 에피소드들 어떻게 자를지 약간 고민중이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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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겐도는 집무실의 거대한 외부관측창 앞에 서 있었다. 뒷짐을 지고 시선은 창 밖의 풍경에 고정된채로. 밑으로는 숲이 거대한 곰팡이 군집처럼 녹색과 갈색으로 넓게 펼쳐져 있었고, 숲이 없이 비어있는 공간은 거대한 원형 호수 뿐이었다. 본부가 용수를 공급 받는 호수였다. 겉으로는 자연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 풍광 위로는 지오프론트의 거대한 돔 천장이 마치 천상에서 지상으로 빛을 비추듯 센트럴 도그마에 조명을 비춰 밑에 있는 모든 생명을 지탱하고 있었다. 


집무실을 가로지른 후유츠키는 이카리의 오른편에 멈춰섰다. "서판을 중국지부에 전달했네. 방금 확인과 감사 메세지를 수령했어. 기분이 아주 좋은 모양이더군."


"안전장치는 제거했는가?" 돌아보지도 않고 묻는 겐도였다.


"하나도 남김없이." 


후유츠키는 이미 아침에 아카기 박사로부터 사실을 전달받고, 정식 보고서도 제출한 상태였다. 이카리도 이미 보고서를 읽었을 것이다. 그러니, 질문은 지휘상의 절차에 불과했다. 글자로 적힌 말에는 감정이 없는 법이다. 직접 소리내어 말할 수 있는 용기에 의미가 있는법.


겐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재건위원회쪽 상황은 어떻지?"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네. 아니,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해야 맞겠지. 내무성쪽에서 골머리를 앓는 모양이더군. 언제까지 맘이 바뀌지 않고 우릴 위해 일해줄지는 의문이네. 우리가 자기들을 도울 의도가 없다는걸 확실히 아는 순간 내무성의 협조도 끝일세."


"당장은 그정도면 됐네."


"당장은. 하지만 쭉 이럴 수는 없어." 후유츠키는 겐도의 말이 맞길 바랬다. 정치인들은 예측불허의 존재였다. 이카리 겐도 같은 사람에게도. 정치인들의 의견과 입장은 풍향처럼 제멋대로 바뀌곤 했다. 어느날 갑자기 네르프와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고, 그렇게 되면 일의 전개가 너무 빨라질 것이다. 물론 이카리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겠지만.


"세컨드 칠드런은?"


"예상 그대로네." 후유츠키는 그 부분에 대해서도 보고서를 제출해놓은 상태였다. 후유츠키는 ... 실망했다. "너무 손상이 컸던 모양이야. 솔직히 이 테스트에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네."


"의미는 있었다. 만약 세컨드 칠드런이 혼자서 할 수 있었으면 굳이 노출시킬 필요도 없으니까."


아, 이 얼마나 기이한 배려심인가. 후유츠키는 생각했다. "통제할 수 있는게 확실한 무기는 통제할 수 있을거라 추정만 하는 무기보다 낫다는거겠지."


"그렇다 할 수 있지. 다 끝나고 돌아보면 부족한 자원을 낭비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파일럿의 정신 상태를 고려해보면 해볼만한 시도였다고 생각하네. 이 시점에선 낭비였는지 아닌지 따지는 것도 무의미해. 대안을 준비할 차례지. 2호기 문제는 딱 그정도면 됐어."


"서판에 노출당하지 않을 기회는 줬어야 했다는거겠지." 후유츠키가 덧붙였다.


"신지를 위해서라도." 순순히 인정하는 겐도였다. "세컨드에게 홀딱 빠져 있으니까."


후유츠키는 심기가 불편해졌다. 아들을 감정적으로 조종하기 위해 좋아하는 여자애를 위험에 빠트리겠다 이건가.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놀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놀랍구만.


"라자루스 프로젝트는?" 이카리가 물었다.


"이부키 중위는 일정에 확신이 있는 모양일세. 세포분열 속도를 올리는 것도 가능은 하지만 권장은 하지 않는다더군. 아카기 박사에게 프로젝트를 한번 점검시킨게 이부키 중위에겐 자극 효과가 있었으면서 처벌처럼 느껴진 것 같기도 해. 난 지금도 리츠코는 신경이 쓰이네만. 알고 있는게 너무 많은 인물이야."


"리츠코에 대해 걱정할 필욘 없네." 고개를 살짝 까딱인다. 대화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이카리는 후유츠키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뭔지는 확실히 해뒀어. 협조를 기대할 수 있을거야...당분간은." 마지막에 덧붙인 말의 어조는 리츠코가 한번이라도 더 자신을 배신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암시하고 있었다. "다른건?"


"하나 있네. 중국에 에메랄드 서판의 정보를 넘겨주는게 현명한 일인가?"


"중국 정부는 내게 빚이 많아." 아무래도 이 질문을 예상하고 답변도 준비해놓은 모양이었다. "저쪽에서 내 지시만 따르면 아무 문제 없을거야. 일정대로면 모든게 해결될걸세."


이카리는 다시 창문 밖 자신의 요새를 내려다봤다. 조명, 돔, 숲과 호수. 자신의 작은 세계. 그 자신이 신으로 군림하는 세계. 


"A호기는 흰색이라더군." 이카리가 말했다. "독창성이라곤 없는 자들 같으니. '내가 보매 청황색 말이 나오는데, 탄 자의 이름은 죽음이니 지옥이 그를 따르더라.'"


후유츠키는 재밌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주름진 얼굴에 날카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남보고 독창성 지적할 계제인가? 그 구절 써보려고 준비해온거 훤히 보이네. 난 그런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거 알잖나."


"그래도 적절하지 않은가. 대비하지 않으면 정말로 지옥이 올거야."


아니, 후유츠키는 속으로 생각했다. 지옥 같은건 존재하지 않아. 


세컨드 임팩트 이전까지만해도 그들 같은 과학자들은 천국과 지옥, 선과 악 같은 개념으로 세상을 재단하지 않았었다. 과학은 회색 영역이었다. 원자폭탄을 만든 기술이 동시에 인류에게 무한에 가까운 동력원을 주기도 하니까.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중요한 것은 인간의 행위였지 낡은 종교적 도그마는 말 그대로 낡은 물건 취급이었다. 이제는 지나간 무지와 공포의 시대의 소산물. 과학의 승리를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세컨드 임팩트 이후의 공포는 살아남은 자들의 세계관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심지어 각국 정부와 세속적이어야할 기관들까지. 지옥은 실존했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지옥이었으니까. 그리고 지옥이 실존한다면 천국 역시 실존할 것이다. 네르프가 설립된 이유부터가 바로 그 천국에 닿기 위해서였다.


모두 어리석은 소리였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대중의 공포와 미신을 선동하는 소리들. 네르프도, 네르프가 의존하는 에반게리온도 신의 창조물은 아니었다. 모두 인간이 만든 것이었다. 탐욕스럽고 권력을 휘두르는 인간들이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한 명의 선한 여인이. 어머니가.


"다행 아닌가." 후유츠키가 덧붙였다. "우리가 가져오려는 것은 지옥이 아니니까. 말도 흰색이 아니라 보라색이고, 말에 탄 사람도 '그'가 아니라 '그녀'니까."


네가 그걸 잊었을리는 없지만. 후유츠키의 생각이었다.


이카리는 그저 고개를 작게 끄덕일뿐이었다.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녀를 향한 겐도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하는 후유츠키였다. 설령 그녀의 이상을 향한 사랑은 변했어도. 유이의 이상은 바뀌고, 난자되고 강탈됐다. 이카리는 선하지 않았으니까. 유이 같지 않았으니까. 겐도는 강력한 의지와 목표의식은 유이와 동일했지만 목적하는 바는 달랐다. 사용하려는 도구도 달랐고. 


"이걸로 끝인가?" 후유츠키가 물었다.


"하나 남았네. 시간만 괜찮다면."


깍지 진 손을 풀고, 네르프의 총사령관은 자기 책상으로 향했다. 의자에 앉고는 손짓하여 후유츠키를 앞에 서게 한다. 후유츠키는 언제나 그러하듯 명에 따랐다.   


"레이 얘기 좀 하지. 레이의 미래, 그리고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후유츠키는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섰다. "듣고있네."










2호기 내부 비디오에 보이는 것이라곤 아스카의 무릎과 붉은 머리 뿐이었다.


몇시간째 그렇게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리츠코가 실험의 진전-그걸 진전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을 업데이트 해주는 동안에도 조금도 움직이거나 말하지 않고. 미사토는 예전에 가장 밝고 뜨거운 불일수록 더 빠르게 타없어진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었다. 아스카가 정말 그런 것 같았다. 리츠코는 계속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스카는 테스트 시작부터 지금까지 기동한계선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었다.


가슴아픈 광경이었다. 미사토는 아스카가 조금 겸손해져야 한다고, 주변인들을 막대하는걸 조금 줄여야한다고 언제나 생각하긴 했다. 그래도 지금처럼 완전히 무너지는걸 보고싶은 것은 아니었다.


"전부 정신적 문제야." 리츠코가 말했다. 방금 전까지 미사토처럼 모니터를 들여보다가, 의자에 기댄 참이었다. "머릿속 문제란 얘기지."


"사도한테 그런 일을 당했으니 ..." 미사토는 말을 흐렸다. 그때의 비명소리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했다. "저기 앉아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 기적이야."


"어쨌든. 시스템 조정을 통해 해줄 수 있는 일에도 한계가 있어. 아무리 인터페이스를 고치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면에 조정을 가해도 결국 마지막 한걸음은 아스카쪽에서 내딛어줘야하는거야. 그건 아스카 본인 말고 아무도 해줄 수 없어. 그게 문제야. 자기 스스로를 도울 수 없는 사람을 우리가 도와줄 수는 없다는거지."


통제실에는 2열로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나는 강화유리로 된 전면 벽 앞 1~2미터 거리에. 하나는 그보다 뒤에. 지금 미사토는 두번째 열 근처에 서서 리츠코의 의자 너머로 몸을 뻗고 있었다. 모니터 몇개는 아스카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고, 몇개는 학위가 없으면 알아보기도 힘들 복잡한 그래프의 원격측정 데이터를 띄우고 있었다.


미사토가 알아볼 수 있는 그래프가 그래도 하나 있었다. 싱크로 그래프였다. 들쭉날쭉한 선이 난장판으로 그려진게 마치 아스카의 정신 상태를 요약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우상단에 숫자 하나가 떠있었다. 4.4%. 아스카의 싱크로율이었다. 현재 에바를 기동하는데 필요한 최소치는 12%로 엔트리 플러그를 최대심도까지 넣은 상태에서 더 낮출 수도 없었다.


미사토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관측창을 통해 환하게 빛나고 있는 2호기 격납고를 내려다봤다. "포기한걸까?"


리츠코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을거야."


"신지보단 각오가 굳세다니 그건 다행인가."


"둘은 그렇게 다르지 않아, 미사토." 리츠코가 말했다. "개인적인 문제가 남을 어떻게 대하느냐를 결정하고 결국 에바와의 관계도 정의하니까."


미사토는 믿기 힘든 얘기라고 생각했다. 둘이 정말 리츠코 말마따나 다르지 않다면 지금처럼 같이 지내기 힘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사토는 한때 생각하길, 아니 기대하길, 둘이 서로의 성격에 영향을 받아 약간씩 바뀌어 중간점에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었다.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둘이 별로 닮았다고 생각하진 않아. 신지는 아스카보다 훨씬 내성적인걸."


"피상적인 차이는 좀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피상적인거야." 리츠코가 마치 교과서를 읽는듯한 딱딱하고 무감정한 투로 말했다. "신지의 방어기제는 수동적이지, 사람들로부터 물러나는 것. 아스카의 방어기제는 공격적이고 사람들을 밀어내는거야. 둘 다 근본 원인은 같아. 남들에게 상처 받는 것의 두려움. 아스카는 상자에 갇힌 고양이 같은거지."


미사토는 이해할 수 없어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게 뭐야?"


"고양이를 상자에 가두면 처음에는 겁을 먹거든. 비명을 지르고 긁어대며 나오려고 할거야." 리츠코는 아까나 지금이나 화면 속의 아스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집중은 이제서야 하고있는지 눈빛의 강도가 눈에 띄게 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둠에 익숙해지고 상자속에 익숙해져. 그곳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이제 나오려고 애쓰지도 않게되는거야. 그렇게되면, 이제 상자를 열고 고양이를 꺼내려고 해도 널 할퀴고 공격하겠지. 네가 그냥 포기하고 고양이를 다시 상자에 놔둘때까지. 보통 사람들은 그냥 고양이를 내버려두고 굶게 만들거야."


리츠코의 목소리에 묘한 슬픔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아픔도 참고 고양이를 안아줄거야. 그러면 고양이도 이제 그 사람에게 익숙해져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그 사람을 받아들이고, 이제 무섭지 않으니까 할퀴는 것도 그만두겠지."


"누가 아스카를 상자에서 꺼내줘야한단거야?" 미사토도 이젠 흥미를 느꼈다. 근처의 의자를 끌어와 리츠코 옆에 앉는다.


미사토는 사실 아스카를 고양이에 비유하는 것엔 동의하지 않았다. 동물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리츠코는 어쨌든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이었고 그런 류의 행동에는 미사토보다 익숙할 것이었다.


"아니." 리츠코는 고개를 저었다. "상자는 이미 사도한테 뺏겨버렸어. 아스카는 노출되고, 겁먹고, 도와줄 사람도 한 명 없었지. 모든 문제가 거기서 나오는거야."


미사토는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화면에 뜬 소녀를 다시 확인해보니, 그렇게 작아보일 수가 없었다. "아스카는 무서운걸까?"


"솔직히, 무서운 정도가 아니라 공포에 떨고 있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거칠게 행동하는거야. 사람들을 밀어내려고. 남들은 자길 아프게 만들뿐이라고 생각하니까. 자연스러운 반응이지. 모든 동물은 고통을 두려워하는 법이야. 그 두려움 때문에 에바와도 싱크할 수 없는거고. 아스카는 지금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 없어. 2호기 포함."


미사토는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아스카에게 필요한게 아스카가 자기에게 상처를 줘도 상관 없는 사람이라면-"


"그것보다 훨씬 구체적인거야. 남에게 상처를 주고말고는 본질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마음의 욕구란 원래 그렇게 일반화된 개념으로 표현할 수 없는 법이야." 리츠코는 다리를 꼬으며 말했다. "욕구를 이해하긴 힘든거지. 실험할 수도 없고 측량할 방법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건 그저 욕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뿐."


"어." 미사토는 조롱조로 입술을 말아올렸다. "넌 이런 주제로 말할때도 그렇게 무감정할 수가 없더라. 무슨 질병이나 그런거 얘기하듯이."


리츠코의 무정함을 비꼴 의도로 한 말이었지만 듣는 당사자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만약 상처 받았다면 일단 얼굴에는 티가 나지 않았다. "난 과학자니까, 상담사가 아니라."


"아무도 이견은 없으실거야."


"요점은, 아스카의 휴브리스가 어디서 나오는지 이해하더라도 그걸 고쳐줄 수는 없다는거야." 리츠코는 미사토의 어조를 무시하며 말했다. "그건 아스카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본인 스스로가 원할때."


"리츠코, 지금 아스카가 자기 스스로 원해서 저러고 있단 말은 아니겠지." 미사토는 화면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저것 좀 봐. 세상에 저렇게 되고 싶은 사람이 어딨단 말이야."


"아직 멈춰달라고 말하지도 않았잖아."


미사토는 분노가 차오르는걸 느꼈다. 리츠코에게 인간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상기되서였기도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말이 맞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스카는 아직 테스트를 멈춰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꼭 현재 상황을 원한다는 의미는 아니야." 리츠코가 말했다. "아마 대안쪽도 마찬가지로 싫은거겠지. 그게 아스카야. 본인 방식대로가 아니면 아무것도 안된다는거. 신지도 마찬가지고. 둘 다 중요한건 자기 자신 밖에 없어. 자기 자신의 상처. 자신을 남의 눈으로 보는 방법을 모르는거야. 남들이 자신을 보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니 스스로도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지 몰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리츠코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위선이었다. 신지와 아스카가 하고 있다고 말하는 행동은 리츠코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었다. 미사토 역시 마찬가지였고.


리츠코의 말이 맞을지 몰라도, 그래서 아스카가 받는 고통이 자기 책임일지 몰라도, 아스카가 받는 고통을 어떻게든 경감해주는 것이 미사토의 보호자로서의 책임이었다. 오늘은 이미 필요한 정보도 다 수집한게 분명했다. 리츠코의 체크리스트가 거의 끝까지 확인된 상태였으니까. 더이상 시간 끌 이유는 없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미사토가 말했다. 단호한 목소리로, 이게 단순히 의견 피력이 아닌 것을 확실히하며. 미사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근무까지 시간 있으니까 직접 집에 데려다줘야겠어."


리츠코는 전혀 찬성하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딱히 별 말은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에서는, 여태 휴식도 없이 일하던 통제실 요원들의 얼굴에 안도한 기색이 역력했다.


명령과 함께 실험 종료 절차가 시작되고, 통제실은 다시 활기로 가득찼다.


몸이 불편한듯 신음소리와 함께 일어선 리츠코는, 미사토의 걱정어린 시선에 그런 걱정은 전혀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미사토는 리츠코가 무리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스카를 몰아붙이는 것만큼이나 자기 자신에게도.



그건 둘 다에게 나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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