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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2-9

ㅇㅇ(14.6) 2021.06.16 20:48:27
조회 754 추천 18 댓글 6
														

제노사이드는 신지 아스카 관계 천천히 다뤄나가는 부분이 또 좋은듯. 어드바이스 앤 트러스트 같은 단맛도 좋지만 아무래도 이건 24화 이후니까 그렇게 가는것도 이상한 배경이긴 하고


일단 요 에피는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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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카츠라기 미사토는 몸에 팔을 둘러봤다. 별로 따뜻해지진 않았다. 저장소는 마기 냉각에 쓰이는 액화질소 때문에 영하의 온도가 유지되는 추운 공간이었다. 아무리 자주 와도 익숙해지지 않는 그런 종류의 추위였다.


미사토는 한쪽 벽에 기댄채 무릎을 바짝 끌어당긴채 미리 들고 온 담요를 그 위에 덮고, 숨 쉴때마다 입과 코에서 빠져나간 날숨이 얼굴 앞에서 뭉치는걸 재밌게 관찰하면서, 옆에 앉은 휴우가가 노트북에 마기를 연결하는걸 보고 있었다.


휴우가를 여기 데려오고 싶진 않았지만, 지금은 컴퓨터와 암호 관련 전문가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카지가 남겨놓은 코드를 통해 이것저것 알아낸게 많았지만 최근 갑자기 막히는 구간이 생긴 차였다. 휴우가의 말로는 아마 최근에 암호화 키가 변경된 것 같다는 것이다.


말인즉슨, 이제는 마기의 방화벽을 우회하지 못하고 직접 해킹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에 끌어들여서 미안해." 말하는 미사토의 이빨이 딱딱 부딪혔다.


휴우가는 손에 든 케이블을 당기며 말했다. 맨살이 드러난 손이 추위에 빨개져있었다. "괜찮습니다. 최소한 부탁이라도 하셨으니."


미사토는 씩 웃어보였다. "너무 고마워하진 마. 거절하면 총 꺼낼 생각이었으니까."


휴우가는 케이블을 모종의 단자에 꽂더니 컴퓨터로 연결했다. 그러고는 바닥에 컴퓨터를 내려놓고, 손을 몇번 비비더니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직접 해야할 일이지만 해킹 같은덴 소질 없으니까. 사실 신지 말마따나 난 전자 레인지도 간신히 쓸까말까한 수준이거든. 이거 너한테도 위험한 일이야. 그건 밍나해." 미사토는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는 휴우가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가까이 있으니 휴우가의 온기가 전해져왔다.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순 없죠."


"고마워."


"천만에요. 믿어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휴우가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대답했다. "다 됐습니다. 방화벽 뚫었으니 마기가 추적해오기 전에 빨리 일 마치고 빠져나가면 됩니다. 따로 저장장치라도 가져오셨습니까? 아니면 제 컴퓨터 하드에 저장해드립니까?"


"안돼. 그러다 걸리면 어쩌려고." 미사토는 주머니에서 디스크를 꺼내 휴우가에게 넘겼다. 휴우가는 노트북에 디스크를 넣고 미사토가 요청한 자료들을 복사하기 시작했다.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왜 이런 일 하시는겁니까?" 휴우가는 디스크를 넘겨준 다음 다시 벽에 기대앉은 미사토를 돌아보며 말했다. "사령관께서 아시면 결과는..."


"알아, 그래도 난 진실을 알아야겠어."


"이럴 가치가 있는 일일까요?" 휴우가의 목소리에 진심어린 걱정이 묻어났다.


"진리가 우릴 자유케하니까." 미사토는 다시 무릎을 껴안고 눈을 감았다. 더이상 주변의 어두운 세상을 보고싶지 않았으니까. 어둠속엔 언제나 나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리가 우릴 자유롭게 할거야."


휴우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LCD 화면으로 몸을 돌렸다. 미사토도 휴우가를 가만히 놔뒀다. 수다스러운 미사토였지만 한창 바쁜 사람을 괴롭힐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입을 열었다간 아마 자신이 하고 있는 짓을 정당화하려는 무언가가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휴우가를 위험에 끌어들이는 이런 짓을.


그 후로 몇분동안 기계음과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러던 중...


미사토의 뒷목 솜털이 곤두섰다. 이번엔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방금 그거 들었어?"


휴우가가 고개를 휙 쳐들고 주변을 둘러본다. "아니요. 뭐죠?"


"키보드 소리." 미사토가 조용히 무릎꿇은 자세로 움직이며 말했다.


"소령님 ..." 휴우가가 옆으로 슬쩍 돌아 앉으며 마치 미친 사람 보는 눈으로 미사토를 봤다. "키보드 제가 두드리고 있잖습니까."


미사토는 고개를 저었다. "너 말고. 멀리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재킷 안쪽에 넣어둔 총을 붙잡는다.


"소령님!" 휴우가는 속삭임의 범주하에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소리로 말했다. 미사토는 무시하며 휴우가의 주위를 둘러, 어둠 속으로 향했다. "소령님, 우리 걸렸다고 생각하시는거면, 도망치는게 우선입니다."


"걸린거면 이러고 있지 않지." 미사토가 말했다. "아무 소리 내지 말고 여기 가만히 있어."


어둠과 추위 속에선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가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게 들려왔다. 흔히들 말하길 맹인들은 다른 감각이 훨씬 예민해진다고 한다. 지금 상황이 그런 것 아닐까하고 미사토는 생각했다. 붉은색으로 점멸하는 다이오드들이 주변에 밤하늘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검은 심연 속에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 은하처럼.


손에 와닿는 총의 감촉이 얼음장 같았다. 눈 앞에서 호흡이 안개로 변해 사라진다. 미사토는 저장소 반대편 끝에 도달해, 주변을 둘러봤다. 컴퓨터만 널려 있을뿐이다. 그리고, 바닥에 보이는 무언가.


사다리가 있었다.


미사토는 이 방에 있는 서버 시설이 이 층 위아래로 뻗어나간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방 자체도 복층구조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형태일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바보 같은 실수였다. 그리고 방금 들린게 정말 키보드 소리였다해도, 이 층에는 아마 미사토와 휴우가만 있을 것이고 누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는데 그 소리를 듣지 못하진 않았을것이다. 미사토는 호기심에 다시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금속 사다리는 매우 차가웠다. 미사토는 손을 대자마자 몸을 움츠렸다. 오른손에는 그대로 권총을 들고, 왼손과 두 발만 이용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아래층은 정확히 예상 그대로였다. 탑처럼 쌓인 서버들, 붉은 다이오드, 진동음. 윗방과 똑같았다. 다른점이 있다면 붉은 빛이 끝도 없이 퍼져있는 모습으로 보아하건대 아마 규모가 훨씬 더 크다는 것. 미사토는 사다리 발치에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청각에 주의를 기울이며 어둠을 뚫고 아까 들은 희미한 소음을 다시 잡아내보려 애쓴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미사토는 사다리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어둠속으로 형체가 사라지는게 마치 영원히 이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층 아래 또 한 층, 그 아래 또 한 층.


이곳은 미궁이나 다름없었다. 네르프에 대해 미사토가 아는 것이 여기서도 반복됐다. 미사토 자신은 그저 겉의 표면만 긁어본 수준이라는 것. 추위와 어둠 속에서, 그것은 정말 두려운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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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여기서 마무리됨. 모레 핫산은 3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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