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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8-5

ㅇㅇ(14.6) 2021.08.09 22:00:59
조회 753 추천 25 댓글 19
														

ㅋㅋㅋ


게임하면서 작업 병행하다 프리징 걸려서 다 날아감 애미시발


내일 일정 문제랑 이것저것 이유들 때문에 오늘은 제노사이드만 두번 할지도 모름


아직 결정은 안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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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8-4화 만화)










브로큰 잉글리쉬도 일본어보다는 나았던 모양이다. 지난 24시간 동안 증명된 사안이었다. 나카지마는 하라는 일은 잘하는 모양이었고, 미국인들도 그 하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상황에선 꽤 잘 행동했다. 오후 중반쯤되자 마무리도 모두 끝나 철수할 수 있었다.


미사토는 8호기를 수송하는 열차에 특실을 배정받은 상태였지만, 그걸 타고 갔다간 제 3 신동경시에 가는데만도 6시간이 걸리고 그 뒤로 보고에 차를 찾는 일까지 더하면 조금 과할 정도의 시간이 소모될 것이었다.


그래서, 미사토는 열차 탑승을 거절하고 마침 역 주변을 초계비행하고 본부로 돌아갈 예정이던 네르프 VTOL기에 편승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본부에 가는데 1시간 정도면 될 것이고, 보고를 마치는데는 한시간에서 길어봐야 두시간만 쓰면 그 뒤로 차를 찾아 집에 갈 수 있을 것이었다. 일이 잘 풀려준다면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돌아가 아스카와 통화할 시간도 있을 것이다.


당직 장교로부터 받은 회색 헬멧을 쓰고, 바이저를 올리는 미사토.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가 다리, 허리, 어깨쪽에 각각 달려있는 안전벨트를 하나하나 고정하는 동안 파일럿은 이미 준비를 마치고 스위치들을 올리고 있었다.


온갖 기구와 디스플레이, 스위치가 작은 공간에 몰려 있었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게 힘들 지경이었다. 좌석 등쪽 칸막이에서부터 긴 콘솔이 튀어나와 전면의 주콘솔에 연결되어 있었고 미사토의 다리 사이에도 조이스틱이 하나 튀어나와 있었다.


"조종복 입으시는게 나을겁니다, 카츠라기 소령님." 파일럿이 말했다.


"괜찮아요, 원래 그런거 안좋아해요." 딱히 자기소개를 한 기억은 없었지만 미사토를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긴했다. 파일럿은 바이저가 눈을 가리고 있어 얼굴의 아래쪽만 드러나있는게 조금 어색해보였다.


물론 어색하기로치면 카키색 반바지에 붉은 재킷 차림의 미사토가 훨씬 어색한 광경이리라. 이런 차림으로 비행하는 사람을 이 파일럿이 예전에 본 적은 있을까.


"여기 난방 기능 같은거 없습니다." 장갑낀 손으로 스위치를 연달아 딸깍이며 말하는 파일럿. "굉장히 추워질거에요. G-로드 문제도-"


"겁주실 필요 없으니까 빨리 갑시다. ETA는 어느 정도?" 미사토는 마지막 안전벨트까지 마무리했다. 


"52분입니다." 손을 들어올려 마이크를 목쪽으로 내리는 파일럿. "UN-VTOL-154-4, 요코즈카 센트럴, 이륙 인가 상황은 어떤가, 오버."


몇초 뒤 주 스피커가 웅웅대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요코즈카 센트럴, UN-154-4, 6번 항로로 이륙을 허가한다. 우측의 교통에 주의하도록, 오버."


"확인완료, 오버 앤 아웃." 파일럿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사토를 돌아봤다. "준비되셨습니까?"


엄지를 들어올리는 미사토. "예. 갑시다."


스로틀이 올라가자 기체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수직 추진기가 작동하고 곧 기체가 진동과 함께 콘크리트 활주로에서 떠올랐다. 파일럿은 오른손으로 조종간을 부드럽게 밀어 기체를 호버링시키며 왼손으로는 시스템들을 확인하고, 확인이 끝나자 스로틀을 최대로 올려 기체를 상승시키기 시작했다.


2000 피트 지점에서-눈 앞의 고도계를 통해 확인한 숫자였다- 미사토는 몸에 힘을 빼고 긴장을 풀었다. 파일럿은 스위치를 하나 올리고 스틱을 밀며 수평비행을 시작했다.


제트 엔진을 털털거리며 기체 전체가 불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파일럿의 말대로 금새 추워졌지만 그래도 견딜만은 했다. 캐노피를 통해 그대로 내려꽂히는 햇빛이 기온을 어느정도 견딜만하게 붙잡아주고 있었다. 진동은 다른 문제였다.


한번 유달리 심한 진동 끝에 미사토의 왼쪽 무릎이 옆으로 빠져나가 칸막이에 세게 부딪혔다.


"아!"


"힘 빼고 진정하세요." 파일럿이 말했다. "긴장해서 힘주면 더 아플겁니다. 비행기랑은 싸우는거 아니에요. 술 취한 상태라고 생각하세요."


"술 생각 간절한 마당에 그런 말은 좀 자제하시죠." 미사토는 무릎을 문지르며 새어나오려는 신음을 억눌렀다. "아 이거 아무것도 아니에요하는 식의 말씀도 안하셔도 되요."


파일럿은 입을 다물었다. 미사토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몸에 힘을 빼려 노력했다.


지난 며칠간은 너무 바빠 일 생각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카지마와 대화하고 나서야 잊고 있던 사명감에 다시 불이 붙은 것 같았다. 


아스카는 아마 지금쯤 기다리다 지쳤을 것이다. 리츠코에게 남겨둔 메세지가 제대로 전달됐기만을 바랄 수밖에.


기체가 조금 기울기 시작했다. 눈을 뜨자 기울어진 지평선이 보였다. 손을 들어 바이저를 내려 직사광선을 차단한다.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 밖에 없었다.


집. 이제 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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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대화 좀 해봐!" 비장한 목소리로 세번째 반복하는 히카리였다.


신지도 세번째로 고개를 저었다. "뭐라고 말해야하는데?"


"뭐든!" 위원장은 주근깨가 새빨개지고 희번득거리는 눈으로 거의 고함치다시피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위로해보란 말이야!"


"어떻게? 아스카는 .." 뱃속이 뒤틀리고 목구멍이 매듭지어지는 것 같았다. "나한테 화만 낼걸. 아스카 어떤지 위원장도 알잖아."


"그건 모르는거잖아!"


어떻게 모른단 말인가. 신지는 바보가 아니다.


"난 알아." 의자에 앉은채로 몸을 숙여 손에 얼굴을 묻는 신지. "화만내고 가버리라고 할걸. 매번 그래."


히카리가 책상을 내리쳤다. "이카리군은 아스카의 친구잖아!"


신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카는 친구였다. 그 이상이었으면 좋겠고. 어쩌면. 하지만 아스카가 이런 상황일때 찾아가는건 아주 안 좋은 발상이었다. 절대 잘 풀릴리가 없었다.


"그럼 아스카의 친구로서 위로해주는게 이카리군의 의무 아니야? 아스카랑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이카리군 밖에 없어."


세상 누구도 아스카와 대화할 수 없다고, 신지는 소리치고 싶었다. 신지는 고개를 저으며, 고개를 들어 마구 흔들리는 눈으로 히카리를 쳐다봤다. "위원장도 아스카 친구잖아. 그 자리에도 있었고."


히카리는 좀 있으면 신지의 뺨이라도 때릴 기세였다. "나도 없었어! 내가 있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어!"


이것도 사실 이미 몇번 들은 얘기였다. 히카리의 말대로면, 본인은 배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아스카와 나가라가 말싸움을 벌이다 거의 폭력사태로 번질뻔했다는 것이다. 히카리가 상황을 파악하고 아스카를 찾아봤을땐 이미 아스카는 탈의실에서 자기 물건을 챙겨 떠난지 오래였다고 한다. 히카리는 온 학교를 다 뒤져보고, 선생들에게도 상황을 알린 다음, 신지랑 나가라 게이코를 빈 교실로 끌고 와서 신지에게 상황을 설명해준 것이다.


게이코는 아직도 근처에 앉아 있었다. 머리가 엉망이었고 금방이라도 울고 싶은 표정이었다. 사과를 중얼거리거나 알아듣기 힘든 말 몇마디 외에는 여태 별다른 말이 없었다.


히카리가 강권해 옷도 교복으로 갈아입어둔 상황이었다. 체육 시간이 아닐땐 체육복을 입고 다닐 수 없다는 교칙이 있다면서. 주의를 끄는 것을 최대한 피해서 아스카의 체면을 지켜주려는 모양이었지만, 이 시점에서 그런게 가능할지는 의문이었다.


아스카가 어디로 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학교를 중간에 나가버릴 정도로 화가 난거라면 집으로 갔을리도 없었다. 밖을 헤매면서 엄한 물건을 부수고 있거나 그 비슷하겠지.


신지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목을 어루만졌다. 아스카가 목을 졸랐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 신지는 아스카가 밉다고,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게이코가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상황이 이렇게까지 갔을지 의문이었다.


신지의 시선이 위원장 뒷자리 의자에 움츠리고 앉아있는 소녀쪽으로 향했다. 신지는 아스카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가혹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게이코를 딱히 비난할 생각도 없었지만 그래도 눈빛에 비난 비슷한 것이 잠시 스쳐지나간 모양이었다. 게이코가 신지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그냥 장난이었어..." 게이코는 흐느끼면서 얼굴을 감싸쥐었다. "미안해. 진심이 아니었어..."


"이카리군, 시도라도 해봐." 게이코를 완전히 무시하고 계속 다그치는 히카리. "제발."


"위원장이 해도 되는 일이잖아."


"나랑 이카리군은 다르잖아!" 히카리가 소리쳤다. 걱정으로 가득한 표정이 백마디 말로도 표현하지 못할 것들을 전달하고 있었다. 신지는 그것에 차마 대적할 수 없었다. "아스카 이카리군 말은 들을거야. 전에 소중하다고 했을때도 들었잖아, 아니야?"


신지는 갑자기 비참한 기분이 됐다. 아스카가 자신에게 소중하다는 것은 꽤 오래 알았던 일이다. 그 감정의 깊이나 의미에 대해선 근래들어서야 알았지만. 히카리는 아스카의 단짝친구가 맞았고 어쩌면 미사토나 신지보다 훨씬 가까운 구석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신지 같은 유대가 있는건 아니었다. 단적으로 히카리는 에바 파일럿이 아니었으니까. 다른 누구보다도 신지는 아스카를 이해해줘야했다. 그런데 지금 신지는 도망칠 생각 밖에 못했다.


히카리가 남을 욕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망정이지, 지금 자신을 겁쟁이라고 욕해도 뭐라 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하는 신지였다. 신지는 겁쟁이가 맞으니까.


"이카리군, 제발 가봐." 히카리는 이제 간청하고 있었다. 책상에 올려둔 가방에 손을 집어넣더니 작은 카드 하나를 꺼내 신지 앞에 놓는다. "조퇴증이야. 누가 멈춰세우면 보여줘." 얼굴을 찡그리며 카드를 확인해보는 신지. "이제 가. 선생님한텐 내가 둘러댈게. 걱정 안해도 돼."


선생한테 거짓말까지 할 정도면 히카리쪽도 상당히 절박한 것이리라. 평소의 히카리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신지는 지금 자신의 가슴만큼이나 무거운 손을 내밀어 카드를 받았다.


"어디로 가야할까?"


"예전에 오락실에서 찾은 적 있었어." 히카리가 말했다. "거기 확인해봐. 집에는 안 갔을거야. 제일 먼저 찾으러 올 곳인거 아스카도 알거니까. 다 안되겠으면 카츠라기 소령님한테 전화해보고."


"미사토씨는 출장 중인데." 신지는 고개를 떨궜다. 웬지 이것도 자기 잘못 같았다.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그럼 정보부에 연락해." 히카리의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밤까지 아스카가 안오면 찾아달라고 부탁해봐. 나도 여기 정리 다 끝나면 너한테 연락해볼테니까 그때 같이 찾아볼 수도 있고. 명심해, 아스카 찾으면, 아스카가 어떻게 나오든간에 꼭 같이 있어줘."


신지는 그 말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히카리는 그런 반응은 넘길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카리군. 아스카가 그렇게 연기하고 다니는 것처럼 강하지 않은거 누구보다 잘 알잖아.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을지, 무슨 짓 할지 어떻게 알아. 아스카에겐 지금 문제가 있어. 확실해. 저번에 둘 사이에 무슨 일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때 이후로 쭉 예전같지 않았어. 거기다 지금은.." 부들부들 떨며 아기처럼 엉엉 울기 시작한 게이코에게 시선을 돌리는 히카리.


"그런 ... 의도가 ... 난..."


히카리가 다가서자 게이코는 마치 히카리가 때리러 온 것처럼 몸을 움찔했다.


"나도 알아," 히카리가 부드럽게 달래줬다. "괜찮아." 게이코의 옆에 앉아 어깨에 팔을 둘러주고, 신지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쏘아보낸다.


뭘 어떻게 하면 된단 말인가? 어떻게 아스카를 찾아냈다고 치자, 무슨 말을 해야한단 말인가? 평상시에도 거의 통제불능인게 아스카였다. 화가 났거나 흥분했을때는 말할 것도 없다. 마지막 싸움은 아주 참혹하게 끝난 전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게 두려워서 아스카를 찾는걸 거부할 수 있는걸까? 만약 아스카에게 신지가 필요했는데 신지가 자기 선택으로 가지 않은거였다면 신지는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알지 못했다. 그래도 여기 가만히 있는 것보단 무엇이든 하는게 나을거라는 점은 알았다. 신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락할게."


"고마워. 이카리군은 정말 좋은 친구야." 히카리가 격려하는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스카는 행운아야."


정반대라고 생각하는 신지였다. 아스카가 정말로 운이 좋다면 아마 자기를 도와줄 수 있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을 것이다. 신지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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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구모 미코 소위(Second Lieutenant)는 최근 진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카리 사령관을 직접 대면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사령관이 자신을 알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점에서 역시 미코는 네르프의 조직 피라미드 아랫쪽에서 작은 일들을 처리하고 큰 일들을 보살피는 숱한 무명 기술자 계급의 일원이었다. 아, 그리고 요즘은 큰 일도 얼마나 많던지.


미코의 일은 에반게리온과 관련 장비들의 유지랑 관련이 있었다. 그 일은 필연적으로 주격납고와 엮여 있었고 그 주격납고가 마지막 전투로 엉망진창이 된 요즘 미코는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에반게리온을 유지보수하는 크루들은 대부분 특정 기체에 몰입하는 경향들이 다분했다. 에반게리온 기체마다 유지보수팀이 고정으로 지정되어 있었기에 애착도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다. 마치 스포츠팀 같이. 어느 기체가 더 강하고 잘 싸우는지를 놓고 기술팀들간에 존재하는 경쟁의식이 박봉과 격무속에 일하는 이들에게 활력이 되어줬다.


기체들에 대한 그런 애착은 그 기체들을 조종하는 파일럿들에게도 확대적용됐다. 이카리 신지가 초호기에 흡수되는 대사건이 터졌을때 초호기 유지보수팀은 한 달간 극단적인 사기저하를 겪었다. 아스카 랑그레이가 정신병동에 들어가자 2호기 팀의 격려편지가 쏟아졌다. 아야나미 레이가 자폭으로 전사했다고 알려진 잠깐동안 격납고는 눈물바다가 됐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술팀은 세개였다. 초호기에 배정된 알파팀, 영호기에 배정된 브라보팀, 2호기에 배정된 델타팀 이렇게 셋. 이들 팀은 전투시 각 기체의 원활한 현장 투입에 직접적인 책임을 졌고, 승리와 전과의 영광도 누렸다. 이들 팀의 크루들은 네르프 전체에서도 아마 지령실 요원들을 제외하면 가장 전문적이고 유능한 인재들이었다.


미코는 그런 팀 소속은 아니고, 시설 특기였다. 정말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예를 들어 이번 영호기의 차단 작전 같이 다른 부서에서도 대대적으로 인력이 차출되어야 했던 경우를 제외하면, 에반게리온이 남기곤 하는 난장판의 뒷정리를 전담하는게 시설 특기였다. 지오프론트 어딘가에 굴러다니는 팔 한짝을 제거해야한다? 시설 특기를 부른다. 사도가 한껏 쏟아놓은 피와 살덩어리들을 정리해야한다? 시설 특기를 부른다. 초호기의 이빨을 닦아주거나 2호기 장갑에 광을 내야한다? 시설 특기를 부른다.


보잘것없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정말 엄청나게 필수적인 일이기도 했다. 일은 많고, 급료는 적었고, 명예도 없는게 짜증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어떤 일들을 했는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족했다. 아이들은 영웅이었으니까. 모두가 존경하고 보호하는 영웅.


그런 것들이야 어쨌든, 시설 특기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사령관이 직접 미코를 지명해 집무실로 소환한 것은 더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미네구모 소위?" 이카리 사령관은 읽고 있는 문서에서 눈도 떼지 않고 말했다. 그 모습에 집무실의 위압적인 구조까지 더해지니 미코는 걱정만 늘어날뿐이었다.


"예, 사령관님?" 금발 소위는 딱딱히 굳은 몸으로 답했다. 만약 발목이 조금만 더 서로 밀착하고 팔이 조금만 더 옆구리에 들러붙었다면 그자리에서 잘못 세운 통나무처럼 균형을 잃고 앞이나 뒤로 풀썩 쓰러졌을 것이다.


"초면이었지?"


"네, 사령관님." 재빨리 대답하는 미코. 얼굴만 처음보는게 아니라 집무실에도 처음이었다. 사실 집무실 위치도 몰랐던 차라 길을 물어보고 출발해야했다.


"아쉽군," 이카리는 무심하게 페이지를 넘겼다. "왜 불려온건지도 듣지 못했겠지."


"네, 사령관님."


그는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자네가 즉각 처리해야할 일이 있네."


"사령관님?" 미코의 심장박동수가 급증했다. "냉각 순환 시스템 말씀하시는거라면, 저희도 이미 인지하고 있습니다. O-링이 제대로 밀봉되지 않는 문제인데, 수리가 불가능합니다. 새 부품이 필요합니다."


"자네의 평소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네." 이카리가 말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야."


"알겠습니다."


"아니, 잘 모를거야. 극도로 중요한 일이네. 네르프, 일본, 그리고 더 나아가 인류 전체의 안위와 미래가 달린 일이야."


맘에 들지 않는 말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미코의 평소 업무도 저 설명에 부합할테지만 그렇다고 사령관의 집무실에 불려올 일이 생기는건 아니었다. 사령관이 사소한 일에 시간을 낭비할 사람 같지도 않았다. 뭔가 자신이 모르는 커다란 일인게 분명했다.


"피보호자가 하나 있다지."


질문이 아니었다. 미코의 생각이 급정지했다. 입에 모래가 가득찬 듯 바짝 말라오기 시작했다. 말하는게 고통스러웠다.


"ㄴ-네, 사령관님."


사령관은 보고 있던 파일을 닫았다. 종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어째선지 귀를 멀게 할 것처럼 크게 들렸다. 그는 장갑 낀 손을 얼굴 앞으로 들어올리더니 입 앞에서 깍지꼈다. 안경알이 새하얗게 빛을 반사해 눈을 가렸다. 마치 화강암으로 깎아낸 석상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읽을 수도 없고, 인간 같지도 않은 모양새였다.


이런 질문은... 왜 하는걸까? 그 아이는 지오프론트에 와본적도 없고, 미코의 업무에 대해서도 거의 아는 것도 없었다. 대체 사령관은 뭘 원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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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챕터특 일러 풍년임


히카리는 예전 챕터에서 아스카한테 키스 얘기까지 다 들은 상황이니 저런 반응 나오겠지


미코 파트도 소소한 배경 설정에 향후 중요한 떡밥 나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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