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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팬픽] 번역/ 에반게리온 제노사이드 11-4

ㅇㅇ(14.6) 2021.09.07 22:27:31
조회 598 추천 22 댓글 11
														

오늘은 제노사이드부터 길게 할래


이유는? 그냥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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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화)










지금 눈 앞에 길게 뻗은 밝은 복도가 나카지마 준이치에겐 알 수 없는 운명으로 향하는 길 같이 느껴졌다. 피할 수도 있는 길이었다. 이 길의 끝에서 어떤 끔찍한 것을 보게 될지는 이미 알고 있었고 그것이 자신이 감내할 수 없는 것임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카지마는 아까부터 이 자리에 서서 끔찍한 현실을 마주할 것인지, 아니면 도망쳐야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냐, 아냐, 도망쳐선 안돼. 그게 대체 무슨 겁쟁이 같은 짓이란 말이야. 만약.. 만약 게이코가 죽기라도 하면, 미코에겐 누가 곁에 있어줄 필요가 있어.


사고 후 지금까지 5일, 나카지마는 미코 생각뿐이었다. 사고 후 처음으로 대면할 생각에 몸이 떨려올 것 같았다. 나카지마가 죽음이란 개념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라면 반대인게 나카지마였다. 나카지마는 죽음 같은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었다. 미코는 다르다. 미코는 군인 같은게 아니었고 게이코는 그냥 아이였다. 둘 중 누구도 이런 꼴을 당할 이유 같은건 없었다. 


나카지마는 미코가 좋았다. 이제 굳이 부정할 이유 같은 것도 없었다. 그리고 미코를 통해 게이코와도 알게됐다. 둘은 이제 나카지마에게 꽤 중요한 무언가가 됐다. 실수를 줄이면 자기 인생에도 뭔가 괜찮은게 생길지도 모른다는 어떤 희망의 상징. 이제는 어리석고 멀게만 느껴지는 어떤 가능성. 거의 사고에 가까운 과정을 통해 나카지마의 마음속에 미코는 그렇게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차지했다. 


나카지마는 한걸음 내딛었다가,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을 보고 다 괜찮아질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럴 일은 없으니까. 자기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을 어떻게 해주겠는가. 미코는 나카지마에게 의지하려고 다가왔다가 그가 줄 수 있는게 없다는 사실만 깨달을 것이다. 나카지마는 두려움에 휩싸여있으니까. 자신에게 미코가 너무 중요해졌다는 두려움.


나카지마의 상념을 깬 것은, 언제나 그렇듯 극히 사무적인 아카기 리츠코의 목소리였다. 


"나카지마씨?"


금발 박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한 손에는 클립보드를 든 채 나카지마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카기 박사님."


"길 잃으신건가요?" 리츠코가 나카지마의 옆에 멈춰서서 물었다. 목소리에 살짝 날이 서있고 안경 밑에서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아니요. 왜 그러시죠?"


"이곳에서 만나는건 예상치 못했으니까요." 리츠코가 고개를 저었다. "뇌신경 병동에 간첩이 와서 뭐하겠어요."


"그런 일로 온게 아닙니다. 전... 볼 사람이 있어서 온겁니다."


리츠코는 마치 거짓말 탐지기 같은 눈빛을 나카지마에게 쏘아보냈다. 나카지마는 무의식적으로 복도 저편에 시선을 돌렸고 리츠코의 눈도 그 뒤를 따라갔다. 나카지마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리츠코는 상황 파악이 끝난 것 같았다. 


"쓸데없는 일이에요. 당신에겐 접근 권한 없고 내가 환자 비밀을 유출해주지도 않을거니까."


"나가라의 상태에 대해 알려면 영장이라도 받아와라 이겁니까?"


"당신은 정부 간첩이잖아요? 어려운 일도 아닐테니 그렇게 하세요. 영장 가져오기 전까진 여기서 나가주셔야겠어요." 리츠코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자 검은색 호출기 같은게 딸려나왔다.


"잠깐!" 연기도 다 포기하고 나카지마는 얼른 손을 들었다. "부탁입니다. 걱정되서 그러는겁니다."


호출기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면서도 리츠코의 얼굴은 싸늘했다. "나가라는 당신한테 아무것도 아닐텐데 뭐하러 신경쓰는거죠? 여기 오면 문제만 일으키는거에요. 정말로 걱정됐다면 여기 서있지도 않았을거고. 이미 내려가 있었지."


나카지마는 그 부분에 대해선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반론 잘 들었어요. 뭐, 보고하진 않겠지만 여기 있어서도 안돼요. 시간도 늦었으니 나가는게 좋을거에요."


결정은 나카지마의 몫으로 남겨놓고, 리츠코는 실험복 자락을 휘날리고 힐 소리를 또각거리며 멀어져갔다. 나카지마는 리츠코가 걸어왔던 방향을 바라봤다.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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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 사설 일러)



마침내 발소리도 완전히 사라졌다. 나카지마는 이제 복도에 자신만 남았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아야나미 레이가 유령처럼 고요하게 뒤에서 나와 나카지마를 스쳐지지나간게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하늘색 머리가 걸음걸이에 맞춰 조금씩 흔들리고, 입고 있는 교복의 모습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이 장소에 어울리지 않아보여 잠시 나카지마는 자신이 환각을 보는건가 고민했다.


충동적으로, 나카지마는 입을 열어봤다. "아야나미씨?"


소녀가 멈춰섰다. "네?"


"퍼스트 칠드런, 맞죠?"


"이제는 아니에요."


그래, 당연하지. 나카지마는 자신이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고 느꼈다. 동료 파일럿이 부상 당한 상황에서 파일럿끼리 문병을 오는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 칠드런들 사이에도 군인들 사이에 생겨나는, 함께 목숨걸고 싸우는 자들 특유의 우정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생각이 나카지마를 심히 불편하게 했다. 소년병들. 이 아이들은 10대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하지 않은 어린애들 아닌가. 나카지마가 열일곱살에 자기 인생을 망쳤던 것과는 또 다른 상황이다. 그가 알기로 이 아이들은 거의 태어날때부터 선정된다고 들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선정된 것은 아야나미 레이. 짧은 인생에 대체 어떤 것들을 겪어왔을까.


"더 궁금하신거라도?" 레이가 부드럽게 말했다. "저 지금 바빠서요."


"아뇨.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레이는 대꾸도 없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 건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왔고 내부 구조를 거의 암기하고 있는 레이는 별 무리 없이 게이코의 병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카리 사령관은 이런 일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레이가 자기 호기심을 충족시키는데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으니까. 그래야 할 이유도 없었고. 하지만 지금 이 느낌은, 레이 속에 깨어난 무언가를 더 잘 알고 싶다는 이 욕구는, 보이지 않는 손처럼 레이를 은근하게 인도하고 있었다.


레이는 문을 열고 어두침침한 내부 공간으로 들어선 다음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불이 켜져 있지 않았짐나 내부 공간 대부분이 방 중앙의 커다란 병상과 그 주위를 둘러싼 의료장비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게이코는 레이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몸 대부분이 붕대로 가려진 상태. 이불이 아마 게이코 본인보단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 몸 위에 덮여 있었다. 인공 호흡기를 통해 숨쉬는 소리가 부자연스럽게 들렸다. 부상을 입은 다리가 고정되어 들려 있었다.


병실에 둘만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데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근처에 놓여진 간이 침대에 여자 하나가 누워 자고 있었다. 금발 머리에 네르프 제복 차림이었다.


레이가 게이코의 병상에 접근하자 여자도 꾸물거리며 잠에서 깼다. 여자는 천천히 눈을 뜨다, 레이를 보고는 그대로 일어나 앉았다. 


"무슨..." 조명이 어두워 눈을 비비고 고개를 드는 얼굴이 어떤 표정인지는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몸 전체가 무거워보이는건 쉽게 알 수 있었다. "아야나미?"


다른, 조금 친한 사람이었다면 레이는 자신을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까 복도에서 낯선 남자와 만났을때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네."


"여기서 뭐하니?" 여자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떨리고 있었다. 목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시간도 늦었는데."


레이는 병상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러 왔어요."


여자는 살짝 놀란 눈치였다. 무릎을 가까이 붙이고 가슴을 팔로 감싸안으며 꽁꽁 닫히는 것 같은 모습이 됐다. "그래.. 넌 아주 친절하구나."


"그런가요?"


"아무도 와주지 않았거든." 여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손이 얼굴을 가리더니 곧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 카츠라기 소령님은 그래도 와줄줄 알았어. 게이코 신경 많이 써주셨는데. 소류 때문에 바쁘신가봐."


레이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세컨드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고 조명도 어두웠지만 그녀가 지금 울고 있는 것은 명약관화했다. "몰랐니? 그 못되먹은 애가.... 게이코를 공격했어. 내 동생을... 소류가.... 소류가..."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은 거기까지였다. 그 뒤로는 비통하고 절망스러운 울음소리에 묻혀버렸다. 레이는 서서 그것을 들으며, 여자의 고통에 정말로 이입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남의 일로 생각하기도 힘들단 느낌을 받았다. 


한때 레이는 이런 인간적인 감정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알 수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카리 신지가 레이의 눈을 트여줬다. 슬픔의 의미를, 남을 소중히 한다는 것의 의미를 레이에게 가르쳐줬다. 그런 것들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불가분적으로 서로 엮여 있어, 특히 가족간의 일이면 자연스럽게 불려나오는 것 같았다.


레이는 침상에 누운 소녀를 봤다. 눈을 가리고 있는 붕대 위로 갈색 머리칼이 흘러나와 베개 위에 흩어져 있었다. 레이는 미코에게 몸을 돌렸다.


"혈연 관계가 아니잖아요." 레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뭐?"


"혈연 관계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동생이란거죠?"


여자는 소매로 얼굴을 닦으며 조금 진정을 되찾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단순한게 아니야. 가족의 연이란건... 꼭 피로 이어져야만 하는건 아니야. 실제로 가족이 아니더라도 가족처럼 소중할 수도 있는거야. 게이코는 나한테 동생 같으니까 동생인거야. 다른건 중요하지 않아."


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이해할 것 같았다. "그래서 우는거에요?"


"아프니까 우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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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 사설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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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본 정식)




"그 아픔은 유대에서 나오는거에요. 유대관계가 더 각별할수록 더 아픈거에요. 서드 칠드런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어요. 그렇다면 차라리 아무 유대도 없이 고통도 받지 않는게 낫지 않을까요?"


"평생 남에게 신경쓰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야." 여자는 지친 모습으로 손을 베개삼아 침대에 다시 누웠다. "너 눈 어두운데서 보면 정말 이상해. 알고 있어?"


"아니요."


여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야. 빛나거나 하진 않는데 그래도 빨간색이 보여. 나 이제 빨간색이 싫어."


레이도 붉은색을 좋아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딱히 좋아하는 색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모든 색이 다 싫다는 말도 성립될 것이다. 0호기가 한번 재도색 됐을때, 예전의 레이는 푸른색을 골랐었다. 그 레이에게 그게 어떤 의미나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색깔이었을 것이다.


레이가 이카리 신지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낀 것과, 그리고 나가라 게이코에게 느끼기 시작한 것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그게 무슨 느낌이든간에. "같이 있어도 될까요?"


"넌 친절하구나." 여자는 근처에 의자 하나를 가리켰다. "여기 사람들이랑은 다르게. 난 미코야. 우리 처음 보는거지?"


"기술반에서 일하세요?"


"시설 특기야. 일도 제대로 못해서 이 꼴이 됐지만."


레이는 미코가 가린 의자를 집어 게이코의 병상 옆에 놓고 앉았다. 뒤에서는 미코라고 스스로를 소 개한 여자가 다시 지친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곧 병실에는 침울한 공기가 내려앉아 가끔씩 생명유지장치의 소음만이 유일한 소리로 울려퍼졌다. 레이는 정신을 집중하며 눈을 감았다. 인간의 감정들이 파도처럼 몰려들었다. 레이 자신의 감정이 아니었다. 저번 전투 와중에 느꼈던, 고통스러운 비명이었다.


레이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떠올렸다. 자신이 이미 유대를 만든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을. 지금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건지도 사실 몰랐지만, 그게 앞의 소녀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레이는 받았다.









차가 터널을 빠져나오고 환한 햇빛이 비쳐들어오자 아스카는 손을 뻗어 눈을 가렸다. 거의 일주일을 지하에서 보내다 막 격리에서 풀려난 참이었다. 센트럴 도그마는 낮 시간에 그럭저럭 밝게 유지되었지만 그렇다고 지표면의 태양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미사토는 선글라스를 벗어 조수석쪽으로 건넸다. "받아."


아스카는 받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돌려 창틀에 팔꿈치를 갖다대고 바깥 풍경만 멍하니 바라봤다. 미사토가 최대한 노력했지만 아스카는 지금까지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신지나 레이가 그런식으로 굴었다면 많이 이상할 것까진 없었겠지만 아스카가 이러고 있으니 심히 우려됐다. 미사토는 아스카가 최소한 밖으로 나온 것에 기분이 좋아질줄 알았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아하건대 아스카는 지난 며칠이랑 별로 달라진 것도 없었다.


아스카는 머리도 아직 헝클어져 있었다.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줄때 신경 연결기도 챙겨줬지만, 아스카는 옷은 입으면서도 평소 매번 하고 다니던 연결기는 빼놓았다. 격리실을 떠날때 미사토는 쓰레기통에서 붉은게 반짝이는걸 봤다. 이제 블라우스와 치마 차림에 가는 몸을 안전 벨트로 고정시키고 있는 모습이,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냥 기분이 안좋아보이는 평범한 십대 같을 것이다. 이상하고 낯설면서도 안심도 되는 평범함.


하지만 외양에 속아서는 안될 일이었다. 에바 파일럿은 그 자체로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학교에 가는 식으로 자신의 인생이 평범한 것처럼 가장할 수는 있어도 그런 시도가 성공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의사 말이 맞았어. 미사토는 생각했다. 아스카는 퇴원했을지 몰라도 절대 건강한 상태가 아니야.


다시 선글라스를 쓰고, 미사토는 운전대를 꽉 붙잡았다. 대화가 하기 싫다면 그걸로 됐다. 어느정도 예상한 바였다. 아스카는 죄책감 속에 일주일을 보내며 아마 모두가 자신을 비난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건 그렇게 사실과 다른 일조차 아니었다. 간호사들조차도 아스카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미사토는 세컨드 임팩트 이후 본인이 어땠는지 기억하니만큼 아스카의 상태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게 전혀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스카," 미사토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하는 행동은 다 널 위해 하는거인거 알지?"


"말걸지마요."


"일주일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잖아." 미사토는 지지 않고 밀고 나갔다. "너 스스론 아무도 널 이해해주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네 주변엔 그렇게 함부로 널 판단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 솔직히 지금쯤이면 알만한거 아니야?"


"그 사람들 저번주엔 다 어디 있었어요?"


"격리 지침을 깰 수는 없는거 알잖니."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미사토의 죄책감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 모두 걱정 많이 했어. 우리가 원해서 널 거기 놔둔 것도 아니고. 신지도 너 많이 보고싶어해. 나도 매일 너 보러 갔고."


"감사 인사라도 하란거에요?" 아스카는 콧방귀를 뀌며 창밖을 내다봤다. 의도적으로 미사토의 눈을 피하는 것이었다.


"아니." 미사토는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나지 않게 주의했다. "그냥 알아줬으면 하는거야. 신지랑 내가 네 곁에 있어. 필요한건 뭐든 해줄거야. 단순 대화라도. 가끔은 그정도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지니까."


"기분 나아질 일 없어요."


미사토는 가슴이 아팠다. 아스카가 정말 진심인 것 같아 더 그랬다. "겨우 일주일이었잖니. 그런 소리 하기엔 일러. 여태 혼자 있었으니까 그렇게 느끼는 것도 당연한거야. 이제부턴 달라질거야. 내가 약속할게."


아스카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미사토는 제발 대화가 이어졌으면 했다. 아스카쪽에서 미사토의 도움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는 말일테니까. 미사토는 정말로 아스카가 돕고 싶었다. 하지만 아스카가 원하지 않는데도 자신의 도움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아스카가 거부할 것이란걸 미사토도 이미 알고 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그것도, 잘못된 이유로. 대표적으로 자존심 문제가 있을 것이다. 방향이 잘못된 죄책감도. 아스카는 자기 속내를 남과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번도 그런적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러니 집까지 남은 시간을 내내 침묵 속에 보낸 것도 그렇게 놀랍지도 않았다. 사실 아스카의 백마디 말보다도 침묵 하나가 더 많은 것을 얘기하기도 했고.


아직 너무 이른거라고, 아스카에게 흘깃 시선을 던지며 미사토는 생각했다. 집에 가면 아스카도 생각이 바뀔 것이다.


10분 후 둘은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파트는 텅 비어 있었지만 미사토는 습관대로 지정석에 주차하고 주차 기어를 넣은 다음 문 잠금을 풀었다. 시동을 끄기도 전에 아스카가 먼저 문을 열고 나갔다. 미사토는 아스카가 문을 닫을때까지 기다린 다음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응. 도착했어. 지금 올라가."


"네, 소령님."


미사토는 전화를 끊고, 차에서 나와 문을 잠근 다음 얼른 아스카를 쫓아갔다. 둘은 불편한 침묵 속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아스카는 팔짱을 끼고 있는게, 혹시 이곳에서 대화할 줄 알았으면 실망했을거라 말하는 것 같았다. 문이 열리자 또 아스카가 앞장섰다.


복도를 가로질러 현관 앞에 도착하자 아스카는 주머니를 뒤적이며 카드를 찾았다. 미사토는 아스카의 옷에 카드를 넣어두진 않았다.


어차피 필요도 없었다.


아스카의 앞에서 문이 열리더니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는 호라키 히카리가 나타났다. 아스카는 잠시 움찔하고, 히카리가 몸에 팔을 둘러 포옹하자 살짝 놀란 소리를 냈다. "잘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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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 사설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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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본 공식)





지난 일주일간 아스카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슬픈 표정이 아주 잠깐이나마 지워지고 놀라움이 그 자리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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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코는 사실상 방치되고... 미사토는 드디어 히카리 폰번호를 폰에 저장했다... 아스카는 여전히 힘들다...






22년 4월 개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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