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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에반게리온 : 팅커, 트레이터, 솔저, 스파이 - 090

ㅇㅇ(221.165) 2024.02.11 22:08:58
조회 751 추천 13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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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해문서 하나 입수했다고, 만물이 제레 그들의 생각처럼 움직여주진 않는다.

  작품 초반에서도 <TF-2618>의 정보분석팀장 현경진 과장의 대사를 통해 언급 한 바 있지만, 대사도전 분야에서 사해문서는 지침서 내지는 가이드라인 제시 정도의 역할밖에 못 해주는 물건이었다.

  사도의 정확한 특성과 출현시점을 경고받을 수 있었다면, 생각보다 이른 시점인 2015년 중순경부터 시작된 사도 침공때문에 이렇게 당황하면서 힘겹게 대처해나갈 필요가 없었을테고, 매번의 전투마다 달라지는 사도의 신체적 특성을 몰라서 고생할 필요도 없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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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보다 더 가슴에 와닿는 사례를 들어보자면, 역시 세컨드 임팩트에 대한 이야기들일것이다. 세컨드 임팩트의 혼란과 피해에 비하면 지금 그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은 애들 장난에 불과할 것이다. 남극 기지에서의 사고로 얼마나 많은 희생과 계획 지연이 수반되었던가.

  지금의 제레를 이끌어가는 ‘01번’ 과 그의 파벌 입장에서는, 권력 장악에 있어서 세컨드 임팩트가 나름 도움이 된 것 까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 제레의 주류 파벌과 달리 ‘90년대 내내 남극에서 진행되었던 여러 ‘과학실험’들을 두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며 (한국 밀어주기 등을 포함한)여러 안전 장치들을 강구한 덕분에, 세컨드 임팩트 참사 이후 피해와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직 내 ‘사내정치’ 판에서도 기존 지도부 및 경쟁파벌을 제끼고 지금의 입지를 가질 수 있었으니까.

  그런 식으로 조직을 움켜쥐신 분들이 지금 제레의 높으신 분들인 만큼, 네르프의 이카리 사령이 올린 공세적인 대사도전 계획안에 당혹스러움을 느끼며 일단은 ‘한 발 빼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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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A-17>? 선제공격을 가하겠다고? ]

  [ - 위치를 알아뒀다는데 의의를 두고, 추후 작전은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15년 전의 일을 잊은건 아니겠지. ]

  인류보완계획이니 뭐니 하는 일련의 음모들도 일단은 사도를 전부 무찌른 다음에나 실행할 수 있는 법. 과거의 선제적인 접촉실험이 빚어온 참극을 기억하는 모두에겐 내키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아마 이번에도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파벌에게 축출당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일이 잘 풀려봤자 인류 문명은 재기불능에 빠져 붕괴할 것이고, 보완의 길에 닿지도 못하고 통째로 멸망당하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충분히 현실성 있을테니까. 15년 전, 사태를 그나마 수습 가능한 선에서 억제시켰던 때와 달리, 지금은 롱기누스의 창도 없잖은가.

  “이건 절호의 기회입니다. 지금까지 방어를 강제당해온 우리가 처음으로 공격할 수 있는 기회죠. 그 의미를 모두들 아시잖습니까.”

  그걸 모를리가 있을까. 2차 세계대전의 종전 직후 시작된 냉전체제 아래서, 소련을 상대로 벌어질(아마도 전략핵전쟁을 전제로 수행될)3차 세계대전의 승리와 전후복구를 대비해 만들어진, '제 1세계'주요국을 아우르는 비밀결사가 그들의 기원이었다. 군사적 관점에서 공자가 가지는 이점이나 기습의 우위같은 것은 골치아프게 떠들어가며 설명해 줄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카리의 주장은 충분히 매혹적이지만 그렇기에 한번 더 심사숙고하지 않을수가 없노라고, SOUND ONLY 상태의 ‘01번 패널’에 몸을 숨긴 ‘의장'은 속으로 생각하며 운을 떼었다.

  [ - 위험부담이 너무 크군. 실패했을때의 위험은 자네가 누구보다 잘 알텐데. ]

  사도와의 접촉 실험이 실패했던 전 날의 겐도우를 기억하는 의장님께서는 ‘그래서 그때도 주저없이 남극을 떠나왔던게 자네 아니었나’ 라고, 굳이 덧붙이진 않았다.

  “그때와 지금은 조건이 많이 다릅니다. 우리는 그 철없는 과학자들과 달리, 이번에는 경험에 기반하고 있지요.”

  15년 전의 비극은 예정에 없던 사고였지만, 그런 심각한 사고를 쳤기에 얻을 수 있었던 유용한 지식도 있기 마련. ‘기왕에 벌어진 사고였다면 그때 배운것들이라도 잊지 않고 써먹기라도 해야지 않겠는가.’ 뭐 대충 그런 이야기. 실제로, 그런 데이터들에 기반해 더욱 신중하고 안전한 접근이 가능해진 것 역시 사실이었다.

  최악의 경우가 벌어져도, 사도를 배제할 수 있는 수단도 갖춰져있고 말이다. 적어도 잘 알지도 못하던 창을 써서 어떻게 해보려던 그 날의 과학자들보다는 현실성있다는 데에는 이 자리의 누구라도 이견이 없으리라.

  “그것을 위한 네르프이고, 에바입니다.”

  네르프의, 이카리의 제안이 상당한 현실성을 수반하고 있음을 알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또한 그들 제레였고, ‘01번’, 킬 로렌츠 의장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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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실패는 용납 못하네. 자네들의 실력을 믿어보도록 하지. ]

  <A-17>이 승인되었고, 홀로그램이 사라지며 화상회의가 종료된 네르프 기밀실에는 다시 이카리 사령과 후유츠키 부사령만 남았다.

  “실패라… 그때는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툴 사람도 없을걸. 단 한사람도 남김없이 말이야.

  정말 괜찮겠나, 이카리?”

  전혀 대답이 없는 ‘로쿠분기’ 였지만, 이 비뚤어진 옛 제자놈이 지금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쉬이 짐작할 수 있는 후유츠키 교수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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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시 소집된 ‘무계획실'이었지만, 이번엔 앞서서의 두 번과는 분위기가 묘하게 달랐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기술부장 아카기 리츠코 박사와 기술 1과가 대신 주도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무계획실의 최선임자인 작전부장 미사토 이좌가 현장에 출장 나가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녀가 여기 있었어도 기술부 중심으로 흘러가는 오늘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소같은 ‘출현 후 방어’ 상황과 달리 지금같은 경우는 작전부의 경험을 살릴만한 요소가 전혀 없다시피 했고, 세컨드 임팩트의 데이터나 이론에 기반한 사도 포획 시뮬레이션에 접근 및 응용이 그나마 용이했던 쪽은 기술부였으니까.

  그런 분위기를 자아낸 근본적인 원인인, 오늘의 사도는 외형부터가 지난 경험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적은 평소랑은 조금 많이 다르네요. 이건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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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아같아.’ 신지가 거기까지 감상을 내비치기 전에, 리츠코가 먼저 브리핑을 이어갔다.

  “아직 성체가 되지 않은, 일종의 번데기같은 상태거든. 이번 작전은 포획과 회수를 최우선으로 할 계획이야.”

  “불가능할 경우엔?”

  “즉시 제거. 사도 섬멸이 최우선이니까.” 그렇게 목표와 임무에 대한 설명이 끝났고, 다음 순서는 선수 선정의 차례였다.

  “이번 작전의 담당자는…….”

  “당연히 나지.” 오른손을 쭉 뻗어보이며, 명랑하다는 느낌마저 주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아스카가 자신의 가치를 어필했다. “한 명만 투입할 수 있다면, 에이스가 조종하는 최고성능 기체가 합리적이잖아?”

  다른 이유가 제일 컸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 아스카와 2호기를 점찍어두고 있던 리츠코는 어른스럽게 속내를 비쳐보이지 않는 비즈니스적 미소를 살짝 지어보이면서 아스카로 선정한 뒤, 다른 두 사람이 의견을 개진하기도 전에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그 이유를 고지했다. 반론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까.

  “초호기는 실전용 모델인 2호기에 맞춰 제작한 보호장비와 호환성 문제가 있고, 2호기의 규격을 반영해 개장한 0호기는 실전에 투입하기엔 아직 세부 조정절차가 필요한 관계로 투입이 제한돼. 2호기의 단독 임무로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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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는 낙승이지!모두들 맡겨만 주세요.”

  드디어 첫 단독 출격, 단독 임무. 신체적 특성상 협동작전이 불가피했던 저번 ‘쌍둥이’ 사도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가치를 만천하에 각인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희희낙락한 아스카.

  그 상황에서, 언뜻 평소와 같아보이는 무심한 표정으로 레이가 손을 들어보였던 터라, 아스카는 아주 잠깐 ‘레이도 임무 욕심이 있나?’ 싶은 의아함이 잠깐 들었지만, 그 질의사항은 리츠코에게는 다소 의외스런 내용이었다.

  “오늘 견학중인 민간인은 어떡하실거죠?”

  방침은 서 있었다. 다만 이런 자리에서, 레이가 이런 질문을 할 줄 몰랐던 그녀 생각으로는 다소 의외였을 뿐.

  “원칙적으로는 민간인 대피 규정에 의거해서 피난시설 수용이지만… 그 아이는 따라오고 싶은 모양이야. 전투 참관도 ‘견학'의 범위에 들어가니까, 본인이 희망한다는 전제아래서는 현장에 동행할 수 있거든.”

  “너무 위험하잖아요.” 에바와 사도의 전투에 휘말린 민간인의 경험이 유독 남다른 신지가 제일 먼저, 거의 반사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였지만, 이미 마나를 포스 칠드런으로 여기고 있는 리츠코에겐 별 의미없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이번엔 핑곗거리도 괜찮았다.

  “앞서도 설명했지만, 이번 임무가 지상의 근무자들에게까지 위험을 줄 상황으로 번지게 된다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이라도 위험의 수준은 마찬가지야.”

  세컨드 임팩트의 재래가 될 수도 있다는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미리 숨김없이 공지해놓았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어디에 있든간에 지구에 발 붙이고 있는 생명체들은 다들 위험하긴 마찬가지라는 이야기. 작전간에 현장 근방에서 조치할 ‘민간인 피난 절차’도 생명 보호의 관점보다는 ‘보안 조치'의 일환으로서나 진행할거라니, 말 다 했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거니까, 다들 너무 나쁘게 생각하진 말아줘. 키리시마 양이 너희를 따라가고 싶어했거든. 전투 후의 코스에 기대가 크더라고, 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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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전 지역이 활화산 근처라서, 주변에 성업중인 온천 료칸들도 많았다. 수학여행 못 보내주는게 내심 신경쓰였던 미사토가 임무 끝난 아이들을 데리고 개중 좋은 곳을 골라서 1박 2일정도 즐기게 해주고 싶단 발상을 떠올린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런 결과였다.

  나쁘게 말하자면 리츠코는 아이들에 대한 미사토의 호의를 이용해 마나를 꼬신 셈이었고, 가능한 많은 것을 엿보고 싶은 직업적 호기심이 있는 소녀공작원의 입장에서는 그럴듯한 핑곗거리까지 준비해준 네르프의 호의를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수학여행 대신 친구들과 함께하는 공짜 고급 온천투어를 즐기려는 한창 때의 발랄한 중학생 소녀'. 리츠코는 자기도 모르게, 마나에게 누구라도 의심하지 않을 그런 적절한 핑곗거리를 제공해 준 셈이었다.

  어차피 마나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정도는 이미 경비대 전체를 장악한 ‘군바리 팀'의 정보사 공작원들 선에서 수집 가능할테니, ‘3동경 블랙 셀'의 입장에선 별 차이가 없기야 하겠지만, 마나에게는 아무래도 손해 볼 것은 없는 이야기였다. 임무에 큰 부담을 가질 필요 없이, 느긋하게 놀다 와도 뭐랄 사람 아무도 없다는 이야기니까.

  “네르프 견학이 수학여행보다 재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긴 했는데, 온천투어까지 패키지로 제공해 줄 줄은 몰랐어.”

  “하지만… 위험하지 않겠어, 마나?”

  “아스카가 직접 내려가고, 신지랑 아야나미까지 대비하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무계획실 브리핑'이 끝나고 나서, D장비를 갖춘 2호기를 보러 가는 길에 다시 친구들과 합류한 마나가 그렇게 들뜬 기색을 보여주는 것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아스카 역시 덩달아 신나 레이와 신지를 양 옆에 두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최단기간 내에 승전 턱을 비싼데서 내겠노라고 대뜸 선언하면서 들뜬 분위기가 잠시나마 지속되기도 했었다.

  “뭐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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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열 사양 플러그슈트와, ‘내열/내압/내핵 방호용, D형 장비’를 세팅한 2호기의 모습을 보면서 아스카가 강력한 불만을 토로하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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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짬순에 따라, 이 자리에서의 최선임자인 코왈스키 상사의 핸드폰으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은것이 블루투스 스피커로 쿵짝쿵짝 울리고 있건만, 다들 누적된 피로가 만만찮은지 잘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드러누워 곯아떨어진 지 오래다.

  상사가 10여년 전에 전쟁하면서 주워들었던 러시아 노래들의 메들리가 끝나고, 학창시절 즐겨들었던 노래들의 차례가 돌아왔다. 아이스큐브가 아주 멋진 오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지껄이듯 랩을 늘어놓는 그 곡조에 고개를 까딱이는 코왈스키 상사의 멍한 시선이 닿은 저 너머에, 그럭저럭 대화는 틔운 사이지만 바빠서 마주칠 일이 별로 없는 ‘높으신 양반’ 하나가 눈에 띄어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지난 항해때 안면을 틔운 이부키 이등위 역시 그의 시선을 알아차린 듯 싶었다. 그 항해 때도 몇 번 봤던 ‘낙하산병’ 여자아이를 데리고 다니다가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괜히 소란스럽게 서로를 부를것도 없이 그저 인사를 한번 주고받았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

  《 아휴, 오늘은 그래도, 좀 살만 합니다. 》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에 본사 손님들 왔을때, 괜히 구경 가자고 했다가 코왈스키에게 한 소리 들었던 막내 녀석이 그렇게 말하며 대뜸 장판 위에 드러누워버린 것이 바로 그 직후의 일이었다.

  사도 위치를 탐지해서 선빵을 치겠다고 긴급출동을 나가는 지금같은 시국이건만, 막내 짬에 드러누울 생각을 하는게 미쳐돌아간다고 손가락질 하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눈치였다.

  《 할 일 다 했냐? 그러면 쉬어야지. 내가 전쟁터 있을때 쉬는 이야기 자주 했었지? 걸을 수 있을 때 뛰지 말고, 가만 있어도 되는데 움직이지 말고, 앉을 수 있는데 서 있지 말고……. 》

  《 누울 수 있는데 앉지 말고, 잘 수 있는데 깨어있으면 자기 손해라고 하셨지요. 네.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

  사도가 아직 ‘알'을 까고 나오기도 전에 먼저 쳐들어가는 상황이라 그런지, 업무 페이즈 자체는 다른때보다 여유로운 감도 있었다. 거기다 일본 도착이래 계속된 격무를 통해 빨라진 일손이 더해지니, ‘원정'까지 나온 마당에 때아닌 여유 시간이 생겨버린 것이다.

  TASK-02 예하의 코왈스키 상사와, 그를 ‘대가리'로 모시는 부하들이 잠시나마 한 숨 돌릴 여유가 생긴것도 그런데서 기인했다.

  사사키 영감이 속한 3과의 경우에는, 용암구덩이 속으로 에바 2호기와 함께 들어갈 프로그레시브 나이프와 그것의 ‘칼집'에 대한 내열처리 점검 건으로 나름 분주한 모양이지만, ‘저쪽에서 쉴 때쯤 되면, 이제 오히려 그 무기 들고 뛰어들 에바의 출격 준비건으로 우리가 다시 바빠지겠지.’

  그런 생각은 굳이 코왈스키가 아니더라도 코왈스키 휘하의 모두가 떠올리고 있었다. 작업의 순서가 있을진대, 애태우면서 발 굴러봐야 소용 없다. 짬 날때 최대한 쉬어두는게 현명한 것이다.

  꼴초들은 잠잘 시간에 담배피느라 꾸역 꾸역 자기들끼리 따로 모여서 니코틴을 충전하는 와중에, 비흡연이거나 이미 연초를 태우고 온 사람들은, 학교 운동회때 볼 것 같은 대형천막 아래 삼삼오오 모여서 간신히 숨을 돌리고 있었다.

  어느새 코를 골기 시작하는 막내 녀석을 본 코왈스키 상사가, 녀석이 베고 자는 안전모의 위치를 조금 만져줘서 코 고는 소리를 없애주는 와중에, 한구석에서 《 팀장님. 질문 있습니다. 》라는 익숙한 목소리의 질문이 들려왔다.

  《 업무에 관련된거냐? 》

  《 아주 동떨어지진 않았죠. 》

  《 아직 살 만 한가 보네. 딴 생각할 짬이 나나봐? 》

  《 저번 사도 때 보다는요. 깡통에 갇힌 채로, 수천 피트 상공에서 떨어지진 않았으니까요. 》

  한 마디를 지려고 들지 않는 당돌한 언행의 연속이었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미더워보였다.

  일본에 도착한 이래, 그들은 항상 격무에 시달려왔다. 상정하지 않았던 수중전을 치르느라 꼬락서니가 가관인 것을 2교대 풀가동으로 멀끔하게 수리해놨더니, 새로운 사도의 공격으로 다시 중파되어 돌아온 2호기를 일주일만에 다시 작전 가능한 수준으로 되살려놓은 것이 불과 2주 전 쯤의 이야기다.

  저번 사도와의 2차전이 끝나고, 철야로 개고생해서 다시 살려낸 2호기의 위풍당당한 그 자태. 문외한들이 보기엔 허우대는 멀쩡하게 보이겠지만,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속이 멀쩡한 구석이 없이, 손 봐줘야 할 곳이 자잘하게 많은 몰골이었다.

  다시 죽자사자 달려들어서 간신히 정비를 완료한게 며칠이나 지났던가. 이제야 숨 좀 돌리나 싶었는데 늦은 새벽부터 사람을 갑자기 깨우더니 출격준비에 분주했고, 생각도 못했던 지역으로 진짜로 출격을 해버린 것이다.

  누구 말처럼 이번엔 비행기를 타지 않았지만, 그 대신 신세진것이 네르프의 고중량화물 수송용 고속열차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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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보십쇼, 치프. 무슨 옛날 전쟁영화같아요. 기차 화물칸에 실려가는 군인들이나 유대인같지 않습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도착하면 공구를 두 명당 하나씩 지급하는건 아닐지 걱정될 지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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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하다는 이유로, 에바 세 대와, 그것들에 딸린 큼지막한 짐짝들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구겨들어가 목적지까지 ‘발사'되다시피 빠른 속도로 ‘쏘아올려졌다’. 매뉴얼에 종속되었다는 일본인들답잖게, 인도 수준의 유연함을 보여주고 있으니 기가막혀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슬슬 안전보다는 효율 위주로 머리가 굴러가고 있다 이거지. 아직까지는 허용범위 안쪽이지만, 누가 균형을 잘 잡아줘야겠는데.’

  촉박한 타임테이블과 부족한 자원 속에서 점점 인명경시적 사고를 보여주기 시작하는 이 불안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다행인 점을 꼽아보라면, 슬슬 그와 같이 일본에 도착한 부하들이 반복되는 격무에 어느새 제법 익숙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들 시키는대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줘서 망정이지.’

  각오하고 왔던 코왈스키 상사의 입장에서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업무의 강행군이었음에도, 일본에 처음 온 얼마간은 그저 일감을 처리하는데 집중하기도 바빴던 녀석들이, 어느새 평소 네바다 사막에서 굴러먹던 시절의 모습을 조금씩이나마 다시 내비치기 시작했고, 슬슬 새로운 업무환경에 맞춰 더욱 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저 녀석은, 이제 이런 지랄들이 익숙해져 제법 여유로운 경지에 이른 것이고, 자신같은 윗 사람들이 이제 안전 대신 효율추구로 지나치게 쏠리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주기만 하면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것이다.

  《 아주 좋은 모습이야. 실전경험에서 비롯된 숙련도와 배짱은 살아있되, 피로감이 그것을 상쇄할만큼 심하게 누적되진 않았어. 》

  《 남들이 헤매던 때에도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이시면서 중심을 잡고 계신걸 문득 알아차린 뒤부터, 물어보고 싶은게 생겨서 말이죠. 》 라고 운을 떼고선, 그늘에 늘어진 자세 그대로 전자담배 한모금을 쭉 빨아들이고 그가 마저 말을 이었다.

  《 일본 오면 이 지랄들 떨게 될거, 미리 알고 계셨던거죠? 》

  《 그럼, 당연하지. 》

  《 거, 미리 말씀 좀 해 주셨으면 어디 덧납니까. 서운하게시리. 》

  《 힘들다고 소문나면, 누가 여길 자원했겠어? 지원률 바닥치면 폐급들 차출해서 보냈을텐데, 내가 그거 짬처리 당하고 싶었겠냐? 》

  《 하긴… 그것도 그렇습디다. 나같아도 알았으면 절대 안 왔지. 》

  레드 핫 칠리 페퍼스 곡들 특유의 뚱뚱거리는 베이스 연주가 흘러나와 묘하게 흥겨운 기분을 들게 만드는 가운데, 가벼운 잡담이 끊기지 않고 주거니, 받거니 계속 오가는 소중한 망중한. 그러나 그것이 오래 지속되는 일은 없었다.

  [ - 에바 2호기의 발진 준비 절차에 들어갑니다. TASK-02 전 대원은 지금 즉시, 각자 정위치에……. ]

  《 아이구, 우리 시게오 영감님 일 끝나셨구나. 》

  《 그 영감 일손 빠른 게 아쉽긴 또 처음이네요. 》

  《 점검할 무장이라봐야 ‘커터칼'하나 뿐이었잖아. 그 양반들 작업속도 생각하면 당연한 셈이지. 》

  전자담배를 빨면서 한 숨 돌리던 부하녀석과 코왈스키 상사가 툴툴대면서도 벌떡 일어난 바로 그 순간, 에바 2호기 역시 전장 80미터의 거구를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깜짝 놀란 새떼들이 덩달아 하늘로 날아들며 날개를 푸드덕대는 소리가 의외로 제법 요란했다.

  날렵하게 생긴 동체에 붉은 도장이 어우러진 평소의 멋진 이미지와는 달리, D형 장비를 착용해 둥글둥글해보이는 모양이 언뜻 퍽 귀엽게도 보였지만, 이내 그런 감상을 떨쳐버렸다. 그것도 다 일감이었다.

  [ - 일본국 정부 지진본부로부터 보고. 앞으로 300분, 1730시까지는 일본열도에 연한 지진대 전체에서 작전에 방해되는 특이 상황은 없을것이라는 보고입니다. ]

  [ - 에바 초호기, 에바 0호기, 각자 대기 장소에 정위치했습니다. ]

  [ - 제 5항모타격단의 A-12 4기가 작전공역에 도착했습니다. N² 폭장 상태에서 현 시간부로 폭격임무 대기상태로 전환. ]

  스피커를 통해 모두에게 공지되는, 달갑잖은 살벌한 소리도 가끔씩 섞인 업무연락들이 왕왕 울려퍼지는 가운데,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모여든 팀원들 앞에서 코왈스키 상사가 다시한번 업무 내용을 가볍게 주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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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들 숙지하고 있겠지만, D장비 최종 가동절차 확인이 이번 우리 임무다. ‘방호복'은 본부에서 싹 세팅해서 ‘입혀’ 보내줬지만, 냉각 파이프에 연결하고 ‘크레인'에 매다는건 우리 몫이란 말이야. 알겠나? 》

  《《《 예, 알고 있습니다!》》》

  《 좋아. 오늘도 우리 공주님 외출준비 빡세게 해보자. 위치로! 》

  미국식 영어와, 독일 악센트 섞인 영어들이 다시금 시끌벅쩍하게 웅성거리면서 2호기와 D형 장비 냉각제 주입 시설들을 향해 뿔뿔이 흩어졌다 다시 뭉치고 있었는데, 그 모양새들이 다들 익숙한 눈치라 퍽 믿음직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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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런 모두가 개미만큼 작게 보이는 멀리 떨어진 산정의 케이블카에서, 두 사람이 조곤조곤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마나의 건으로 네르프를 잘 포장해줘서 고마워. 당장의 눈속임에 불과한건 아닌지, 영 걱정스럽지만… 이 정도로 무마한게 다행이겠지.”

  얼마 전에 바뀌었다던, 내무성 특별공안의 마나 담당 ‘핸들러’ 공작관이 한숨을 내뱉으며 그렇게 감사를 표했다.

  “때마침 적당한 핑계가 생겨서, 최대한 이용했을 뿐이에요. 마나의 홀어머니가 해외 장기출장중이라는 상황에 감사하셔야겠죠.”

  그것이 자신의 노력인양, 천연덕스럽게 겸손을 떨고 있는 사내의 정체야 뭐, 다들 짐작하고 있는 카지 료지.

  “‘자산'의 무리한 가동을 요구한 사복조 높으신 양반들은 흡족하겠어요. 네르프의 전투 지휘 현장의 편린을 엿볼 수 있다니… 차라리 지금같은 행운이 없었으면 나았을텐데 싶은 지경이군요.”

  “동감이네. 기고만장해져서 신나게 울궈먹으려는 그 작태가 벌써 눈에 선해. 현장에서는, 언제까지 이 아슬아슬한 기만이 통할런지 걱정스러운데 말이야.”

  소녀를 걱정하는건지, 자산이 노출되는 위험이 걱정되는건지 영 아리송한 마나의 공안측 핸들러가 진저리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어보이고는, 화제를 전환했다. 이번 주제는 카지의 행보였다.

  “마나의 건으로 힘 써준건 고맙다만… A-17 발령 건은 조금 골치아프게 됐네. 그쪽으로 조금 힘 써줄수는 없었던걸까?”

  “명분이 없었습니다. 정식 발령이었다구요.”

  “좋건 싫건 네르프만 할 수 있는 일이지. 그 전문성이 오만이 될까봐 걱정될 뿐이야.” 그녀의 나이 또래라면, 이번 건에 대해서 누구나 비슷한 기분이 들 것이다. “네르프의 실패는 세계의 파멸을 의미하니까.”

  “그쪽으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제가 내부에 나름 적을 둬 봐서 알아요.”

  “네르프의 감찰부서 근무자로서, 그들에 대해 알게 된 점이 어땠길래 신뢰를 산 걸까?”

  “그들이 자기들 일감에 있어서는 그렇게 오만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았죠.”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야 할 말이 없지.”

  어느새 케이블카가 정상에 다다랐다. 카지는 내렸지만, 그녀는 창밖에 시선을 둔 채로 그저 계속 앉아있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네르프의 건으로든, 마나의 건으로든 모두. 둘 다, 솔직히 나 혼자만으로는 버거운게 현실이야.”

  “걱정하지 마세요. 네르프 사보타주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숨통이 조금 트이겠죠.”

  “그래, 그것도 잘 부탁드려야겠지.”

  창설된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신생 정보기관의 빈약한 인적 네트워크로, 상급자들의 무리수가 일상적인 지시를 어떻게든 이행하느라 갈려나가는 흔한 중간실무자의 피로에 찌든 언행과 눈빛.

  동종업계인으로서, 카지는 아주 잠깐, 그녀의 처지를 깊이 동정하고, 깔끔히 그 기분을 마음 속에서 치워버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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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evangelion/290597


https://novelpia.com/novel/77156지난 연재분 모음집.


너무 늦어서 죄송스럽습니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음력 양력 다 쇠는 한국인답게 새해도 두 번이나 맞고, 돈이며 시간이며 쌍으로 후달리는 와중에도 용케 엔드 오브 에바를두 번은극장에서 볼 수 있었네요.


늦게라도 이렇게 올릴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다들 즐거운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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