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그렇게 됐습니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재밌게 해왔고, 이제는 가야할 때가 와서 가봅니다.

애초에 페어에 점점 흥미를 잃어 가고도 있었고, 한살 한살 먹어가니 퇴근후 페어, 혹은 타겜만 하고 있는 나를 되돌아보며 내가 뭐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환점이 필요했고, 해보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업계, 직무로 도전하기 위해 떠납니다.

궁금하지는 않으시겠지만, 3년동안 페어 하면서 여러 일들도 많이 겪었습니다.

디미로 벵 따보겠다고 하다가 겜 지게 만들기도 하고, 카콤에 수없이 대가리 깨지고, Aidxx씨한테 별 5개 만점중 2개 평가 받으면서 개못하는데 질드레만 한다고 말도 들어보고...

뉴비일때는 욕 먹은 일밖에 생각 안 나네요.

그렇다고 부정적인 일만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real에 들어갔고, 잘하는 사람들이랑 많이 게임해볼 수 있었고, 쫄깃쫄깃했던 게임도 겪어봤습니다.

뭐 그때도 욕이란 욕, 눈치란 눈치는 다 먹기는 했습니다.

대신 잘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서 그 과정 조차도 참 재밌었습니다.

친해지고 나니까 타 유즈맵도 같이 즐기고, 만나서 밥이랑 술도 먹어보고,

넷상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 떠드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4차 대회 같이 나가자고 했을 때, 한번 나가 볼 걸 이라고 지금도 간간히 생각하긴 합니다.

애초에 유저풀도 좁고 판도 좁은 게임이다보니까 두루두루 친해지게 되더라고요.

제가 속해 있던 real클뿐만 아니라 FSS, OZ, USSR(현 SPQR), SAND, SAVR, 여타 다른 클랜 및 여러분들.

유쾌하신 분들도 많았고, 잘하시는 분들도 되게 많았습니다.

플레이에서 배워가는 부분도 있었고, 특히 한 캐릭을 되게 잘하시는 분들 플레이 보고 카카시 많이 했습니다.

각양각색의 매력을 갖춘 분들이랑 놀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갤에서는 어디 클이랑 어디 클이랑 사이가 안 좋다, 서로 분탕을 친다 간간히 얘기가 나왔었던 것 같은데

제가 있던 3년동안의 경험상, 안 친해서 데면데면했던 기간은 있었어도, 철천지원수처럼 서로 죽일듯 한 그런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철저히 제 경험에만 의거해서 얘기하는거라,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네요.

전 다른 클랜원분들하고 언쟁이 오갈만한 일을 만들지 않아서, 제 경험상 그렇게 느꼈을 뿐입니다.

개인과 개인의 사이가 안 좋았던 적은 확실히 있었습니다.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장 한 2022년, 2023년 념글만 되돌아가도 기록들이 다 남아있으니까요.

템전도 재밌게 즐겼습니다.

2023년 초에 데매 유입시즌이 와서 고수분들, 혹은 유입 하려는 분들이 초보방을 상당히 많이 파셨습니다.

그 기회에 저도 다른 노템유저들과 같이 입문 했었는데, 확실히 노템보다 어려운 게임은 맞더라고요.

대신 그 만큼 노템보다 훨 재밌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그때는 본닉을 안쓰고 Minota로 활동했었는데, 결국 리워크하다가 실수로 본닉으로 접속해서 걸렸습니다.

근데 오히려 본닉이 들킨 덕분에 템전분들하고도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Aiel, HYD, Kasi, 여타 다른 고수분들

갤에서 들려오는 소문과 달리, 다들 친절하시고 배려 넘치셨습니다.

대다수 분들이 노템에서는 못하면 욕, 패드립, 인격 모독 등 당해보신 경험이 많습니다만,

템전분들은 '초보니까 그럴 수 있다', '그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 베스트다.' 등

게임 플레이 흐름 및 방향 뿐만 아니라 노템과 다른 템전의 특성, 스텟 포인트를 어떻게 줘야하는지도 상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살라딘 욱님이 '너 데매 재능 있어', '당분간 노템 하지 말고 데매에 전념하면 고수된다' 라는 말씀 하셨을때는

빈말이셨을지도 모르지만 기분은 참 좋았습니다.

다만 접기 전까지도 1인분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깍두기 포지션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만 듭니다.

이렇게 노템도, 데매도 다 즐기고 떠나봅니다.

아레나는 왜 빼냐고요? 망했으니깐요.

장난이고 기회가 된다면 아레나도 한번 즐겨보고는 싶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1:1 버빵도 해보고 싶었고요.

글에는 담지 않았지만 이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후련함도 가득하지만 후회했던 일들도 많더라고요.

넷상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고도 한다나, 공격성이 드러난다고도 한다나, 참 많은 분들한테 실례를 끼치고 가더라고요.

당당함을 핑계로 무례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소신 있는 척을 하며 남을 욕하고 깎아내린 적도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노템에서 1인분 이상을 보여주던 그 시점부터 그래왔던 것 같습니다.

갤에서 저격도 맞아봤고요.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습니다.

저희 클랜 안에서도 참 많이 싸웠습니다.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것이 아니니까 별 일 아닌 것 가지고 싸우고, 감정이 격해지고, 쌍두문자를 날리고, 서로 기분만 나빠지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다 보니 사이가 틀어진 사람도 많습니다.

성격도 잘 맞고, 말도 잘 통하고, 같이 게임하는 것도 재밌었지만, 단 하나의 일만으로 모든게 틀어지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원래 그 사람들이 미운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일시적인 상황이 그들을 밉게 했을 뿐인데 말이죠.

조금 더 여유롭고 유연한 태도를 지녔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고요.

후회는 합니다. 쏟아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으니 아쉽기도 하고요.

다만 반면교사 삼아 현생에서도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마음에 여유를 갖고 살아볼려고 합니다.

물론 무례한 사람에게는 무례하게 대해도 됩니다.

누구에게나 선인이 되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이유 없는 악의에는 그냥 뚝배기로 대응해주세요. 그게 스트레스도 안 받고 속 편합니다.

친분 있는 사람들과 말이 오가는게 아닌, 타인의 일방적인 시비라면 같이 개새끼가 되세요.

물론 친분 있는 사람들도 이유 없이 싸가지 없게 대한다고 생각하시면 줘패시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누군가는 페어가 정병겜이라 그러고, 다 망한 게임이다 그러고, 우물 안 개구리 게임이라고 하지만

저에게는 3년간 참 많은 추억을 안겨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좋고 싫었던 기억보다는 좋았던 추억만 가져갈려고 합니다.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라는 캐롤 터링컨의 명언, 많이들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많은 추억과 경험 안고 갑니다.

제가 좋아했던 많은 분들,

혹은 제가 싫으셨던 많은 분들

그 외 저랑 연이 있으셨던 모든 분들

하시는 일들 모두 다 잘되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페어도 좋지만 가끔은 다른 게임도 즐기고 오시고요.

아래에는 요 몇달간의 플레이 전적들을 모아봤습니다.

대체로 1인분 이상 한 기록들만 가져왔습니다.

자랑하려는건 아니고, 아니 솔직히 자랑 목적도 어느 정도 있지만

'그냥 이런 유저도 있었구나~' 라고 가볍게 생각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Azla님, Yuel님, tigre32님, FakerID님, ymettm님, sungho97?(네로유저)님 그 외 수많은 유저분들, 아이디 비슷하게 해서 사칭한 점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셨으면 합니다.)

잡설이 길었습니다.

다들 즐거운 페이트 어나더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