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에서 계속…

이번 편은 글이 많이 길어. 

바쁜 사람들은 맨 밑에 3줄 요약 보면됨

1부 - https://gall.dcinside.com/m/game_dev/146244

2부 - https://gall.dcinside.com/m/game_dev/146369

드디어 전시 날 아침이 되었어. 피드백을 메모할 펜을 안가져와서 편의점에서 펜과 음료를 하나씩 사가지고 전시장으로 갔지. 

그런데 전시장 들어가는 길에 사람들이 거꾸로 줄을 서있길래 왜그런지 봤더니, 돔의 그늘을 따라 관람객분들이 빙 둘러서 줄을 서 계셨어. 

신생 전시회라 관람객이 별로 없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었는데, 많은 관람객들을 보자 가슴이 두근거리더라.

토요일이 가장 줄이 길었었는데, 일찍 줄서계셨던 관람객 분들은 입장하시자마자 블루 아카이브 부스로 막 뛰어가시더라.

한 바퀴 빙 둘러서 줄을 서 계셨는데, 두 바퀴부터는 어떻게 서시려나..?

무슨 이벤트 같은 걸 했나 봐...

10시 반쯤 돼고나서야 내 부스 쪽으로도 사람들이 퍼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그전까지 다른 게임들도 살짝살짝 보면서 개발자분들이랑 아침 인사도 할 수 있었지. 

바로 옆 부스에도 인사를 드렸는데, 거기는 개발자가 무슨 사정이 생겨서 못 오셨는지 G8 직원분이 대신 3일 내내 전시를 대신 해주시더라. 

슬롯머신 같아 보이는 덱빌딩 게임

하수구 위치를 바꿔가며 진행하는 뇌지컬 슈퍼마리오

룰렛 로그라이크 덱빌딩 게임

점점 동료들을 늘려가며 생존하는 크래프팅 게임 

마우스로 드래그해서 진행하는 벽돌 깨기 게임

BIC에서 봤던 일본 개발자분의 아케이드 게임. 컵을 흔들어서 기를 모으고 블라인더를 눌러서 공격하는 게임

동전을 넣어서 점프하는 아케이드 게임

내 부스에도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내 게임은 이미 번체로 로컬라이징 되어 있는 상태라 큰 걱정이 없었어.

그리고 접객은 '니하오(안녕하세요)'와 '셰셰(감사합니다)' 두 단어면 충분했지.

간혹 게임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은 노트북 스크린을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가이드를 해드리면 문제가 없었어.

남녀노소 다양하게 오셨는데 모두 게임 이해도가 높으시더라

게임을 하신 분들은 준비해 간 리플렛이나 스티커보다 G8에서 나눠준 G8 카드를 더 원하셨어. 

나는 전시 기기가 한 대뿐이어서 많은 분들이 오랜 시간 대기를 해야 게임을 겨우 체험하실 수 있는 구조였는데, 

그러다 보니 관람객분들이 스팀 라이브러리에 래토피아가 이미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면서, 바로 G8 카드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시더라고. 

그래서 그냥 카드를 원하시는 분은 가져가실 수 있게 나누어드렸어. 덤으로 리플렛이나 스티커도 함께 가져가실 수 있게 안내해드렸지.

G8 카드의 인기가 많길래 처음에는 카드를 모아서 경품 응모를 하는 줄 알았어. 

국내 전시회에서 종종 진행했던 스탬프 이벤트 같은 건 줄 알았지. 

그런데 알고 보니 그냥 자기만족으로 수집하시는 것 같더라.

이미 대만에서 래토피아를 알고 계신 분들이 꽤나 있어서인지, 토요일에는 G8 카드가 거의 다 떨어졌는데, 

다음날에도 나눠드려야 할 것 같아서 나중에는 달라고 하시는 분에게만 드리는 식으로 양을 조절했어. 

카드가 아닌 다른 굿즈들도 많이 원하셨는데, 전시용 동전이나 아트북을 구매할 방법이 있는지 많이들 물어보시더라고. 

다음에 올 때는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을 좀 챙겨오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전시장은 확 트여있어서 내 부스에서는 조금만 앞으로 나아가도 전시장 구석에서 진행하는 무대행사를 볼 수도 있었어. 

무대 위에서는 3일 동안 게임 대회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 등 다양한 공연이 있었고, 

첫날 전시가 끝나고는 무대에서 애프터파티가 있기도 했어. 

G8 최대 후원사인 Justdan에서 간단한 케이터링과 시원한 맥주들을 나눠주셨지.

아는 노래가 들려서 가봤는데, GODS를 엄청 잘 부르시더라

줄을 잘못 섰더니,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먹는 건 포기했어 ㅠ

점심을 제대로 못 먹어서 많이 배고팠었는데, BIC에서 만났던 대만에 거주하시는 분을 또 만나 저녁 식당을 소개받았어. 

그분 덕분에 대만 야시장도 구경하고, 야시장 내 음식점에서 저녁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지. 

사람도 많고 예약도 해야 돼서 난이도가 좀 높아 보였는데, 식당 손님의 절반은 한국분들 같더라.

철판 요리도 먹고, 야시장 간식도 먹고 배부른 밤이었다.

다음날 아침인 토요일부터는 전시장 앞에 다른 축제가 열려 사람이 더 북적이는 것 같더라. 

전시 중 점심 식사는 전시장 동쪽에 있는 일반 음식점과 전시장 서쪽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해결할 수 있었는데.

설명을 안 드려도 게임을 잘하시는 분이 부스에 오셨을 때, 밥 먹고 올 테니 편하게 플레이하라는 종이를 붙이고 후다닥 먹으러 갔지,

그런데 맛있는 집들은 대기줄이 있다 보니 전시 중인 상황에서는 차마 못 들어가겠더라.

토요일 부터는 농산물 축제?로 전시장 바깥에 천막과 과일들이 쫙 깔렸었어

푸드코트도 크리스마스와 축제 분위기

현지인은 이렇게 글자를 정자로 쓰지 않는다고 칭찬받음 ㅎ

전시 중간에는 신청했던 생방송 인터뷰 스케줄이 잡혀 있었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토요일 2시~2시 40분이었어. 

사전에 내가 영어를 못하니 통역 지원이 되는지를 물어봤더니, 그건 어렵다고 하셔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좀 됐는데.

때마침 영어를 잘하는 팀원이 자신이 대만 여행 겸 G8도 잠깐 들려 인터뷰를 도와준다 해서 팀원과 일정을 맞췄어. 

생방송 인터뷰는 시작 전 진행자와 어떤 질문을 주고받을지를 간단히 논의한 뒤 시작되는데, 

30분 정도는 게임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마지막 10분 정도는 진행자가 게임 플레이하는 것을 보며 설명하는 구조였어. 

이거는 신청을 한 개발사만 진행을 하는 건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아 ㅋㅋ;

지스타 때도 그렇고, 진행자/MC분들은 진행력이 진짜 남다르더라

마지막 날인 일요일 저녁에는 무대에서 시상식이 있었어. 

한 4시쯤 되었을 때 G8 직원분들이 래토피아가 상을 받게 되었다며 5시까지 무대로 와달라고 하시더라고. 

무대 근처에 갔더니 Justdan 대표님이 오셔서 원래는 자신들이 퍼블리싱 할 게임을 찾으려고 공모전을 여셨는데,

이번에는 퍼블리싱을 못하더라도 래토피아에 상을 주고 싶었다고 말씀하시는거야... 

그래서 Justdan 공모전에 입상을 했구나 싶었고, 수상소감을 어떻게 말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지. 

5시가 되니 시상식이 시작되었고, 예상대로 Justdan에서 주는 상을 받았어. 

앞서 수상한 다른 팀들을 보아하니 다행히 수상소감은 말 안 해도 되더라고. 

폼보드로 된 상을 가지고 무대에서 내려오니 직원분이 폼보드는 회수해가셨고, 

상금이 있는 상이니 정보 기입을 위해 QR코드를 스캔 하라 하시더라고. 

상금이 얼마인지 제대로 못 봤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50,000 대만 달러(약 200만원)나 되더라.

아무튼 당시에는 구글폼에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부스로 돌아가도 된다 길래, 

다시 부스로 돌아가 게임을 하고 계신 분에게 다시 게임을 안내해 드렸지.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G8 직원분들이 막 뛰어오시더니 나보고 다시 무대로 올라가라는 거야. 

그래서 허겁지겁 뛰어갔더니, G8에서 주는 최고 인기상도 받아야 한다고 하시더라고. 

최고 인기상은 관람객분들이 전시장을 나갈 때 게임 별로 코인을 집어넣는 저금통이 있었는데, 

그 저금통에 동전이 가장 많이 모인 게임이 받는 상이라고 설명해 주셨어. 

고개 숙여 감사를 여러 번 표하고 상패와 함께 다시 부스로 돌아왔지. 

수많은 대만 게임들 중에서 관람객분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1위를 했다는 게 엄청 뜻깊더라고. 

아마 래토피아가 대만에서 좀 알려진 다음에 참가한 것도 있고,

부스에서 스티커나 G8 카드를 편하게 가져갈 수 있게 운영한 것도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 

하루에 우리 부스에서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인원은 30명 정도가 최대였거든.

근데 상을 담아갈 함은 안주셨음 ;ㅁ;

그렇게 마지막까지 전시를 마치고는 부스를 정리하며, 다른 개발자분들과도 다음에 또 만나자는 작별 인사를 나눴어. 

한 중국 개발자분은 6월에 중국에서 하는 다른 인디게임쇼들도 있으니 참여를 원하면 도와주신다고 하셨고, 

나도 한국에도 버닝비버, BIC와 같은 인디게임쇼가 있으니 참가를 원하면 도와드린다고 했지.

막상 전시장을 떠나려니 아쉬움이 남았는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숙소로 돌아와 귀국할 짐을 쌌어.

다음날 아침에는 일찍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타오위안 공항까지 한 시간 정도 지하철을 타서 갔어,

공항에서 점심이라도 먹고 출발하려고 일찍 왔는데 땡기는 음식이 없더라고.

그래서 남는 돈으로 팀원들 줄 선물용 과자를 사고, 허기진 배를 채울 밀크티 한 잔을 산 후 수하물을 실으러 올라갔는데, 

허걱… 핸드폰이랑 지갑을 밀크티를 샀던 곳 의자에 두고 온 거야… 이때 가슴이 진짜 철렁했지.

그래서 엄청 뛰어서 돌아갔더니 천만다행으로 다른 한국인 관광객분들께서 주인이 올 때까지 지켜주시고 계셨어.

경황이 없어서 사례를 못해드렸는데, 아직까지도 마음 한편이 불편하네...

아무튼 지금도 대만 전시를 이렇게 잘 마치고 돌아왔다는 게 믿기지 않아.

내 후기가 다음에 G-Eight을 참가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해외 전시회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한번쯤은 경험해보면 좋은 게임 전시회 같으나, 

입상과 같은 성과를 원한다면 대만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상태에서 참가하는 게 좋아 보여! 

여타 게임전시회와 마찬가지로 전시회에 참가했다고 해서 당장 매출이 오르는 현상은 없었어. 

이 작은 날개짓이 언젠가는 큰 영향을 미치게 되길 빌며 열심히 게임을 개선해 봐야지. 

-끝-

  요약:

1.     G8 카드와 굿즈를 구매를 원하는 관람객이 많음

2.     외국인분들과 교류를 해두면 좋다.

3.     관람객 대상으로 인기투표를 받으니, 친절과 선물을 팍팍 나눠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