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인데 정치 만렙], 루테인, 182화 연재 중

* 루테인 작가는 [정치는 생활이다]의 김뿡 작가 닉변이라고 함

* 본인은 이 소설을 49화까지 읽고 리뷰를 씀

0. 헌터물의 근원, 대리만족과 독식

<헌터물의 근본, 나귀족>

갤질 통밥을 좀 굴린 놈들은 알겠지만, 헌터물이란 장르의 근본은 겜판 레이드물을 배경으로 [나는 귀족이다] 라 할 수 있겠음

갤에서 가끔 애시당초 헌터가 이렇게 강한데 사회가 당연히 헌터 위주로 굴러가는게 당연하지 않겠냐는 의문이나 헌터가 저리 강한데 어떻게 민주주의가 돌아가냐는 의문을 봄

이런 질문들은 선후관계가 잘못됨

헌터물이란 장르는 게임판타지 파생이며, 소설의 게임 위주 서사가 현생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과몰입 찐따같아보이는걸 극복한 장르임

즉 애초에 헌터물이란 장르가 헌터 위주로 굴러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세계인 것이기 때문에, 헌터가 강할 수 밖에 없는 것임

그러면서도 왕정제나 신분제에 대한 한국인의 거부감으로 민주주의인 설정은 유지되는 것

이처럼 태생이 대리만족을 위한 장르였던 만큼, 헌터물의 서사는 대부분 대리만족을 위한 독식의 성향을 띔

1. 헌터물과 정치물

<착한 장붕이는 읽지 마세요>

사실 정치물은 헌터물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소설임.

정치를 흔하게 정의내리는 말로, '희소가치의 권위적 분배'라는 표현이 있음

여기에서 '귄위'를 중요시할지 '분배'를 중요시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분배라는 것은 결코 빠질 수가 없음

즉 정치물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나눔'의 이야기이며, 헌터물의 기간에 깔린 정서와는 근원적으로 합치되지 않는 면이 있음

물론 장르로서의 정치물이 현대물에서의 세력다툼과 승승장구를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때도 정책의 결정과 실행, 이권의 분배 등은 정치물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요소임

그래서 헌터물과 정치물을 결합시킬 때는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함

2. 루테인(김뿡) 작가 소개

<정치는 생활이다, 정치물 GOAT>

이제 소설 소개를 슬슬 들어가기 위해 작가부터 소개하자면

[힐러인데 정치만렙], 솔직히 이게 김뿡 작가 소설인줄 몰랐다면 애초에 읽지 않았을것임

김뿡 작가의 대표작이자 최고의 작품은 누가 뭐래도 [정치는 생활이다]라고 할 수 있음

1000화가 넘는 초장편 연재를 했으면서도 선작 1만이 넘기고 최종화 인근까지 최신화 조회수만 현재 6천이 넘길 정도의 인기작이며, 현재까지도 정치물의 최고 수작을 장갤에 물으면 절반 이상은 정생이라 답할 정도의 수작임. 나도 라이브연재 따라가면서 윤재 뽕맛 느끼면서 따라감

<힐러인데 정치 만렙 중, 주인공 최윤기의 말>

작가가 주인공의 입을 빌려 말하듯, 사람들은 내러티브를 가진 매력적인 주인공을 선호함

더더군다나 현실과 유사한 세계를 그리는 정치물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고 할 수 있음

스스로 정치판에서 사람들이 관심가지는 것은 이야기를 가진 인물이라 하지만, 정작 주인공에게는 그런 강렬한 매력이 부재한 것이 아쉬움

물론 그 모습을 연출해서 소설 속 대중에게 환호를 받을 수 있겠지만, 나는 소설 바깥에 있기 때문에 그 모습에 온전히 공감해줄 수 없을 것 같음

<임기첫날의 주인공 한승문, 압구정 탈출작전 중>

많은 헌터물에서 주인공 조형은 독자의 이입이 쉽게끔 평범한, 상승욕을 지닌 인물로 조형이 됨. 그러나 헌터물에서 독식으로 대표되는 상승욕을 단순히 정치물에서의 상승욕으로 대체한 접근은 헌터물 조미료를 쓴 상황에선 너무 평이한 접근이 아닌가 생각함

주인공 최윤기의 서사는 작중 세계관 인물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겠지만, 헌터물의 틀을 가져온 이상 다른 헌터물과 비견되는 건 어쩔수가 없음

많은 헌터물들이 극한 상황에서 가치관 충돌, 그름과 옳음에 대해 다뤘고, 개중에는 정치물의 근원, 나눔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도 은근 있었거든

그런 강렬한 서사의 헌터물 주인공들과 힐러정치만렙 주인공의 서사를 비교할 수 밖에 없음

거기에 당장 이미 비슷한 시도를 했던 임기첫날 한승문의 이야기와 비견할 수 밖에 없는건 아쉽다

<힐러인데 정치만렙, 주인공 정윤기와 동생의 대화>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물로서는 수작이다

하지만 [힐러인데 정치 만렙]은 정치물로써는 정말 잘 쓰인 소설이었음. 비유하자면 임기첫날에서 고의적으로 단순화해서 어렵지 않게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는 바나나맛 우유와 달리 정말로 진한, 잘 익은 바나나 그 자체의 맛

포스트모던의 선악이 없는 세계, 비극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연대가 어떻게 현대 시민사회의 고혈을 빨아먹는지, 21세기 대한민국을 기반으로 한 정치 환경의 병폐는 무엇인지 헌터물의 껍질을 쓰고 비판함

결코 이 소설이 어느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느낌은 아님. 직업 정치인의 시각에서 사회의 병폐에 메스를 들이대는 느낌으로, 차갑고 건조하게 헌터물로 우화한 현대사회를 바라보며 고쳐나가는 소설이지. 작가의 전작 [정치는 생활이다]은 그걸로 인기를 끌었음. 처음엔 잘나가는 아버지를 둔 백수이자 시의원 아줌마를 따먹으려 혈안이 된 혐성, 정생의 주인공 윤재와 같이 호흡하며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윤재를 응원하게 되었었지. 그런 소설을 좋아하고 읽고싶은 독자라면 이 소설, [힐러인데 정치 만렙]을 재미있게 읽을 것임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며 기대한 것은 헌터물의 초인적 능력과 정치물에서의 '별의 순간'이 결합된, 빛나는 주인공 최윤기의 매력이었고, 그 점은 소설을 읽으면서 아쉬움이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정치물로서의 매력때문에 이 소설을 계속 읽을 것임

한줄평

헌터물 조미료를 가한 현 시점 연재 중인 정치물 원탑. 20년 전통 정치물 장인의 솜씨로 우린 최고의 정치물 국밥이지만, 과감한 조미료를 썼다면 과감한 메뉴를 내어도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