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고 있다.

로트는 서둘러 야영할 장소를 찾아 말을 몰았다. 말의 옆구리엔 최근 마을에서 잡은 거물의 머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흔들렸다.

반쯤 무너진 탑이 있는 폐허에 도착한 로트는 그 안에 침낭을 두고
서둘러 모닥불을 피웠다. 해는 거진 저물며 노을빛을 띄고있었다.

그때 저멀리서 누군가 다가왔다. 로트는 조심스레 그를 관찰했다.
복장을 보니 교회의 신부처럼 보였다. 품에는 아름다운 소녀모습을 한 인형을 안은 채 그는 로트에게 말을 걸었다.

“리니아의 로트님 아니십니까?”

“나를 아나?”


“그럼요 이 근방에서 유명한 헌터시지 않습니까. 저는 이리엘 이라고 합니다. 만나뵙게되어 영광입니다.”

그말대로 로트는 실력이 뛰어난 헌터였다. 최근 마을에서 잡은 놈
덕분에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신부가 이 시간에 여기는 뭐하러 온거지?”  

“숲을 지나 교회로 가는중입니다.
이 아이에게 필요한 성수를 구해야 하거든요”

자세히 보니 사내가 안고있던 것은 인형이 아닌 살아있는 소녀였다.
다만 소년의 피부가 너무도 하얗고 쥐죽은듯 조용히 자고있어 인형으로 착각 될 정도다.

사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뜸 당혹스러운 요구를 했다.
“혹시 오늘 하룻밤만 이 아이를 맡아주실수 없겠습니까?”

“처음 만난 아이를 돌보는 취미는 없네만”

“부탁드립니다. 보시다시피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성수를 못구하면 오늘 밤을 못넘기게 될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괴이가 득실대는 밤에 아이까지 업고 숲을 지나는건 제게는 너무 힘든일입니다.”

“뭘 믿고 나에게 아이를 맡기는거지?”

“로트님께서 그동안 베푸신 온정만해도 음유시인들이 하루종일 맥주대신 마시고도 남는다더군요.”

“은발의 헌터는 죽음은 모르나 자비를 안다네~
사령도 때려잡는 그의 이름은~  로ㅌ”

“그만 그만!”


내 명성이랑 아이를 돌보는건 별개야

그리고 만약에 날 못만났으면 어쩌려고 한거지?”

“그랬으면 아이와 함께 목숨을 걸고 숲을 건넜겠지요 마침 로트님이 로베일에서 한건하시고 떠나셨다는 얘기를 듣고 이길로 와보았는데 신께서 저희를 도우시나 봅니다.
물론 저도 공짜로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례로 이걸 드리죠“


사내는 금으로 된 로자리오를 내밀었다 세밀한 장식이 되어있는 십자가 금빛으로 빛나는 구슬들은 척 봐도 값어치가 상당해보였다.

“교회에서 공인한 성물입니다. 보이는것 이상의 가치가 있지요.
만약 오늘밤만 아이를 맡아 주신다고 약속하시면 이걸 지금 드리지요 제가 내일 아침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아이는 고아원에 맡기시고 성물은 가져가시면 됩니다. 그전까지 살아있지도 못하겠지만요”


로트는 잠시 고민했다. 처음만난 사내, 그의 말대로 위독해 보이는 소녀, 금빛으로 번들거리는 로자리오,  계약금 선불  

“이거 진짜겠지?”

“그분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좋아. 딱 하룻밤이야. 근데 이 아이 무슨 저주라도 걸린건가?”


“전염성 저주 질환입니다. 전염력이 낮아서 로트님까지 옮을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제가 드린 로자리오는 착용하고 주무시는게 도움이 될 겁니다.”

이윽고 사내는 감사인사를 전한 뒤 서둘러 숲을 떠났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