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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편 무료니까 블랙헌터 안본 사람들도 한번 봐라




흔히들 무협의 상무정신을 가장 통렬하게 비웃는 작가로 한상운을 뽑지만 정구도 그만큼 통렬하게 비웃을 줄 안다고 생각한다.

신승에서 나온 다분히 소시민적 절대고수 정각과 그를 질투하는 초고수들이야기부터

단순히 운만으로 어떠한 정신적 성장없이 우주최강이 된 블랙헌터까지

정구는 흔히 무협이나 장르소설 대부분의 클리셰를 제법 잘 비틀어 블랙코미디로 만든 후에 크게 한바탕 웃게 만드는 훌륭한 작가다.

하지만 정구도 블랙코미디라는 수단으로 밖에 비판하지 못하는 작가라고 말하기는 애매한게, 신승 외전에서 써내려간 무림출을 포기한 화산파의 제자이야기에서 보듯이 제법 담담하게 상무정신을 비판할 줄 아는 훌륭한 작가임.

이번 블랙헌터 외전은 블랙코미디에 더 가깝지만, 무림초출 단편의 성향도 볼 수 있다.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찌질한 중학생이 우연하게 각성을 하여 얻은 힘으로 복수를 하고 재판을 받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이다패스에 대한 감성을 꽤나 잘, 그러나 눈쌀이 찌뿌려지도록 저급하지는 않게 비웃고 있다.

주인공을 괴롭히고 여자애를 강간한 일진들은 나쁜 놈들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각성이라는 힘을 이용하여 사적제재를 가한 주인공은??

그리고 어떤 것도 뉘우치지 못하고 못죽였다고 후회만 하는 주인공은??

그런 주인공에게 복수하려 공적제재를 비트는 일진들의 부모는??

그런 둘의 장기말이 되어 고군분투하는 검사와 변호사는??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외전이지만 정구의 감성을 꽤나 좋아하는 나는 정구가 제2의 한상운을 넘어 제1의 정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