믂 시간 계속 흐르고 문 앞에 기대서 쪼그려 앉아있음. 그러다 문 벌컥 열리고 믂 뒤로 꼬꾸러짐. 믂 어어.. 하고 툭 꼬꾸러져서 바닥에 반쯤 누운 상태 됨. 삐가 서서 그런 믂 빤히 보고는 아직 안갔어? 하고 물음. 믂 눈알 굴리다 고개 어색하게 끄덕임. 삐 믂 보면서 옷털고 들어와, 하긔. 믂 벌떡 일어나서 옷 툭툭 털고 들어감. 삐가 턱짓으로 의자 가리키면서 믂한테 앉으라고 함. 그러고는 믂한테 어떤 파일 하나 가져다줌. 믂이 이게 뭐냐고 물으니까 삐가 나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말함. 믂 열어보니까 정신병 환자가 조심해야 할것, 발작 할 때 취해야 하는 조치 이런거 가득 써있음. 믂이 놀라서 삐 쳐다보니까 삐가 '그거 달달 외워. 난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야.' 함. 

-아니 근데.. 그 남자분이 옆에 있기만 하라고 그랬는데...

-그 사람은 원래 그래.

-예?

-나한테 무신경해. 

-아...

그러니까 넌 나에 대해 아주 예민해져야 해. 삐가 미술도구들 정리하면서 믂한테 말함. 믂 예... 하고 대답함. 그러다 믂 뭔가 이상해서 삐한테 몇살이냐고 물어봄. 삐 18살이라고 말함. 믂 그거듣고 약간 빡친 표정으로 내가 형이야, 하니까 삐 뭐 어쩌라고 너도 까던가, 함. 믂 그거듣고 자기도 말 까기 시작함. 

믂 일주일에 세번씩 그 집으로 출근 도장 찍긔. 도착 하면 삐 그림 그리고 있거나 자고 있거나 책 읽고 있음. 믂 첫 날 이후 몇 번 노크 해도 안받아 줘서 문 앞에 쪼그려 앉아있곤 했는데 이제는 그냥 노크 없이 들어가도 아무말 안함. 믂 페이도 많이 받고 넉넉해지고 그래서 가끔 삐한테 선물같은거 가져다줌. 삐가 아파서 학교도 잘 못나가고 그러니까 좀 안타까운 마음에ㅇㅇ 책이나 디저트 같은거 사다주는데 삐 이미 다 읽은 책임. 근데 그냥 안 읽은척 받음. 그럼 믂은 뿌듯해 함. 그러다 고등학교 안다니고 맨날 책이랑 미술만 읽은 삐한테 공부도 가끔 가르쳐주고 하긔. 삐 까칠하게 말하긴 하는데 그래도 많이 나아짐. 둘이 그럭저럭 좀 친해짐. 그러다 삐 갑자기 정신병 악다구니 쓰면서 발작함. 믂 첨에 당황하다가 매뉴얼에 있는대로 조치취함. 근데 삐 매뉴얼로 해도 안듣긔. 삐 소리지르면서 방에 있는 물건 막 믂한테 집어던짐. 믂 때리고 지랄남. 삐 자기가 그린 그림 칼로 찢기 시작함. 믂 그런 삐한테 달려가서 꽉 안음. 김테형. 그만, 그만. 삐 커터칼로 믂 찌르려던거 믂이 삐 손쳐내고 삐 머리 꽉 감싸서 자기 품에 안긔. 삐 버둥거리는데 믂 '그만, 그만하자. 착하지 응?' 하면서 삐 진정시킴. 삐 정신들면서 몸에 힘 쭉빠지고 울기 시작함. 숨 막 헐떡 거리니까 믂이 삐 얼굴 잡고 테형아 숨 쉬어, 하면서 달래줌. 삐 숨 넘어갈듯이 우니까 믂 삐 눈 보면서 말함.

-에곤 쉴레.

-......

-반 고흐.

-......

-구스타프 클림트.

-......

삐 눈 보면서 작가 이름 쭉 나열함. 삐 점점 진정함. 나 힘들어.. 하면서 삐 믂한테 푹 쓰러짐. 믂 삐 침대에 눕혀서 얼굴에 묻은 눈물 다 닦아줌. 방도 싹 정리하긔. 믂 갈 때까지 삐 깨지도 않고 잠. 믂 시간 되서 가고 다음날 삐 일어났는데 방 안 싹 정리 돼 있는거 보고 어제 일 생각남. 드문드문 기억나는데 믂 앞에서 울고불고 지랄하던거 생각나서 삐 자기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나 불안해서 손톱 물어뜯음. 불안해서 방 서성거리고 있는데 삐가 다 찢어놓은 그림 믂이 테이프로 서툴게 붙여놓은거 보고 삐 픽 웃음. 믂이 어설프게 이어놓은 부분 만지면서 삐 믂 생각함.

삐 믂이 자기 이상하게 볼까봐 걱정했는데 믂 그냥 평소처럼 대함. 믂은 아무렇지 않은데 가면갈수록 삐는 점점 이상해짐. 믂이 테이프로 붙여놓은 그림 볼때마다 괜히 가슴 쿵쾅거림. 삐 그 느낌이 노무 싫어서 그림 뒤로 쳐박아둠. 믂이 자기 돌보러 올때마다 괜히 머리 만지게 되고 거울도 한 번 더봄. 믂은 삐가 안절부절 못하니까 걱정돼서 너 괜찮아? 어디 불편해? 하는데 삐 내가 뭐. 틱틱거리긔. 그러다 삐 믂 퇴근할때 믂한테 종이로 포장한 작은 캔버스 건네줌. 이게뭐야? 눈 없어? 그림이잖아. 믂 얼떨떨 하면서 받아드니까 삐 믂 등 밀어서 방 밖으로 내보내고 문 쾅 닫아버림. 믂 집에 가는 버스에서 삐가 준 그림 모퉁이 만지작 거림. 도착하자마자 손씻고 그림 뜯어봄. 예쁜 색깔로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그림띠. 믂 그림에 대해 좆도 모르지만 고마워서 삐한테 전화검. 수신음 좀 가고 삐가 전화받음

-삐야.

-어.

-그림 고마워.

-어.

-예쁘네.

-......

-근데 이거 뭐 생각하면서 그린거야.

...민믂가. 뜸 들이다가 삐 그 말하고 뚝 끊어버림. 믂 끊긴 전화 들고 그림 계속 봄. 믂 마음도 그림처럼 알록달록 물들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