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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믂

믂갤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5.22 18:20:50
조회 305 추천 1 댓글 0

이렇게 자꾸 사고 치면 어느 학교가 이런 동아리를 유지시켜?"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그 말만 지금 몇 번 째야. 고작 한 달 됐는데 또 이런 사건을 일으켜? 니들이 제정신이야?"


퍽. 교무수첩에 세게 머리를 맞은 믂이 비틀거리는 걸 괴가 옆에서 붙잡아줬다. 이어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의 학주를 다른 교사들이 진정하라며 말리고, 교감은 골치 아픈 듯 미간을 찡그렸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똑바로..."

"그냥 없애면 안되나요. 안 그래도 애들 헛바람 넣는다고 학부모 민원도 들어오는데."


괴의 말을 차갑게 말을 자르며 동아리 폐쇄를 주장하는 말에 허리를 숙이고 있던 믂이 입술을 깨물며 바짓단을 꽉 쥐었다. 한 달 사이에 학폭이 두 번이나 일어난 탓에 할 말이 없었다.


"한 번만... 더 기회 주세요. 저희들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절박하게 말을 꺼내는 둘을 지켜보던 교사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걔네들 요즘 다른 곳으로 안 새고 학교도 꼬박 꼬박 나오고 있긴 해요. 야자 안하고 밖에서 사고를 치느니 동아리 실에라도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요?"

"그러다 학교에서 크게 사고치면 그 책임 누가 집니까?

"다시는 그런 일 없을..."

"허구한날 애들, 패고, 교사에게, 반항하고."



말을 끊으며 휘두르는 손에 두대씩 머리를 더 얻어 맞은 믂과 괴가 휘청하는 몸을 바로 세우며 아닙니다 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끼리끼리 모여서 시시덕거리면서 패거리 만드는 거 내가 모를줄 알아? 니들 두 놈은 그래도 말귀를 알아 듣는다고 생각했더니..."

"아이고, 그만하세요. 잘못은 사실 얘들이 한 것도 아닌데."

"이 놈들이 그 난리를 쳐서 그거 시작한거 아닙니까?"


또다시 치켜 올라간 손을 다른 교사들이 만류하자 분노를 삭히는 듯 깊게 한숨을 내쉬며 물러났다. 교감은 고개 숙인 채 묵묵히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두 학생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리다가 조용히 일어섰다. 


머리도 좋고,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성적을 유지해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괴, 성적이 특출난건 아니지만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두루 좋은 평을 받는 믂. 두 녀석이 학교 내 말썽쟁이들을 데리고 난데없이 랩동아리를 한다며 진지한 얼굴로 교무실에 오던 날을 떠올렸다. 학생 자율 동아리를 운영하라며 교육청에서 내려온 예산으로 영어 회화, 독서토론, 과학탐구 따위의 학생의견은 그다지 반영되지 않은 동아리를 개설해놓고 가입시키던 때였다. 


"들었겠지만 학부모 민원도 들어오고, 학교 분위기도 어수선해진데다, 이런저런 문제 일으키는 녀석들이 모여 있어서 선생님들이 불안해하신다."

"......네."

"그럼에도 허락했건건 너희들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

"그래서 위험부담과 반대를 무릅쓰고 너희에게 기회를 주었는데, 벌써 두 번이나 너희는 우리를 실망시켰구나. 더 할 말이 있니?"


침묵이 교무실에 내려앉았다. 마주한 교감의 눈빛과 말투는 차갑지는 않았지만 단호했다. 면학분위기 흐린다며 씨알도 안먹히는 소리 말라는 교무부장에게 조목조목 이유를 들어가며 대차게 싸워 기어이 동아리를 만들던 녀석들은 죄인이 되어 침묵하고 있었다. 교감이 한숨을 내쉬었다.


"세 번까지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개를 든 두 녀석의 눈빛에 생기가 돌아온다. 지켜보던 교사들 몇은 탄식을 내뱉고, 몇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교감은 어느새 밝아진 얼굴의 믂과 괴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알겠니?"

"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교감은 복도로 걸어가고 그 뒤를 믂과 괴가 천천히 따라갔다. 미동도 없이 복도에 엎드려 있는 세 녀석들의 뒷통수를 잠시 내려다보던 교감이 아이들을 일으켜세웠다. 한참을 엎드려 있던  탓에 벌개진 얼굴을 한 녀석들은 힘든 내색을 안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차렷자세를 했다. 단정한 괴믂과 달리 멋대로 줄인 교복에 타이도 없고 단추도 엉망에 머리카락도 규정이랑은 한참 멀어있는 세 녀석들은 눈빛만큼은 전과 달랐다. 평소라면 이리저리 뻣대며 건들거리며 툴툴거리거나 도망가고도 남을 녀석들이지만 잘못하고 눈치보는 강아지마냥 힐끔대며 얌전히 서있었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으며 교감이 나드막히 말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우리가 너희를 믿었던 선택이 옳은 것인지, 옳지 않은 것인지는 너희들에게 달렸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구나."




교무실을 나와 동아리실로 걸어가는 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느린 걸음으로 걷는 믂과 괴 뒤로 찜, 삐, 꾹이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따라갔다.


"아까 맞은덴 괜찮아? 난 귀에서 소리나는 것 같아."


말없이 앞만 보고 걷던 믂이 그제야 돌아보며 괴를 쳐다봤다. 괴가 오른쪽 귀를 문지르는 걸 걱정스럽게 바라보더니 멈춰서서 살핀다. 키가 큰 괴가 살짝 몸을 낮춰 믂의 눈높이에 맞춰주자,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헤집고 귀 부근을 이리저리 살피는 믂의 손끝이 기분좋아 웃음이 나왔다.


"......미친놈이 처맞아놓고 뭐 좋다고 쪼개냐."

"어쨌거나 동아리는 지켜냈으니 됐지, 뭐."


믂은 속편한 소리하며 웃는 괴를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며 다시 앞을 보고 걸었다. 


"니가 나보다 더 많이 맞았는데 괜찮아?"

"난 돌머리라 괜찮아."

"야, 잠깐. 너 빨갛게 부었는데?"

"됐어. 별로 안아파."


괴의 손을 쳐내며 믂은 어느 새 도착한 동아리실 불을 켜고 낡은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몇 번이나 맞은 오른쪽 뺨과 머리부분이 욱씬거리는게 느껴졌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뒤따라온 세명은 그 앞에 고개 숙이고 나란히 섰다.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는 세 명을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자 움찔한다.


"......다 들었지?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조심해."

"네."

"형, 죄송해요."

"하... 알면 사고 좀 제발 그만쳐."


그때 드륵하고 문여는 소리에 쳐다보니 괴가 물이 뚝뚝 떨어지는 휴지뭉치를 들고 들어왔다. 그러더니 대뜸 믂의 얼굴에 철썩 붙였다. 동그랗게 눈을 뜨고 바라보던 믂이 갑자기 얼굴에 닿는 차가운 촉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펄쩍 뛰었다.


"아씨ㅂ, 차가워. 뭐야?"

"니 얼굴 지금 장난 아니라니까."

"ㅂ신아, 그럼 물 좀 짜고 가져와야지. 다 젖잖아!"

"아, 몰라. 가만히 좀 있어봐."


얼굴에 덕지덕지 붙인 척척한 휴지에서 물이 줄줄 흘러 목을 타고 가슴께로 흘러가자 차갑다고 길길이 날뛰는 걸 괴가 가만히 좀 있으라며 붙잡아 눌렀다. 믂은 기어이 손을 뿌리치더니 됐다며 휴지를 떼어 아무데나 던졌다. 흥건하게 흘러내린 물에 젖은 셔츠가 가슴에 달라붙는다.


"헐, 형 얼굴, 엄청 빨갛게 부었어요!"


자기들 탓에 괴믂이 맞고와 좌불안석이던 찜이 깜짝 놀라 다가오더니 믁의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내며 살폈다. 하얀 피부라 빨갛게 남은 자국이 부풀어있는게 선명하게 보였다.


"됐다니까."

"저 수건 있어요. 물 적셔올게요."

"보건실에서 얼음도 좀 가져오는게 날 것 같은데."

"보건쌤 퇴근했잖아."

"됐다고!!"

"저, 교무실에 열쇠 어딨는지 알아여. 가져올게요."

"이거 진짜 멍들 것 같은데. 형, 쫌 봐바요."

"아, 됐다니까!!!!!"

"아,형! 움직이지 마요."


언제 눈치 봤냐는듯 믂이 바락거리는걸 신경도 안쓰고 지들끼리 대화하더니 찜과 꾹이 얼음이랑 수건을 가져온다며 튀어나갔다. 내 말은 더럽게 안들어처먹지. 믂이 궁시렁대는걸 듣고는 삐가 웃으며 다가와 옆에 앉더니 얼굴을 붙잡았다.


"형, 맞아 본적 없죠? 타이밍 맞춰서 살짝 고개를 틀었어야죠."

"아, 시끄러. 내가 니들같은 양아치도 아니고 맞을 일이 뭐 있어. 아아.. 누르지 마." 

"입 험한 거 보면 형이 젤 날라리 같은데, 은근 범생..."

"닥ㅊ라."


워낙에 사고치고 다녀서 이런 쪽엔 빠삭한 삐가 꼼꼼히 믂 얼굴과 머리를 살피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피부가 약해서 그렇지, 괜찮아요. 얼음 찜질까진 굳이 필요 없을 거 같은데, 저 새끼들 형한테 더 미안해하게 더 아픈척해요."

"그래라. 아예 여기 누워."

"뭘 누워. 됐어."

"맨날 누워있으면서 새삼."


괴가 믂을 밀어 눕히더니 구석에 뒹굴던 빛바랜 담요를 던졌다. 먼지와 함께 군내가 훅 끼치자 믂이 기겁하며 캭캭거리며 도로 집어 던졌다. 삐가 웃으면서 제 체육복을 덮어주자 냄새를 맡더니 얌전히 눕는다. 


"근데 귀에서 소리나는 니가 더 심한거 아냐?"

"그거야 당연히 뻥이지. 쟤들 정신 좀 차려야 담에 안그러지."


괴가 막대 사탕을 하나 꺼내 물더니 먹을래? 묻더니 말없이 손을 내미는 믂에게 휙 던져준다. 옆으로 누운채 꼬물꼬물 츄파춥스를 까는데 오늘따라 포장지가  안 벗겨진다. 팔에 힘도 안들어가 끙끙거리던 믂이 결국 손에서 사탕을 놓치자 떼구르르 바닥을 굴렀다. 


"아, 진짜 귀찮아."


저 멀리 굴러간 바닐라 사탕을 지켜보던 믁은 먹기를 포기한 채 축 늘어져 그 자세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삐가 하, 하고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더니 들고 있던 딸기맛 사탕을 까 믂 입에 넣어줬다.


"이거 먹어요."


그리곤 긴 팔을 뻗어 떨어진 사탕을 집더니 믁이 벗기다 만 포장을 가볍게 뜯어 자기가 문다. 귀찮아서 숨은 어떻게 쉬고 사냐며 괴가 웃자, 눈도 안뜨고 대답대신 가운뎃 손가락만 들어보였다.


"근데 아까 나간 둘은 얼음을 만들어 오나."

"또 어디서 시비 붙은 건 아니겠..."

"......내가 가볼게."


심히 현실감있는 삐의 말에 괴가 벌떡 일어나더니 문을 쾅 닫고는 쿵쾅거리며 복도를 뛰어나가자, 순식간에 조용해진 동아리실에 두 사람이 사탕 빠는 소리만 남았다. 그렇게 말없이 사탕 먹던 믂이 눈가를 찡그리며 입에서 사탕을 빼들고는 입맛을 다셨다.


"맛없어?"

"으...너무 달아."


혀가 마비되겠어. 발간 선홍색 혀를 내밀었다가 이리저리 제 입안을 훑어내리더니 입술을 핥는다. 침이 묻어 반들반들한 입술을 바라보던 삐가 입안에 굴리던 사탕을 빼들더니 누워있던 믂 위로 몸을 겹쳐온다. 옆으로 누워있던 믂의 바로 눈앞에 삐의 커다란 손이 내려 앉는가 싶더니, 덮고 있던 체육복에서 나던 섬유유연제 냄새가 훅 끼쳐왔다.


"너 뭐하..."


갑자기 입 속으로 밀려드는 혀에 믂의 말이 그대로 삼켜졌다. 말랑한 혀가 이리저리 입안을 헤집자 달달한 바닐라맛이 딸기맛과 뒤엉켜 났다. 달아. 움츠러들며 믂이 뒤로 고개를 빼려하자, 가늘고 긴 손가락이 동그란 믂의 뒷머리를 붙들고 도망가지 못하게 막는다. 미간이 찡그려졌지만 삐는 아랑곳않고  살짝 고개를 꺾으며 더욱 깊숙히 파고들었다. 혀를 휘감아 올리다가 그 부드러운 감촉에 못견뎌 살짝 깨물자 움찔하고 놀라며 빠져나간다. 그게 귀여워 키스하다말고 푸흐흐 웃자 미친놈이라며 믂이 중얼거리더니 입맛을 다셨다.


"ㅅ발, 더 달잖아."

"그래도 딸기랑 바닐라랑 잘 어울리지 않아?"


큰 눈으로 천진한 표정을 짓는 삐를 가증스럽다는듯 쳐다보다가 몸을 일으키려는데, 삐가 오히려 타고 눌렀다. 숨이 죽은 소파에 파묻히다시피한 믂이 자기 몸무게까지 더해져 더욱 깊숙히 빠져드는걸 가만히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는다. 


"비켜."

"싫은데."


삐가 손을 뻗어 믂이 목까지 덮고 있던 제 체육복을 밑으로 끌어당기자 앞섶이 다 젖어 살갗에 달라붙은 셔츠가 드러났다.  물이 흐른 자국을 따라 훑어내리던 손가락이 셔츠 아래로 파고들더니 맨살을 쓰다듬는다. 


믂의 손가락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던 사탕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생들이 사고친거 괴믂이 수습하고 다니다 믂 멘탈 파사삭하는거 쓸라 했는데 

삐랑쿤 난입으로 f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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