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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문) 첫사랑 딸기 이후

ㅇㅇ(220.117) 2019.02.24 02:58:04
조회 7515 추천 27 댓글 22
														

이해를 위한 전글: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gfl2&no=1260005


가독성십창, 오글주의, 도시락 아들 시점

도시락에는 악감정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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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가족은 행복했습니다. 적어도 어린 시절에는 그랬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저에게는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있었고, 누구보다 아름다운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의 시선 끝에는 저의 가족이 있었고 그것이 평범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는 특별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그 특별함을 있는 대로 만끽하고 살았습니다. 이제 와서 변명하는 것 같아 모양새가 나쁘지만 철이 없던 제가 그것을 마음 내키는 대로 휘두르는 것은, 또 모르는 사이에 주변을 상처입히는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아끼던 물범 인형에 낙서를 당한 아이도 있었으며, 흔들어 둔 콜라 캔을 따려다 범벅이 된 아이도 있었습니다. 민트초코맛 아이스크림을 몰래 껍데기만 바꾸어 놓았을 때는 마치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시험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제가 죗값을 무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에 하늘이 분노한 것인지, 끝은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습니다. 코피를 흘리며 잠든 어느 날부터 한동안 알지 못하는 일 투성이였습니다. 무슨 빈혈이라던가, 어떤 이식이 필요하다던가, 아버지가 선뜻 나섰다가 안 되었다던가……. 다행히도 한동안 앓은 뒤 빼앗긴 건강은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하늘은 저를 용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어른들이 소리 높여 다투는 모습은, 오가는 말 속에 몇 번이고 제 이름이 들리는 모습은 너무나도 낯설었습니다. 그날부터 아버지의 눈에는 제가 비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돌아보게 하고 싶어 애교를 부리거나 다시 아픈 척 엄살을 떨어도 저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제 너머의 무언가를 노려보는 그것이었습니다. 그마저도 마주치는 시간은 하루가 가고 한 달이 지나도록 짧아지다 어느 날부터 아버지는 제 아버지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그것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오히려 가끔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외출하고, 밤 늦게나 아침 일찍 들어오는 날도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저의 특별함은 아직 그대로여서, 이전보다도 심하게 가시를 찌르고 다녔습니다. 애비 없는 놈이 애비 없는 년을 괴롭히는 꼴은 퍽이나 우스웠습니다. 울면서도 엄마가 아빠는 먼 곳으로 여행 간 거라고 했다며 소리치는 아이에게 거짓말 말라고 윽박지르면서도 그 가시의 끝은 저에게도 파고들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턴가는 제 뒤통수에 대고 외치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아이를 마치 제 밀짚인형인 것마냥 저주하고 또 동정했습니다. 제가 아닌 이들에게 인형을 손대게 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한때 아버지였던 이의 미소를 예상치 못하게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아이와 함께 걷고 있었습니다. 그 즈음부터 아이는 거짓말 대신 그 자리에 행복한 웃음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차오르면 차오를수록 아이를 모욕하고 몰아세우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어느새 아이에게 남은 유일한 거짓말은 제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있음을 사람들 앞에서 증명하지 않은 것 뿐이었습니다. 저주인형에게 반대로 동정받은 것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거짓말이 된 일로 책잡을 때마다 아이가 가끔 비추는 미소는 저를 비웃는 것만 같아 미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미 밑바닥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한때의 오만이 되어 저는 끝내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외할아버지가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험악한 사내들이 들이닥치던 집에는 다신 들어갈 수 없었고, 저는 낯설고 좁은 집에서 낯설고 맛없는 밥을 먹으며 낯설고 낡은 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이 아름답지 못한 어머니 또한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부잣집 망나니가 아니라 못배운 양아치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할 수 있는 것은 저와는 연이 없다고 생각했던 고된 일들뿐이었습니다. 배달부터 상하차까지 하루에 하루를 벌며 전전하던 도중 가까운 커피숍에서 정식으로 일하게 된 것이 한 가지 행운이었습니다. 위스키 바와 같은 분위기의 특이한 곳이었습니다. 하루종일 고등학생 딸 자랑에 여념이 없는 점장도 특이했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난 겨울, 거짓말쟁이 아이를 직장 선배와 단기 아르바이트로 다시 마주쳤습니다. 못 보던 사이에 키도 몸도 머리 모양도 바뀌었지만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그 낯설지 않은 거짓말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부끄러움이 많았다거나, 일전에 저를 지켜주었다거나, 한때 좋아했다거나, 지금도 좋아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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